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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야방 : 풍기장림 2 ㅣ 랑야방
하이옌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18년 6월
평점 :
이 책은
소설 랑야방 시리즈 2부의 두번째 파트로서, 소설의 주요
적대 세력들의 등장과 활동을 그리고 있다. 화친을 바라고 대량국의 사신으로 오게 된 북연국의 5번째 왕자 혜왕이 대량국의 황궁 안의 연회에서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된다. 이를
계기로 장림왕부의 사람들이 악화된 북연과의 관계에 대비해 군대 파견에 따라 서로 떨어지게 되고, 이
틈을 타 과거 대량국에 의해 멸망된 야진국의 결사대 잔당 출신으로 현재 대량국의 상사로 있는 복양영이 주도하여 장림왕부를 쓰러뜨릴 목적으로 대량국의
수도인 금릉성 근처 마을 ‘적하진’과 황궁 안의 태자에게
전염병인 역병을 퍼뜨린다. 의원 임해의 활약으로 역병의 창궐을 막아내고 치료에 성공하게 되지만, 복양영 잔당의 치밀한 습격에 의해 장림세자의 동생 소평정이 극독인 ‘상골의
독’에 중독된다. 복양영으로부터 해독제를 얻기 위해 장림세자
소평장이 직접 나서는데, 과연 무사히 해독제를 얻어 동생을 구해낼 수 있을까?
아버지끼리 의형제 사이인 임심과 장림왕 소정생이 자녀의 정혼을 약속했던 것을 알고 있었던 임해는 이를 거부하고 정치와 무관한 삶을
살려고 결심하지만, 소평정이 중독되고 난 후 그를 살리기 위해 마음을 고쳐먹게 된다.
한편, 모친의 유서를 통해 친부 래양왕의 사연을 알게 된 아들 래양후 소원계는 나름대로의
결심을 하게 되고, 서서히 실행해 나가기 시작한다. 과연
소원계가 꿈꾸는 바는 무엇일까?
이런 와중에 북연이 대유와 손을 잡고 대량국의 북쪽 국경 지역인 녕주를 침략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장림왕 소정생을 구하기 위해 소평장은 구원군을 이끌고 출정하게 되는데, 과연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이 소설은 대량(梁)국의 황제 가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권력 다툼을 주제로 쓴 무협 정치 사극으로 전편 랑야방 1부(권력의 기록)에 이은
2부에 해당하는 작품이며, 주요 등장 인물들은 1부에 등장했던 인물과 사건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연속성이 있지만, 1부와 2부 사이에 약 50년의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참고로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대량(大梁)국은 가상의 국가이며, 중국 역사상 시기적으로는 남북조 시대와 수당시대를
참고하여 만든 가상국가라고 한다).
랑야방 시리즈의 특징은 무협이 보조적인 요소로 가미되어 흥미를
유발시키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고도의 전략적 대결과
모든 것을 걸고 벌이는 냉혹하고 비정한 승부의 세계, 특히 권력 투쟁의 비극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권력 투쟁에 연루된 사람들의 행동과 심리의 묘사이다.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인 아무리 친한 형제나
친구와도 도저히 함께 공유할 수 없게 만드는 권력의 속성이 이 작품의 주된 주제이기도 하다.
또한, 저자의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만든 탄탄한 구성과 정치 권력의 비정함에 대해 과감하고 치밀한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쉽게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임해’로 표현되는
이른바 워킹 걸 유형의 여성이 가지는 애정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소평장과 몽천설’ 부부의 모습으로 표현하는 가족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의 갈등에 대한 묘사, 즉, 최소한의 사회적 관계 집단이 되는 부부 단위의 정(情)과 부부를 포함하는 대가족 단위의 애정(愛情)이 충돌하는 지점과 정리되는 과정을 그려낸 것은 현대인의 관점과도 겹치기 때문에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무협 작가들의 작품과 차별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소설 작품은 TV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방영되었는데, 1부와 2부 모두 소설의 원작자가
극본가로 참여해 실제 드라마 내용이 소설의 내용과 똑같다. 개인적으로는 TV드라마를 먼저 접했었는데, 드라마와 소설, 모두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글자로만 묘사되어 있는 모습을 유려한
그림으로 재현한 드라마도 볼만하고, 화면 속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에 숨겨진 원래 의도와 자세한 설명은
소설을 통해 알게 될 수 있다. 한 번 빠지면, 결말을 보기
전까지 절대로 빠져 나올 수 없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