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날조 ‘김일성이 조선혁명군 조직’ 사실인양 소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 통일위원회가 지난해 통일학교에서 교사들에게 강연한 자료는 북한의 대표적 역사 교재인 ‘현대조선역사’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베꼈다. 그렇지만 강연 자료 어디에도 이를 인용했다는 표시는 없다. 특히 이적성 시비를 피하려는 듯 원문에 나오는 ‘김일성’의 이름을 대부분 빼 오히려 주체사상을 교묘하게 미화하고 있다는 게 이 자료를 분석한 ‘친북반국가행위 진상규명위원회’(친북규명위·위원장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의 설명이다. 제 교수는 “전교조 부산지부의 통일교재는 대한민국의 역사관을 부정하고 북한 정권이 날조한 역사관을 정당화 또는 미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얼마나 베꼈나=전교조 측은 강연 자료의 상당 부분을 1983년 북한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가 펴낸 ‘현대조선역사’에서 인용한 사실을 인정했다.
현대조선역사는 1988년 남한의 출판사인 ‘일송정’이 550쪽 분량으로 발간했으나 출판사가 없어지면서 1990년대 중반 절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까지 이 책은 일반인에게 판매가 금지돼 있었다.
일송정은 이 책의 서문에서 ‘현대조선역사가 북한에서 발행된 서적임을 염두에 두고 비판적 안목으로 읽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교조 부산지부의 강연 자료에선 이러한 설명이나 비판적 시각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김일성이 1934년 결성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 조선인민혁명군의 활약상이나 항일무장투쟁의 의의, 광복 직후 북한 정세, 6·25전쟁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현대조선역사를 거의 그대로 베꼈다.
통일교재에선 조선인민혁명군의 활약상을 소개하면서 ‘15성상(星霜·년)에 걸친 조선인민의 영웅적인 항일무장투쟁은 조국 정사에 영원히 빛날 불멸의 업적을 쌓아 올리고 빛나는 승리를 이룩했다’고 강조했다.
또 현대조선역사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항일무장투쟁을 통해 마련된 주체적 혁명 역량은 조국 광복의 역사적 위업을 성취했고 조선혁명을 더욱 힘 있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튼튼한 밑천이 됐다’는 대목도 있다.
통일교재 가운데 광복 직후 북한 정세를 소개한 대목에선 ‘우리 당(노동당)의 혁명사상, 주체사상을 유일한 지도사상으로 해 당의 통일과 단결을 강화하고…’라는 내용의 김일성 강연을 그대로 옮겨 주체사상을 여과 없이 소개하기도 했다.
통일교재는 6·25전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미제’라는 표현을 빈번히 사용했다. 또 “6월 28일에는 서울을 ‘해방’하였고”(36쪽) “이렇듯 인민군대는 반격을 개시한 지 1개월 반 동안에 남반부 전 지역의 90% 이상에 달하는 넓은 지역과 남반부 총인구의 92% 이상을 해방하였다”(37쪽) 등의 표현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썼다.
▽통일교재, 누가 왜 만들었나=전교조 부산지부는 학생들에게 통일의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2004년 통일위원회를 만들었다. 통일학교는 통일위원회가 부산지역 사회 도덕 역사 등 통일교육 담당 교사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강연.
전교조 부산지부 양혜정 통일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60주년을 기념해 평양에서 열린 아리랑 공연을 교사들이 대거 관람한 뒤 북한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교사들의 요청이 있어 통일학교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첫 번째 강의인 ‘일제시대의 해방투쟁’은 양 통일위원장이, 두 번째 강의인 ‘해방 이후 이북의 현대사’는 같은 지부의 한경숙 전 통일위원장이 강연 자료를 만들고 발표했다. 양 위원장과 한 전 위원장은 현직 교사다.
마지막 강의인 ‘북-미 핵 대결에서 드러난 이북의 새로운 사상은 무엇인가’는 정지영 전교조 부산지부 서부지회 소속 교사가 발표 자료를 만들어 강사로 나섰다.
▽“친북 편향 역사 교육” 우려=친북규명위는 교사들이 친북 편향적 역사관을 수용함으로써 학생들에게도 왜곡된 역사관을 그대로 주입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했다.
제 교수는 “친북 단체에서 통일교재를 만들면서 북한 원전의 일부를 따온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출처도 밝히지 않고 거의 모든 내용을 베낀 것은 처음”이라며 “북한 정권이 왜곡한 역사를 학생들까지 사실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통일교재에서 소개하고 있는 조선혁명군과 조선인민혁명군을 김일성이 조직한 것으로 북한 역사책은 기술하고 있으나 실제 이 같은 주장은 허위라고 강조했다.
제 교수는 “학생들에게 통일의식을 확산시키려면 좌우 균형감각을 갖춘 교재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부산지부 관계자는 “교재가 북한의 역사관을 서술해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친북 역사관을 찬양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통일학교에 참석한 교사들은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진실 여부는 통일이 된 이후 판단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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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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