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바칼로레아 논술고사 예리한 질문과 놀라운 답변들 에서 발췌.
언어는 문화 유산으로서 무슨 언어를 사용하느냐는 사용자가 어느 사회 집단에 속해 있는가를 말해 준다. 언어는 문화적 기억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언어는 단순한 단어나 문법 구조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민족의 사간 개념은 그 민족의 문법 구조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이것이 모국어에 포함되어 있는 언어의 특수성이다. 그래서 어느 언어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자에게 언어는 창조성을 제공한다. 작가의 경우 그는 여러 가지 형태로 언어를 창조하고 있는데 작가를 통해 언어는 민족의 집단 기억을 재편집하며, 민족 문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세계 단일의 보편 언어를 갖자는 것은 언어를 단순한 통신 수단으로 여기는 생각한 데서 비롯된 생각이다. 통신 기능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언어는 통신 기능 외에도 여러 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특히 미적 기능과 창조성의 기능이 그것이다.
하나의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옮겨가는 것은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가는 것과 같다. 이는 세계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자각하는 것이다. 이런 자각을 통해 새로운 이해와 사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지적 작업이 가능하다.
여기서 보편 언어의 문제점이 발견된다. 인류가 한 가지 언어만을 사용할 경우 사고의 빈곤이 빚어질 것이며 동시에 하나의 사상만을 갖게 될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 단일의 보편 언어를 바라는 것은 언어의 기능이 통신만이 아님을 잊고 하는 소리이다. 이는 문화와 사고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이며, 인류에 내재되어 있는 차이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바벨 탑 이야기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언어의 차이 때문에 인류가 헤어졌음을 한탄할 뿐, 헤어진 인류가 다시 만나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하고 있으며, 다시 만났을 때는 서로 다른 창조물을 갖고 있음을 모르고 있다. 인류는 현재 단일적이지 않을뿐더러 미래에도 단일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일화된다는 것은 곧 전체주의가 됨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