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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리성으로 가는 언덕길 - 가마쿠라 요시타로와 근대 오키나와의 사람들
요나하라 케이 지음, 임경택 옮김 / 사계절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오키나와 지방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그리고 이를
연구한 사람들, 특히 ‘가마쿠라 요시타로’라는 류큐 문화 연구가이자 빈가타 기술 전수자를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다. 시기적으로는
일본의 류큐 왕국 지배가 시작되는 에도시대 이후부터 2차 대전 종전 후 미군정에 의한 일본 반환시기까지
다루고 있다. 역사 속의 현장에서 특정 지역인 오키나와 지방과 오키나와 주민들과 이들을 연구하는 외지인이
몸소 숨가쁘게 벌어지던 역사적 사건들의 생생한 체험의 순간들이 묘사된다. 류큐왕국은 15세기 중반부터 성립되어 19세기 후반 일본의 메이지 유신에 의해
일본국의 영토로 강제 편입되기까지 유지되었으며, 영역은 오키나와 지방(오키나와
제도, 아마미 제도, 미야코 / 아에야마 제도 등)에 해당된다고 한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문부성 회화 전시회에서 오키나와 지방의 소재를 다룬 작품 ‘류큐의 꽃’을 우연히 보고 난 후, 가마쿠라 요시타로의 인생은 달라지게 된다. 도쿄 미술학교를 갓 졸업하고 오키나와현 여자사범학교/고등여학교 교사로
부임해온 가마쿠라는 류큐 왕국의 문화, 역사, 예술에 점차
관심을 가지고 빠져들게 되어 평생의 연구 과업으로 삼게 된다. 그러면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수많은 평생의
고마운 인연들이 함께 소개가 된다. 가마쿠라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특히 2명의 인물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한명은 류큐왕국의 상위 귀족가문 출신의 ‘스에요시
바쿠몬토’와 다른 한 명은 현직 내대신의 조카였던 ‘이토
주타’이다. 류큐 문화를 문헌학적으로 잘 정리한 연구 결과와
다양한 류큐 문화의 전문가 인맥들을 가마쿠라에게 소개해주지만 비참한 최후를 맞는 바쿠몬토와의 인연이 딸에게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인생의 오묘함을
느끼게 된다. 이토를 통해 본격적인 류큐문화 연구에 들어서게 되고 무엇보다 관동대지진 이후 이토와 가마쿠라가
벌인 이른바 ‘슈리성 철거 취소 작전’의 긴박함은 한편의
영화 속 장면을 연상케 한다.
도쿄로 돌아와 시작하게 된 가마쿠라의 도쿄 미술학교 미술사 연구실의 연구생활은 점점 일본정부의 군국주의 정책에 휩쓸려 뜻하지 않게
중단되는 시련을 맞게 된다. 이후 2차 대전의 격전지가 되어
폐허로 전락한 오키나와 섬의 소식을 듣고, 가마쿠라는 젊은 교사 시절 하숙집 아주머니를 통해 알게 된
류큐 전통 수공예품 ‘빈가타’의 전승을 위해 매진하게 된다. 가마쿠라는 노년에 젊은 시절 수집했던 류큐문화 관련 취재 자료와 직접 찍은 사진들을 정리한 책을 남기고 유명을
달리 하는데, 이 때 출간한 책이 나중에 류큐 왕국의 슈리성 복원 사업에 귀중한 자료로서 쓰이게 된다.
어찌 보면, 이
책의 주인공은 둘이 아닌가 싶다. 하나는 ‘류큐 문화’로 일컬어지는 오키나와 지방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이를 추적하여
연구하고 기록으로 남겨 후대에 전했던 미술연구가 ‘가마쿠라 요시타로’.
이 책을 읽는 내내, 역사적
사건과 그 속에서 직접 현장을 체험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묘사에 몰입되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마치
한편의 웰 메이드 다큐멘터리의 원고를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
책의 번역도 깔끔하고 일본 문화나 용어, 인물에 대한 자세한 해설도 각주로 표시하고 있어 유용했고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근대 일본 역사와 오키나와 지방의 류큐 문화와 역사에 관해
탁월한 개설서라고 생각된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