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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분의 1의 남자 - 황제 자리를 두고 벌인 인류 최대의 권력 투쟁
미네무라 겐지 지음, 박선영 옮김 / 레드스톤 / 2015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중국 공산당 시진핑 주석의 권력 승계 과정을 중심으로
현대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전개와 현재 당면한 문제점을 기자 출신의 저자가 직접 현장에서 약 6년에
걸쳐 취재하여 작성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전체적인 책의 구성이나 이야기 전개가 긴박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기술되어 있어, 비록 취재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마치 완성도 높은 한편의 정치 스릴러 영화나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매우 몰입하여 읽게 된다.
시작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도시의 부촌에 거주하고 있는
일명 ‘얼나이’(二奶村, 중국 공산당/정부/군대의 고위 관리들의 첩)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며, 미국 최고 대학에서 공부하는 시진핑의 딸을 포함한 ‘홍싼다이’(紅三代,
중국 공산당 혁명세대의 손자손녀)의
모습을 그리면서, 그런 모습 속에서 발견되는 중국의 권력자들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언뜻 시진핑이 첩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왜 쌩뚱맞게 현재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고위 관료들의 첩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점이 읽는 내내 맴돌았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다시 한번 등장하는 얼나이의 역할의 중요성을 깨닫고 나서야 저자가 만든 이야기 구성의
치밀함과 배치의 의도를 깨닫게 되면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다).
저자는 약 6년에
걸쳐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에 대해 취재하면서 깨달은 2가지 결론을 내리게 된다. ‘중국 공산당 역사는 권력투쟁의 역사’이며, ‘권력투쟁이 바로 중국 공산당의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초대 중국 공산당 서기 마오쩌둥으로부터 내려오는 공산당의
권력 승계 과정 속에 드러나지 않고 숨어 있던 치열한 권력 투쟁의 역사를 이 책에서는 과감히 드러내어 기술하고 있다. 특히,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3인에 얽힌 이야기는 대립, 음모, 배신, 우연, 복수, 반전 등과 같은 너무나도 극적인 요소들이 교묘하게 녹아 들어
있어 하나의 장편 정치 스릴러 드라마를 능가한다.
관건은 현재 중국의 최고 권력자 ‘시진핑’에 맞춰져 있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시진핑’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저자도 취재를 통해 파악하게 된 몇 가지 중요한 키워드를 가지고 향후 전개될 중국 공산당의 미래를 예측하고자
한다. 제 9대 중국 공산당 총서기 취임 연설에서 시진핑이
제시한 ‘중궈멍(中國夢, 중국의 꿈)’속에서 지향하는 정치 사상으로 유교 사상, 그 중에서 순자의 법치와
계몽 사상이 바탕에 깔려져 있음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더욱 강력해진 권력을 갖춘 시진핑 체제에서 반부패운동이나 강한 민족주의적 정책 등 향후 중국이 추구하는 대내적 대외적 방향을 예측하는
저자의 의견은 매우 타당성이 높게 느껴진다.
또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저자도 말미 에필로그 부분에서 밝혔듯이, 소위 ‘기자’의 본질은
간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여서 발로 뛰는 ‘현장 취재’에
있다라는 신념이 가장 인상적이었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최근 중국 공산당의 역사와 향후 중국 정부의 정치와 외교
정책 노선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특히 현직 기자와 외교부 직원들에게는 필독서로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