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보름달문고 23
김려령 지음,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가슴에 징하게 새겨진 상처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아니다. 사실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할 만한 것은 아니다.
수십년을 살아오면서 상처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그 무게와 고통은 본인만이 가늠할 수 있는거라고 알아왔으니까.
남들은 함부로 누군가의 가슴의 상처를 이야기 할 수 없다.
그 누군가의 가슴이 ’하늘이’처럼 공개 입양된 아이의 가슴이고, 
그 가슴에 심장병 수술로 인한 해마 모양의 상처가 있다면.
더더욱 함부로 이야기 할 것은 아니다.


신기하게도 내 기억 속에 4학년 이전의 기억은 별로 없다.
아주 짧은 단편 단편들로 이루어진 사건들, 친구들의 아스라한 얼굴, 집 주변의 단편적 풍경 뿐.
5학년 이후로 전학을 오고 나서 5,6학년 때의 기억은 바로 어제라 할 만큼 생생하다.
어떤 친구와 어떤 느낌의 소통을 했는지, 어떤 시간엔 어떤 행동들을 했는지...
소소한 내 감정과 느낌들이 여전히 기억이 나는 걸 보면
그때가 자아를 찾아가는 시작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라는 존재에 눈을 뜨고 내면을 들여다 보고 내 생각과 감정이 중요해 지던 시기.

그때, 우리 엄마는 병상에 누워 계신 할아버지 뒷수발을 하느라
아침부터 밤까지 할머니 댁에 가 계셨다.
할아버지가 다른 사람의 손은 거부하시고 오직 큰 며느리인 우리 엄마만 찾으셨다.
착한 우리 엄마는 어린 우리 셋을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매일 아침 일찍 나가셨었다.
매일 힘없이 나가는 엄마의 뒷모습, 옆모습,
그리고 쪼르니 달려가 엄마의 볼에 입을 맞추던 그 느낌,
그리고 엄마의 옅은 화장품 냄새까지도 생생하다.

나의 엄마지만 그렇게 나갔다 들어오는 모습이
내 마음에 왠지 모를 횅함과 지긋한 답답함으로 다가왔었다.
허전한 느낌. 버려진 느낌. 이해는 하지만 섭섭한 느낌.
답답하고 지긋지긋해 하는 엄마의 느낌이 한 마디 말 없이도 전해져 숨 막히는 느낌..

   
  나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돼서 우리 집에 왔다고 한다. 그러니 친부모와 헤어지던 때를 기억할 수 없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통과하는 순간이 있다. 버려진 강아지를 볼 때, 혼자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볼 때, 덩그러니 떨어진 낙엽을 볼 때도 그렇다. 아마 내 어딘가에 헤어짐의 기억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어떻게 슬퍼해야 할지 모르는 슬픔, 생각할수록 화나고 서운한 슬픔. p.20  
   

친부모에게 완전히 버림 받은 하늘이에 비하면 나의 느낌은 철없는 투정에 불과하겠지만
이 구절을 읽는데 나의 그 시절이 떠올라 나 역시 서늘한 기운에 잠시 몸을 감쌌다.
고작 6학년 짜리가 ’덩그러니 떨어진 낙엽’에 서늘한 기운과 헤어짐의 기억을 더듬다니...

하늘이는  공개 입양된 자리에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복해 보이는 아이지만
혼자 자신만의 집을 만들어 가듯 내면적으론 고독한 아이이다.
공개입양아로 사는 것, 많은 사람의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것 이전에 근본적으로
이 사람들이 나의 친부모가 아니라는 것과 어딘가에 나를 품었던 친부모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고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
서로를 원하고 사랑하지만 감정적, 정서적으로 괴리감을 느끼는
엄마와의 보이지 않는 갈등 묘사는 하늘이의 서늘함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런 서늘한 기분을 얼마전 어떤 아이에게서도 느꼈었다.
5년 전 병으로 친 엄마를 잃은 중학교 1학년 여자 아이.
2년 전 참 친절하고 좋은 새 엄마를 두었다고 했다. 
적극적이고 표정도 밝은 그 아이가 멀리 서 있는 새엄마를 ’엄마!’하고 부르는데
왜 내 마음이 그렇게 서늘해 졌을까.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그랬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서
낙엽이 뒹굴어 가는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거다.
친엄마와 딸 사이의 멀어지는 순간, 새엄마와 딸 아이의 가까와져야만 하는 순간,
이 책 속 하늘이처럼 공개 입양한 유명인 엄마와 딸 사이의 긴장감을 깨뜨려야 하는 순간...
’가족’이 되려면 그렇게 깨뜨려야 할 서늘한 순간들이 있는거다.
가슴에 새겨진 해마조차 가족이 되려면 깨뜨려 다시 안아야 할 순간들이 필요하다.

난 아쉽게도 그런 기회를 십수년이 지난 후에 얻을 수 있었다.
이 책 속 하늘이는 다행히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얻게 된다.
물론, 앞으로도 다시 깨뜨리고 품어야 할 순간이 많이 오겠지만 
그렇게 가족이 되어가는 순간은 차츰 차츰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든다.

사춘기를 시작하는 아이들,
앞으로 가족 때문에 가슴에 서늘한 상처 하나씩 떠안게 될 아이들에게
이 책은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할 것 같다.
진짜 가족이 된다는 것은, 서늘한 상처마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것을.

댓글(6)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잘라 2011-05-1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우아한 거짓말』을 읽고 '권하고 싶지 않는 이야기, 그러나 시작했다면 끝을 볼 수 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썼어요.

얼마 전에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를 읽고 '그 비슷한 사람을 본 적은 있어요'라고 썼구요.

내일이나 모래 『완득이』를 읽을건데, 세 번 째 책에 와서야 저는 김려령,이라는 작가를 완전히 기억하게 되었다,고 쓸 수 있을것 같아요.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는, 별 다셧개 주셨군요! 『완득이』 다음에 읽어볼께요. 님의 리뷰를 읽으니 느낌은 왠지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5-11 20:49   좋아요 0 | URL
아...그러니까 저 책들이 이 작가가 쓴거였군요..이런 무식한 저 같으니!
다른 책들은 읽어보지 못했어요.

별점은요, 제가 후한 편이예요.
메리포핀스님의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리뷰 보고 왔어요.
비슷한 느낌일 듯도 한데...
이 책은 그렇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요.
내면적인 갈등을 다루고 있지만 아이들 책이라 무겁게 다루지는 않았어요.

포핀스님 덕에 다른 책도 찾아봐야 겠어요^^

마녀고양이 2011-05-1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제 맘도 서늘해졌어요... 아까 그 순간을 읽을 때.

현맘님 또 찌찌뽕~
저는여 초등 2학년 때 전학왔는데, 그 이전은 기억나는게 거의 없어요.
그런데 전학 온 그 순간부터 기억이 아주 생생해요. 신기하더라구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비단 가족 뿐 아니라
조금씩 가까와지는, 세월을 함께 하는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거 같아요~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5-11 20:50   좋아요 0 | URL
우리는 공통점이 많네요! ㅎㅎ
'전학'이라는 건 그 나이때의 아이들에게 참 큰 문화적 충격이예요. 그죠..
전학 첫 날의 느낌, 만났던 아이들, 선생님 얼굴은 아직도 서늘한 느낌으로
잊혀지지가 않으니 말예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죠.
지쳐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수용!! 우리두요!

감은빛 2011-05-12 01:11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저랑도 똑같아요!
저도 2학년때 전학왔어요.
그런데 저는 그 전의 기억도 생생합니다.
아니 오히려 너댓살쯤 무렵의 어릴때 기억이 오히려 더 생생해요.

제가 가장 기억안나는 건 오히려 전학 직후의 시기예요.

마녀고양이 2011-05-14 01:30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이 이상하신거죠!
네댓살 정도에 사람의 기억 방식이 바뀐다는 사실 아세요?
아마..... 감은빛님은 저희보다 진화된 상태일지도, 에헴,
뇌 검사를 한번 해봅시다.............. ㅋㄷㅋㄷ
 
노트북 일반판 - 할인행사
닉 카사베츠 감독, 리안 고슬링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 그는 훨씬 더 성숙하고 멋진 남자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 단지 그가 궁금해서 들렀던 그녀는 자신의 모든 선택들을 뒤로 하고 그의 곁에 영원히 남기로 결정한 것이겠지. 외부적 강압에 의해 헤어졌을 때에도 그녀는 되돌아 올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확신도,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확신도 없었으니까. 첫사랑의 뜨거움과 달콤함은 강렬했지만 아직 덜 여문 과일처럼 단단하지 못했다. 

그는 365통의 답장없는 편지를 쓰며 단단해져 갔고, 수없이 많은 대패질과 못질을 하며 여물어져 갔다. 공허한 눈빛과 허한 마음은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본능적 갈망과 뒤섞여 더 깊고 더 진한 그만의 향기로 빚어져갔다. 어린 청년의 모습에서 단단한 남자의 모습으로 성장해 간 그는 매력적이었다.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하는 그녀를 되돌아오게 할 만큼.  

 

나는 그의 입장이었다. 떠나고 돌아오는 그녀의 마음보다는 사랑을 품고 약속을 지키고 끊임없이 기다리던 그의 마음이 훨씬 더 공감이 갔다. 시종일관 무심하고 덤덤했던 그의 표정에서 나는 온갖 고통과 절망과 인내와 공허를 읽을 수 있었다. 7년만에 그를 보러 온 그녀 앞에서 아무 말도, 어떤 표정도 짓지 못했던 그의 마음은 내 마음이었다. 그녀를 그리며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그녀의 화실을 선사할 때도, 그토록 기다려왔던 그녀와의 격정적인 사랑의 시간에도, 다시 떠나겠다며 일어서는 그녀를 바라 볼 때도 그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도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얼마나 오래 그녀를 기다려왔는지, 얼마나 간절히 그녀를 원하는지..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진심. 그 마음이 내 마음 같더라.  

그래..여기까지는 그들이 젊기에 가능하다 여긴다. 또한 마음은 아프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보여진다. 수많은 젊은 남녀는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고 그 중에 또 많은 이들은 떠난 이를 오래도록 기다린다. 하지만...

 

# 그토록 오래 기다릴 수 있을까 

난 뭐든 잘 기다리는 편이다. 오랜 시간 사람을 기다리는 것도, 어떤 일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도, 마음이 변한 누군가의 마음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도, 뭐든 진득하니 하는 것은 잘 하는 편이다. 그래서 자신있다. 하지만 '그'처럼 기다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엔 대답하기 어렵다. 별로 기다리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 

젊은 시절 떠난 연인을 기다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일이다. 고통스럽다지만 기다릴 만한 일이다.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넉넉히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얻은 사랑, 오래도록 자식 낳고 살 부비며 이꼴 저꼴 다 보고 산 배우자를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오래도록 기다리는 일....그건 사실 자신 없다. 오래도록 살아 온 정이 있으니 의무감으로, 혹은 사람된 도리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온전히 상대를 위한 사랑 하나로 조금씩 기억 저편으로 들어가 죽어가는 배우자를 그렇게 기다리는 일은....자신 없는 일이다. 

젊고 건강하고 나를 열렬히 사랑했던 누군가에게 희망과 기대를 품는 것은 당연하지만, 늙고 병들고 나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기적을 바라며 지고지순한 사랑을 쏟는 일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혹여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 하여도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완벽한 기적과 희망으로 끝난다. 가능하지 않은, 쉽지 않은 기다림과 사랑의 결론은 기적, 그 자체이니까. 

 

# 오랜만에 코드 맞는 영화 

이 영화는 극과 극의 평을 받았다 한다. 클래식한 멜로 영화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영화라는 평과 진부하고 지루한 영화라는 평. 나에게 이 영화는 아주 대단한 감동을 주지는 않았지만 잔잔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영화 보기를 그닥 즐겨하지 않는 나였지만, 쉽게 지루해지지 않았고 집중력있게 몰입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 배경과 한템포 느린 전개 속도, 어쩌면 뻔하게 예상할 수 있는 안정적인 스토리. 긴장하고 예민하게 보지 않아도 되었던 영화. 그러면서도 마지막에 뭔가 뭉클하면서도 해피엔딩이었기에 더 좋았다. (난 해피엔딩이 좋다~^^) 

이런 영화라면 일주일에 한 편 정도는 부담없이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보고 나서 멍해지고 머리 아픈 영화, 혹은 무슨 이야기인지 계속 추측해야 하는 영화, 다양한 해석을 하도록 열어 두는 영화 등은 재미있고 기발하고 멋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를 피곤하게 하기 때문에 즐기지 않는다. 복잡한 일상을 어느 정도 뭉뚱그리고 융화시킬 수 있는 정도의 나른함과 평범함, 바쁜 삶을 잠시 멈출 수 있을만큼의 속도감. 밋밋한 해피엔딩...  

음...어떻게 보면 재미없는 나랑 딱 맞는 스타일인 것 같다. 게다가 부담없는 멜로에 적절한 해피엔딩. 괜찮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잘라 2011-04-25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피엔딩이 좋아요. 아니.. 해피엔딩 영화만 골라 봐요.
책이든 영화든, 끝을 볼 수 있어서 좋구요.
현실이 꼭 그렇진 않다는 걸 알기에 더욱..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4-25 11:14   좋아요 0 | URL
맞아요. 현실에선 해피엔딩보다는 새드엔딩이나 미적지근한 엔딩이 많죠..ㅎㅎ
저도 영화나 책 만큼은 가뿐하고 행복했음 좋겠어요.
나이 드니까 더 하네요..ㅎㅎ

마녀고양이 2011-04-2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다운 영화지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예요.
처음에는 그저 아름다운 연인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진정 아름다운 연인들의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 중간도 아름답지만,,,, 엔딩에서는 너무 울어버려서.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4-25 11:25   좋아요 0 | URL
이 영화 좋다고 했던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도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았는데 우연한 기회에 봤네요.
잔잔하고 아름답고 예뻤어요..^^
엔딩...너무 마법같아요. 그런 해피엔딩 참 좋더라구요.
 
예술에 살고 예술에 죽다 - 격동의 20세기를 살았던 15인의 예술가
진회숙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에서 우연히 손에 들게 된 책인데 읽다보니 마치 한 명 한 명의 예술가들을 그 시대로 돌아가 만나는 듯한 즐거움이 있었다. 우연히 만난 것치고는 정말 뿌듯한 기분을 안겨준 책이랄까. 막연히 이름만 들었었던 사람들의 면면을 알게 되어 즐거웠고, 암울했던 20세기 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던 예술가들의 생애를 보며 우리 사회에서 과연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다분히 여러 견해나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시대적 상황이나 예술가 개인의 정치적이고 사회적 입장에 어떤 평가적인 토를 달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 자료에 근거하여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종의 다큐멘터리적인 기술인데, 난 오히려 어떤 평가도 내리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접하는 것이 더 좋았다. 

조선 말의 어지러웠던 상황이나, 일제 시대때의 암울했던 사회 문화, 그리고 해방 후 맞았던 정치적 격동기를 온 몸으로 겪어냈던 예술가들을 어떤 정치적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맞닥뜨리고 평가는 각자 알아서 하도록 독자에게 여지를 남겨주고 있다. 

사실, 친일파 혹은 빨갱이로 불리는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예술가들을 가르다 보면, 정작 그 사람의 본질과 그의 예술의 핵심은 간과되기 마련이다. 물론 예술이란 것이 사회적 문화적 산물이긴 하지만 사실은 가장 먼저 그 예술가의 개인적인 자질과 능력, 관심사와 재능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사회 역사적 맥락에 너무 갇히게 되면 대상 그 자체를 왜곡할 수 밖에 없다. 

 

건축가 김수근이나, 영화인 나운규 같은 사람들이 현시대에 태어났었다면 어땠을까. 그들의 예술적 정신과 결과물들은 또 다른 평가들을 받고 그들의 정신세계는 다른 면으로 조명되었을테지. 그 시대였기에 존중되었던 면도 있겠고, 그 시대였기에 평가절하된 부분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야 알게되는 예술의 가치들도 있으니, 어떻게 보면 이 암울했던 시기의 조선의 혹은 대한제국 하의 우리나라 예술인들은 제대로 평가를 받을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건축이던, 음악이던, 미술이던...그들의 혼이 발현된 것은 다 다른 분야였지만, 여러 공통점 중 몇 가지에 눈이 간다. 무엇보다 예술이란 것은 숨겨진 혹은 잠재된 재능이 일단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 지금 시대로 말하면 '끼'가 될 수도 있겠고, 어떤 예술적 감수성이나 타고난 재주 같은 것일 수도 있을텐데 어쨌든 좋아하고 노력만 한다고 다 이 책 속 예술가들처럼 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이 책에 이름이 올려진 예술인들 같은 경우는, 암울했던 근현대의 한국에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선사하고 오랜 역사 속 우리나라의 예술혼을 이었다는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한다.  

 

그리스 로마 문화와 유럽의 유명한 예술가들의 일생과 작품은 줄줄 꽤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닥 멀지 않은 과거의 우리나라 예술인들과 문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을 들게 한 책이고, 동시에 진흙 속에서 빛났던 보물들을 찾아낸 느낌을 갖게 한 책이다. 어쩔 수 없는 시대상황 때문에 보존되어지지 않은 작품들, 혹은 활동 들이 아쉽기만 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나에게 과거로 돌아가 꼭 한 번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있긴 있다. 보고 싶은 사람이라기 보다는 가서 실컷 욕 해주고 싶은 사람ㅋㅋ) 
그런데, 과거로 돌아가게 해 주는 (단 2~30분 정도지만) 신비의 알약이 10개가 있다면?  

나같은 현실주의자는 그 알약 자체를 믿지 못하겠지.
그리고 우황청심환인지, 개똥인지 모를 그 약을 먹지도 않겠지. 
그리고 과거의 나 따위는 만나고 싶지 않을지도...

그러니까 소설의 주인공 엘리엇은 폐암말기의 60대 남자다.
이 '시간여행'이 말이 되기 위한 적절한 상황이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무엇이 두려울까?
게다가 마지막 소원은 사랑하는 사람을 딱 한 번만이라도 만나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램. 

그는 과거로 돌아가 30년 전 똑같은 날의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되고 
운명을 거스르고자 하는 위험하지만 흥미진진한 도전을 하게 된다.
과거 어느 순간을 살짝 바꿀 수 있다면...
또는 어떤 사람과의 만남을 과거에서 지우고 그 옆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면... 

나비효과처럼 걷잡을 수 없는 결과들이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재구성하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이런 구조를 가지고 마치 TV 속 <미니시리즈 드라마>처럼
가볍고 경쾌하지만, 때론 긴장감 넘치는 구조로 쉽게 읽힌다. 
아쉽게도 그리 치밀하거나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딱 드라마 수준.
결국 결말도 아주 착하고 정직하게 해피엔딩.
 

 

2. '지금의 남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 그럼 우리 아이들은 이 세상에 없었겠지. 
   '그럼 25년 전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 그럼 난 지금 존재하지 않았겠지. 
  

만약에 만약에...만약에는 위험하다.
딸린 과거의 가지들이 너무 많고, 한 가지를 자를 수 없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너무 쉽게 그 가지를 잘라 버리고 다른 데 붙인다.
소설이니 가능하지만.
소설이라 아쉽다. (복잡한 구조를 너무 간단하게 풀어버렸달까.)  

 

3.  공감 가는 몇 구절들.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생각할 수도 믿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과학을 다 손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 마르셀 소바죠- 
   
 

우리는 두 눈에 붕대를 감고 현재를 통과한다. 시간이 흘러, 붕대가 벗겨지고 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게 될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비로소 살아온 날들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깨닫는다 -밀란 쿤데라-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은 동시에 우리가 죽어야 하는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알베르 까뮈- 
   
     
 
당신 앞에 여러 갈래 길이 펼쳐지는데, 어떤 길을 선택할지 모를 때, 무턱대고 아무 길이나 택하지 마라. 차분히 앉아라. 그리고 기다려라.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꼼짝하지 마라. 입을 다물고 가슴의 소리를 들어라. 그러다가 가슴이 당신에게 말할 때, 그때 일어나 가슴이 이끄는 길로 가라. - 수잔나 타마로-  
    
 
 
특히 마지막 구절은 마음에 와 닿는다.
지금 내가 내리는 어떤 순간의 선택이 미래에 엄청난 일을 일으키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걸.
쉬운 선택이 후회와 회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모든 인생 앞에서 겸손해 질 것.
 
 

4. 사실, 이 책은 그냥 재미 정도로 읽었고
내가 내내 즐거웠던 이유는 딴 데 있다.
ipod으로 본 최초의 e-book이었다는 것!
다운 받아 놓은지 백만년은 되었던 것 같은데
이곳저곳 바쁘게 다니는 틈에 틈틈이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의외로 집중이 잘 된다.
종이책으로 읽을 때는 그냥 쑥쑥 넘기던 부분들을
꼼꼼하게 읽게 되는 색다른 느낌이랄까.
 
똑같은 본문도,
종이책에서의 느낌과 작은 화면에서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왠지 메세지까지도 다른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여하튼, 색다른 경험!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3-22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2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3-2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려라.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꼼짝하지 마라. 입을 다물고 가슴의 소리를 들어라.

저도 이 구절 굉장히 좋아요.
아이패드로 읽으신 거예요? 이북? 우아... ^^

시간 여행이라.. 영화 <나비 효과>를 봤을 때 정말 참담했어요.
아무리 바꿔도 결론이 바뀌지 않더라구요.... ㅠ, 그 영화 보셨어요?
기욤 뮈소의 이 책은 제목 때문에 사놓고... 몇년째 방치 중이랍니다. ㅠㅠ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23 17:06   좋아요 0 | URL
아이패드가 아니라 아이팟으로 봤어요.ㅋㅋㅋ
작은 화면으로 책 읽는 기분도 괜찮더라구요.

<나비효과>는 보지 않았는데 대충 줄거리는 알아요.
이 책에선 결국 운명을 바꾸지만,(줄거리는 통속적이랄까...)
그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이 책은 저도 제목때문에 읽었어요.
제목이 너무 낭만적이예요.ㅎㅎ
 
화장실에서 3년 - 레벨 1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조성자 지음, 이영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폐소공포증>
 

이건 시크릿가든의 주원이 때문에 알게 된 질환이다. 출구 없는 공간에 갇혔을 때 병적인 공포증을 느끼는 질환인데, 주원이가 보여줬던 호흡곤란과 병적 증세는 사실 과거의 심한 트라우마에서 발생된 것이라 그 증상이 두드러지게 심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만약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갑자기 덜컹~하며 멈춘다거나, 좁은 공간에 문을 닫고 들어갔는데 다시 나올 수 없게 순간적으로 문이 열리지 않다거나 할 때 나 같은 경우는 주원이 못지 않은 공포감에 사로잡힐 것 같다. 사실 누구나 살면서 그런 경험들은 한 두번쯤 있지 않을까 싶다. 고장난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본 적은 한 세네 번 된 것 같고 (엘리베이터가 층과 층 사이에 서서 멈추면 진짜 무섭다.) 화장실 문이 잠겼는데 안에서 못 나갔을 때가 한 두어번, 새벽에 핸드폰도 없이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열쇠로만 열리는 집 현관이 닫혀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한 번 (이때는 동 틀때까지 밖에서 기다렸다.ㅠ.ㅠ)... 

여하튼, 전혀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순간적인 공포심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일. 전혀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닥치는 당황스럽고 두려운 순간이 과연 우리에겐 어떤 의미일까. 

 

<화장실에서...>  

그러니까, 단 몇 분만 갇혀도 죽을 것 같은데, 좁은 화장실, 그것도 아주 냄새나고 더럽고 비좁은 간이 공중 화장실에 세 시간이 넘게 갇혀 있다면? 사실, 난 상상만 해도 속에서 뭔가 올라올 것 같고 머리가 어질거린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이 작은 여자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면 아예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상상조차 하기 싫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속 아이는 비현실적이다. 현장학습을 떠난 상아가 숲 속으로 사라진 다람쥐를 뒤쫏다가 우연히 화장실 안에 갇히게 된 사건 자체가...게다가 기절하고도 남았을 그 시간 동안 아이는 집을 나간 아빠, 아빠를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 나를 괴롭히던 친구, 쳇바퀴를 돌던 키우는 다람쥐를 생각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하나 하나 이해해 가는 시간을 보내다니... 

집을 나가면서 아빠는 3년 있다 돌아올 거라고 했다. 그래서 주인공 상아에게 3년은 정말이지 끔찍하고 긴 시간이다. 이제 1년을 기다렸을 뿐인데...마음 속 상처는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만들었고 늘 자기 안의 우울에 빠져 다른 이들의 입장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아이다. 그런 아이가 갑자기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어느 누구도 자기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그런 공간에 갇혀 스스로의 힘으로 이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나와야 한다. 

목이 쉬도록 소리를 질러보고, 메모지를 접어 좁은 창문 밖으로 날려 보기도 하고, 화장실 문을 있는 힘껏 두두려 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소용이 없는 일이 되자 상아에게는 결국 혼자만이 남는다. 스스로를 도울수 있는 것도 용기를 내어 보는 것도 자신의 마음과 생각에 달렸음을 알게 되는 것. 

집을 나간 아빠를 생각하고, 개 대신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했지만 자신의 바램들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엄마를 이해하고, 자기를 괴롭히던 친구가 준 초콜렛을 먹으며 힘을 내어 보고, 쳇바퀴 돌던 다람쥐의 처지도 한 번 생각해 보고,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할머니의 말을 기억해 내며 꿋꿋이 도시락도 까먹는다. 아이에게 3년보다 더 길었을 그 시간. 어쩌면 최악의 상황 속에서 겪는 많은 생각과 상념들은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3년...> 

판타지 같은 동화다.
너무나 동화처럼 없어진 아이를 뒤늦게 발견한 친구 덕에, 한 걸음에 딸을 찾으러 온 집 나간 아빠 덕에 동화는 뭉클한 결말로 끝이 나지만, 사실 현실에선 절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상황이다. 아주 현실적인 나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해! 라고 여전히 말하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집중하고 흥미를 가지게 되는지도... 

'화장실'이라는 외적 어려움의 상황과 '3년'이라는 물리적 심리적 어려움의 시간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생각을 집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는 그 과정을 통해 어느새 마음 속 깊은 상처들을 스스로 보듬을 수 있게 된다. 흘려듣던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위로가 가장 어려운 순간에 도움이 된다는 교훈도 얻게 되고, 정말 어려운 처지에서도 정신을 바로 차리고 지혜를 발휘하여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내는 주인공을 통해 아직은 겪어 보지 않은 미지의 어려움에 대한 용기와 자신감도 갖게 되는 것 같다. 마지막에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아빠가 자신을 구하러 와 주었을 때 뭉클한 감동도...

 

<그럼에도...> 

난 이런 상황은 절대 피하고 싶다. 워낙 겁이 많은 나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이 동화가 뭉클하고 감동적이기는 하지만...난 우리 아이가 이런 상황에 잠깐이라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내가 먼저 기절하지 않을까 싶다~고통과 고난이 없다면 정말 '최고의 깨달음과 성장'은 없는 것일까? 

답은 없지만, 그런 것도 같다. 진주는 오랜 인내의 시간과 고통의 무게를 겪어야 탄생하듯이, 인간의 성장 역시 어려움과 고난과 고통에서 진정한 빛을 내는 것을, 경험으로 지식으로 알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과정이랄까. 신은 우리가 감당할 시험만 주신다고 하니까. 그 고난과 어려움이 그저 내가 감당할 만한 것이기를, 그 안에서 절망하여 주저앉지 않고 살아갈 희망을 얻기를, 간절히 원하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만나는 기회가 되길 바랄 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1-03-22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들이 읽는 책 치고는 화장실 안에서 김밥 먹는 설정은 좀 그렇네요,, ^^;;
저는 한밤중에 화장실에 혼자 있으면 은근히 무섭더라구요,,ㅎㅎ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22 12:3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맞아요.
이상하게 가족들이 다 있어도 한 밤중에 화장실은 무서워요.
거울보는 것도...ㅎㅎㅎ

극적 전개를 위해 설정했다지만,
저런 상황은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특히 아이들에게는요.

마녀고양이 2011-03-23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실에 갇혀 공포증에 시달리는 것 말고
화장실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요즘 들어.. 저두 화장실에서 한발짝도 나오고 싶지 않아요. 그럼 안 되겠죠? ^^

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3-23 17:04   좋아요 0 | URL
마고님..토닥토닥...
나오고 싶지 않은, 나오기 싫은 그 마음 이해할 것 같아요.
조금 쉬셨음 좋겠다. 몸도 마음도 말예요.
얼른 기운차리고 행복한 햇살 같은 기운이 쫙 퍼지시길 바래요.
진짜 그랬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