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마케팅 - ‘마음’을 낚는 어부가 되는 법
정성희 지음 / 시니어커뮤니케이션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예전에 경제학에 대한 비판서적을 몇 권 본 적이 있다. 책 내용은 대부분 인간은 생각하는 것처럼 합리적이지 않으며 계산적이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인간의 머리가 경제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극히 논리적이라면 유사한 기능을 가진 물건을 더 비싼 곳에서 구입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논지다. 결국 인간의 가치판단과 의사결정 대부분은 최소의 투자를 통해 최고의 효율을 얻고자 노력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 예를 들어 택시기사 이야기를 해 보자. 그의 입장에서 날씨가 좋은 날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하고(사람들이 걸어 다니니까), 비가 오는 날,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면 비 오는 날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고, 날씨 좋은 날은 쉬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이다. 마치 공부 안 되는 날은 쉬고, 공부 잘 되는 날 더 열심히 해서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하루에 얼마를 벌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비 오는 날은 자신이 목표한 돈을 벌면 그냥 집에 들어가고(좀 더 열심히 하면 더 많이 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날씨가 좋아 수입이 별로 없는 날은 당일 목표한 수입을 채워야한다는 의식 속에서 더 열심히 일을 한다. 당연히 그 다음날 피곤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아마도 그 동안 인간을 경제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이유는 편리한 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산수를 하듯이 1+1=2의 계산은 특별히 머리 쓸 일도 없고, 컴퓨터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할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다. 즉 학자들이 원하는 모델, 결과에 대한 해석 및 예측 모델을 쉽게 고안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기계가 아닌 다음에야 예상대로 움직일까?

이 책을 보고 느낀 점은, 예전부터 생각한 것이지만, 인간의 의사결정방식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더하고 빼기식의 합리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예측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단지 과거에 주장했던 이성과는 다른 감정,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인간이란 의미다. 다만 예전에 경제학자들이 본 인간의 모습은 이성에 초점을 두고, 계산을 앞세운 인간이었다면, 이 책과 요즘 나오는 뇌 과학과 관련된 책의 주제는 인간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적인 인간이라는 논리만 다를 뿐이다. (이리 저리 보나 일정 수준 결정됐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저자는 인간의 판단 중에 이성과 감정의 비율을 5% 대 95%라고 이야기한다. 즉 평소 우리가 열심히 머리를 돌려 결정한 대부분의 것들이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 아닌 본능에 따라, 인간의 진화에 따라 응집된, 무의식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결정을 용인하고 합리화시키는 도구로써 이성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합리성을 내세운 이론에 의해 우리 안에 숨겨진 감성의 가치를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이는 이성인가? 감성인가? 누구나 자신을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듯이 많은 경우 감정에 의해 좋고 나쁨을 결정한다.(좋고 나쁨이 이성보다는 감정에 가깝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다). 왠지 모르게 미운 사람을 좋아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래서 그를 좋아하겠다고 노력할 때 그것이 어려운 이유는 감정이란 우리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려고 노력할 수는 있지만 그런 노력이 상대방을 진정으로 좋게 만들 수는 없다.

저자의 논지는 이와 같은 감정, 평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속에서 많은 결정이 이뤄지기에 고객의 진정한 욕구를 찾고자 한다면 겉으로 들어난 모습이 아니라 내면에 숨겨진, 어떤 때는 당사자도 모르고 있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왜 좋아하는지,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르는 소비자들에게 설문지를 들이대고 무엇이 좋은지, 왜 좋은지를 물어봐야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책의 가치를 책 뒤에 나오는 ‘Part4. 무의식 마케팅 실천전략’에서 찾았다. 앞부분의 내용은 이미 뇌 과학, 뉴로마케팅과 같은 책에서 많이 거론된 내용이지만 실제 무의식을 조사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한두 마디로 정의하는 기법은 이 책에서 처음 봤다. 특히 심층은유파악을 위한 11단계 접근법과 공유개념도 작성하기 부분은 무의식을 이해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실제 몇 번 조사를 하면서 공유도를 만들어 봐야만 익힐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무의식, 이제는 단지 심리치료에서만 다루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이는 정신병적인 분야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사람들이 뭔가를 결정하는 데 무척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기업들은 이미 무의식을 관찰하여 고객으로 하여금 돈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상황까지 마케팅을 발전시켰다. 뉴로마케팅, 심리마케팅과 같은 이름이 나온지도 꽤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우리의 경쟁자들이 인간심리를 오래전부터 마케팅의 도구로써 활용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좀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넛지>라는 책도 바로 이런 종류의 책이 아닌가. 단지 책을 보며 ‘와~~ 신기하네’라고 말하며 책을 덮을 때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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