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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세대 -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란 요즘 세대 이야기
진 트웬지 지음, 김현정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문화와 사회 심리학적인 분석에 기반하여, 소위 ‘i세대’라고 불리는 현재 10대에서 20대 초반의 미국 청소년들에 대한 특성과 행동 양식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다양한 인터뷰와 전문 연구 기관이 수행한 설문 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i세대의 특징적인 행동 양식과 가치관에 대해 10가지 특성을 다루고 있다: 느린 성장; 인터넷; 비대면 소통; 정신적 불안정성; 신앙심 약화; 안전 제일과 소극적 사회참여; 소득 불안정성; 불확실한 결혼관; 불확실한 평등과 관용; 정치적 독립성.
우선, 저자는 이 책에서 사용된 심리 설문 조사 데이터에 대해, 실험 대상 표본의 대표성과 조사 방법에 대한 일관성, 인구 통계학적으로 가지는 보편성과 중요성, 문화와 사회 심리학적인 분석을 위한 채택한 사회과학적 접근법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참고로 ‘i세대’라는 단어는 밀레니얼 세대 다음인 1995년생 이후의 청소년 세대를 지칭하기 위해 저자가 고안해낸 말이며, ‘I’는 기술적 특성인 인터넷(internet), 아이폰(i-phone), 특징적 가치관인 개인주의(individualism), 경제적 현실인 소득 불평등(income inequality) 등을 나타낸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느린 성장]은 가족 구성의 변화와 부모의 역할 확대로 인해, i세대 청소년들이 선택한 일종의 성장 전략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특히, i세대의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나 x세대의 보호와 간섭이 i세대 청소년들로 하여금 어른스러운 행동이나 책임지는 행동을 수행하는 시기를 늦추게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i세대의 모든 생활과 문화, 행동 양식을 가능하게 해주는 특징적인 기반 기술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특히, 2007년 이후 등장하는 스마트 폰과 SNS로 인해 i세대가 10대에 보여주는 행동들의 특성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멀티태스킹, SNS 공간 상에서 자신 이미지 구축, 전통적 미디어((종이/전자)책/잡지/영화/Tv) 시청 감소와 새로운 미디어(문자 메시지, 사진, 짧은 동영상, 스트리밍) 시청 증가 등.
[비대면 소통]이 인터넷 환경에서 자라나고 생활하는 i세대의 사회 활동 방식이라는 점을 기술하고 있다. i세대는 과거세대와 달리 직접적인 만남보다는 얼굴을 보지 않는 상태에서 인터넷을 통한 문자 메시지 형태의 의사소통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터넷을 통한 SNS 활동이 인간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점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정신적 불안정성]은, 결국 인터넷 환경에서 스마트 폰에 의지하여 직접적인 사회 활동이 아닌 가상의 SNS공간의 왜곡되고 감소된 사회 활동으로 인해 초래되는 부작용으로 i세대가 겪는 정신적 고통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른바 ‘좋아요’ 방식의 스마트 폰의 SNS 작동 구조가 우울증, 심리적 불안, 불행을 만들어 내고 심지어 자살에까지 이르게 만든다는 점과, 스마트 폰 사용 자체가 발생시키는 육체적인 수면 부족 문제는 서로 결합하여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앙심 약화]도 역시 i세대의 특성으로, 신을 믿지는 않지만 종교 행사에는 참여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종교와 관련되어 가정 환경의 차이(부모의 인종/경제/교육, 거주 지역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특이한 점과 함께 현실과 종교 교리 사이에서 심한 괴리감을 느끼는 i세대의 종교적 가치관의 모습을 기술하고 있다.
[안전 제일과 소극적 사회참여]는 i세대가 부모 세대로부터 받는 많은 보호로 인해 안전을 추구하는 가치관이 확립되어 이것이 사회적인 활동에서도 이타적이기 보다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SNS 활동을 오래 하는 경우 개인주의적인 태도가 강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소득 불안정성]은 i세대가 가지고 있는 직업에 대한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i세대가 보기에 직업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단지 돈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열심히 일할 생각도 없으며 취업보다는 자신만의 사업을 하는 것이 낫고, 적절한 돈을 모으고 나면 일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I세대에게 쇼핑, 패션, 돈처럼 물질은 과거 세대와 달리 과시나 경쟁적인 수단이 아니라 실용적인 수단일 뿐이다.
[불확실한 결혼관]도 i세대가 가진 더딘 성장 문화, 개인주의, 안전주의로 인해 감소된 성적 관심과 저조한 이성 교제 문화의 결과가 빚어냈다는 것이다. 연애의 파경에서 오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결혼이라는 의무감을 최대한 연기시키고자 하는 안전주의와 개인주의적인 사고가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불확실한 관용과 평등]은 인종차별과 성차별 문제에 대해 i세대가 과거 세대와 비교해 보여주는 비교적 진보적이지만 비슷한 태도를 말한다. i세대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평등’을 지향하기 때문에 ‘차별’에 대한 저항과 거부가 강하지만, 비난 아니면 침묵을 강요하는 모순된 현실 속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혼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독립성]은 i세대가 갖고 있는 정치관을 표현하고 있다. i세대 스스로는 개인주의적인 가치관에 입각해서 정치적 견해를 결정한다는 것인데, 똑 같은 가치관이지만 가치관 사용의 목적이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과거 세대와는 다른 정당 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되어 결국엔 극단적 정치 성향의 지지가 되고 정치적인 분열 양상이 되어버렸으며 정부와 정치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대신 사회적 문제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기존의 세대가 i세대를 위해 해줘야 하는 의무적인 지침들을 조언하고 있다: 스마트 폰 사용의 제한; 현명한 스마트 폰 사용법 제시; 포르노로부터 10대 청소년의 보호; i세대에게 직접적인 체험과 모험의 장과 기회를 제공할 것 등이다.
이 책은 매우 놀라운 책이다. 몇 십 년에 걸쳐 미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자료에서 분석한 내용을 오늘날의 한국 청소년들에게 똑같은 해석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IT기술 발전 속도가 미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면을 고려하면, 비슷한 IT문화를 거의 동시적으로 공유하는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청소년들이 하루 종일 스마트 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해서 액정 화면만 주시하며 살아가는지? 왜 그렇게 셀카를 찍어대고 SNS에 올려 대는지? 왜 SNS 상에서 행해지는 악성 댓글 형태의 사이버 언어 폭력이 피해자 청소년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구조와 방식이 되었고, 이들 청소년들의 사실상 주거공간인 가상세계를 만들어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방치해버린 어른 세대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지하고 무관심한지? 등등.
한마디로 신문 사회 면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청소년 관련 이슈와 문제의 근원에 대한 해설로 가득 차 있다. 원인을 알면, 해결책에 접근할 수 있는 법. 이 책의 내용이 한국 청소년 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하나의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본다.
2018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 세대를, 특히, 대한민국의 청소년 세대를 거의 정확하게 설명하며 가장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책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청소년 자식을 둔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님들과 한국의 청소년들을 이해하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강력하게 권하고 싶은 필독서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