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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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을 만나면 항상 화제가 되는 단어가 하나 있는데 바로 창의력이란 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흔해지고 주변에 널리다 보니 특별히 튀거나 독특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사람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좀 더 남달리’, ‘좀 더 독특하게’, ‘좀 더 새롭게’를 모토로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창의력이란 게 원한다고 해서 뜻대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생각하지 않겠다고 해서 잊어버리는 것도 아니다. 이는 인간의 사고가 자기 멋대로 움직여 어느 순간 ‘꽝’하고 번개 치듯이 생각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순간’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갑자기 운 좋게 로또복권 당첨되듯이 나타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는 무엇인가 계속 머릿속에 집어넣으면서, 항상 뭔가를 생각하면서,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을 갈망하면서 살아야 얻게 되는 결과다. 머릿속에서 뒤죽박죽되어 있던 것이 일정한 모습으로 만들어져 내 앞에 나타난다는 의미다.

창의성, 창조성, 상상력. 이 모든 것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어디일까? 어디에서나 필요하고, 또 없어서는 안 될 능력이자 역량이지만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광고 분야가 아닐까 싶다. 다른 상품과는 달리 손에 잡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글과 소리와 그림, 영상을 통해 우리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단 15초, 길면 30초 내에 전달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특히 리모콘이 일상화된 현재 상황에서는 지루하고 뻔한 광고, 뭔가 강요하는 광고는 더 이상 시청자의 눈길을 잡을 수 없게 되었기에 더더욱 창의력이 필요하게 된 분야다. 특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더더욱 요구되는 능력이다.

하지만 그 동안 광고에 대한 느낌은 별로 좋지 않았다. 오래전 TV가 나왔을 때는 광고 역시 하나의 재미를 줬다. 드라마나 뉴스와는 달리 짧은 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독특하고 재미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재미를 추구하는 현 상황에서는 웬만큼 재미있고, 독특하지 않고서는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기 어렵게 되었다. 튀는 광고라도 자신의 보고자 한 것이 아니기에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릴 판에 재미조차 없는 광고라면 당연히 “또 광고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다보니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는 창의력이란 기본적인 소양이고, 이 역량 없이는 오래 버티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그 동안 많은 광고를 제작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말 중에서도 저자가 구상한 카피가 꽤 있고.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창의력이 어디서 생겼는지, 그것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공부했는지 허심탄회하게 말한다. 아마도 저자 자신이 직접 글을 썼다면 고정적인 시각으로 자신을 들여다보기에 어쩔 수없이 현실과는 다른 홍보성 멘트가 있었겠지만, 이 책은 또 한 명의 저자와 인터뷰를 통해 얻어진 자료를 새롭게 편집한 글이기에 이 부분에서는 무척 신선하다. 뭐라고 할까. 평소 머릿속에 담긴 생각을 질문 받는 대로 털어낸 글이라고 할까.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가식이나 아집보다는 저자 자신의 삶에 뛰어 들어가 그가 걸어온 길을 함께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이란 대개 역사, 철학, 문장을 핵심으로 인간을 연구하고 바라보는 시각을 배우자는 학문이다.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는 첫 걸음이자 마지막 과정이기에 날이 갈수록 중요성이 더해지는 분야다. 그럼 인문학과 광고의 창의성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그것은 이 책을 보면 저자가 쓴 여러 가지 카피의 예가 나오는데 그 내용을 보면 다른 광고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즉 사람이 원하는 것, 겉으로는 잘 표현하지 않지만 힘들고 어려워하는 우리의 심정을 시적인 문구를 통해 표현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상품 자체를 떠나 우리 가슴에 오랜 시간동안 남는다. 바로 내 자신의 모습을 광고라는 짧은 공간에 투영시켰기 때문이다.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광고.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광고가 무엇이며 이와 같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 인문학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고 싶으면 이 책을 보라. 생각보다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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