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버지는 살아있다 - 아버지가 남긴 상처의 흔적을 찾아서
이병욱 지음 / 학지사 / 2018년 7월
평점 :
이 책은 비정상적인 아버지와의 관계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현직 정신과 전문의 출신으로 전작에 [어머니는 살아있다(2018)]를 저술한 바 있다.
이 책의 내용과 구성은 비정상적인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아픔을 가진 인물들이 남긴 인생의 업적에
따라 9가지 부류로 나누어 인물들의 간략한 인생을 소개하고 있다: 권력의
정상에 오른 사람들;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한 사람들; 인류의
귀감이 된 정신적 스승들; 세상을 상대로 복수한 사람들; 예술적
승화의 달인들; 독신으로 생을 마친 사람들; 대중적 인기를
누린 사람들; 비극적 최후를 맞은 사람들; 아버지로 인해
고초를 겪은 한국인들.
이 책에는 시대/국가/사회/성별/신분/직업 등을 초월하여 다양한 각계각층의 총 140명이 넘는 인물들이
조명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딱 2가지밖에 없다: 뚜렷한 업적을 남긴 인생을 살았다는 점과 비정상적인
아버지와의 관계와 그로 인한 상처가 있다는 점.
‘아버지와의 비정상적인 관계’라는 것이 매우 다양한 형태와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오히려 ‘아버지와의 정상적인 관계’의 의미를 따져 보는 것이 단순할 수 있다: 자식의 유아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아버지로서 따뜻한 사랑과 헌신적인 지지, 지속적인 소통으로 형성되는 부자관계가 ‘정상적인’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이
조건 중에 하나라도 빠지는 경우에는 자식의 입장에서 정상적인 관계라고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 책 속의 인물들의 수많은 사례에서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의 뚜렷한 삶은 표면적으로는 크게 4가지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고, 결국에는 [긍정의 삶]과
[부정의 삶]의 2가지로
분류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관계의 상처를 자기 삶의 성공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은 인물들; 부자 관계의 상처를 평생 콤플렉스로 남긴 인물들; 성공한 후에 아버지에
대한 열등감을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으로 환원한 인물들; 성공한 후에 자신이 가진 열등감을 사회적인 분노로
표출한 인물들.
아버지와의 불완전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열등감을 극복하려고, 권력을 추구하여 정치 지도자로 성공하거나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인류에게 정신적 사상의 유산을
남기거나 대중적 인기를 누리거나 예술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이 [긍정의 삶]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끝내
자기 내면의 열등감을 극복해내지 못하여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에 올라서게 되기까지는 성공하지만, 그
이후에 사회에 해악을 끼치거나 자신의 삶을 평생 독신으로 지내거나 심지어 비참하게 마감하는 인물들이 [부정의
삶]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책 속의 등장 인물 중에 인상 깊은 인물로는 ‘히틀러’와 ‘서재필’을 꼽고 싶다.
‘히틀러’에 대해서는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정신과 의사조차도 히틀러가
가진 내면적 열등감에 대한 어떠한 분석도 반인륜적 잔혹행위의 동기를 설명해낼 수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조선인으로
태어나 ‘갑신정변’의 주역으로 사형을 선고 받아 3족이 처형당한 끝에, 훗날 미국 시민으로서 대한제국에 금의환향했던
‘서재필’만큼 기구한 운명을 살았던 인물도 드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건강 관련 증상에 대한 의사출신 저자의 전문적인 설명과
함께 하면서, 우리에게 친숙한 다양한 인물들의 빛나는 삶 뒤편에 숨겨져 있던 어두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 보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강렬한 주제는 한가지인 것 같다: ‘아버지로부터 받는 사랑’에 대한 ‘자식이 느끼는 고마움’의 중요성. ‘이미
내게 몸을 물려주신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