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비스킷 - [할인행사]
게리 로스 감독, 토비 맥과이어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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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미국의 경제대공황을 배경으로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져 있는 사업가, 서부개척과 자동차의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고 광야를 떠돌며 살아가는 말 조련사, 그리고 경제공황으로 부모에게 버림받고 거칠게 살아온 기수들이 씨비스킷이라는 말을 중심으로 서로 상처를 보듬으며 절망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한가지 이해할 수 없었던 개인적인 에피소드는 내가 이 영화의 주인공을 나도 모르게 쥬드 로로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마 DVD 표지에서 주인공이 말에 키스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쥬드 로라고 인식을 하고 그 이후 씨비스킷의 주인공은 쥬드 로라고 기억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DVD를 구입하고 6개월 넘게 지나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영화를 1시간 가까이 보고 나서도 주인공이 참 쥬드 로 같지 않다는 생각을 여러번 하다가 내가 그런데 쥬드 로가 참 누구를 닮은 것 같다고 함께 보던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혹시 스파이더맨의 토비 맥과이어 아니야?’라고 친구가 말했고, 그 말을 듣고 우리가 다시 주인공을 보고 나서야 우리는 주인공이 쥬드 로가 아닌 토비 맥과이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둘이 약간은 닮았을 수도 있지만, 일단 머릿속에 입력된 정보가 우리의 인식에 주는 영향은 엄청난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둘이 닮은 것도 같다...-0-

영화의 러닝타임은 2시간 20여분에 달해서 중간에 약간 지루해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영화는 감동을 주는 휴먼드라마의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영화의 기본적인 내용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만, 막상 씨비스킷이 제독과 경주하는 장면이나, 씨비스킷과 레드가 재기하는 장면을 보면 말의 발굽소리와 함께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느낄 수가 있을 정도로 감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빤히 보이기는 하지만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인 ‘실패한 사람에게도 두 번째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도 - 헐리우드 영화가 가족과 아이들에 대한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에 비하면 - 큰 거부감 없이 다가온다.


당시 실제 영상을 수록하고 있는 써플먼트를 보면 씨비스킷이 경제공황으로 고통받고 있던 미국 대중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신문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씨비스킷이었고 2위가 히틀러, 3위가 루즈벨트였다니 더 할말이 없다. 씨비스킷이 당시 실의에 빠진 대중에게 그토록 희망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씨비스킷을 비롯하여 마주와 조련사, 기수 모두가 지독한 시련을 겪고 절망에 빠져 있다가 그것을 극복해 나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요즘 우리에게도 씨비스킷이 필요하지 않을까...조작된 것이 아닌 진정한 씨비스킷 말이다.

 

질주하는 Seabiscuit과 War Admi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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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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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직접 읽기 전까지는 탤런트 김혜자가 명성을 이용해 책을 한권 냈구나 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다. 김혜자가 전세계적으로 난민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끔씩이나마 방송과 신문을 통해 접해왔었기에 그동안의 봉사활동을 선전하려는 것인가라는 무의식적인 냉소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내가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어머니께서 누군가로부터 이 책을 선물로 받으셨고 집에 놀러갔다가 새 책에 대한 욕심에서 이 책을 들고 왔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나도 모르게 냉소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김혜자를 바라보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졌다. 방송인이나 유명인이 어떤 일을 하면 그 목적의 순수성에 대해 의심을 하는, 그런 종류의 무의식이 내게도 있었나 보다. 책을 읽으면서 김혜자가 정말로 10년간 열심히 전세계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유명 연기자인 자신의 지위를 최대한 활용하여 나 같은 일반인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인간 김혜자의 삶의 철학이자원봉사기구의 홍보대사를 하여 1-2번이라도 직접 고통받는 이들을 방문하여 이들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만으로도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전해지는 그들의 소식에 대해 끌끌 혀나 한번 차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다수의 우리보다는 훨씬 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남들의 선행에 대해 냉소적 시각을 가질만큼 선행을 베풀어왔던가?


책의 지면으로 세계 곳곳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는 것과 실제로 방문하여 그들과 소통하고 그들과 며칠이라도 지내보는 것, 그리고 실제로 그런 고통을 겪으며 삶을 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일이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마음이 불편해졌다. 김혜자가 실제로 그들을 방문하여 그들의 실상을 접하고 나서 이 세상의 불공평함과 지옥같은 세상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여 수많은 죄없는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 며칠 동안이나 잠을 설치고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이 미약하나마 공감이 갔다.


세계 인구를 100 명으로 보았을 때 50명은 영양부족, 20명은 영양실조,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인데 15명은 비만이라는 사실은(p21) 우리를 슬프게 한다. 10,000원이면 한 아이에게 1달 동안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을만큼 먹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적은 돈으로 그렇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지만, 그런 비용이 없어서 사람들을 굶어죽게 놓아두는 것이 아니고 훨씬 더 많은 비용과 사람들의 정력이 본질적이지 않은 일에 허비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 더욱 비극적이다.


나 역시 이제껏 나만을 위한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얼마나 남을 위해 살 것인지 자신할 수 없지만, 요즘 방송을 보면 세상이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씩 든다. 케이블을 통해서 가끔씩 시청하는 미국의 연예 프로그램을 보면 유명 스타가 파티를 하고, 명품을 입으며, 누구누구를 사귀었다 헤어지면서 바람기를 과시하는지에 관해 상세하게 보도를 하고 심지어는 유명 스타의 삶을 분석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나 그들의 애견을 돌봐주는 전문가까지 등장을 한다. 돈이 많은 유명스타가 자기 돈을 마음껏 쓰는 것은 그리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자기가 노력해서 번 돈,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반드시 남을 위해 쓰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하지만, 한쪽에서는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굶어죽고 전쟁과 추위와 살상의 위험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데 유명 연예인의 화려한 연애전력과 그들이 어떤 옷을 입는지가 더욱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수많은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거의 없지 않나, 내가 한두 명에게 도움을 준다한들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 것이고 상황은 전혀 달라질 것이 없지 않나 하는 패배주의적인 생각에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그런 생각이나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어린이들과 여인들.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가혹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삶을 이어가는 그들을 보면 반드시 남을 돕지는 않더라도 하루하루를 허송세월하는 것 자체가 죄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  만일 냉장고에 먹을 것이 있고, 몸에는 옷을 걸쳤고, 머리 위에는 지붕이 있는 데다 잘 곳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이 세상 75%의 사람들보다 잘 살고 있는 것이다.(p109) 

▫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을 도울 힘이 내게 없다고 생각할 때에도,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볼 때면 여전히 그들을 도울 힘이 내게 있음을 나는 안다.(p179)  

▫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p223)  

▫  임종의 순간에 이르러 인간은 얼마나 소유했고 성공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사랑했는가를 놓고 심판받는다.(p229)


누가 했는지는 모르지만 참 옳은 말이다. 위 말들을 가슴에 담고 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자명해지지 않나 싶다. 알고 있으되 항상 잊고 지냈던 진실을 다시 일깨워준 김혜자씨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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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사과 2006-01-3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었습니다. 서점에서 서서 읽었는데 지르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했었죠. 결국에는 빌려서 봤는데 좋더군요. 책 사이사이에 있는 사진들이 글보다 더 마음에 남아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더라구요. 중간중간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이걸보면 우리는 참 축복받았지요. 하지만 김혜자씨가 (내가 그 자리에서 벽돌깨는 아이들을 다 풀어주었다. 그 아이와 결연을 맺었다)하는 부분들에서는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것 같아서 좀 씁쓸했습니다.김혜자씨는 전에는 연기도 했었고 부를 쌓아서 그게 가능하지만 저같은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200명이 넘은 아이들의 빚은 한 자리에서 갚아서 처리해 줄 수는 없을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돈으로 해결한다면 헛된 희망을 품게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김혜자씨가 활동하는 단체(이름을 모르겠습니다.)에서도 이런 사태를 우려해서 돈을 써서는 안된다고 되어있는데...그 자리에 제가 서있다면 감정이 휩쓸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들에서는 좀 씁쓸한 감정을 느겼습니다. 제가 메마른 걸까요?

외로운 발바닥 2006-02-0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있는 사람이 돈으로 도와주는 것이 실제로 벽돌을 깨는 일을 도와주는 것보다 더 큰 힘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혜자씨가 직접 벽돌을 깨지 않았다 할지라도 김혜자씨는 유명인으로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활동을 하고 있으니 다른 일반인들은 할 수 없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물론 돈만 내놓고 나몰라라 하는 건 씁슬하겠지만 김혜자씨는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가능한 한도 내에서 일단 돈이라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나으니까요.

빨간사과님이 그런 생각을 하시는건 메말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정이 너무 풍부하셔서 그런 걸껍니다. ^^

우기부기 2006-03-20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고 싶다. 꼭 빌려줘.. ^^
 
아일랜드 - [할인행사]
마이클 베이 감독, 이완 맥그리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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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베이 감독의 아일랜드가 처음 우리나라에 출시 되었을 때의 기대는 꽤 컸던 것 같다. 그때 어떤 이유에서인가 영화관에서 아일랜드를 볼 시기를 놓쳐버렸고 이후 언젠가 한번 시간내서 봐야지라고 마음을 먹고 몇 번 DVD 가게에 들렀는데 영화가 내린지는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DVD는 출시되지 않았다고 하여 헛걸음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아일랜드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배경지식은 무척 적었다. 감독이 그 유명한 마이클 베이 감독이라는 것, 주인공이 내가 꽤 좋아하는 이완 맥그리거와 최근에 부쩍 좋아하게 된^^;;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것,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에서 한참 시끄러운 황우석 사태와도 연관되는 복제인간을 다루고 있다는 것, 그리고 꽤 잘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돈을 들여 흥행적으로는 큰 실패를 하고 말았다는 것 정도였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무척 깔끔했다. 미래시대를 나타내기 위한 각종 생활기구와 교통수단 들이 개연성 있게, 그리고 멋지게 화면을 장식했고, 주인공들이 무언가 통제되고 감시받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플롯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는 마치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으며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그런 장소를 아주 잘~ 재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상세한 내용을 쓰면 스포일러가 되기에 영화의 내용에 대한 언급은 피하겠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이클 베이 감독 특유의 스펙태클(?)하면서도 현란한 화면이 내 눈을 즐겁게 해주었고, 한 장면 한 장면마다 엄청난 비용과 공을 들인 흔적이 묻어난 것은 분명하다. 아일랜드라는 영화제목의 충격적으로 역설적인 진실과 우리사회에서 앞으로도 더욱 문제가 될 인간복제의 문제점에 대한 자극적 문제제기도 신선하고 기억에 남았다. 주인공들이 시종일관 쫓기다가 반전을 꾀하는 줄거리 내내 영화적인 재미도 쏠쏠하다. 스칼렛 요한슨의 풋풋하면서도 매력적인 모습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보너스~(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더 귀엽게 들리는 내가 이상한걸까?)


이 영화가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흥행실패를 한 것이 좀 아쉬웠다. 매 장면마다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인 것이 큰 이유가 되겠지만, 때와 분위기를 잘 탔으면 무척 성공적인 흥행작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허스키한 콧소리가 더욱 매력적인 그녀~

 


클론을 만드는 부화기. 마치 인체의 신비전 같다.

 


돈을 많이 들인 티가 팍팍 나는 멋진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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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 DE - 코믹북 포함, 2,500장 한정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크리스찬 베일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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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시리즈가 회를 거듭하여 갈수록 점점 이상해져버린 것과 달리 이 영화는 비록 배트맨의 탄생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고 있어 시간적으로는 가장 앞서기는 하지만, 배트맨 시리즈의 속편(?)으로서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에 의하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았다.


DVD 메뉴 화면도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같은 분위기를 풍겨서 이 영화가 배트맨 비긴즈 맞나 하는 생각을 갖게도 했을 정도로 배트맨 비긴즈는 기존의 배트맨 시리즈와는 다른 점이 많다. 기존의 시리즈가 이미 영웅화된 배트맨의 영웅적 활동에 중점을 두고 그 활약을 더욱 돋보이게 해줄 강력하고 악랄한 악당 캐릭터에 비중을 두었다면, 이 영화는 배트맨이 어떻게 하여 배트맨이 되었는지, 그가 겪은 두려움과 좌절, 그리고 그런 것들을 극복하며 배트맨이 되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감독도 배트맨의 정신적 정체성에 관하여 설득력 있는 스토리 구성을 위해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감독의 그런 노력 덕분에 배트맨 비긴즈는 이전 배트맨 시리즈와는 좀 다른 분위기의 영화라는 느낌을 준다.


주인공인 크리스천 베일은 배트맨 역할에 꽤 잘 어울렸다. 간간히 들어나는 그의 근육질 몸매도 이전 배트맨들보다 훌륭한 것 같다. 다만, 명백한 연인관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나름대로 여주인공격인 케이티 홈즈는 탐 크루즈의 연인이라는 유명세에 비해서는 그렇게 강한 매력을 발산하지는 못한 듯하다. 리암니슨이 악역을 맡은 것은 신선하기는 했지만, 역시 그는 선한 이미지가 어울린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리고 좀 어설펐던 고든경감역이 개리올드먼이였다는 사실은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서 알았을 만큼 감쪽 같았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헐리우드 영화의 패러다임을 비교적 충실히 답습했기에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는데(이 뒷부분은 영화 초반부에 관한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주의 바람^^) 브루스 웨인이 일본의 닌자에게서 무술을 배워 배트맨이 된다는 스토리는 좀 어이가 없다. 배트맨의 사부가 닌자라니...배트맨에 대한 자세한 배경지식이 없던 나로서는, 비록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감독 등 스태프의 일본 문화에 대한 취향이 반영된 결과이겠거니 라고 예상은 했지만 배트맨의 사부가 일본인 닌자라는 것이 원래의 배트맨 만화의 내용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영어로 된, 이 DVD의 부록으로 들어 있는 배트맨 비긴즈의 탄생에 영감을 준 세편의 배트맨 만화 에피소드를 읽어보았고, 그 결과는 엉뚱하게도 배트맨의 사부는 백두산에 있는 매스터 기리기(KIRIGI)라는 한국사람이었다(물론 만화에서는 그 이외에도 여러명의 사부가 등장한다). 한국에 출시되는 DVD의 부록이라고 해서 그 부분까지 배경을 한국으로 바꾸어 놓지 않았다면(다시 생각해보면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걸 용인할 원작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배트맨의 사부는 한국인인데, 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인 배트맨 비긴즈에서는 사부가 일본인으로 바뀌었을까?


배트맨의 사부가 일본 닌자라는 사실은 좀 거부감이 들지만, 영화의 줄거리에 일일이 딴지를 걸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배트맨의 원래 사부가 한국인이었다는 점은 너무나 속상한 우연의 일치다. 일본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돌풍을 지속시키고 있는 ‘한류’가 일본문화의 개방을 우려하던 목소리를 우습게 만들어 버렸지만, 헐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및 세계 문화시장을 주도하는 부분에서의 일본 문화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닌자 배트맨...-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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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부기 2006-02-0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근데 이름이 기리기라니.. 생소한걸

외로운 발바닥 2006-02-03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로 KIRIGI라고 되어 있었어. 나도 만화책 보고서 참 기분이 묘했지.
설마 우리나라에서 일본사람을 한국사람으로 바꾸어 놓지는 않았겠지?
 
법의관 - 전2권 세트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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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이나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추리소설을 즐겨 읽었었다. 나이가 들고는 어쩌다가 한번씩만 추리소설을 읽게 되는데, 최근에 읽었던 추리소설들은 사실 그다지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셜록홈즈 시리즈를 읽고 나서도 홈즈의 추리전개에 그리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런 추리의 단서가 제시되지 않다가 홈즈가 사건을 다 해결한 뒤에 어떤 어떤 단서를 따라갔다는 식으로 서술이 전개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든 셜록홈즈 시리즈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읽고 나서 ‘추리소설을 이맛에 읽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 접한 콘웰의 법의관은 추리소설로부터 내가 기대하던 요소를 충족시켜 주었다. 일단, 재미있다. 특히 요즘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CSI 시리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묘사가 사실적이었고,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도 뛰어났다. 그런 점에서는 ‘추천의 말’에 나와 있듯이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닌 일반 소설로서도 손색이 없는 것 같다. 책 뒤표지에 나와 있듯이 주인공인 스카페타 박사, 그리고 마리노 형사, 벤턴 웨슬리의 분업이 확연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그것은 스카페타 박사의 1인칭 시점이라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사실적이고 공감가는 심리묘사로 그런 부분을 많이 커버하지만, 3인칭 시점으로 하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주인공의 전문지식에 다른 인물들의 수사정보가 더해져 사건을 조금씩 풀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법의관은 기차에서 1권을 읽다가 2권은 그날 밤과 새벽에 걸쳐 3-4시간만에 읽어버렸다. 이렇게 한번 손에 잡고 끝까지 다 읽게 만든 소설은 꽤 오랜만이다.


책에 관하여 - 작가나 역자를 탓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관련 지식이 부족하여 소설 중간에 나오는 컴퓨터 해킹 관련 부분은 이해가 좀 힘들었다. -0-;; 그리고 소설의 분량을 고려할 때 굳이 8,000원 짜리 책 두권으로 출판했어야 하나 강한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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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사과 2006-01-3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감동이 무척이나 오래가더군요. 너무 좋은 나머지 저는 리뷰를 쓸 수가 없었습니다. 왠지 제가 쓰면 망칠것 같아서요.. ^^*동네의 책방은 다 뒤져도 콘웰이 지은 다른 책들은 찾기 힘들더군요..안그렇던가요?

외로운 발바닥 2006-02-03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사과님/ 저도 리뷰쓰는 것이 서툴어서 재미있게 읽은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네요.

책이 두권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좀 맘에 안들고 재미있긴 하지만 소장하기에는 좀 그래서 저도 동네 책방을 한 두군데 가 보았는데 역시 없더군요 ^^;

다른분들 리뷰 읽었더니 시리즈가 더해감에 따라 등장인물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니 다른 시리즈도 읽어보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