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 - 선사시대부터 중세까지, 개정판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백낙청 외 옮김 / 창비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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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선배의 추천을 통해서였다. 읽기 전에는 막연히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문학이 탄생하게된 시대적 배경 등을 써놓은 것이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접하고 나면, 이 책은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과거 대학생들의 필독서이자 이름있는 예술사가들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책 중의 하나로 꼽은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광범위한 시대와 그에 따른 문학과 예술작품을 일관되게 날카로운 분석으로 그들이 특수한 조류나 형태를 띠게 된 사회사적 원인을 탐구해 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정말로 대단한 업적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역사가들이 말하듯이 ~시대가 칼로 썰어내듯이 명확히 나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하우저는 한 시대 또는 그 시대에 따른 특정한 예술 조류가 다음 단계로 이전되는 과정의 연결고리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또한 하우저는 무척 논리적이다. 특정 사회현상이 나오기까지의 인과관계를 계층간의 경제적 이해관계, 토지문제, 사회적 계층구조 등을 통해서 명확하게 풀어내고 있다. 또한 하우저는 이른바 낭만파라고 하는 학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데 반대견해의 주장도 일견은 수긍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논증하는 것이 무척 세련된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이제껏 교과서에서 무비판적으로 배워왔던 것들중 많은 부분이-역사적 사실이 언제나 그렇듯이-반드시 확립된 진리는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도시가 발달했었다가 중세 초기에 쇠퇴한 후 다시 재현되었다는 사실은 시대가 진행될수록 도시가 발달한다는 소박한 믿음을 가졌던 나에게는 신선했으며 기사계급의 몰락이 반드시 화약의 발명으로 대표되는 전쟁기술의 변화에만 전적으로 기인한 것은 아니었다는 하우저의 주장이나 우리가 민중문학이라고 별생각없이 받아들이는 많은 작품들이 사실은 귀족적이고 민중들의 의식과는 요원한 것이었다는 점 등은 새롭게 음미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이 책은 쉽게 잃히는 책은 아니다. 약간은 전공서적을 읽듯이 정신을 집중해서 정독을 해야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일단 책의 흐름에 익숙해지다 보면 하우저의 광범위한 예술사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에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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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아프가 본 세상 1
존 어빙 지음, 안정효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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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무척 독창적이고 발칙하기도 하면서도 읽는동안 통쾌하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가아프가 본 세상'은 우리 삶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단 무척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다. 출생자체도 이제껏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기이한 방법으로 태어난 주인공 가아프, 그리고 그가 성장하면서 겪는 갖가지 에피소드들.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가 본 세상’에서 헬렌과 마이클 밀튼이 탄 차와 가아프와 그의 아이들이 탄 차가 충돌한 장면이었다. 누가 과연 그런 상황에서의 그와 같은 충돌, 그리고 그에 따른 참담한 결과를 예측했겠는가?

작가인 존 어빙의 발칙한 상상력은 이제껏 보아왔던 소설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힐 만하다. 이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성적이고 불경스럽다고까지 할 수도 있으나 결코 저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사고나 범죄를 당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않고 사는 소설가인 괴팍한 주인공 가아프와 유명한 여권운동가인 가아프의 어머니 제니 필즈, 그밖의 너무도 개성적인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소설적 장치들이 이 책에 나오는 자극적인 에피소드들 속에 약간은 과장되어 표현되어 있는 우리 삶의 한 단편들을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작가가 밝히고 있듯이 어빙은 플롯의 구성에 상당한 노력을 들인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영화속에서도 일어나기 힘든만큼의 기괴하면서도 우연적인 일들이 소설속에서는 개연성 있는 사건으로 느껴진다. 어빙이 ‘가아프가 본 세상에서는, 저녁에 허리를 잡고 웃다가도 이튿날 아침은 살인적일 수도 있다.’고 한 말은 이 소설이 던지는 수많은 물음 중 핵심적인 것에 대한 훌륭한 대답이 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과연 가아프가 본 세상과 얼마나 다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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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 개정판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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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부터 놀라왔던 점은 알라딘의 독자서평이 무려 300개를 상회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 점수가 무척이나 높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의 느낌은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작가가 어린 시절 실제로 겪은 일을 회고하면서 쓴 글이다. 하지만 그녀가 다닌 도모에 학원의 교육방식과 교장 선생님의 교육철학이 너무나 독특하기에 이 책을 처음 접하면 거의 모두가 이 글을 꾸며낸 이야기라고 추측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의 첫머리는 주인공 토토가 첫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토토는 그야말로 통제가 불가능한 말썽장이처럼 비쳐진다. 수업시간에 수업이 책상을 여닫으며 소리를 낸다든지 창가에 가서 친동야를 부른다든지 하는 행동은 그 자체로는 아이들이면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선생님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아 통제가 되지 않아 다른 아이들의 수업에 방해가 되는 점을 생각하면 분명히 수업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문제아인 것이다. 오히려 토토네 반 담임선생님의 이해심이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나도 벌써 획일적인 교육에 길들여져 폐쇄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첫 학교에서 퇴학을 당할 정도의 문제아였던 토토가 도모에 학원으로 전학을 가고 나서 부터는 학교생활을 더없이 즐기는 모범(?)학생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토토를 단정적으로 문제아라고 규정짓는 우리의 사고에 모순이 있음을 말해준다. 나도 처음 도모에 학원의 교육과정을 보았을 때, '이런 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쳐도 아이들이 사회에서 제대로 적응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었다. 다른 보통의 학교를 다닌 아이들과 너무나도 다른 방식으로 학교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교육이란 어떤 획일적인 틀에 따라 하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스스로 소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본다면 도모에 학원의 교육은 분명히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를 명백히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책에서 밝히듯이 그녀가 도모에 학원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녀의 인생은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또한 토토가 20살이 넘어서야 그녀에게 퇴학당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그녀가 무엇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도 토토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준 토토의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또한 토토는 지금과 같은 멋진 사람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린 시절 어른들의 세심한 배려와 아이들 입장에서의 열린 마음이 아이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특히 가족이기주의가 팽배해 있고, 입시지옥이 아이들을 짓누르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부모님들께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토토의 어머니같은 분이 우리 사회에 많다면 우리 사회가 교육문제로 이토록 골머리를 썩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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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백 브라운 신부 전집 1
G. K. 체스터튼 지음, 홍희정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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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신부가 탐정아닌 탐정으로 나오는 이 추리소설은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사건의 해결자가 신부라는 직위를 가졌다는 사실도 그렇고,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고도 범인의 양심에 맡기고 굳이 그를 체포하려 하지 않는 등의 태도는 보통의 추리소설과는 분명 어떠한 차별성을 나타낸다. 각 사건마다 브라운 신부를 통해서 작가의 선과 악 내지 천주교적 입장에서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하지만 좀 아쉬운 점은 각 사건의 분량이 너무 짧아서 제대로 추리소설의 묘미를 느끼기 어려웠다는 점이었다. 플랑보 말고는 매번 다른 등장인물들이 나타나서 조금 그 인물에 대해 익혀갈 때쯤 해서는 사건이 끝나버리곤 하였다. 또 내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 것일 수도 있지만, 간간히 보이는 동양에 대한 경멸적 태도도 눈에 거슬렸다.

전반적으로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신선한 종류의 추리소설이지만 정통 추리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들은 좀 실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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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1 - 돌베개인문.사회과학신서 50
박세길 지음 / 돌베개 / 198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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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해방당시부터 한국전쟁까지의 한국 현대사를 민중의 의식과 행동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이 책은 소위 운동권 학생들의 필독서라는 말에 어울리게 친북적, 반미적 관점에서 쓰여졌다. 우리가 당연히 남침이라고 배워왔고 그렇다고 굳게 믿어온 6.25 전쟁에 대해서도 북침이라고 단언하지는 않지만 남침이라고 단언하지도 않고 다만 6.25. 이전부터 산발적인 교전이 있어 왔기 때문에 한국전쟁의 시점을 6.25.로 고정하고 그때부터 전면적인 전쟁이 있었다고 보면서 어느 쪽에서 먼저 6.25.에 침략을 개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펼친다.

미국의 조속한 개입을 보장받기 위해 한국군이 일부러 패해 도망가면서 군수품도 파괴하지 않았다는 점이나 인해전술의 마술의 실체가 북한 주민들이었다는 점 등은 인용자료가 빈약해서 인지는 몰라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또한 북한군의 점령지에서의 인민 재판 등에 의한 집단 학살에 대해서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거나 친일 지주 숙청 등의 의미를 부여하는 반면 미국과 한국군은 언제나 비이성적으로 양민을 학살한 것으로 묘사하는 점도 분명 일말의 진실은 포함하고 있겠지만 지나치게 한쪽에 치우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우리가 교과서에서 일률적으로 배워오던 역사, 특히 현대사에 대해 전혀 색다른 견해와 사실적 근거를 제시해준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고 오히려 반드시 읽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역사라는 것이 과거에 있었던 사실에 바탕을 둔 역사가의 재해석이라고 볼 때, 이 책이 반드시 역사적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아직까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 어느 체제가 결과적으로 좀 더 바람직한 쪽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차치하고 논하자면 적어도 해방당시와 6.25.의 시기까지 민중들에게 이승만 정부와 미국은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친일파를 두둔하는 압제자였고 사회주의가 민중에게 더 환영받았던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이제껏 전혀 알지 못하던 참혹한 진실이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덮여 있었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없었는지, 분노와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지금부터라도 암울한 우리 현대사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갖기를 원한다면 처음엔 조금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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