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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 ‘청년 연암’에게 배우는 잉여 시대를 사는 법
고미숙 지음 / 프런티어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18세기
조선 시대에 살았던 연암 박지원의 일생을 통해, 2010년대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청년 백수들에게
알려주는 삶의 지침서라고 볼 수 있다. 책의 구성은 4개의
주요 키워드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노동; 관계; 여행; 네버엔딩 쿵푸.
우선, 2018년도의
청년 백수의 병폐 현상인 가상화폐 투자 열풍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중독과 망상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안으로서 연암 박지원의 삶의 방식에 대한
모색을 제안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노동]에서는 현재 청춘 세대들이 겪는 취업에 대한 우울한 모습들을
조명하며,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질문과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한다: ‘시험’ 인생과 ‘현장’ 인생의
차이; ‘노동’과 ‘활동’의 차이; ‘자립’과 ‘경제적 활동’, ‘자존감’, ‘신체’ 사이의 관계.
[관계] 부분은 삶 자체가 ‘관계’의 연속이라는 점과 ‘관계’와
‘화폐’가 가진 대척적인 특성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집안에서 가족관계, 집 밖에서 친구관계. 연암이 보여주는 교우관계의 대상과 경제적 상황의 자유로움은 당시 사회적 신분 질서를 생각하면 놀랍다.
[여행]은 외부의 시선으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수단으로
청년 백수가 추구해야 할 삶의 원칙이라는 것이다. 여행을 일상화하기 위한 백수의 행동 강령으로 2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낮에는 집에서 나와서 걸을 것과 가능한 한
공유 경제에 적극 참여하라는 것. 그리고 여행을 잘 하기 위한 팁도 잊지 않고 있다: 관찰하고 기록하고 감응할 것. 이와 관련한 연암의 <호곡장론>은 깊은 울림을 가져다 준다.
[네버엔딩 쿵푸]에서 21세기
오늘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청년 백수로서 가져야 할 철학과 궁극적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시험’이 아닌 ‘공부’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즐거움, 삶 속에서 만나는 두려움과 충동을 벗어나는 방법과 삶의 본질에 대한 고찰. 전체 내용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며 이 책의 핵심적인 부분인 것 같다.
특히, ‘백 권의 고전을 읽는 수행자, 백수’가 되기 위한 7단계는 단순하지만 매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절차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묘한 책이다.
이 책은 소위 기성세대(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운동 세대)에게는 2018년 현재의 청년 세대를
이해하는 안내서이자, 현재 청년 세대에게는 대안으로서의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지침서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모든 인문학적 주제들이 함께 녹아 들어 있어서 있는 마치 하나의 인문학적 비빔밥 같은 느낌을 준다: 문학, 철학, 역사, 한의학, 우주론, 경제, IT기술까지.
무엇보다 저자만이 누린 오랜 ‘공부’의 삶에 대한 경험과 체득에서 나온 귀한 조언과 깊은 성찰을
통해 알려주는 지혜와 금언은 감탄을 넘어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그런 조언들이나 충고가 소위 ‘꼰대’의 말처럼 따분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혁명적으로 새로운 것이라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특이한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라 아무런 기대도 없었지만, 읽는 내내 공감하며 감탄하며 한 줄 건너 밑줄을 긋기에 바빴다.
이 책의 내용만으로 청년 세대들의 삶을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의 훌륭한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훌륭한 책이다. 대한민국 모든 세대들의 필독서로 권하고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소개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