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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대화법 - 유쾌하게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8월
평점 :
말한다는 것은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 같다. 똑같은 이야기를 전해도 어떤 사람은 듣기 좋게 말해주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게 말하기 때문이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우리가 아는 단어를 구사하여 소리를 낸다고 해서 다 말 잘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평소 대화법에 관심이 많다. 이야기를 자주 하지는 않지만 항상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을 하고 되돌아서면 후회할 때가 자주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한 것인지 잘 모르겠고, 혹시 상대방이 내 말을 오해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되는 적이 많다. 아마도 내 자신이 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인정하다보니 대화 자체가 부담스러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내 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말을 잘하려고 너무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아닌지, 또 내 말이 틀림이 없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말할 때마다 내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과 그것을 상대방이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마음 깊은 곳에는 어떤 말을 어떻게 전달했는지 보다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 숨어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말은 바로 ‘신뢰’의 문제다. 누구나 말을 연습하면 말솜씨는 늘게 되어있고, 자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표현방식을 되돌아보며 문제점을 개선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말을 얼마나 잘하는가 하는 문제와 함께 상대방이 내 말을 진실 되게 받아들여주는가이다. 바로 저자가 대화하는 사람들간의 상호 신뢰에 대한 의 문제다.
사람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내 앞에 놓은 수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를 갖고 있기에, 우리는 어쩔 수없이 정보를 제한하고, 이를 분해해서 받아들인다. 이때 무엇을 받아들이고 거부할 것인가의 문제는 우리가 가진 가치관과 태도이다.
상대방과 대화할 때는 어떨까. 상대방이 웃으면 이야기하는 것도 그가 평소 잘 웃는 사람이며,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인식했다면 당연히 별 문제없이 자연스럽게 그것을 바라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가 왜 지금 웃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 무슨 꿍꿍이를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으로 그의 말을 듣다보면 그가 하고자 한 말은 뒷전으로 넘어가고, 머리 속에서는 오로지 그가 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한 것만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이 귀에 들어오겠는가.
나는 이런 점에서 저자가 말한 서로간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 대화법이라고 생각하며, 이 부분에 대해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도리어 그 이외 대화와 관련된 내용들은 기교처럼 보여 이렇게 한다는 것이, 특히 저자가 말한 것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연습하고, 준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상대방에 맞춰 말을 하라는 부분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은 나눠 대화패턴을 선별한다는 것은 논리구성상 무척 멋진 말 같지만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그렇게까지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 쓰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대화. 우울한 내용보다는 재미있게 말하는 것이 좋다. 인상을 쓰며 말하기보다 웃으며 말하는 것이 좋다. 욕하는 것보다는 칭찬해 주는 것이 좋고, 지시하기보다는 들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등등. 우리는 지금 말한 이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내 이야기를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구지 남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내가 그러니까 말이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대화에 대한 세부적인 방법을 이해하고 배우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보다는 내 중심적인 대화, 나를 내세우려는 대화, 상대방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끄집어내려는 대화, 내 문제를 남에게 돌리려는 대화, 진실이 사라진 무미건조한 대화 등은 무슨 기법을 쓰더라도 별로 효과적이지 않으며, 특정기법을 통해 이를 순간적으로 무마시켰다 해도 오래가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다양한 대화기법보다는 대화의 기본기(예의와 상대방에 대한 존중 자세)부터 갖추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닐까. 사람만나고, 사귀고, 리드하는 문제에서 기법은 기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