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최근 방송 3사에서 앞 다퉈 식품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사항을 고발하고 있어 ‘신중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반화되지 않은 소비자 불만사항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에도 불구, 시청률을 의식해 이슈 중심이거나 고발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반영된다는 지적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이 나오면 소비자의 대리만족은 충족될지 모르나 고질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많다.
뿐만 아니라 한 번 방송을 탔던 식품은 매출에 타격이 크므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과연 소비자의 불만을 제대로 해결하는 것인지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 최근 식품고발 방송 잦아 = 근래 들어 식품과 관련해 소비자 고발을 다룬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방영되고 있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가 값싼 갈비탕의 식재료를 비롯해 농약녹차, 50% 할인된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
MBC ‘불만제로’는 1주일에 200건 가량,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은 100~150건, SBS ‘사기예방 프로젝트 트릭’은 50건 정도로 꾸준히 제보가 이뤄지고 있어 아직까지 방영되지 않은 고발이 많다고 한다.
한번 방송이 터질 때마다 식품업계에서는 ‘또 식품 죽이기냐’는 반응이다. 예전에는 1~2개 방송이 그랬지만 요즘은 아예 대놓고 방송 3사에서 식품문제를 공격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농약녹차 파문 이후 녹차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이 방영된 직후 홈쇼핑 또는 대형마트에 반품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민원이 폭증하고 있어 매출에 대한 타격이 만만치 않다.
한번 방송이 나올 때마다 취재에 협조하면서도 곤욕스러운 것이 식품업계 입장이다. 주제마다 회사 대표제품을 대상으로 이뤄져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공하며 취재에 임했지만 정작 방송에서는 속상한 장면만 나온다는 것이다.
유산균 관련 방송에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는 방법으로 실험이 진행되고 특정업체를 운영하는 교수가 실험을 진행해 공정성과 형평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유산균의 효과를 본 사람이 많더라도 그렇지 않은 방송이 흘러나오면 또 그렇게 보여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말이다.
◇정말 소비자 문제 해결되나 = 문제는 방송들이 소비자를 대신해 불만사항을 속 시원히 해결하는 부분도 있지만 역기능이 생길 수 있어 ‘신중히’ 문제를 접근하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 문제를 공격적으로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며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영상은 반작용을 부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식약청의 한 관계자는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극단적인 사항을 일반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며 “핵심보다 이슈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전개되는 것 같아 확인된 정보에 근거한 대안중심의 접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얼마 전 화주경락을 소개하는 장면은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는 등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시각을 자극했다.
농약녹차 방송에서 나왔던 녹차에 농약을 뿌리는 장면은 마시고 있던 녹차, 찬장에 있던 녹차제품을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데 일조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국이라고 해서 모두 농약치고, 저질 식재료만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며 “값싼 음식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문제지만 이를 더욱 부추기는 방송도 문제는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수차례 방송에서 문제제기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고질적인 사례가 있어 충격적인 방송만 남발할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불량 칡냉면, 쇳가루 고춧가루 또는 고추장, 표백제로 처리된 중국산 찐쌀 등은 식생활 속에서 암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매번 방송되는 인기(?) 식품이기도 하다.
한편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도 사실 확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방송사 입장이다.
일단 제보가 접수되면 사실 확인에 나서고, 그 뒤에야 취재가 이뤄진다.
KBS 이영돈 PD는 “먹을거리와 농약문제는 현대사회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방송 후 관계기관이 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등 최대한 대안 제시하는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주애 기자 yjua@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