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소사이어티 -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
롤프 옌센 지음, 서정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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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문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어느 쌀쌀한 가을날 아침. 주요고객인 통신회사와 은행사람들이 참석한 아침회의에서 고객 한 명이 질문했다. “정보사회 다음에는 어떤 사회가 도래할까요?” 저자는 대답할 바를 몰라 혼란스러웠지만 “걱정 마십시오. 정보사회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고, 그 과정의 주요관심사는 지금 당신이 하는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았던 저자는 연구소(코펜하겐 미래학 연구소)로 돌아와 다음 사회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드림 소사이어티’라는 모습을 발견했다. 물론 저자도 ‘드림 소사이어티’를 그려보며 너무 이른 내용이 아닐까 의심했다고 한다. 시작한 지 40~50년밖에 안된 정보사회, 그것도 1990년대 말 인터넷이란 문명을 맞이하여 한창 무르익어가는 상황에서 벌써 그 이후의 세상을 예상한다는 게 시기상조인 것 같았다.

아무리 정보통신망이 발달했다하더라도 아직도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누군가 당신에게 다음 세상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필자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현재 상황을 전제한 상태에서 앞으로 더욱 발전되어 고도화되고 어쩌고 하며 이야기했을 것 같다.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정보사회가 10~20년 내로 바뀌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만 년 전에 시작한 수렵생활이 농업사회로 바뀌는데 9만년이 걸렸고, 1만 년 전에 시작한 농업사회(당시의 모토는 ‘동물과 자연의 에너지를 활용하라’다.)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산업사회로 변하는 데 9천년(당시의 모토는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일하게 하라’다.),그리고 본격적인 2차 산업사회로 변하는데 100년 정도, 다시 정보사회로 변하는 데에는 몇 십 년밖에 걸리지 않은 상황(이때의 모토는 컴퓨터와 인공지능기계가 인간의 일과 사고를 대신하게 하라‘다.)에서 100년 단위의 변화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많은 기업들이 과거와는 다른 세상이 왔다는 것을 직감하고, 이에 대응하고 있는 것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세상은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이라고.

저자는 ‘드림 소사이어티’를 과거 산업사회와 정보사회를 이끌던 이성과 합리성이 아닌 인간의 감성이 중요시 되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좌뇌적인 사고 속에서 성장제일주의를 부르짖으며 오늘과 다른 내일만이 최상과제라고 생각하는 변화중심 사회가 아닌 안정과 평화로운 삶이 더 소중하고,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 물질 그 자체보다는 재미와 꿈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사회는 인간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이야기’의 세상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코펜하겐 공항은 1996년 그린랜드의 빙원 일부를 수입하여 흔하디흔한 얼음조각에 수십 만 년 세월의 이야기를 덧붙여 고객들에게 선물했다. 빙원 속의 거품에는 피라미드가 만들어지기 이전 시대의 공기가 담겨있고 어쩌고 하는 내용이다. 그 순간 별 것 아닌 얼음조각은 오랜 세월의 지구 사를 담고 있는 소중한 보물로 변해버렸고, 누구도 그것을 단순한 얼음조각으로 보지 않았다. 또 당신이 바디숍에서 아마존 밀림 속에 숨겨져 있던 고생대의 식물에서 축출한 원료로 만들었다는 제품을 본다면 무엇을 생각하겠는가? 아마도 밀림에 대한 신비한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갈 것이다. 

한국도 유사한 상황이지만, 덴마크에서는 방목한 암탉의 달걀이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좁은 닭장에 갇혀 길러진 암탉의 달걀보다 20~30%나 비싸지만 소비자들은 자연에서 자란 달걀, ‘옛날식 상품’을 기꺼이 구매한다. 왜 이런 달걀을 구매할까? 어떤 달걀이든지 간에 달걀 자체의 본질은 비슷하지만(많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달걀과 함께 따라오는 시골풍의 모습에 소비자는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다. 달걀 자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몰라도 어쨌든 평화로운 목가풍의 농촌이 생각나고, 자연은 몸에 좋은 것이란 이야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의 입장도 드림소사이어티는 물질이 풍부한 선진사회를 전제로 하며(개도국이나 후진국은 대상이 아니다),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세상으로 모든 것이 대체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산업, 지식사회와 드림소사이어티, 두 개의 모습이 일정기간동안 공존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이성과 합리성만이 진실이고, 감성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극히 이성적인 마케팅 전문가조차 소비자들이 먼저 감성으로 사고, 나중에 이성으로 구매행위를 합리화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세상이고(자신이 상품선택을 잘했다고 스스로 위안하기 위해서), 뇌 과학자들은 인간이 쇼핑할 때 자신의 이성이 직접 개입하여 판단하는 부분은 구입한 상품의 50%도 안 된다고 말한다. 감성과 이야기를 중요시 여기는 드림소사이어티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또 아는가? 멀지않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재택근무가 확대되면 현재 가족과 직장이 분리되었던 산업사회와 지식, 정보사회의 기억은 인류사의 막간에 일어난, 단지 200년 정도의 짤막한 역사일 뿐이었다고 역사가들이 평가할 지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미래는 확실성이 아닌 꿈으로 만들어져 있다. 미래는 물리적인 세계가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꿈속에 존재한다...워크맨을 생산하자는 아이디어는 소니사의 사활을 건 시장조사 끝에 나온 결과가 아니다...비행기도 꿈이었다. 이러한 꿈이 없었다면 아무도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몸과 마음을 희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미래는 (불확실성이란 전제 하에) 꿈이라는 재료로 만들어진다...(이런 상황에서) 사업가는 훌륭한 소설가가 이야기를 상상하듯이 사업의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끄는 말.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따라서 인간을 위해서라도 자연법칙을 존중해야 한다. 인간을 자연을 지배하면서 살기보다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야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지 않은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개인이라고 무시했던 과거 수렵채취인들이 갖았던 생각이다. 요즘 사람들이 자연을 이해하는 모습과 고대 사냥꾼들의 시각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과거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고 있으며, ‘오래된 미래’ 즉 오랜 전 이야기와 부족의 역사, 의식, 전통을 중요시 여겼던 정신적인 요소를 강조했던 수렵채취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미래를 찾고자 한다. 요즘 거대기업들이 자사의 ‘핵심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것이나 과거 미개인이라 불렀던 수렵인들이 자신의 전통을 중요시 여기는 것이나 다를 게 뭐가 있는가.

저자는 이와 같은 현상을 놓고 고전적인 드림소사이어티라고 한다. 간단하게 표현하면 과거 속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과거의 모습에서 미래의 모습을 찾고자 원하는 소비자 행동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사회에서 이야기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하나는 물질의 풍요로움으로,

물론 아직도 내일 먹고 살 것은 고민하는 국가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된 상황에서 우리들은 더 이상 물질 자체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얻고 싶은 것은 물질 이상의 것,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도 만져볼 수는 없지만 인간의 감성을 움직이는 그 무엇으로, 바로 이야기다.

또 하나는 세상의 변화가 인간의 변화속도보다 빠르다보니

사람들은 그 변화에 지쳐 더 급해질 미래의 모습보다는 안정되고 평화로운 과거로 회귀하려고 한다. 물론 과거 시절이 반드시 행복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날의 회상은 어쩔 수 없이 행복했던 면을 키우게 된다. 마치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할 때의 상황처럼. 물론 다시 군대 가겠냐고 물으면 도망가겠지만 말이다.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정을 나누던 모습, 열심히 농사짓고 점심때 막걸리 한 잔 마시며 땀을 닦는 모습과 같은 것이 우리의 모습이자 아름다운 추억이고, 잊혀 지지 않는 우리만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겪었던 겪지 않았던 간에 우리 문화 속에 담긴 소중한 삶의 모습들이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현재의 발전된 모습에서 미래를 그리기보다 과거의 모습에서 미래를 그리려고 한다. 바로 앞에서 말한 [오래된 미래]의 예찬이다.

이 책이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1999년에 출간), 이제 체험의 중요성을 무시하고서는 사람 자체를 모을 수도 없고, 고객의 감성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상품 개발은 결재조차 어렵게 되었다. 더욱이 스토리텔링의 힘에 대해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품 하나를 살 때에도 감성적인 디자인과 상품에 담긴 이야기를 찾는 시대가 왔다.

‘움프쿠어’라는 미국 조그마한 은행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고, 해리포터의 이야기를 보면서 즐거워하지만, 한편으로는 샘날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며, 나이키가 단순한 운동화가 아닌 젊음, 성공과 명성, 승리를 상징하는 젊음의 상징이 되고, 일본의 우수한 오토바이와의 경쟁에서 더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투박하고 시끄럽고 덩치 큰 오토바이의 단점이 이야기로 미화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가 재미를 위한 근육을 사용하는 시장이 나타났듯이 재미를 위한 지적이고 감각적인 활동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도 곧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운전한다는 것이 자동전자제어장치에 의해 위험성이 떨어지면 운전은 곧 지루한 뭔가가 될 것이고(운전자가 할 일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 그때부터 운전 실력을 증명하고 싶어 돈을 들여서라도 위험한 산악 길을 운전하고자 할 것이다. 인간은 세월이 지나도 과거 수렵인처럼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생존이 아닌 재미를 위해서일 뿐이다. 21세기의 성장산업은 아마도 재미가 목적인 지적이고 감각적인 활동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저자는 제품과 서비스에 이야기를 더하는 방법에 대해 몇 가지를 이야기한다.

첫째, 이미 만들어져 있는 이야기를 구매하는 방법이다.

운동선수나 산악인을 후원하여 얻는 것과 같이 이미 이야깃거리를 가진 사람을 잡는 것이다.

둘째, 사람들 스스로 스포츠행사 같은 모험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모험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지프차를 타고 강이나 사막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험난하고 따라서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셋째, 이야기꾼으로서 동업자가 될 수 있는 고객과 함께 당신이 실제로 이야기를 판매하는 것이다.

할리데이비슨 오너그룹에는 36만 명의 회원이 있는데, 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낸다. 할리데이비슨의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를 말해줄 뿐이다.

넷째, 고객들로 하여금 이야기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가가 독립심과 자유, 인격의 상징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 이야기는 담배회사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커왔고,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갈 것이다. 오랜 전 문자가 발달되기 전부터 인류는 이야기를 들으며 꿈을 키웠고, 그 이야기를 현실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이야기만큼 감성을 울리고,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지쳐가고 있다. 더 이상의 발전은 안정과 평화를 약속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슴을 울리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해주는, 별 거 아닌 상품이지만 가치를 느끼게 해 주는 이야기다. 세스 고딘은 [보랏빛 소]에서 모두가 엇비슷해진 세상에서 자신의 상품을 독특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상품과 함께 ‘덤’을 줘야 한다고 말했는데, 필자 생각에는 이것이 바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음 내용은 참고사항으로, 드림소사이어티에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이다.




첫 번째. 모험시장.

이 시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고, 거친 밀림지대를 헤쳐 나가a면서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경험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열기구를 타고 세계를 일주하는 것 같은 것이다. 열기구를 타는 것은 그 자체가 이야깃거리이며 시회가 풍요로워질수록 수요가 커지고 있다. 거기에 산이 있기에 산을 탄다는 등반시장, 스타 한 명의 이야기만으로도 돈 벌 수 있는 스포츠시장, 명배우 한 명의 이야기가 몇 십억 원의 수익을 벌어다주는 영화계 스타시장, 그랑프리 자동차 시장, 동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연시장, 또 여행업 같은 것들이 모두 이 분야에 해당되는 시장이다.

두 번째, 연대감, 친밀감, 우정 그리고 사랑을 위한 시장.

이 시장은 감성중심시장으로 드림소사이어티와 직결된 곳이다. 이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이 알고 싶은 것은 ‘우리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대표적인 상징과 의식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가’이다. 통신시장, 주류시장, 외식업, 카페업, 커피시장, 화상회의나 전자우편, 테마공원, 동물원, 또 만남, 행사, 기념일 등의 모든 이벤트가 이 시장과 관련된 업종들이다.

이 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또 하나는 사랑을 위한 시장이다. 물론 사랑 자체는 시장을 형성하지 않는다. 사랑은 사람 사이의 강렬한 감정으로 겉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그러나 사랑에는 상징이나 의식이 수반되는데 이 부분이 바로 거대한 시장이다. 결혼식, 장례식, 보석, 화장품, 향수, 음악시장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것은 전자음악이나 가공된 소리보다는 기술의 개입 없이 만들어지는 시장의 성장이다. 우리가 찾는 것은 음악 자체가 아니라 정과 사랑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관심의 시장.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을 누구에겐가 제공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다. 필요한 것을 주고 자비를 베풀고 위로하고 치료해주고 도움과 행복을 주고자 하는 욕구다. 관심 제공은 받는 쪽의 기쁨이 더할수록 주는 기쁨도 더 커진다는 데서 비롯된다.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의 필요가 다 충족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마고찌’처럼 실물이 아닌, 별다른 기능도 없는 전자제품 속에 든 사이버 닭조차도 관심 시장에서 크게 히트칠 수 있다. 주인으로 하여금 관심을 제공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또 애완동물시장, 바비인형과 같은 장난감, 적십자나 구세군과  같은 자선단체. 반면에 관심을 받는 시장도 함께 성장하게 되는데 건강분야시장에서도 대체의학과 같이 관심과 동정의 요소가 강하게 배어있는 시장이다. 이는 육체와 함께 정신적인 치유과정도 함께 있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과거 가정의 관심에서 병원과 의사를 중심으로 한 과학시장으로 이제 다시 관심을 강조할 수 있는 분야로 옮겨가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나는 누구인가(who am I)의 시장.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은 그가 선택한 상품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상품을 단순한 기능 품으로 구입하는 차원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방법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명품브랜드의 호소력은 바로 그 상품에 담긴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낡아 보이는 옷을 입고 ‘나는 옷에 신경 쓰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자기표현방식이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시장에서 ‘가난’하다는 것은 과거처럼 물질적인 가난이 아니라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이야기를 구매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아마 요즘 젊은이들의 심정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싶다.

드림 소사이어티에서는 자신이 말하고 싶어 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부자다. 이 시장의 승자는 가장 좋은 이야기를 말하거나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자다. 특히 현대사회처럼 가격과 품질이 유사한 상황에서 구매를 자극하는 것은 이야기에 달려있다.

다섯 번째, 마음의 평안을 위한 시장.

“오는 9월은 잭 다니엘씨의 151번째 생일입니다. 아니면 누군가의 말처럼 147번째일지도 모르고요. 지금까지도 우리 창업자의 정확인 생일은 수수께끼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기록을 잘 하지 않았거든요.” 잭 다니엘사의 테네시 위스키 광고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그 제품이 매우 오래된 주조법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변화라는 ‘질병’속에서 평안을 얻을 수 있는 길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다. 과거이 특징, 변하지 않는 영원성 때문이다.

요즘 히트치는 내용들은 과거 대가족이야기, 시골풍의 낭만주의, 고전적 영국의 모습, 비아킹, 일본의 사무라이, 1920년대 파리, 고대 그리스 북구의 바이킹 같은 곳에서 원형을 빌려온 이야기들이다. 우리가 원조를 주장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상품을 귀하게 여기고, 자동화가 아니라 직접 만들은 것을 높이 평가하고, 조선시대의 음식, 향토문화, 목가적인 농촌과 같은 것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우리에게 변하지 않는 평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이곳이 변화를 떠나 안정된 곳에서 평안을 찾겠다는 사람들이 갈망하는 곳이며, 이곳에 거대한 시장이 존재한다. 이제 초현대적, 더욱 진보된, 최첨단이란 단어는 극히 부분적인 면에서만 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 요소다.

여섯 번째, 신념을 위한 시장.

산업사회에서는 획일적인 이념과 사회계급이 사람들을 사로잡기 위해 대단위의 전쟁을 벌였지만 21세기에는 국지전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것도 총칼을 들고 살생하는 식의 전쟁이 아니라 소비자의 손끝으로 치루는 전쟁이다. 소비자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쇼핑하는 순간부터 매일같이 회사에 투표를 한다. 농산물이 공장에서 대량생산되어 저렴하게 팔려야 하는지, 아니면 생태학적으로 동물후생을 고려해 만들어야 하는지를 해당상품을 구매함으로써 투표하는 것이다.

독일의 한 자동차 회사는 이렇게 광고한다. “우리는 독일계 회사이며 선량한 기업체의 구성원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존 나이스비츠는 소비자행태조사를 통해 수입이 5만 달러 이상인 가정 중에서 지산이 지지하는 목적에 어떤 기업이 관련되어 있을 때 그 이유만으로도 그 기업의 상표를 선택하는 비율이 82%라고 한다. 이제 기업은 사회봉사, 사회적 책임, 인권 같은 것을 무시하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에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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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풀 컴퍼니>를 리뷰해주세요.
디자인 풀 컴퍼니 - 경영을 디자인하다!
마티 뉴마이어 지음, 박선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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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스시그마라는 경영운동이 세계를 흔들어댔다. 남보다 더 빨리, 더 조밀하게, 더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혁신운동이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값싸고 튼튼하고 좋은 상품을 얻게 되었고, 상품의 질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질 좋은 상품이 넘치는 세상에서 질 떨어지는 상품은 쳐다볼 필요도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이란 괴물이 이런 상품을 가만히 놔 두지도 않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은 남다른 것을 만들어 내라고 주장하고, 이때 독특함, 차별성, 명확함 등을 주장한다. 이 모든 것이 기존과는 다른 개념을 소비자에게 주고 자사의 상품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저자는 이러한 것들을 합쳐 디자인경영이라고 부른다. (그는 모든 것이란 단어를 쓰진 않았지만 전체 내용이 그렇다) 아니 경영이라는 말보다 더 포과적인 의미는 디자인사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자는 물론이고 직원 모두가 말이다. 이유는 모든 혁신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최 접점에 있는 말단 직원에서 위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디자인이 무엇이며, 이것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그것도 무척 간단하게, 추상적인 단어나 표현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제외하면 참신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아마도 저자 생각 자체가 독특하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디자인과는 다른 차원의 시각을 담고 있어 그런 것 같다. 특히 일반적인 책처럼 기존에 나왔던 책 내용을 연결시키기보다 자신의 주장을 간단하게 저자의 문체를 통해 전달한다.

책 뒤에 있는 디자인사고를 전 사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열여섯 가지 과정은 기업에 혁신문화를 정착시키고자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이 내용은 첫 번째, 남들은 머리 아프고 불확실하다고 판단하여 뒤로 미루거나 의제에서 제외시키는 고약한 문제들을 골라 이를 풀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있는 것과 될 수 있는 것에서 현재 있는 것에만 집중하면 남들과 달라지지 않기에 될 수 있는 것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엮어라. 이야기는 기업의 의지와 경영철학, 고객에 대한 마음을 가장 손쉽게 전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따라서 자사가 고객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결정했다면 이를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슬로건을 만든 후, 이에 합당한 이야기를 모아 고객에게 전달하라.

세 번째, 혁신센터를 세워라. 기업의 변화와 혁신을 관리하고 발전시키려면 이를 위한 전문조직이 필요하며, 또 전사적으로 운영해야 하기에 기업 어딘가에 조직의 변화를 기획하고, 이끌 수 있는 통합조직이 있어야 한다.

네 번째, 디자인 경영을 도입하라. 지금까지 우리는 분명하고 손에 잡히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좋은 것과 남다른 것을 선택할 확률이 높은데 이런 태도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아주 많이 나쁘고 남다르지 않은 것을 선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유는 불확실성보다는 결과가 눈에 보이는 안정성을 원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디자인경영에서 주장하는 것은 안 좋은 확실함보다는 분명하지 않지만 남다른 것을 선택해야 하고 이것이 바로 디자인 경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섯 번째, 전 조직과 연계된, 디자인경영의 취지와 전개방식을 전사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메타팀을 구성하라. 여섯 번째, 콘서티나 스타일로 협력하라. 일곱 번째, 수평적 사고를 도입하고, 여덟 번째. 파워포인트를 금지하며(발표 그 자체에 공을 들이기 때문이다), 아홉 번째, 자유로운 의견제시를 허용하고, 열 번째, 크게 생각하고 적게 써라. 열한 번째, 새로운 척도를 디자인하며, 열두 번째, 브랜드화 교육을 실시. 열세 번째, 인수를 통해 배우며, 열네 번째, 회의 테이블에 항상 디자이너 자리를 마련하고, 열다섯 번째, 직원 개개인의 재능을 ‘인정’하며, 마지막 열여섯 번째, 우수한 직원들은 도전할만한 일을 원하니 그들에게 고약한 문제를 보상으로 주라고 한다. 물론 이를 해결했을 때는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줘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우리는 항상 변화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변화는 나 혼자 하겠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전 조직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특히 혁신과 같은 문제는 무척 ‘고약한 일’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은 기존 산업, 지식사회에서 넘어온 잘못된 경영관행의 문제점을 제시하며 혁신에 필요한 디자인경영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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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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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을 만나면 항상 화제가 되는 단어가 하나 있는데 바로 창의력이란 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흔해지고 주변에 널리다 보니 특별히 튀거나 독특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사람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좀 더 남달리’, ‘좀 더 독특하게’, ‘좀 더 새롭게’를 모토로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창의력이란 게 원한다고 해서 뜻대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생각하지 않겠다고 해서 잊어버리는 것도 아니다. 이는 인간의 사고가 자기 멋대로 움직여 어느 순간 ‘꽝’하고 번개 치듯이 생각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순간’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갑자기 운 좋게 로또복권 당첨되듯이 나타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는 무엇인가 계속 머릿속에 집어넣으면서, 항상 뭔가를 생각하면서,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을 갈망하면서 살아야 얻게 되는 결과다. 머릿속에서 뒤죽박죽되어 있던 것이 일정한 모습으로 만들어져 내 앞에 나타난다는 의미다.

창의성, 창조성, 상상력. 이 모든 것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어디일까? 어디에서나 필요하고, 또 없어서는 안 될 능력이자 역량이지만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광고 분야가 아닐까 싶다. 다른 상품과는 달리 손에 잡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글과 소리와 그림, 영상을 통해 우리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단 15초, 길면 30초 내에 전달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특히 리모콘이 일상화된 현재 상황에서는 지루하고 뻔한 광고, 뭔가 강요하는 광고는 더 이상 시청자의 눈길을 잡을 수 없게 되었기에 더더욱 창의력이 필요하게 된 분야다. 특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더더욱 요구되는 능력이다.

하지만 그 동안 광고에 대한 느낌은 별로 좋지 않았다. 오래전 TV가 나왔을 때는 광고 역시 하나의 재미를 줬다. 드라마나 뉴스와는 달리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독특하고 재미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재미를 추구하는 현 상황에서는 웬만큼 재미있고, 독특하지 않고서는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기 어렵게 되었다. 튀는 광고라도 자신의 보고자 한 것이 아니기에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릴 판에 재미조차 없는 광고라면 당연히 “또 광고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다보니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는 창의력이란 기본적인 소양이고, 이 역량 없이는 오래 버티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그 동안 많은 광고를 제작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말 중에서도 저자가 구상한 카피가 꽤 있고.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창의력이 어디서 생겼는지, 그것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공부했는지 허심탄회하게 말한다. 아마도 저자 자신이 직접 글을 썼다면 고정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기에 어쩔 수없이 현실과는 다른 홍보성 멘트가 있었겠지만, 이 책은 또 한 명의 저자와 인터뷰를 통해 얻어진 자료를 새롭게 편집한 글이기에 이 부분에서는 무척 신선하다. 뭐라고 할까. 평소 머릿속에 담긴 생각을 질문 받는 대로 털어낸 글이라고 할까.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가식이나 아집보다는 저자 자신의 삶에 뛰어 들어가 그가 걸어온 길을 함께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이란 대개 역사, 철학, 문장을 핵심으로 인간을 연구하고 바라보는 시각을 배우자는 학문이다.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자 마지막 과정이기에 날이 갈수록 중요성이 더해지는 분야다. 그럼 인문학과 광고의 창의성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그것은 이 책을 보면 저자가 쓴 여러 가지 카피의 예가 나오는데 그 내용을 보면 다른 광고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즉 사람이 원하는 것, 겉으로는 잘 표현하지 않지만 힘들고 어려워하는 우리의 심정을 시적인 문구를 통해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상품 자체를 떠나 우리 가슴에 오랜 시간동안 남는다. 바로 내 자신의 모습을 광고라는 짧은 공간에 투영시켰기 때문이다.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광고.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광고가 무엇이며 이와 같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 인문학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고 싶으면 이 책을 보라. 생각보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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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대화법 - 유쾌하게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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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다는 것은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 같다. 똑같은 이야기를 전해도 어떤 사람은 듣기 좋게 말해주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게 말하기 때문이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우리가 아는 단어를 구사하여 소리를 낸다고 해서 다 말 잘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평소 대화법에 관심이 많다. 이야기를 자주 하지는 않지만 항상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을 하고 되돌아서면 후회할 때가 자주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한 것인지 잘 모르겠고, 혹시 상대방이 내 말을 오해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되는 적이 많다. 아마도 내 자신이 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인정하다보니 대화 자체가 부담스러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내 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말을 잘하려고 너무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아닌지, 또 내 말이 틀림이 없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말할 때마다 내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과 그것을 상대방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마음 깊은 곳에는 어떤 말을 어떻게 전달했는지 보다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 숨어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말은 바로 ‘신뢰’의 문제다. 누구나 말을 연습하면 말솜씨는 늘게 되어있고, 자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표현방식을 되돌아보며 문제점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말을 얼마나 잘하는가 하는 문제와 함께 상대방이 내 말을 진실 되게 받아들여주는가이다. 바로 저자가 대화하는 사람들간의 상호 신뢰에 대한 의 문제다.

사람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내 앞에 놓은 수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를 갖고 있기에, 우리는 어쩔 수없이 정보를 제한하고, 이를 분해해서 받아들인다. 이때 무엇을 받아들이고 거부할 것인가의 문제는 우리가 가진 가치관과 태도이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는 어떨까. 상대방이 웃으면 이야기하는 것도 그가 평소 잘 웃는 사람이며,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인식했다면 당연히 별 문제없이 자연스럽게 그것을 바라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가 왜 지금 웃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무슨 꿍꿍이를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으로 그의 말을 듣다보면 그가 하고자 한 말은 뒷전으로 넘어가고, 머리 속에서는 오로지 그가 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한 것만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이 귀에 들어오겠는가.

나는 이런 점에서 저자가 말한 서로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대화법이라고 생각하며, 이 부분에 대해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도리어 그 이외 대화와 관련된 내용들은 기교처럼 보여 이렇게 한다는 것이, 특히 저자가 말한 것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연습하고, 준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상대방에 맞춰 말을 하라는 부분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은 나눠 대화패턴을 선별한다는 것은 논리구성상 무척 멋진 말 같지만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그렇게까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 쓰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대화. 우울한 내용보다는 재미있게 말하는 것이 좋다. 인상을 쓰며 말하기보다 웃으며 말하는 것이 좋다. 욕하는 것보다는 칭찬해 주는 것이 좋고, 지시하기보다는 들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등등. 우리는 지금 말한 이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내 이야기를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구지 남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내가 그러니까 말이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대화에 대한 세부적인 방법을 이해하고 배우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보다는 내 중심적인 대화, 나를 내세우려는 대화, 상대방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끄집어내려는 대화, 내 문제를 남에게 돌리려는 대화, 진실이 사라진 무미건조한 대화 등은 무슨 기법을 쓰더라도 별로 효과적이지 않으며, 특정기법을 통해 이를 순간적으로 무마시켰다 해도 오래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다양한 대화기법보다는 대화의 기본기(예의와 상대방에 대한 존중 자세)부터 갖추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사람만나고, 사귀고, 리드하는 문제에서 기법은 기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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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공식 - 나를 뛰어넘는 '거대한 힘'을 찾는다
오무라 아쓰시 지음, 정진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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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공식이란 것이 있을까? 딱히 이것이다 말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자신의 삶에 대한 공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삶은 좋고, 이런 삶은 나쁘다. 이렇게 살면 성공하고 이렇게 살면 실패한다 는 것과 같은 생각들이다. 물론 사람들이 자신의 공식대로 살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며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기준은 갖고 있다는 말이다.

이 책 <인생 공식> 역시 누군가의 인생 공식을 알고 싶어 본 책이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찾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고, 결과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은 저자의 삶에서 남다른 인생 공식을 배우고 싶었다.

저자는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는 없다고 한다. 가다가 돌아가거나 중간에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이때 주의할 것은 남들이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하루하루가 즐거움과 열정 속에서 살아가야 하고, 그런 가운데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몇 가지의 인생 공식을 설명하는데 이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것은[목표-현재 상황=과제]라는 공식이다. 언뜻 보면 당연한 말 같지만 이 공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평소 깨닫지 못한 여러 가지 내용을 전해준다. 나 역시 이 공식을 보며 내 자신을 한번 되돌아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 앞에 놓인 것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기보다는 ‘짐’으로 느낄 때가 많다. 뭐 이런 생각 아니겠는가. ‘왜 나는 남들처럼 편하게 살지 못하지?’ ‘왜 내 앞에는 이리도 장애물이 많지’ 하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게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누군가의 장난처럼 보이고, 그 일들을 바라보면서 짜증만 날 뿐이다.

하지만 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면, 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넘어야만 하는 장애물이라면 당시는 조금 힘들어도 그것을 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장애물을 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배우고 습득할 것인지를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자신의 목표를 더욱 구체화시키고, 힘을 얻게 된다.

물론 이때 중요한 것은 아마도 공식의 맨 앞에 나와 있는 ‘목표’라는 것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얻고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수록 나의 현실 역시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그런 가운데에서 과제 역시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공식의 순서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내가 가고 싶은 곳도 없이 하염없이 살아가는 삶, 그저 남들이 원하는 모습을 향해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걸어가는 인생.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왜 나는 이리도 힘든 일을 가야만 하는 건가?’ 하는 푸념뿐이다. 내 모습 속에서 삶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공식, 변수가 세 개뿐인 간단한 공식이지만 나에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준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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