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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 DE - 코믹북 포함, 2,500장 한정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크리스찬 베일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배트맨 시리즈가 회를 거듭하여 갈수록 점점 이상해져버린 것과 달리 이 영화는 비록 배트맨의 탄생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담고 있어 시간적으로는 가장 앞서기는 하지만, 배트맨 시리즈의 속편(?)으로서는 주변 사람들의 평가에 의하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았다.
DVD 메뉴 화면도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같은 분위기를 풍겨서 이 영화가 배트맨 비긴즈 맞나 하는 생각을 갖게도 했을 정도로 배트맨 비긴즈는 기존의 배트맨 시리즈와는 다른 점이 많다. 기존의 시리즈가 이미 영웅화된 배트맨의 영웅적 활동에 중점을 두고 그 활약을 더욱 돋보이게 해줄 강력하고 악랄한 악당 캐릭터에 비중을 두었다면, 이 영화는 배트맨이 어떻게 하여 배트맨이 되었는지, 그가 겪은 두려움과 좌절, 그리고 그런 것들을 극복하며 배트맨이 되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감독도 배트맨의 정신적 정체성에 관하여 설득력 있는 스토리 구성을 위해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감독의 그런 노력 덕분에 배트맨 비긴즈는 이전 배트맨 시리즈와는 좀 다른 분위기의 영화라는 느낌을 준다.
주인공인 크리스천 베일은 배트맨 역할에 꽤 잘 어울렸다. 간간히 들어나는 그의 근육질 몸매도 이전 배트맨들보다 훌륭한 것 같다. 다만, 명백한 연인관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나름대로 여주인공격인 케이티 홈즈는 탐 크루즈의 연인이라는 유명세에 비해서는 그렇게 강한 매력을 발산하지는 못한 듯하다. 리암니슨이 악역을 맡은 것은 신선하기는 했지만, 역시 그는 선한 이미지가 어울린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그리고 좀 어설펐던 고든경감역이 개리올드먼이였다는 사실은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서 알았을 만큼 감쪽 같았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헐리우드 영화의 패러다임을 비교적 충실히 답습했기에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는데(이 뒷부분은 영화 초반부에 관한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주의 바람^^) 브루스 웨인이 일본의 닌자에게서 무술을 배워 배트맨이 된다는 스토리는 좀 어이가 없다. 배트맨의 사부가 닌자라니...배트맨에 대한 자세한 배경지식이 없던 나로서는, 비록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감독 등 스태프의 일본 문화에 대한 취향이 반영된 결과이겠거니 라고 예상은 했지만 배트맨의 사부가 일본인 닌자라는 것이 원래의 배트맨 만화의 내용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영어로 된, 이 DVD의 부록으로 들어 있는 배트맨 비긴즈의 탄생에 영감을 준 세편의 배트맨 만화 에피소드를 읽어보았고, 그 결과는 엉뚱하게도 배트맨의 사부는 백두산에 있는 매스터 기리기(KIRIGI)라는 한국사람이었다(물론 만화에서는 그 이외에도 여러명의 사부가 등장한다). 한국에 출시되는 DVD의 부록이라고 해서 그 부분까지 배경을 한국으로 바꾸어 놓지 않았다면(다시 생각해보면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걸 용인할 원작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배트맨의 사부는 한국인인데, 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인 배트맨 비긴즈에서는 사부가 일본인으로 바뀌었을까?
배트맨의 사부가 일본 닌자라는 사실은 좀 거부감이 들지만, 영화의 줄거리에 일일이 딴지를 걸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배트맨의 원래 사부가 한국인이었다는 점은 너무나 속상한 우연의 일치다. 일본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돌풍을 지속시키고 있는 ‘한류’가 일본문화의 개방을 우려하던 목소리를 우습게 만들어 버렸지만, 헐리우드로 대표되는 미국 및 세계 문화시장을 주도하는 부분에서의 일본 문화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닌자 배트맨...-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