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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살인의 문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8년 8월
평점 :
이 소설은 한국과 일본에 두꺼운 독자층을 갖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소설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일본의 대략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말까지를 거치면서 발생했던 사회적으로 주요
이슈가 되었던 실제 사건들이 소설 속 소재로 사용된다.
주인공인 다지마 카즈유키는 치과의사 아버지 겐스케와 어머니
미네코, 병든 할머니와 간병인겸 가사도우미 도미와 도쿄에서 어릴 적 함께 살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쯤 카즈유키는 초등학교 5학년 때로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리게 된다: 아버지와 가사도우미 아주머니와의 부적절한 관계, 친가 친척들이 말하는 엄마와 할머니 사이의 고부갈등, 살인이나 독약에
대한 관심 등. 그 무렵부터 같은 반에서 자신과 비슷한 외톨이 처지인 구라모치 오사무를 만나 친구로
지내게 된다.
구라모치 오사무의 집은 두부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가정이었지만, 정작 오사무는 착실한 삶보다는 쉽게 빨리 돈을 버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사기와 속임수를 서슴지 않고 한탕주의를
찾아 다니는 아웃사이더의 삶으로 빠지게 된다.
카즈유키와 오사무 사이의 악연은 이 때부터 시작된다: 사기 오목 사건, 불행의 편지 사건, 에지리 요코의 자살 사건, 다단계 판매 회사 ‘호즈미 인터내셔날’ 사건, 주식
투자 컨설팅 회사 ‘찬스 메이크’ 사기 사건 등을 겪으면서, 카즈유키는 오사무에 대한 원한과 증오가 살의로 변질되는 내적 갈등에 반복적으로 휘둘리게 된다.
그러던 중, 불법
주식 투자 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찌른 칼에 의해 중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하게 된 오사무의 병실로 한 중년의 남자가 찾아오게 된다. 그 남자와의 대화를 통해 뜻밖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카즈유키. 과연
그가 알게 된 진실은 무엇이고 그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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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가 2003년도에
발표한 장편 소설로서 기존의 정통 미스터리 소설보다는 이른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의 성격이 강하다. 즉, 살인 사건과 범인을 찾아내는데 보다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까지의 연관되는 사회적 이슈가 강한 사건들을 묘사하고
재조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살짝 ‘미야베 미유키’류의 느낌도 든다). 예를 들면, 초중고
학교 뿐만 아니라 사회 직장에서 벌어지는 왕따 문제라든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는 다단계 판매 사기
회사의 문제나 불법 주식 컨설팅 사기나 불륜을 귀책사유로 협박하는 이혼 사기 등은 80년대부터 일본
사회에서 불거진 이슈들이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 관점에서 보자면 구성 면에서 등장 소재가
다양한데 비해 유기적 연결이 높지 않아서 긴장감이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특히, 열린 결말 성격의 끝맺음은 허탈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사회적 미스터리 소설 관점에서 보면, 80년대 당시 일본 사회가 처한 버블경제라는 경제구조적 모순과 배경에 대한 실상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우리 한국도 경험했던 익숙한 사회적 문제들을 일본의 70~80년대 배경으로 그린 추리 소설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