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복잡한 세상을 만나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지식인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완웨이강 지음, 이지은 옮김 / 애플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 지식인(智識人)으로 살아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새로운 가치관과 정치, 경제, 심리, 기술 등 여러 가지 사회 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해석하고 전망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방면의 이론들을 사용하여 설명한 책이다. 책의 내용은 크게 4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다: 세계관 각성; 컨베이어 벨트 시대의 영웅; 지식인의 잡학 사전; 이미 다가온 미래.
첫 번째 부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기존의 상식들을 뒤엎는 결과를 나타내는 연구 결과나 과학적 사실들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에는 없는 민주주의 정치제도나 권력의 법칙, 인간 차별 문제, 인간의 도덕성 메커니즘까지 어쩌면 중국인으로서는 불편할 수도 있는 주제나 내용들을 저자는 과감히 다루는 것이 특징적이다.
다음으로는 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공통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 제도에 대해 저자의 논의가 펼쳐진다. 미국 대학 교육에 대해 직접 경험이 없이 중국 대학 교육만을 받은 저자가 미국 대학에 관한 저서에서 얻은 간접적인 정보만 가지고 중국과 미국의 대학 교육에 대해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실효성에 매우 회의적이다. 예를 들면, 저자는 단순히 입학 지원율과 단편적인 학창 생활만 가지고 중국과 미국의 대학을 비교하고 있는데, 졸업 비율과 실제 대학 교육의 진행 방식과 내용까지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비리그 대학만 놓고 보더라도, 학생의 입학허가율이 10~20%를 넘지 않으며 졸업성공률이 40%를 넘지 않고, 교수의 경우 신임 교수가 종신직인 정교수로 남아서 승진할 확률이 20%가 되지 않는다. 토론과 실용 지향적 강의 위주인 미국 대학 교육의 목적도 중국 대학 교육의 목적과는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세 번째로, 저자는 복잡한 사회를 만드는 새로운 기술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빅데이터, 사고의 척도, 기술의 진보 원리, 영어 학습법, 비판적 지식 습득법(인포러스트), 논술법(설전군유), 베이즈 정리의 의미, 진화심리학, 우주 천체물리학, 디지털 기술 등.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저자가 베이즈 정리를 과도하게 신뢰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베이즈 정리가 인공지능에 사용되는 기본 원리이고 혁신적인 도구임은 맞지만, 단점도 분명한 원리이기 때문에 제한적인 용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이전 사건에 대한 확률 값, 즉 기존 입력 데이터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매우 낮은 확률로라도 문제 해결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아예 기존 데이터가 없는 경우, , 처음 만나는 상황에서는 전혀 해결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가올 신기술인 인공지능(AI)와 로봇 기술에 의한 사회적 양상의 변화들을 다루고 있다. 이것도 역시 저자의 의견에 일부분 동의하지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다: 예를 들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분야의 직업을 택하라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경우 실제 사용될 수 있는 분야와 환경은 매우 제한적이고 한정되어 있고, 인터넷과 분산처리 기술은 사회의 조직과 문화를 바꿀 수도 있지만 사회구성원들의 합의와 정치와 경제적 제도가 마련되고 기술적 완성이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완전히 인간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저자는 새로운 가치관 확립을 위해 주로 소위 이공계의 가치관’ – 취사(tradeoff), 계량화, 과학적 방법에 기반하여 현상을 이해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데, 나름 합리적이고 독특한 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실험 데이터에 근거하는 사회학 연구 방법론과 학설(theory)에 대한 저자의 과학적 방법론적 믿음은, 지나친 면이 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사회학에서 많이 사용하는 실험 방법이 설문 조사나 개방 환경에서의 불특정 다수의 반응에 대한 관찰 결과인데, 결과 수치의 의미와 원인을 해석하는데 여러 가지 다른 관점의 반론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샘플링의 대표성이나 일반화의 오류, 실험 환경의 구조적 문제점 등에 따라서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하다.
차라리, 인지심리학이나 신경심리학의 결과에 기반한 주장을 소개하는 부분이 이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된다.

전반적으로 저자가 논란이 될만한 주제와 주장들을 다루고 있지만, 한편으로 저자가 근거로 인용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고전과 최신이론의 내용은 살펴볼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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