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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 인물 열전
소준섭 지음 / 현대지성 / 2018년 4월
평점 :
이 책은 중국 역사
5,000년 동안 등장했던 인물들의 생애와 업적을 통해 중국의 역사를 조명한 책이다. 시대별로는
전설 상의 요순우 임금부터 은나라, 주나라, 춘추/전국 시대, 진, 한, 위진남북조, 수, 당, 송, 명, 청, 중화민국, 중화인민공화국까지 중국 역사 전체 시기를 아우르며, 79명의 주요한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주요 왕조의 개창자(진시황제, 한고조 유방, 당태종
이세민, 송태조 조광윤, 명태조 주원장), 역사상 대부호의 인물들(춘추/전국
시대의 자공, 백규, 범여,
여불위, 한나라의 등통, 청나라 때의 화신, 호설암, 소적장), 유명한
문학 인사들(도연명, 이백,
두보, 소동파, 육유, 조설근, 루쉰, 린위탕), 위대한 사상가들(공자, 주희, 왕부지) 등등. 우리가
알고 있는 웬만한 인물들은 거의다 소개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물인 당나라 고종과 측천무후 때 활약했던
재상 적인걸과 북송시대 활약했던 판관 포증의 이야기는 너무 반갑고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책
속에서 만난 특징적인 인물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말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을 꼽으라면 전국시대의 범여와
청나라 황제 강희제가 머리 속에서 강하게 떠오른다. 전국시대에 활약했던 범여의 삶은 인생의 영욕과 희로애락을
모두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범여는 월나라에서 재상으로 있으면서 월왕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정복하여 월왕 부친에 대한 복수를 이루게끔 만든 후, 곧바로 모든 벼슬과 재물을 버리고
다른 나라로 떠나 궁극에는 도나라에 정착하게 된다. 범여는 19년
동안 옮겨간 3군데의 모든 나라마다 정착하여 명예와 천금의 부를 쌓았지만, 전부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고 미련을 두지 않았던 점이 특이했다. 이상하게도
자식 농사는 뜻대로 되지 않아 결국에는 슬픈 가족사를 맞이하게 되는데, 그 모든 것조차도 미리 예상하고
결과를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범여의 태도는 마치 도를 깨우친 도인의 모습까지도 연상시키게 만든다.
또 한 명의 강렬하게 다가왔던 인물은 청나라 전성기를 개시했던 강희황제이다. 만 7살의 어린 나이에 황제 자리에 올라서 외척세력과 권신세력들에 의해 휘둘림을 당함에도 불구하고, 16세때 자신만의 힘으로 권신세력들을 물리치고 친정을 시작하여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기 시작한다. 5살 때부터 독서를 시작한 강희제는 14세부터 내신들과 하는 조정회의, 소위 ‘어전청정’을 죽을
때까지 단 하루를 쉬지 않고 했으며, 경서와 역사 강의 제도인 ‘경연’도 역시 마찬가지로 하루도 빼지 않았다고 한다. 지방 순시나 사냥을
나갈 때도 심지어 지방에서 반란이 일어났을 때도 독서를 멈추지 않았고, 늘 신하들과 토론하기를 즐겨
했다고 한다. 마치 조선시대 세종, 영조, 정조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강희제는 55명의
자식과 97명의 손자들 모두를 ‘상서방’이라는 이른바 황손학교를 마련하여 새벽 3시부터 오후 7시까지 16시간 동안 유학경전을 공부하고 활 쏘기와 기마, 무술 등을 익히게 하였다. 특히,
강희제는 모든 책마다 100번도 아닌 꼭 120번
읽고 120번 암송하는 공부 법을 강요했는데, 자신이 어려서
했던 공부방법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수준의 교육을 통과한 황손들 중에서 선택된 후계자가 통치를 못하고
혼군이 되기를 기대하는 건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 밖에도 중국 역사에 대해 다양한 인물들의 활동을 통해
알게 되는 역사적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져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인물의
생몰연도까지 표시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없어서 아쉽게 느껴졌다.
색다른 중국 역사 이야기를 찾는다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