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다, 모르겠다, 한미 FTA 모르겠다


               [설문조사 분석] 의원들에게 물어본 한미FTA 

 


한미FTA에 대해서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는 지난달 20일부터 8월 4일까지 국회의원 295명을 대상으로 한미FTA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에 대한 회신을 한 국회의원은 82명이었으며, 다음의 수치는 82명의 현직 국회의원들의 설문에 기초한 것이다.)

 

 

서면으로 이루어진 설문조사는 한미FTA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절차상의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8문항으로 이루어졌다. 문항의 대부분은 현재 한미 FTA 협상 과정에 대한 판단과 그에 따른 국회의 역할을 묻는 것이었다.

 

정부도 국회도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설문조사 결과, 국회의원들은 현재 한미FTA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동의를 하고 있었다.

 

84%에 달하는 국회의원들이 '충분한 준비외 의견수렴이 이루어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으며, '보통'이라는 의견이 15.85%였다. 반면 '잘 되었다'고 대답한 의원들은 없었다.

스스로의 역할 충실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국회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78%에 달하는 국회의원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으며, '보통이다'가 19.51%였다.

 

이처럼 정부의 협상 절차와 국회의 역할에 있어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FTA의 협상 과정에 있어 정부는 물론 스스로의 역할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었다.

 

'판단 불가' 63%, 국회의원들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까지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도 여전히 감을 잡지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한미 FTA에 대한 판단 기준의 기본적인 항목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63%가 넘는 의원들이 '판단 불가'를 선택했다. 세부적인 협상 항목의 효과가 아니라, 전체적인 경제 영향력을 묻는 질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수 없는 정보 부재에 놓여있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채 1년도 남지 않은 내년 6월을 협상 시한으로 정해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정부를 국회가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인가는 심히 우려되는 바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국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데는 78%에 달하는 의원들이 동의를 하고 있었지만, 그 구체적인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들을 보였다.

 

특히 국회 역할을 강화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거론되고 통상절차법 제정(현재 법안 계류 중)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57.3%가 찬성의 의견을 나타냈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25.6%, '반대한다'는 의견은 4.9%(4건)를 나타냈다.

 

설문에 응답한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전원은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찬성응답자의 40.4%가 열린우리당, 27.7%가 한나라당으로 나타났다. 반면 통상절차법에 대해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자의 열린우리당 비율은 21.1%이었던 데 반해, 한나라당은 무려 73.7%을 차지해 정당간의 의식 차이를 보였다.

 

또한 "법에 찬성하지만 소급 여부는 반대한다"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추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무응답과 기타의견도 유독 많았다. 결국 국회의 역할 강화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나 그 구체적인 방법에 이르러서는 국회차원의 심층적인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이 믿을 곳은 국회뿐인데...

 

이번 설문 조사는 한미 FTA 국회 특위가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얼마나 '준비되지 않은' 상황인지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우선 설문에 응답한 국회의원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번 경실련 설문 조사의 문항은 간단한 8문항으로 구성되어있다. 내용 역시 한미 FTA와 관련된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라, 협상 과정에 대한 인식을 묻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의원이었다면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설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 참여율은 높지 않았다. 외유 및 출장 등과 같은 불가피한 사정으로 답변을 미룬 국회의원도 있었지만, 한미FTA에 대한 입장 자체를 밝히는 것을 꺼리는 국회의원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는 의원들이 한미FTA와 관련한 기본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대답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협상을 이미 진행시키고 있는 정부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한미FTA와 관련해서 여전히 독불장군식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반대의 의견이나 검토의 의견은 들어보지 않은 채 오로지 찬성 일변도의 논리를 펴기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희망은 국회이다. 설문 결과를 보면 국회가 과연 적극적으로 행정부를 견제하고 압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현재 자신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라도 국회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한미FTA 추진과정에서 국회가 행정부견제와 이해관계조정 등 국회에 주어진 본연의 역할을 담당할 때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개혁의 덫
장하준 지음 / 부키 / 200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혁의 덫’은 장하준 교수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신문과 잡지 등에 쓴 컬럼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래서 각각의 글이 무척 짧아 내용이 깊게 들어가지 못하고 같은 내용이 중복되는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가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하여 막연히 가지고 있는 생각이 얼마나 편향되고 맹목적인 것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장하준 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는 영미식 자유경제체제(또는 자유경제체제로 포장된 신자유주의)가 사실은 우리경제가 요즘 겪고 있는 많은 구조적 문제점들의 근본 원인이며 우리경제가 따라야할 만병통치약적인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영국과 미국도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하는 위치에 있을 때에는 강력한 보호무역과 유치산업보호정책을 펼치다가 자국의 경쟁력이 제일 강해진 다음에야 자유무역을 주장한 점이나, 실제 개발도상국들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했을 때가 자유무역체제를 도입한 이후보다 경제 성장률이 훨씬 높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영미가 주장하는 신자유주의는 다같이 잘살자는 것이 아니라 잘사는 자만 더 잘살겠다는 체제이고 아직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우리가 받아들일 제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물론 우리가 우리보다 경쟁력이 약한 후진국들에게 그러한 체제를 강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밖에도 이 책이 담고 있는 시각은 장하준 교수가 말하듯이 우리의 기존 통념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것들이 많다.


예컨대, 정부주도 경제는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계획경제체제여서 현시대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이제는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고 경제상황이 변했어도 정부의 산업정책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주장이나,(p71~)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무조건적인 절대선은 아니며 아직도 성공적으로 국영기업체제를 실현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고 섣부른 민영화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주장,(p91)


공적자금으로 살린 국내기업들을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하여 서둘러 해외자본에게 매각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라는 주장(p95),


한국의 재벌체제가 여러 부작용도 있지만 반드시 타파해야만 하는 비효율, 무능력한 체제만은 아니라는 주장(p99)


중국의 성장 앞에서 우리나라는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 치중해야 한다는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하거나(p181)

 

주주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것이 가장 선진적인 제도는 아니라는 주장(p189) 등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시각이나 소위 보수나 진보에서 주장하는 내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적어도 경제 전문가가 아닌 우리 대부분이 너무 막연하고 단순한 논리에 기초하여(예컨대 재벌의 부도덕한 측면만을 보고 재벌체제는 무조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나 공기업은 이윤추구의 동기가 약하고 비효율적이어서 민영화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는 생각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많은 문제들에 대하여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자문을 하게 된다.(불행하게도 우리 경제정책을 이끄는 소위 시장제일주의자들은 어떤 면에서는 지식에 기초한 더욱 견고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장하준 교수가 수년 전부터 일관적으로 이야기하던 것들이 그 수년 동안 그대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2003년에 쓴 FTA에 관한 컬럼(경쟁력이 차이가 나는 국가간 FTA의 체결은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고, 미국과의 투자협정체결은 미국의 국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우리나라에는 반드시 이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내용 -p38~, p147~)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소위 개혁론자, 시장주의자들이 현실을 직시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法ㆍ檢 법조인 영장에 `충격과 긴장'>
[연합뉴스] 2006-08-07 16:37
▲ 법조비리 조모 전 고법 부장판사 등 사전구속영장 청구
법원, 당혹감 역력 vs 검찰, 영장 기각 가능성에 긴장 (서울=연합뉴스) 법조팀 = 검찰이 법조비리에 연루된 조모 전 고법 부장판사 등 법조인 2명과 현직 경찰 총경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법조계에서는 충격을 받은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법원의 경우 사상 최고위직을 지낸 전직 법관에 대한 영장이 청구됐다는 사실 자체를 도저히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듯 당혹스런 모습을 보이면서 이번 사태가 사법부에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상당수 법관들은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법관이 부적절한 행태를 보인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번 기회에 철저한 자기 반성과 함께 재발방지책 마련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법원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고위 법관을 지낸 인사에게 영장이 청구된 사실 자체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다. 아직 정확한 사실 관계가 밝혀지지 않아 뭐라 말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법원도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도 "일부 개인의 옳지 못한 행동이 문제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법조계에 잘못된 관행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번 일로 법관 전체가 문제가 있다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법원의 뼈를 깎는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주문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법원 흠집내기' 성격이 짙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부장판사는 "검찰의 최종 목표는 기소를 통한 유죄 입증이 돼야 한다. 좀 더 신중한 접근이 아쉽다"고 말했고 다른 부장판사도 "영장이 기각되느냐 발부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확인되지 않은 혐의를 여러 경로로 자꾸 흘리는 식으로 수사하는 방법은 지양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방의 한 중견 법관은 내부통신망 글에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몇몇 분들의 과도한 행동으로 자괴감을 느낀다. 묘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듯한 매스컴 기류와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들, 잘못을 저지른 학생은 따로 있는데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며 단체기합을 받던 학창시절의 분노를 떠올리게 된다"며 작금의 상황을 우회 비판했다.

이 글에 대해 일부 법관들은 "후배 판사들의 사기를 살리기 위한 고언이다"고 평가하면서도 "지금은 변명보다 철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절치 못한 글 같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편 검찰은 `구속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 영장이 발부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 하면서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간부는 "죄질이나 법조비리 척결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볼 때나 영장이 청구된 것은 당연하다"며 발부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른 간부도 "전직 고법 부장판사의 경우 영장 청구 사안이 분명하다. 기각될 가능성도 있어 보이지만 검찰로서는 법조비리 척결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법원과 검찰 간 갈등 구도만 너무 부각되는 게 아니냐는 경계의 시각도 뚜렷하다.

재경 지검의 고위 간부는 "법원과 검찰의 갈등 구도를 너무 부각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어디까지나 전직 판사 개인의 비리를 수사하는 것이다"고 강조했고 다른 간부도 "개인 비리가 나와서 수사하고 영장을 청구한 것인데 조직 차원의 문제로 끌어올려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직 검사와 현직 총경에 대한 영장 청구의 경우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도 있지만 대체로 "본인이 처리한 사건과 관련해 돈을 받은 것이어서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중론이다.

재야 법조계에서는 전직 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영장 청구라는 초유의 사태를 놓고 법원과 검찰이 `제식구 감싸기' 목적으로 서로 감정적 대응을 하기 보다는 원칙에 입각해 이번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파장을 생각하면 검찰은 `의혹 부풀리기'식의 수사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법원도 사법부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막연한 피해의식보다는 `죽어야 산다'는 대승적 생각을 해야 할 시점이다"고 충고했다.

zoo@yna.co.kr (끝) <모바일로 보는 연합뉴스 7070 NATE/ⓝ/ez-i>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北 날조 ‘김일성이 조선혁명군 조직’ 사실인양 소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 통일위원회가 지난해 통일학교에서 교사들에게 강연한 자료는 북한의 대표적 역사 교재인 ‘현대조선역사’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 그렇지만 강연 자료 어디에도 이를 인용했다는 표시는 없다. 특히 이적성 시비를 피하려는 듯 원문에 나오는 ‘김일성’의 이름을 대부분 빼 오히려 주체사상을 교묘하게 미화하고 있다는 게 이 자료를 분석한 ‘친북반국가행위 진상규명위원회’(친북규명위·위원장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의 설명이다. 제 교수는 “전교조 부산지부의 통일교재는 대한민국의 역사관을 부정하고 북한 정권이 날조한 역사관을 정당화 또는 미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얼마나 베꼈나=전교조 측은 강연 자료의 상당 부분을 1983년 북한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가 펴낸 ‘현대조선역사’에서 인용한 사실을 인정했다.

현대조선역사는 1988년 남한의 출판사인 ‘일송정’이 550쪽 분량으로 발간했으나 출판사가 없어지면서 1990년대 중반 절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까지 이 책은 일반인에게 판매가 금지돼 있었다.

일송정은 이 책의 서문에서 ‘현대조선역사가 북한에서 발행된 서적임을 염두에 두고 비판적 안목으로 읽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교조 부산지부의 강연 자료에선 이러한 설명이나 비판적 시각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김일성이 1934년 결성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 조선인민혁명군의 활약상이나 항일무장투쟁의 의의, 광복 직후 북한 정세, 6·25전쟁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현대조선역사를 거의 그대로 베꼈다.

통일교재에선 조선인민혁명군의 활약상을 소개하면서 ‘15성상(星霜·년)에 걸친 조선인민의 영웅적인 항일무장투쟁은 조국 정사에 영원히 빛날 불멸의 업적을 쌓아 올리고 빛나는 승리를 이룩했다’고 강조했다.

또 현대조선역사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항일무장투쟁을 통해 마련된 주체적 혁명 역량은 조국 광복의 역사적 위업을 성취했고 조선혁명을 더욱 힘 있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튼튼한 밑천이 됐다’는 대목도 있다.

통일교재 가운데 광복 직후 북한 정세를 소개한 대목에선 ‘우리 당(노동당)의 혁명사상, 주체사상을 유일한 지도사상으로 해 당의 통일과 단결을 강화하고…’라는 내용의 김일성 강연을 그대로 옮겨 주체사상을 여과 없이 소개하기도 했다.

통일교재는 6·25전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미제’라는 표현을 빈번히 사용했다. 또 “6월 28일에는 서울을 ‘해방’하였고”(36쪽) “이렇듯 인민군대는 반격을 개시한 지 1개월 반 동안에 남반부 전 지역의 90% 이상에 달하는 넓은 지역과 남반부 총인구의 92% 이상을 해방하였다”(37쪽) 등의 표현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썼다.

▽통일교재, 누가 왜 만들었나=전교조 부산지부는 학생들에게 통일의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2004년 통일위원회를 만들었다. 통일학교는 통일위원회가 부산지역 사회 도덕 역사 등 통일교육 담당 교사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강연.

전교조 부산지부 양혜정 통일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60주년을 기념해 평양에서 열린 아리랑 공연을 교사들이 대거 관람한 뒤 북한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교사들의 요청이 있어 통일학교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첫 번째 강의인 ‘일제시대의 해방투쟁’은 양 통일위원장이, 두 번째 강의인 ‘해방 이후 이북의 현대사’는 같은 지부의 한경숙 전 통일위원장이 강연 자료를 만들고 발표했다. 양 위원장과 한 전 위원장은 현직 교사다.

마지막 강의인 ‘북-미 핵 대결에서 드러난 이북의 새로운 사상은 무엇인가’는 정지영 전교조 부산지부 서부지회 소속 교사가 발표 자료를 만들어 강사로 나섰다.

▽“친북 편향 역사 교육” 우려=친북규명위는 교사들이 친북 편향적 역사관을 수용함으로써 학생들에게도 왜곡된 역사관을 그대로 주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제 교수는 “친북 단체에서 통일교재를 만들면서 북한 원전의 일부를 따온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출처도 밝히지 않고 거의 모든 내용을 베낀 것은 처음”이라며 “북한 정권이 왜곡한 역사를 학생들까지 사실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통일교재에서 소개하고 있는 조선혁명군과 조선인민혁명군을 김일성이 조직한 것으로 북한 역사책은 기술하고 있으나 실제 이 같은 주장은 허위라고 강조했다.

제 교수는 “학생들에게 통일의식을 확산시키려면 좌우 균형감각을 갖춘 교재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부산지부 관계자는 “교재가 북한의 역사관을 서술해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친북 역사관을 찬양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통일학교에 참석한 교사들은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진실 여부는 통일이 된 이후 판단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해명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외로운 발바닥 2006-08-06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교조가 과거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전교조가 우리정부를 비판하는 것의 반만이라도 북한의 지배층을 비판하는 것을 좀 보고 싶다...
 
싸움의 기술 (dts 2disc) : 아웃케이스
신한솔 감독, 백윤식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누구나 나쁜 놈들을 멋진 싸움실력으로 응징하는 상상을 해본 일이 있을 것이다. 크고 작은 사회적 불의를 보고도 힘(물리적인 힘)이 없어 주저하거나 부당한 일을 당해도 싸움을 못하여 계속 당하고만 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싸움의 기술은 바로 그러한 내면의 욕구를 대리만족시켜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항상 학교에서도 맞고만 다니는 병태는 계속 맞는 것에 이골이 나서 싸움을 배우고자 한다. 그러던 중 독서실에서 싸움의 고수 오판수를 만나게 되어 그에게서 싸움의 기술을 전수받고 자신을 괴롭히던 나쁜 넘들을 통쾌하게 박살내준다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줄거리는 뻔하다. 하지만 강자 앞에서는 약하고 약자 앞에서는 군림하려 하는 나쁜 넘들이 싸움의 고수로 변신한 병태와 초절정 싸움 고수인 오판수 앞에서 통쾌하게 얻어 터지며 비겁함을 보이는 모습 - 특히 병태를 괴롭히던 비린내가 빠코를 박살낸 병태를 의자로 찍으려다 쫄아서 의자를 놓고 엉거주춤하게 앉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 은 영화의 줄거리를 알고 본다고 해도 충분히 유쾌하다. 더불어 무언가 엇박자 같은 백윤식의 연기도 나름대로 인상적이다.

 


자신을 항상 괴롭히던 빠코와 드디어 맞짱을 뜨는 병태

 

병태에게 쫄아버린 비린내...이 장면이 유난히 통쾌했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유 2006-08-07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도 저래도 참고 있다가
가끔 힘이 없어서 참아주는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오면 정말 통쾌해요.
이 영화도 보고 싶네요..

외로운 발바닥 2006-08-07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에서는 힘이 없다가 힘이 생겨서 혼내주는 설정이 많죠. 평소에 특별히 당하고 사는 것도 아닌데 그런 장면에 유난히 통쾌해하는 것 보면 저도 은근히 쌓인 것이 있었나봐요. ^^ 조금 억지스런 장면도 있지만 이 영화를 보시면 통쾌함만은 확실히 느끼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