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전후 천년사, 인간 문명의 방향을 설계하다
마이클 스콧 지음, 홍지영 옮김 / 사계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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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원전 6세기말부터 기원후 5세기초에 이르기까지 약 1천년 동안의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벌어진 역사를 통시적으로 상호 비교하는 관점에서 기술한 역사책이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1천년 동안의 역사를 크게 3가지 주요 주제에 의해 3부분으로 나누고 있다: ‘정치’, ‘제국’, ‘종교’. 특이하게, 각 주제마다 시작을 알리는 하나의 주요한 역사적 사건을 지정하고, 그 하나의 사건을 시작으로 내용이 전개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부는 정치체제가 성립되는 시기로, 기원전 508년부터 각 지역에 정치체제가 성립되는 과정이 기술된다. BC. 508년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과거 행해졌던 참주정치체제가 폐지되고 클레이스테네스에 의해 직접 민주정치개혁이 시행된 해이다. ‘민주정치체제로 인해, 이후 페르시아 전쟁에서의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되고, 이것을 답습하려는 로마 사절단에 의해 로마 공화국의 혼합정치체제가 탄생하는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비슷한 BC. 5C초 중국의 상황으로, 노나라의 공자가 살았던 춘추 시대와 전국시대까지 이어지는 시기를 이른바 정치 개혁의 시대라고 특성 짓고 있다.

2부는 제국의 형태가 표출되는 시기로, 기원전 218년부터 각 지역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제국들의 모습을 서술하고 있다. BC. 218년은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이 알프스 산맥을 넘어 로마를 침공하는 2차 포에니 전쟁이 시작된 시기이다. 이 무렵 동양과 서양의 국가들은 불과 몇 십년 전에 격동의 권력 변화 시절을 거친 후에 등장한 젊은 지도자들이 통치하게 되면서 주변 국가들을 정복하여 영토를 확장하는 모습, 이른바 제국의 양상이 묘사되고 있다. 당시 지중해 패권을 놓고 해양세력의 강자인 카르타고와 균형잡힌 혼합정치제체 속에 부국강병을 이룬 로마공화국의 충돌은 지중해 지역을 다스리는 로마 제국 등장의 계기가 되었고, 어린 나이에 왕위를 물려받은 중국의 진나라 왕 영정(책에서는 조정으로 표시됨)이 법가 사상을 채택하여 부국강병을 이룬 끝에 약 10여년에 걸쳐 통일된 제국으로 탄생하게 된다. 곧이어 등장하는 한나라로 인해 북쪽 변방의 이민족인 흉노족을 서쪽으로 몰아내게 되어 이른바 중앙아시아의 민족 대이동이 야기되고, 결국 실크로드라는 공식적 무역통로가 성립되는 계기가 된다.

3부는 종교의 전파가 급속하게 이루어지면서 나타나는 정치 체제와 종교적 권위가 결합되는 양상이 소개되고 있다. AD. 312년은 기독교를 공인하는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가 등극하는 해이다. 당시의 종교는 사회와 공동체 관계의 본질로서 정치 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서양에서는 지중해의 무역로를 따라 기독교가, 동양에서는 중앙아시아와 인도를 통해 불교가 전파되기 시작한다. 종교가 전파되면서 거치는 지역마다 조금씩 변형된 형태로 수용된다고 저자가 지적하는데, 흥미롭게 생각되었다. 종교 내부의 갈등과 분열로 기독교와 불교 모두 분화되는 모습도 소개되고 있다.

 

 

저자가 가진 동양과 서양의 고대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깊은 통찰력이 동시대 역사의 비교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한마디로 매우 놀랍고 충격적인 책이다. 서양 역사학자로서 동양 종교인 유교와 불교, 힌두교에 대해 저자가 보여주는 높은 수준의 철학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나라의 유교 사상과 수/당나라 시대의 불교 정신을 조명하는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고대 동양사와 서양사의 비교에 대한 훌륭한 내용을 담은 서적이라고 생각된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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