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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즈 1 - 사라진 사람들
마이클 그랜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한때 디스토피아 판타지 장르가 쏟아져 나오던 시기가 있었다. <메이즈러너>, <헝거게임>, <다이버전트> 등등 워낙 좋아하는 장르라 빼먹지 않고 다 챙겨봤었는데, 이번에 읽은 <페이즈>시리즈는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나는 이런 시리즈물의 경우, 완결이 나온 다음 몰아서 읽는 편이어서 국내에 전부 출간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수년째 출판사에서 출간을 안 해주고 있다. 해외에서는 완결까지 총 6편이 나와있는데 국내에는 2편까지만 나와있고 더는 출간 예정이 없는 것 같아 기다리다 지쳐 그냥 읽고 팔아버릴 생각이다. 완결이 없으니 사실 리뷰도 정성스럽게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아무렇게나 휘갈겨보겠다.
이야기는 어른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으로 시작된다. 정확히는 15세 이상부터 전부 사라져버리는데, 정말 한순간에 뿅 하고 사라지다 보니 도로는 교통사고로 가득하고, 집집마다 화재가 나고, 유아들이나 갓난아기들은 쉽게 죽음에 노출된다. 그 외에도 14세 이하의 어린아이들은 부모를 잃은 공포에 젖어서 어찌할 바를 몰라 울고만 있다. 더군다나 통신과 인터넷도 먹통이 되어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되었다. 보통 디스토피아 소설이 세계관부터가 평범하지 않은데, <페이즈>는 비교적 현실적이어서 더 몰입이 잘 되었다. 사건이 일어나고 남은 자들의 입장과 주어진 현실을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어 마냥 판타지 같지 않다는 게 강점이다.
아직 1편이라서 어른들이 사라진 이 현상을 상세히 다루지는 않는다. 마을 밖으로 멀리 나가면 본 적 없는 빛의 장벽 같은 게 마을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곳곳에서는 돌연변이 동물들이 발견되었고, 주인공은 손에서 빛이 나오는 능력이 생겼다. 샘 말고도 각기 다른 종류의 능력자 아이들이 계속 늘어났다. 남은 아이들은 샘이 리더가 되어주길 바라나, 부담스러웠던 샘은 모두를 외면한다. 동료들은 그런 샘에게 실망하며 아이들을 이끌라고 부추긴다. 야 진짜 14세면 우리나라에서는 중1인데, 그렇게 어린애한테 뭐 그리 많은 짐을 씌우는 건지 작가가 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튼 억지로 떠밀려서 리더 좀 해보려는데 옆 동네 문제아 학교의 학생들이 우르르 와서 이럴 때일수록 힘을 모아야 한다며 모두를 꼬드긴다. 샘과는 달리 옆 동네 리더 케인은 결단력도 있고 판단력도 있고 리더십도 있어가지고 결국 그에게 리더를 맡겼는데 어째 점점 마을을 무력으로 점령해가는 게 아닌가. 이로써 샘 파와 케인 파로 갈라져서 싸우게 되는 이야기가 1편의 주 내용이다.
등장인물도 제법 많은 데다 상황도 상황인 만큼 별별 캐릭터가 다 나온다. 박쥐, 헐크, 여우, 겁보, 간신배 등등 다양한 캐릭터의 개성을 되게 잘 살리고 있어서 좀 놀랐다. 어딘가 납득이 좀 안되는 캐릭터들을 잘 만드는 서양권에서 이렇게 균형 있는 인물 설정을 보는 게 신기했다. 더 좋았던 점은 이 작가도 스토리에 막힘이 전혀 없다. 뭐 아직 1편이라 쳐도 약 600장의 분량인데 매끄러운 전개를 보여준다. 작가의 상상력도 대단한데 그 구상을 풀어내는 능력마저 훌륭하다.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 알만하다. 중딩은 무서운 게 하나도 없는 나이인데, 그런 애들이 권력을 쥔 세상은 얼마나 엉망진창이겠는가. 그것만으로도 디스토피아는 완성된다. 아이들만 남은 지역, 일명 페이즈에서는 15세의 생일을 맞이한 아이들이 사라졌고, 샘과 케인도 곧 15세의 생일이 다가온다. 어떻게든 생일이 오기 전에 상대를 꺾고 목적을 이뤄야만 하는 두 사람.
쫄깃쫄깃하게 잘 쓴 작품이다. 총 6편으로 되어있어서 템포가 느릴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렇다고 생략한 장면이 많은 것도 아니다. <메이즈러너>나 <헝거게임>은 건너뛴 장면이 많아서 매끄럽지가 못했는데 <페이즈>는 딱히 아쉽거나 실망한 구간이 없었다. 어떤 사정인지 몰라도 완결까지 내주지 않은 출판사가 너무 원망스럽다. 2편이나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