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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브레인 - 인간 지능의 기원과 미래
게리 린치.리처드 그래인저 지음, 문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많은 사람들이 인간은 무엇이며, 어디서 왔는가? 동물과 다른 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달라지기 시작했는가 라는 질문에 던졌고, 많은 학자들이 그에 대한 답을 찾아왔다. 그만큼 인간의 모습은 알다가도 모를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질문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제는 과학이 발달하여 인간의 뇌 모습을, 그것도 죽지 않은 상태에서, 또 해부하지 않고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MRI와 같은 기계를 활용하면 인간의 특정행동이 뇌의 어떤 부분을 활성화시키는지를 눈으로 식별할 수 있고, 이때 우리는 어떤 자극이 뇌의 어떤 부위와 연결되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마케팅에서도 과거처럼 고객들이 직접 답하는 설문조사보다 인간의 의식에 바탕으로 둔 무의식 마케팅, 뇌과학(뉴로)마케팅과 같은 것들이 인기를 끌고 있고, 이를 통해 개인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다양한 욕구를 탐지해 내기에 이르렀다. 이런 분야의 결과들을 보면 인간이 내리진 많은 결정들 중 많은 부분, 어떤 저자는 전체 결정의 5%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이 이성이나 사고에 의한 합리적인 판단물이 아니고 무의식적인, 즉 인간이 가진 동물적인 본능에 의한 결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미래세상은 인간의 뇌를 이해하지 않고는 고객이 어떤 결정을 왜 내리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시장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되었다.
이 책은 인간의 뇌에 대한 단순한 개념설명과는 조금 궤를 다르게 구성한 책이다. 책 서문을 보면 독자들에게 많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 있는데, 인류의 조상이라고 하는 크로마뇽인과 거의 동시대에 그들보다, 아니 현존인간보다 두뇌가 훨씬 더 큰 존재가 지구상에 살았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보스콥이란 지역에서 우연히 농부들이 찾아낸 유골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 인류의 뇌보다 최소 30% 이상의 큰 뇌를 갖고 있는, 하지만 얼굴은 어린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런 인류다. 다만 1900년대 초반의 과학자들이 이들의 존재를 설명할 길이 없어 학계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따라서 사람들 역시 잊어버린 사실일 뿐이다.
당시 사람들은 왜 이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뇌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가 뛰어나고, 결과적으로 동 시대 크로마뇽인보다 더욱 찬란한 문명을 발전시켰을 텐데 그들보다 덜 개화된 현 인류의 조상들에게 의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원숭이에 의해 인간이 정복당한 것을 설명하는 것과 비슷한 그런 상황이었을 것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나오는 상황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발굴결과를 두고 원초적인 질문 한 가지를 독자들에게 던진다. 생물의 뇌가 크면 그만큼 영리하고 현명한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물론 결과는 ‘그렇다’이다. 뇌가 크면 그만큼 여러 가지 내용을 종합해서 이해할 수 있고, 한 가지 사실에서 다양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또 현재와 과거의 기억을 조합하여 미래를 예상할 수없는 하등생물들과는 다른 결론을 추론해 낼 수 있다. 인류 역시 이와 같은 뇌의 과정과 기능 덕분에 현재 지구를 점령하지 않았는가.
저자의 논리를 간단히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물에서 시작했다. 따라서 어류에서 파충류가 나왔고, 파충류에서 원포유류라는 생물이 생겼으면, 이들이 진화하여 조류와 포유류가 생겼다. 그런데 파충류의 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냄새를 맡기 위한 후각기능의 뇌였는데 이 부분이 점차 발달하여 청각과 촉각기능으로 발달하고, 나중에 시각기능으로 새롭게 발전시켰다. 현재 진화된 생물, 그중에서도 포유류만 두고 봤을 때 이들 간의 큰 차이는 바로 앞에서 말한 몇 가지의 기능과 함께 발달한 피질, 즉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대뇌라는 것인데 이곳의 크기가 사고능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 피질의 크기를 계산해 보면 인간의 피질이 신체와 뇌 간의 비율로 따져봤을 때 타 포유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그것도 무척 많이. 그리고 이곳의 크기가 현재 인간의 두뇌부분을 ‘이마’라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낸 결정적인 원인이다.
근데 앞에서 발견한 보스콥인의 두뇌가 바로 이 부분이 더 컸다는 것은 결국 인류의 조상들보다 훨씬 더 사고능력이 컸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생물의 뇌는 뇌 전체의 구조비율이 유사한데, 유전자 덕분에, 뇌가 상대적으로 비대하다는 것은 바로 포유류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감각기능 이외 이들의 정보를 취합, 분석하는 연합조직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들보다 미개한 종족, 현 인류,에게 멸망되었지만 말이다.
이 책은 바로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보스콥인이라는 독특한 인류를 소개하여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뒤, 이들의 뇌가 현 인류보다 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다양한 뇌과학 지식을 동원해 양파껍질 벗기듯이 하나씩 설명해 나간다. 결론은? 보스콥인들은 우리보다 더 높은 사고능력을 보유한 종족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독자는 책에서 몇 가지를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데, 첫째는 두뇌가 어떤 식으로 진화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진화의 순서와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졌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뇌구조와 크기가 사고에 어떤 영향을 주고, 사고기능이 크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이 부분이 결론부분인데 인간의 뇌가 더 진화하게 되면 어떤 모습이 될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무척 재미있는 책이다. 연구논문과 실험결과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 언뜻 보기에는 딱딱할 것 같은 논리를 추리소설처럼 풀어냈다. 뇌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