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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품격 - 작은 섬나라 영국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박지향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평점 :
이 책은 영국이 유럽 대륙의 변방에 떨어진 낙후된 국가로부터
세계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국의 시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통해 국가 발전의 요인들을 다양한 방면에서 기술한 책이다.
책의 구성은 8개
단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용으로 보면 크게 3개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6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영국
제국의 성립 과정; 제국으로서의 역할과 식민 통치의 결과; 제국
이후의 영국.
우선, 저자는
영국이 세계적인 제국의 위치에 도달하기까지 360년 이상이 걸린 오랜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하며, 크게 3단계 과정으로 요약하고 있다: 잉글랜드 왕국의 감독을 받던 해적 집단에서 유럽 대서양 해양강국들을 격파하는 막강한 해군을 갖추기까지의 17~18세기 중엽 시기; ‘동인도회사’로 대표되는 자유 무역 지대를 형성하는 18세 중반~19세기 중반까지의 시기; 19세기 중반 이후 1차 세계대전까지 전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경쟁적인 제국주의 열풍으로 인한 식민지 확장 시기.
영국이 해양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자국의 상선들의
해상 보호를 위한 목적에서 비롯되었으며, 자국 상선의 활발한 무역 활동이 결국 영국 정부와 영국 귀족에게
부를 축적시키게 하여 이른바 엘리트 계층을 파생시키고 나아가 다른 국가보다 권한이 강화된 시민 사회를 형성시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섬나라라는 지리적 요건 때문에 외세의 침입이
적었다는 점과 잉글랜드 특유의 왕권의 약세라는 역사적인 정치 체제가 빚어낸 최소한의 정부와 방임적 자유주의 국가 형태가 특별하게 작용한 점도 존재한다.
자유무역을 통한 제국의 면모를 갖추는 18세기 중엽부터 유럽 전역에서 시작된 산업 혁명에 영국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식민지 확장과 통치에 중요한 도구로써
발명 기술들을 활용하기 시작한다.
철도, 운하, 도로, 댐, 전신 시설
같은 기술들이 식민지 국가와 사회에 발전을 가져다 준 긍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식민 정책은 식민 국가에게도 도움이 되었다는 주장을 저자는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식민 국가였다가 독립한 국가들은 대부분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빨리 발전시켰다는 사례로써 호주와 캐나다를
들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세계적인 위치가 현실적으로 해군 위주의 군사 강국의 한계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동시에 20세기 초반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의 불황으로
인해 영국 정부의 역할과 규모가 커지게 되는 변화를 겪게 된다.
19세기 중반부터 대규모 기근으로 인한 아일랜드 이민 유입 사태가 있었지만 20세기 초반부터는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이민 유입 정책을 펴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다민족 구성 사회를 융합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부재가 21세기 초반의 오늘날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사회적 갈등의 요소로 남아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의 결론에서 유럽 연합에서 탈퇴한 현재의 영국은 과거의
자유무역 옹호자였던 영국 제국과는 완전히 다른 국가라는 점과 과거의 모습을 재현하기 어렵다고 전망한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영국 제국의 탄생과 현재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 역사 해설서라고 할 수 있다. 소위 제국(empire)이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과거 역사적으로 존재했었던 다수의 제국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점들도 역시 영국 제국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강력한 군사력; 제약 없는 자유 무역; 다양한 시민 계급의 형성과 문화와 종교에
대한 사회적 포용력; 엘리트 집단의 출현과 유지.
그리고, 20세기
초반 프랑스나 일본 등의 다른 제국의 식민 통치와 비교해 영국의 지배 형태가 그나마 나았다라는 저자의 주장은 인도의 경우를 보면 제국주의를 미화한다는
오해를 살 만한 측면도 있지만, 결국 식민지 경험 국가들은 독립 이후의 보여주는 하나의 국가로서 발전과
세계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에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리적 위치로 보면 유럽 대륙에서 고립되다시피 한 변방의
섬나라 영국이 세계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기까지 겪었던 발전 과정은 동북아시아의 변방에 위치한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영국과 동일한 코스는 아니더라도 한국이 지향해야 하는 국가의 발전 양태로서 영국이 보여준 모습을 목표로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6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국 제국의 발전 요인과 동기를 역사, 경제, 문화적으로 잘 설명한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