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중독 - 너무 지나치게 사랑하는 병
수잔 피보디 지음, 류가미 옮김 / 북북서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20200906 수잔 피보디.

한동안 메마르게 지냈다. 내 스스로 다양한 과몰입에 취약한 것을 알고, 현재 상태가 금단 현상인 걸 알았다. 그렇지만 뭘, 어쩔 수 있을까. 게임 중독이 심하면 아예 삭제하고 돌아보지 않았다. 술과 약이면 닿지 않는 곳에 치워버렸다.
갈망하는 대상이 사람이라면, 관계라면. 대개는 내 바람과 상관 없이 상대의 무관심과 냉담이 알아서 먹이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멀어진 거리에 괴로워하다 한참 지나면 견딜만큼 저절로 희미해지고 나아졌다.
제일 힘들 때 검색을 하다 이런 제목의 책을 찾았다. 10년 전쯤 나온 이 책이 꽤나 절실했는데 절판인데다 도서관에서도 구할 수 없었다.
권여선 소설 ‘봄밤’에서 영경은 사랑하는 수환마저 내버려두고 요양병원을 뛰쳐나와 술을 퍼마신다. 당장 미칠 듯한 중독자의 몸과 마음은 필요한 것을 채워주면 일단은 진정이 된다. 장기적으로는 해로울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숨은 돌린다.
여름이 다 가기 직전 원하던 걸 잔뜩 퍼마시고 다소 진정되었다. 그때 중고알리미가 절판된 이 책을 찾아줘서 차분한 마음으로 읽었다. 책을 먼저 읽었다면 마구 퍼먹지 않아도 서서히 가라앉았을까. 이제는 알 수가 없네.

사람과 사랑과 관계에 중독되는 원인과 과정, 그로 인한 문제점을 이 책은 잘 정리해 놓았다. 한 두 가지가 아닌 원인의 거의 대부분에 해당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불화와 결핍과 트라우마와 소외의 경험, 과거의 상처를 채우기 위해 기대는 대상이 사람이고, 친밀해 질 무렵 지나치게 관계에 집착하고, 의심하고, 그러다가 관계가 악화되고, 잘못된 상대를 만나면 일방적으로 스스로를 희생하다가 지쳐 나가 떨어지곤 했다. 아주 어릴 때 너무 여러 번 잘못 패턴화된 짝사랑을 경험했다. 십 대 후반쯤 이 책을 보았으면 그런 관계들을 조금 줄일 수 있었을까. 애초에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면 이런 책에 관심이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ㅎㅎㅎ

언제나 문제는 자기존중감,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 혼자여도 괜찮다는 꿋꿋함이다. 나이를 먹어도 상실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은 왜 사그라들지 않을까. 너무 애쓰지 않기, 어쩔 수 없는 일은 받아들이기, 변화가 나를 죽이지는 않는다는 것 알기, 오히려 지나친 사랑이 나를 죽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닫기. 이제는 할 수 있을까.

원인과 문제점은 상세하고 정확하게 짚은 책이지만 ’회복’이라는 챕터에 제시된 해결책은 미흡하게 느껴졌다. 자기 인식을 정확히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도움이 될 테지만, 지지해 주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갑자기 영성 타령 하면서 신(또는 자신이 믿는 절대적인 존재, 힘)에 의탁하는 방법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다 하는 대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성을 향한 사랑 만이 유일한 영원한 사랑 어쩌고 하는 건 내내 잘 읽다가 순간 짜게 식게 만들었다. 12단계 회복 프로그램을 책 말미에 소개하는데 여기서도 계속 신 타령 기도 어쩌고 해서 주욱 훑어보고 말았다. 종교를 가졌거나 뭔가를 간절히 믿을 수 있는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겠지… 불신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놈들이 가는 지옥불에서 영원히 활활 타오를 예정입니다...

집착을 줄이고, 관계와 사람에 대한 강박을 덜고, 스스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믿고, 외로워도 괜찮다고,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다. 그 정도는 노력해보겠다.
잘 지냅니다. 계속 잘 지내려고 합니다.

+밑줄 긋기(이 페이지가 책 한 권의 핵심을 거의 다 담고 있다.)
-친밀한 관계는 우리의 인생을 믿을 수 없을 만큼 확장시킨다. 우리는 친밀한 관계를 통해서 커다란 만족을 얻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을 얻는다. 그러나 친밀한 관계는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니다. 그것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선택 사항이다. 더군다나 우리의 자기 존중감은 특별한 누군가를 만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성적 끌림이나 욕망만으로 인생을 살아나갈 수 없듯이, 사랑만으로도 인생을 살아나갈 수 없다. 인생을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사랑만큼이나 주의 깊은 판단력,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것,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 또한 중요하다.
결국 우리는 완벽한 사랑은 평생토록 지속된다는 신화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영적인 사랑만이 영원히 지속된다.) 우리가 변화하는 대로 우리의 관계도 변화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랑도 사라져간다. 그렇다고 해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변화가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그리고 그 변화가 인생을 흥미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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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09-06 2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집 냉장고에는 늘 탄산수가 40병씩 쟁여져 있어요. 한번 책 읽기 시작하면 잠도 잘 못자구요. 용케도 중독을 돌려막으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지나가는게 나을 때도 있지만, 같이 잘 지내고 싶어서요. 계속 그래보고 싶어서요 ^^

반유행열반인 2020-09-06 20:08   좋아요 1 | URL
저희집 냉장고도 탄산수가 가득한데 반갑습니다 ㅋㅋㅋ 저는 책은 쉬이 잘 덮어서 그나마 중독 방지용으로 잘 써먹고 있는데, 중독 종목을 바꿔가며 돌려막기! 그런 신박하고 불건전한 방법이 있었군요. ㅋㅋㅋㅋ 잘 지냅시다.

수이 2020-09-06 2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탄산수는 뼈와 치아에 치명적인데......... 책 리뷰 다 읽고 댓글 읽고 댓글 반응을....... 밑줄 긋기 문장 좋다. 아까 신간 훑어보니 중독에 대한 책도 새로 나와서 장바구니에 넣어놓았는데_ 나이 들면 안 좋은 게 절판된 책 하나하나 찾아내서 읽을 정도로 바지런하지 못하다는 점, 아니다, 나만 그렇게 나이드는 걸 수도 있는데 어쨌거나 저는 그렇더라구요. 그저께 글도 좋았지만 오늘 글이 더 좋다. 왜 그런가 보니 미래지향적이라서 그런 거 같아요. 현재를 살면서도 과거를 계속 되돌아보면서도 미래를 향해 고개는 빳빳이 들고 있는 게 마음 편해서 그런 것도 같아요. 아니면 너무 주입식 교육을 받은 나쁜 교육의 결과인가;;;

반유행열반인 2020-09-06 21:56   좋아요 0 | URL
유럽 사람들 탄산수 많이 먹던데... 미래 유러피안 수연님 어쩔 거에여! 미리 냉장고 쟁여두고 익숙해지십시오! ㅋㅋㅋㅋ
저는 사라진 책 보면 괜히 더 집요하게 찾아 읽고 싶더라구요.
이 글 미래지향적 아니에요...과거에 푹 매몰되어 있어요... 속고 계신 겁니다... 언제나 좋게 읽어주셔서 그리고 예쁜 말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쁜 수연님.

파이버 2020-09-07 0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만으로 인생을 살아나갈 수 없다니 뭔가 씁쓸하네요.... 종교가 없는 저는 제 자신을 믿고 사랑하기로 결심ㅎㅎㅎ
그리고 원하시던 책 구하신거 축하드려요 기다리다보면 중고알리미가 울리는 날이 오는군요 저도 다음에 이용해봐야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9-07 06:28   좋아요 1 | URL
사랑만으로는 안 되고 사랑도 있어야지요. ㅎㅎㅎ 필요조건이되 충분조건은 아닌...(맞나)
중고알리미는 절판도서 찾을 때 꽤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대신 부지런하지 않으면 더 부지런한 분들이 샥샥 채가서 에이 하고 입맛만 다시게 되는 단점 ㅋㅋㅋ좋은 한 주 보내세요. 파이버님!!
 
세월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200904 아니 에르노.

작가의 이름은 엄마에게서 처음 들었다. 글을 쓰고 싶어 했던 울엄마가 오십 넘어 문예창작과에 들어갔다. 육십 넘은 지금도 열심히 쓰신다. 어쨌거나 엄마가 대학 수업 듣던 시절 아니 에르노의 칼 같은 글쓰기와 집착을 읽고 싶다 하셨는데 두 권 다 품절이었다. 개인 판매자들은 절판된 책을 터무니 없는 값에 팔고 있었다. 그래서 알라딘 중고알리미에 걸어 놓고 오래 기다렸다. 등록 알림이 오면 재빠르게 장바구니에 담았지만 금세 누군가 먼저 결제를 해 버렸다… 몇 년 만에 두 책을 구해서 엄마에게 건네자 매우 기뻐하셨다. 정작 나는 읽지 않았지…

내가 처음 읽은 작가의 책은 ‘사진의 용도’ 였다. 작년 4월 전자도서관에 저절로 빌려져 있길래 읽어 봤다. 그 때 감상도 남겨놨는데 일부를 퍼오자면 풉. 재미없었나 보다. 독후감이 온통 배배 꼬였다.

‘...질투가 많은 나는 또 생각한다. 철저한 문돌이 예술가들끼리 사랑하니 이런 아기자기한 사랑의 유희를 글로 나눌 수 있다. 사진 하나로 각자 쓴 글을 나중에 교환해 보기. 한 번에 두 글을 보는 독자들은 눈치챈다. 둘이 생각한 것, 경험한 것의 교집합이 글에서 그대로 드러난다고. 아마 둘은 그걸 확인하고 무척이나 흡족했겠지? (그리고 헤어지지 않았다면 또 옷가지를 벗어던지고...얼씨구 절씨구...다음 날 또 사진을 찍었겠지. 흥)’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다른가. 닮았나.
달라졌다-그때는 일을 쉬었다. 집에 오래 있었다. 아직 젖을 먹였다. 가족이 네 명이 된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코로나아웃ㅜㅜ) 동물원에 다녀왔다.
지금은 일을 하고, 밖에 나가고, 젖은 말랐고, 동물원에 갈 수 없다.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고 정말로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작년 이맘쯤까지도 가 본 적 없는 동네 골목골목을 걸어다녔다. 아, 맥주를 마실 수 있다.ㅎㅎㅎ
그대로이다-책을 읽는다. 독후감을 쓴다. 소설을 쓴다. 옹벽 옆 같은 집에 산다. 가족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같은 자리에 누워 잠이 들고 깨어난다.

프랑스 몰라, 프랑스 타령 그만해 하더니 저번에 읽은 미셸 우엘벡 소설도 프랑스가 배경이고, 이 책도 온통 프랑스 현대사와 그 공간과 시간을 지나온 개인, 그 주변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자서전 같은데 ‘나’의 이야기가 아닌 ’그녀’의 이야기로 서술했다. 나보다 사십 살 쯤 많은 먼 대륙 여성의 회고담 속 문화 예술 철학 정치 관련 인물들은 온통 내 삶과 동떨어져 있었다. 교차점이 많지 않았다. 다만 가르치는 직업과 쓰고 싶은 욕구, 성장, 욕망, 연애 정도는 공명할 부분이 있었는지 잠시 관심 있게 보았지만 이미 다른 책들로 써 버려서 그런가 이 책에서는 파편으로만 담겨 있었다.
남아 있는 사진, 전통으로 남은 명절의 식탁이 반복되며 달라진 개인과 가족과 시절의 모습을 보여준다.
누가 선거에서 이기고 지고 집권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여기 지금 사는 나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나이가 들면 유년부터 노년까지 생애를 관통하는 자기 이야기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될까? 지금 마음은 그러고 싶지 않다. 온통 토막쳐서 각각 다른 이야기로 흩뿌리고 싶다. 내 이야기 아닌 척, 내가 살았던 시간이 아닌 척, 이건 허구입니다. 양념을 치고 사람을 섞고 시간과 사건을 재배치하는 순간 이것은 역사가 아닙니다. 가리면서 노출하는 모순 속에 나는 감춰질까 드러날까. 나이를 먹어도 쓰려는 마음을 놓지 않고, 사랑도 남자도 놓지 않은 작가처럼, 울엄마처럼, 또 어디선가 쓸 거야 쓸 거라고, 쓰고 있어 몰래몰래, 하는 사람들처럼, 계속 쓰게 될지 언젠가는 영영 쓰지 않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아니 에르노의 다른 책도 더 볼지는 아직 모르겠다. 재미없어 ㅠㅠ ㅠ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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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공 2020-09-04 2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어머님께서도 글을 쓰시는군요~
반유행열반인님,프랑스에 꽤 관심이 많아보이세요.
이 기회에 앗싸리 프랑스어 배워보시는건 어떤가요?^^ 에르노 책 읽어보려했는데 재미없군요 ㅠ

반유행열반인 2020-09-04 22:28   좋아요 1 | URL
저 고등학생 때 제2외국어도 프랑스어 독일어 중에 물론 독일어지!! 하고 유럽 처음이자 마지막 갈 때도 프랑스를 왜 가 오로지 독일어권!!!이러던 사람인데 읽는 족족 프랑스네요...심지어 제일 좋아하는 밀란쿤데라 할아버지도 생각해보니 프랑스어 소설이었어요,,,그래도 프랑스 관심 없다 그만해라 프랑스 하고 밀어냅니다...
어머님께서도 하시니까 막 저도 글 열심히 써야 될 거 같아요. ㅎㅎㅎ
취향 차이도 있고 제가 워낙 프랑스 사회와 역사에 무지한 부분도 많으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재미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회되면 읽어주시고 감상 나눠주세요. (나만 당할 순 없어요...ㅎㅎㅎㅎ)

청공 2020-09-04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프랑스어를 택했답니다 ㅎ
프랑스권 출판시장이 훨 활발해서일까요? 독일권보다? 더 ?많은 책이 소개되고 있는것 같아요. 저만의 생각 ㅎ
나만 당할수없다에 빵터졌어요. (그렇게 별루였다니ㅠ ) 출판사에서 책표지는 왜 죄다 이쁘게 만들어 놓았나요?^^

반유행열반인 2020-09-05 05:27   좋아요 0 | URL
예뻐서 사고 싶은 책 만드는 것도 출판사 능력인 듯요 ㅋㅋ프랑스어 배우셨군요. 어려서는 독일 사람이 쓴 소설이 간지나 보였는데 클수록 프랑스 사람이 쓴 소설이 더 야하고 미쳤고(눈부시다고 막 사람 죽이고 그래...) 그래서 찾아보게 되나 혼자 생각 중입니다...

바다그리기 2020-09-05 0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빠도 70 넘으셔서 우연히 듣게된 수필강좌에 푹 빠지셔서는 77세에 수필가로 등단 하시고 이년 후엔 시인도 되셨어요. 천재 소리 들었지만 가난한 홀어머니의 외아들이라 일찌감치 공부를 접으셔서 평생 학력 컴플렉스로 괴로워하시던 아빠는 등단 후 대학교 총장님과 동료 문학가가 되어 우정을 나누는 노년의 하루하루가 설레고 행복하시다면서 엄청난 다작을 하고 계신답니다.
님과 저는 참 신기하게 비슷한 점이 하나씩 나타나네요. ㅎㅎㅎ
엄마를 아빠보다 천만배쯤 더 사랑하는 저는 문학으로 엄마를 잃은 상실감을 극복하고 계신다는 아빠를 이해 해드리지 못하고 있지만.. 엄마와 함께 글쓰기를 하고 계신다는 님이 정말 많이 부럽네요.
어머니와 함께 좋은 글을 쓰시는 행복한 시간들을 오래오래 누리시기 바라요~

2020-09-05 0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5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5 0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0-09-05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탁탁 토막쳐서 찌개도 보글보글 끓이고 괜찮은 놈은 굽고, ㅋㅋ 전 아니에르노 한권 읽었는 데 갸웃 하면서 좋아했던 것 같아요..하지만 왜 재미 없어하시는 지도 잘 알겠어여 ㅠ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0-09-05 12:1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집착은 재밌다고 합니다. 저도 아직 안 읽음...나만 재미없는 거 아니라 덜 시무룩 함 ㅋㅋ

다락방 2020-09-05 16: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안읽어서 모르겠지만 그간의 글들로 미루어보면 반유행열반인님은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꽤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9-05 16:09   좋아요 0 | URL
네 어머니집에 소장중이라 기회되면 읽어보겠습니다.

다락방 2020-09-05 16:11   좋아요 0 | URL
제가 댓글달고난 후 가만 생각해보니 단순한 열정은 반유행열반인님의 인생책리스트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 알라딘추천마법사보다 정확한 다락방 추천마법사의 맞춤 추천이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9-05 16:18   좋아요 0 | URL
재밌어요? ㅋㅋㅋㅋ추천 감사합니다.

다락방 2020-09-05 16:26   좋아요 0 | URL
재미.. 랑은 완전히 거리가 멀고요. 뭐라해야할까. 어떤 집요함,노골적임,끝까지 감.. 이런 것들이 들어 있는데요. 제가 이십대에는 읽고 이게 뭐야 던졌단 말예요? 너무 솔직해서 불편했어요. 그런데 삼십대 후반이었나, 재독을 하는데 이렇게 연애의 한복판에 던져진, 흠뻑 빠진 여자의 내면을 잘 보여주다니! 거기에서 오는 감탄이 있어요.
반유행열반인님 저랑 책 취향 너무 다르고(야생의 위로 싫어하셨죠), 글쓰는 타입도 너무 다르지만, 단순한 열정은 공통으로 박수치는 책이 되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9-05 16:42   좋아요 0 | URL
일방적으로 친구 끊고 이런 댓글 다는 저의를 모르겠네...좋은 책인 거 압니다. 읽어볼 생각입니다. 그래도 꽤 좋아하겠다느니 인생책이니 단정하시는 게 기분이 나쁘네요. 기분 나쁘게 하는 게 목적이셨으면 성공하셨네요. 덕분에 즐거운 주말 되셨길 빕니다.

Alex 2020-09-12 2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월‘. 이 책은 어떤 내용의 책입니까? 다른 사람에게 권장할 만한 책인가요?

반유행열반인 2020-09-13 04:18   좋아요 0 | URL
쉬이 읽히진 않고 재미는 없고 아니에르노라는 작가를 알 거나 관심이 있으면 그 사람 입으로 자기가 거친 생애를 듣는 정도의 책입니다. 어떤 책을 권하는 일은 (위 댓글에서 제가 썽내는 거 보면) 그리 권장할 일이 아닌 것 같구요ㅎㅎㅎ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두 번째 구매...지만 벌써 넉 달만. 이번에도 가족아이디 쿠폰 털어 월말에 사고 나니 다음날 신제품 코스타리카 원두가 나왔다 두둥...그렇지 디카페인이니까 카페인 있는 거도 사야지 그런 거지...빙하수에 원두를 담그어 카페인 뺐다는 광고 문구를 이번에 처음 봤다. 내일은 이 커피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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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의 세계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양지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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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31 요스타케 신스케.

민트색 표지가 귀여운 손바닥 만한 책이다. 같은 작가 책은 거의 다 샀는데 이 책은 유독 짧다. 앉아서 1분컷, 순식간에 읽는다.
만약, 을 말하기 전에,
만약의 세계에 놓인 무엇이든 절실한 것들은
손목을 잡아채서 내 앞으로 데려다 놓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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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이코 테이크아웃 18
정용준 지음, 무나씨 그림 / 미메시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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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9 정용준.

한 달에 소설 다섯 권은 무거웠니. 월말이 다가오자 치트키 치듯 단편 하나 분량 책을 빌렸다. 사실 전자책이라 빌리고 나서야 얼마만한 책인지 알았다. 정용준 종이책 세 권 사 놓고 아직도 두 권 못 봤는데. 언제 볼 거야.

미이와 주우는 우연히 다시 만난다. 미이가 갑자기 떠났고, 주우는 미이를 찾아 세상을 헤맸다. 주우는 틱 장애가 있어 자기 의지와 상관 없이 욕을 한다. 그런 주우를 괴물 취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미이 만이 주우를 이해하고 입 속 무언가에게 치즈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두 번이나 머리털을 잘라준다. 미이의 치즈 같은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사랑하면 안 될 것들을 사랑하는 일, 이라는데, 그렇게 들어도 잘 모르겠더라.

말을 더듬고, 말을 하지 못하고,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에 대한 소설이 제법 있었다. 나는 아무 말이나 막힘 없이 쏟아서 문제인데. 그럼 내 입에도 치즈 비슷한 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입이 아니라 머릿속에 있을 수도 있겠다.
정용준 소설 속 자폐에 가까운 인물들이 구원을 갈구하는 대상은 비슷한 상처를 가진 다른 하나의 사람이다. 대개 이성이고,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상처를 핥고, 그러다 울고, 스스로의 최악을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사람 앞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고, 난장판이다. 이번에는 그렇게 마음 저미는 난장판은 없었다. 마스크도 벗고 공도 뱉었다. 머리카락도 말끔하게 잘랐다. 이제 소설 속 인물들을 조금 덜 괴롭힐 만큼 작가 마음이 유해졌나 싶은데, 못된 독자는 그래서 재미가 좀 덜 한 거 같네요...인물의 불행이 내 슬픔이자 즐거움...하고 있다.(변태새끼야…)
책 속 일러스트에는 온통 비슷하게 생긴 시꺼먼 부처님들이 입을 막고 입에 문 공을 꺼내고 머리도 잘라줬다. 정용준 책은 읽다 보면 어떤 소설은 엄청 좋은 거 같다가, 이건 또 모르겠다가 했다. 이번 건 모르겠다 에 가까웠다.

+밑줄 긋기

-둘은 걸었다. 지하철역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버스 정류장에 멈추지도 않았다. 근린공원을 돌고 8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지나 불 꺼진 초등학교 운동장을 두 바퀴 걷고 파란 육교를 건넜다. 그동안 둘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기이했다. 둘 중 누구도 그것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았다. 초조하지도 답답하지도 않은 침묵. 편하게 주고받는 대화를 능가하는 자연스러움이 녹아 있었다. 미이는 길 한가운데서 걸음을 멈췄다. 주우도 멈췄다. 가로등 불빛이 둘을 비췄고 그림자 두 개가 바닥에 길게 서 있었다. 미이가 말했다.
넌 날 좋아하면 안 돼.
주우가 왜? 라고 묻는 눈으로 미이를 바라봤다.
난 널 좋아하지 않을 거거든.

상관 없어.

미이는 주우가 쓴 글씨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아냐. 서로 안 좋아하면 반드시 한쪽은 슬퍼져.
주우는 볼펜을 들고 한참 뜸을 들이다 뭔가를 썼다. 그리고 노트를 찢어 미이의 손에 쥐어 주고 앞서 걸었다.

안 좋아하는 것은 더 슬퍼.

-주우가 마스크를 벗는 동안 미이는 한 번도 숨을 쉬지 않았다. 아니, 쉴 수 없었다. 20초도 안 된 그 장면은 미이에게 정지 화면처럼 느껴졌다. 마스크를 벗고 입술 위에 까만 색 전기 테이프를 듣고 그 밑에 두꺼운 장판 테이프를 뜯어 냈다. 그리고 주우는 뭔가를 뱉어 냈다. 골프공 크기의 까만 플라스틱 공이었다. 주우는 입을 크게 벌려 뻐근한 턱을 움직였다. 미이는 건네받은 재갈을 손에 들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뭐야?
공 재갈이라고 하는 거야.
뭐야. 말 잘하잖아.
내가 언제 말 못한다고 했어?
그런데 왜?
다른 말도 잘하니까 그렇지.
지금은?
주우는 눈을 꾹 감고 10초쯤 뭔가에 집중했다. 이내 눈을 뜨고 어깨를 살짝 들었다 내렸다.
괜찮을 것 같아. 자고 있는 것 같아.
자? 누가?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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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9 1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9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0-09-01 15: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특히 장편 말고 단편집을 읽고 나면 작가가 뭐를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를 때가 있어서 생각하기 복잡해
요즘은 비교적 명쾌한 내용의 에세이를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장르마다 다 매력이 있는 건데 언제부터인가 제가 주로 에세이 분야를 사서 읽고 있더라고요.
말로는 소설을 좋아한다고 하고선. ㅋ

반유행열반인 2020-09-01 16:42   좋아요 1 | URL
저는 소설 읽기가 제일 재미있고 진도도 잘 나가는데, 소설도 많이 사는데 자꾸 엉뚱한 다른 책으로 도망가곤 합니다. 참을 수 없는 소설의 무거움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