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아프가 본 세상 1
존 어빙 지음, 안정효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은 무척 독창적이고 발칙하기도 하면서도 읽는동안 통쾌하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가아프가 본 세상'은 우리 삶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단 무척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다. 출생자체도 이제껏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기이한 방법으로 태어난 주인공 가아프, 그리고 그가 성장하면서 겪는 갖가지 에피소드들.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가 본 세상’에서 헬렌과 마이클 밀튼이 탄 차와 가아프와 그의 아이들이 탄 차가 충돌한 장면이었다. 누가 과연 그런 상황에서의 그와 같은 충돌, 그리고 그에 따른 참담한 결과를 예측했겠는가?

작가인 존 어빙의 발칙한 상상력은 이제껏 보아왔던 소설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힐 만하다. 이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성적이고 불경스럽다고까지 할 수도 있으나 결코 저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사고나 범죄를 당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않고 사는 소설가인 괴팍한 주인공 가아프와 유명한 여권운동가인 가아프의 어머니 제니 필즈, 그밖의 너무도 개성적인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소설적 장치들이 이 책에 나오는 자극적인 에피소드들 속에 약간은 과장되어 표현되어 있는 우리 삶의 한 단편들을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작가가 밝히고 있듯이 어빙은 플롯의 구성에 상당한 노력을 들인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영화속에서도 일어나기 힘든만큼의 기괴하면서도 우연적인 일들이 소설속에서는 개연성 있는 사건으로 느껴진다. 어빙이 ‘가아프가 본 세상에서는, 저녁에 허리를 잡고 웃다가도 이튿날 아침은 살인적일 수도 있다.’고 한 말은 이 소설이 던지는 수많은 물음 중 핵심적인 것에 대한 훌륭한 대답이 될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과연 가아프가 본 세상과 얼마나 다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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