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다, 모르겠다, 한미 FTA 모르겠다
[설문조사 분석] 의원들에게 물어본 한미FTA
한미FTA에 대해서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는 지난달 20일부터 8월 4일까지 국회의원 295명을 대상으로 한미FTA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에 대한 회신을 한 국회의원은 82명이었으며, 다음의 수치는 82명의 현직 국회의원들의 설문에 기초한 것이다.)
서면으로 이루어진 설문조사는 한미FTA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절차상의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8문항으로 이루어졌다. 문항의 대부분은 현재 한미 FTA 협상 과정에 대한 판단과 그에 따른 국회의 역할을 묻는 것이었다.
정부도 국회도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설문조사 결과, 국회의원들은 현재 한미FTA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동의를 하고 있었다.
84%에 달하는 국회의원들이 '충분한 준비외 의견수렴이 이루어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으며, '보통'이라는 의견이 15.85%였다. 반면 '잘 되었다'고 대답한 의원들은 없었다.
스스로의 역할 충실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국회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78%에 달하는 국회의원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으며, '보통이다'가 19.51%였다.
이처럼 정부의 협상 절차와 국회의 역할에 있어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FTA의 협상 과정에 있어 정부는 물론 스스로의 역할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었다.
'판단 불가' 63%, 국회의원들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까지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도 여전히 감을 잡지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한미 FTA에 대한 판단 기준의 기본적인 항목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63%가 넘는 의원들이 '판단 불가'를 선택했다. 세부적인 협상 항목의 효과가 아니라, 전체적인 경제 영향력을 묻는 질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수 없는 정보 부재에 놓여있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채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6월을 협상 시한으로 정해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정부를 국회가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인가는 심히 우려되는 바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국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데는 78%에 달하는 의원들이 동의를 하고 있었지만, 그 구체적인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을 보였다.
특히 국회 역할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거론되고 통상절차법 제정(현재 법안 계류 중)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57.3%가 찬성의 의견을 나타냈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25.6%, '반대한다'는 의견은 4.9%(4건)를 나타냈다.
설문에 응답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전원은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찬성응답자의 40.4%가 열린우리당, 27.7%가 한나라당으로 나타났다. 반면 통상절차법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의 열린우리당 비율은 21.1%이었던 데 반해, 한나라당은 무려 73.7%을 차지해 정당간의 의식 차이를 보였다.
또한 "법에 찬성하지만 소급 여부는 반대한다"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추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무응답과 기타의견도 유독 많았다. 결국 국회의 역할 강화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나 그 구체적인 방법에 이르러서는 국회차원의 심층적인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이 믿을 곳은 국회뿐인데...
이번 설문 조사는 한미 FTA 국회 특위가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얼마나 '준비되지 않은' 상황인지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우선 설문에 응답한 국회의원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번 경실련 설문 조사의 문항은 간단한 8문항으로 구성되어있다. 내용 역시 한미 FTA와 관련된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라, 협상 과정에 대한 인식을 묻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의원이었다면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설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 참여율은 높지 않았다. 외유 및 출장 등과 같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답변을 미룬 국회의원도 있었지만, 한미FTA에 대한 입장 자체를 밝히는 것을 꺼리는 국회의원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는 의원들이 한미FTA와 관련한 기본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대답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협상을 이미 진행시키고 있는 정부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한미FTA와 관련해서 여전히 독불장군식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반대의 의견이나 검토의 의견은 들어보지 않은 채 오로지 찬성 일변도의 논리를 펴기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희망은 국회이다. 설문 결과를 보면 국회가 과연 적극적으로 행정부를 견제하고 압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현재 자신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라도 국회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한미FTA 추진과정에서 국회가 행정부견제와 이해관계조정 등 국회에 주어진 본연의 역할을 담당할 때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