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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 가깝지만 정말 가까워져야 하는 나라, 일본! ㅣ 일본 연구 시리즈 3
신규식 지음 / 산마루 / 2018년 5월
평점 :
이 책은 일본 국민의 특성과 문화가 일본 역사에 기인하여
형성된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일본인의 여러가지 특성 중에서 특히 준법성과 권위에 대한 순종, ‘일생현명(一生懸命)’으로
일컬어지는 장인정신에 대해 관련된 일본의 역사와 문화들을 기술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권위에 대한 절대적 복종의 역사와 문화’,
‘일생현명(一生懸命)의 장인정신’.
먼저, 절대적으로 법을 지키고 상위 권력 계층의 권위에 대한 절대적 복종이 생겨나게 된
역사적 사건들과 문화들을 열거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에 의한 시마바라(島原)의 반란과 진압; 기독교 탄압을 위한 후미에와 사청제(寺請制)의 실시; 일본
불교의 부흥과 쇠락의 역사; 농민 반란의 방지를 위해 도입된 촌청제(村請制)와 오인조(五人組), 사청제, 인별개(人別改), 종문개(宗門改), 전전영대매매 금지, 분지제한령(分地制限令)의 실시; 특이한
취향을 정책에 반영했던 에도 막부 쇼군 도쿠가와 쓰나요시; 쇼군을 위한 녹차 진상 품을 대하는 태도의
신성화와 강요; 공익을 위해 앞장선 농민인 ‘의민(義民)’의 존재와 사례; 공익을
위해 지방 영주 다이묘(大名)나 쇼군(將軍)에게 직접 호소나 진정하는 직소(直訴).
저자는 장인정신이 생겨나게 된 역사적 배경에는 일본 중세시대부터의 철저한 계급적 신분제 사회 속에서 신분 이동이 불가능한 태생적 직업의
한계와 이른바 명인을 신처럼 예우하는 ‘천하제일 사상’의
문화 때문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된 일본의 역사적 인물들과 사회적 집단 현상으로 나타난
일제한문(日製漢語), 단체 경기 종목인 400m 이어달리기, 국제적 브랜드 가치를 가진 일본 기업의 사례들을
나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생각하는 일본인의 침묵과 순종에 기반한 준법정신과 장인정신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발전을 추구하여
전체적으로 효율적인 국가 발전을 이루어 오늘날의 일본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일본 문화와 역사에 기반하여 일본인의 특성과 관련된
사항들을 알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주장에 일부분은 동의하지만, 논란이 될만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권위에 대한 절대 순종]의 경우,
기독교에 대한 탄압은 일본뿐만 아니라 조선에서도 멸문지화에 해당하는 탄압을 받았으니 일본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고, 에도 시대의 촌청제나 오인제보다도 130 여 년 앞서 조선 성종
때부터 ‘오가작통법’이 시행된 바 있다. 개인적 견해로는, 일본에서는 유교 사상이 발달하지 않은 것과 지진
같은 자연 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 일본인들의 종교나 사상적 가치관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된다: 조선
사대부 지배층의 유교사상에서 인명과 신체에 대한 가치를 소중히 여겼기 때문에 일본처럼 잔인한 형벌을 내리지 않았고, 일본 에도 시대의 다이묘나 사무라이 지배층에서 조선처럼 유교 사상을 생활 윤리나 사회 질서의 사상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학문으로 받아들여서 실천하지 않았고 농민들은 자연재해로 인한 가족과 마을 공동체의 해체와 생성에 적응하기 위해 평소 생활 습관은
신사나 사원 위주의 자연적 토테미즘 신앙 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실적 생존’에 집착해 지배층에 순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시각도 제기할 수 있다. [장인정신]의 경우, 18세기 난학의 창시자 스기타 겐파쿠가 에도의 검시관이
된 후에 네덜란드인의 ‘인체해부도’의 소문을 듣고 호기심에
규슈의 나가사키의 데지마까지 찾아가 네덜란드 의학서적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번역하는 것으로부터 일본의 근대 번역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본이 만든 한자어는 일본이 먼저 근대화를 시작했기 때문으로, 그보다는
‘삿쵸동맹’처럼 극적인 역사적 사건 때문에 근대화 자체가
한자문화권 중에서 일본이 일찍 성공한 탓이라고 보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일본의 와규도 ‘비단잉어’, ‘시바 견’처럼
순종교배를 통한 품종개량이 유행했던 에도 시대의 과시적 문화 습관이 빚어낸 교배 기술이 메이지 시대 때 농촌의 소고기 개량으로 이어진 연장선으로
이해될 수 있다.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일본인에게서 분명히 인정해야 하고 배워야
할 점은 있다: ‘경지에 이른 기술과 기술인에 대한 예우’와
‘정직성’. 둘 다 문화와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드는 것을 존중하고 칭찬하고 호기심을 가지는 문화를 가지기 위해 사회적인 처우와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특히 어릴 때부터 ‘호기심을 장려하는’ 교육과 ‘정직해도 손해를 받지 않고 이익을 받는다’라는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본 역사 책이나
다른 시각의 일본 문화와 관련된 책도 함께 보면 더욱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