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당당하게 딴짓을 하려거든 부지런히 키보드를 두드리면 된다. 하여 극도로 일하기 싫고 집중안되는 날에는 이렇게 짬짬히 글이라도 써서 열심히 업무하는 듯한 효과를 주면서 기분전환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유후. 그럼 뭘 써볼까 하다가, 이번에 <트와일라잇> 영화 시리즈를 정주행해서 그래 그래, 이거나 끄적거려보겠다.
자고로 시리즈물은 단번에 정주행을 때려줘야 맛이 나는 법이다. 그래서 나님은 해리 포터도 반지의 제왕+호빗도 전부 개봉되고 나서야 봤거든. 아아 그 막힘없고 거침없는 진행속도의 맛이란, 아는 사람은 알 것이야. 사실 <트와일라잇>은 유치해 보여서 일부러 안봤었는데 갑자기 보게 된 계기가 뭐냐면, 뱀파이어들의 야구장면이 되게 웃겼다던 직장 후배의 말에 다들 공감하길래 또 이건 뭔가 싶어져서였다. 오호, 그렇다면 판타지물 좋아하는 나님이 또한번 넷플릭스 뚜드려패줘야 하지 않겠어! 그런데... 음... 음...... 예상대로 넘넘 가벼운 작품이었다. 그래도 뭐 눈 호강했으니 됐다. 요즘 글을 많이 안써서 뭔가 허전하니까 이런 거라도 좀 적고 그래볼라고요. 그냥 간단한 감상평만 적자면,
1편 : 트와일라잇
전학생 여주가 고귀한 남주한테 끌린다는 클리셰 범벅으로 시작한다. 알고보니 남주가 뱀파이어라네? 무섭긴커녕 오히려 좋아하는 여주. 학교는 난리가 나고, 남주 집안은 더 난리가 난다. 결국 여주를 받아주게 된 것은, 뱀파이어의 특별한 능력이 여주에게는 먹히지 않는다는 거였다. 수세기를 살면서 이런 인간은 처음인 거지. 얼마나 짜릿하고 흥미있게요. 그렇게 들떠있는데 다른 뱀파이어 부족이 여주의 존재를 눈치채고 사냥하러 달려든다. 남주일행은 방어에 성공하지만 앞으로 여주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돼버렸다. 먹잇감이 되었지만 그놈의 사랑타령을 끊지못하는 뚝딱이 여주의 발연기가 일품이다.
2편 : 뉴 문
뜬금없이 남주가 여주를 떠나 멀리 사라진다. 인생 헛살았다며 다 죽어가는 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소꿉친구 서브남의 플러팅이 시작된다. 남주랑 쪽쪽 빨고 댕기던 여주를 볼 때마다 뚜껑열렸던 그는 이제 틈만 나면 웃통까고 근육빵빵 갈기며 짐승남 매력을 어필해본다. 근데 실패다. 결국 최후의 필살기, 웨어울프로 변신하여 내가 널 지켜주마 해보지만 역시 실패다. 왜 이딴 얘기나 하느냐면, 정말 영화에 내용이랄게 없기 때문이다. 함 봐바, 서브남의 근육만 기억에 남을테니까. 뭐 이렇게라도 안구정화가 되었다면 성공한 영화라 할 수 있을지도.
3편 : 이클립스
뭐랄까. 전 편의 작품들이 좀 억지로 이어가려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튼 3편은 세계관을 더 확장시켰다. 신생 뱀파이어의 등장. 1편에서 남주집안과 싸웠던 타 부족의 뱀파이어가 신생 뱀파이어와 함께 인간들을 물고 뜯어서 뱀파이어 군대를 만든다. 이들의 계획을 눈치챈 남주일행은 결국 숙적인 웨어울프들과 동맹을 맺고 전투에 들어간다. 3편쯤 되니까 스토리도 진전이 있고, 액션으로 눈호강도 시켜주시는구만. 등장인물도 꽤 많아진데다 각자의 캐릭터도 제법 잘 살려주고 있다. 이렇게나 작품에 많은 변화를 주었는데도 여전히 머리에 남는 건 주인공들의 쪽쪽거림 뿐이다. 내 머리가 이상한가.
4편 : 브레이킹 던 part 1
결혼에 성공한 뱀파이어 덕후 여주의 폭발하는 비주얼. 근데 뱀파이어 의식을 치르기도 전에 임산부가 돼버린 여주의 당황함이 킬링 포인트이다. 헌데 인간과 뱀파이어 간에 나온 아이는, 전설에 의하면 재앙을 부르는 불멸의 아이라나. 그래서 산모도 죽고, 뱀파이어도 다 죽을거란다. 일이 커지기 전에 여주와 아이를 죽이려드는 웨어울프들을 홀로 막아야 하는 서브남의 애간장 순애보가 킬링 포인트이다. part 1에서는 여주가 내내 산통에 시달리고, 남주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 딱히 이렇다 할 스토리가 없다. 가장 무서운 뱀파이어 가문이 곧 남주 집안을 방문할 예정이니 part 2를 위해 참아주시라.
4편 : 브레이킹 던 part 2
part 1 마지막에 가까스로 뱀파이어가 되면서 부활한 여주는 신세계를 접하고서 펄펄 날라다닌다. 아주 그냥 여주의 거친 생각과, 남주의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서브남의 쫄깃쫄깃한 삼각관계가 정점을 찍는다. 이후 미친 속도로 성장하는 여주의 딸에게 반해버린 서브남은 이제 남주 가문에 둘도 없는 충견이 된다. 뭐 이런 미쳐버린 전개가... 여튼 딸은 전설속 불멸의 아이가 아니었고, 남주 가문은 타 가문들을 불러모아 여러 증인을 확보한다. 그러나 예정대로 찾아온 방문객들은 아몰랑 내 알바 아니라며, 전쟁을 일으킨다. 그리하여 엄청난 수퍼액션 대 전투가 열리고, 그래 바로 이거야! 하면서 신나게 관전하다가 급정거를 때리는데... 이하 생략.
청소년 층의 판타지 물이 다 그렇지 뭐. 별 재미는 없었는데 왜인지 계속 보게 되는 그런 맛이 있었다. 늘 느끼는 건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표정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래서 어떤 상황과 감정에도 한결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 참 아쉽다. 볼투리 가의 아로 역할을 맡든 마이클 쉰을 봐라. 별다른 액션도 없이 표정으로만 때우는데도 풍부한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나. 하나같이 엄격근엄진지한 뱀파이어들 가운데 아로 혼자서 하드캐리한 작품이라고 할 수있겠다. 그나저나 간단히 쓰려고만 하면 매번 이렇게 실패하는 듯. 업무보다도 이거쓰느라 더 힘빼고 있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