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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의 진실
김위생.윤혜경.하준삼 지음 / 홍익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바로 ‘외자도입 만능론’이 아닌가 싶다. 길지 않은 휴가 기간 중에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던 차에 그동안 사 놓았지만 읽지 못했던 책 들 중에서 업무와 조금이라도 연관되는 책을 읽자는 생각에 몇 달전 도서박람회에서 구입한 소버린의 진실을 읽게 되었다.
론스타 사건 이후로 외국자본, 특히 사모펀드의 국내투자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처음에 외국자본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던 것에 비하면, 간접적으로나마 업무를 통해서 사모펀드나 기업 운영의 실제를 접하다보니 지금은 외국자본에 대하여 무조건 국적을 기준으로 자본을 보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거나 외국자본의 투자로 당해 기업의 주가가 오른 경우 실제로 피해를 본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등 조금은 외국자본에 대하여 열린 시각을 갖게 된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도 외국자본에 대해 조금더 열린 시각을 갖게 되기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책 전반부에는 소버린과 SK간의 사건을 통해서 소버린이 사실은 국내 경제 및 SK(주)의 주주들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었다는 내용을 나름대로 논증하여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는데 중반 이후로 갈수록 외국자본만 도입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의 저자의 주장에 쓴웃음만 나왔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저자도 역시 개방과 외국자본의 도입만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그러한 경제발전의 혜택이 우리사회 구성원에게 돌아가서 이익이라는, 정말 단순하고 그럴 듯 하지만 결코 현실적이지 않은 이데올로기의 신봉자라는 사실을 씁쓸하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소버린에게 단지 외국자본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난을 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저자가 너무나 당연하게 전제하고 있는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므로 주주에게만 이익이 되도록 경영을 해야 한다는 주주자본주의가 과연 절대적인 가치인지, 그리고 외국자본이 단기적인 이익만을 노려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 및 성장동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비판에 대하여 그렇지 않다는 논거도 없는 몇줄의 답변이 과연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외국자본을 모두 배척할 필요는 없다. 저자의 말대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자본만 선별해서 규제하고 우리경제에 도움이 되는 외국자본은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소버린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버린이 우리 기업문화 및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본다. 그러나, 투기적 외국자본의 폐해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전거도 없이 그런 예는 극히 예외적인 일이라든지 어느 한 사람의 논문만을 인용하면서 근거가 없다고 간단히 문제가 없다고 전제하면서 외국자본의 도입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고 기업의 투명성이 개선되어 결국 우리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외국자본의 눈높이에서 외국자본 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확신에 찬 전망에 쉽게 동의할 수 없음은, 아직도 내가 외국자본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판의식에 사로잡혀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