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입니다.
어떤 글을 쓰던 악플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몇 자 적어봅니다. 어제 방송에 대한 변명은 아니구요, 오해가 있다면 풀고, 서로의 입장을 정확히 이해한 뒤에 토론을 하던 리플을 달던, 그게 순서인거 같네요.
어제 PD 수첩 방송을 보고, 오늘 동료 군의관이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치과가기 겁나겠더라’고 말하더군요. 사실 저의 경우만 해도 겁나는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화가 납니다.
처음 얼마간은 방송을 보며, ‘요즘도 저런 거지 같은 치과가 있네. 저런 곳 때문에 다른 치과도 같이 욕먹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같은 치과의사의 입장에서 봐도 미러같은 기본 기구를 그대로 다시 쓴다거나, 파일 소독을 안한 채 다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였으니깐요. 그래서 저는 방송을 보며, 이 일로 몇몇 개념없는 치과 망하고, 관련 법규 제정되고 그 정도 수준에서 끝나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이게 왠 일. 갑자기 PD가 나와서 이건 대부분의 치과 이야기다라고 해서 모든 치과를 개념없는 범죄자로 만들었습니다. 같은 업계의 위생사분이 나와서 소독하는 걸 본 적(-기구 세척 및 멸균은 위생사 업무임)이 없다고 하고, 치과 재료상은 치과에서 일회용도 재활용 한다고 하고. 그래서 순식간에 업계에서 왕따가 되었네요.
미국의 엄청 소독 열심히 하는 한 치과와 중국의 한 종합 병원(-여기서 자존심 상했음)이 소개되어서 국제적으로도 수준미달이 되고, 에이즈 감염 사례도 같이 소개되어, 순식간에 세균 공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재료 원가가 공개되고, 모든 치과의사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취지의 설명이 나오더니, 한 위생사의 ‘돈 많이 벌어요’ 이 한마디에 사실로 확정이 되네요. 그리고 같은 치과의사인 제가 생각해도 개념이 없으셨던 치협 부회장님의 개인적인 의견이 치과 전체의 의견으로 확정되고, 보건복지부 담당자의 한심한 대답으로 끝이 났습니다.
마치면서 PD가 한 마디 하다군요. 치과 갈 일 있으면, 꼭 소독되었는지 물어보라는 말.
맞습니다. 앞으로 치과 가시게 되면, 꼭 물어보시고,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방송 내용 자체는 조금 편파적이고, 왜곡되지 않았나 하는 감이 있지만, 제가 생각해도 개념없는 치과, 환자를 돈으로 생각하고 과잉 진료 하는 치과가 아직 소수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있으니깐요. 부디 주변에 확인하셔서, 양심진료 하고 위생적인 치과를 찾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일이 치과계의 나쁜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어제 방송 내용 중 잘못되거나, 과장된 것이 있어서 해명해 보려 합니다. 합리화 내지 변명이 되지 않으려고, 객관적인 사실 위주로 적어 봅니다.
1. 미러, 파일(신경치료 하는 것), 핸드피스 소독하지 않는 치과가 대다수이고, 대다수의 치과의사들이 글로브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 글로브와 마스크는 환자와 치과 의사를 동시에 보호하는 장비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고글도 있구요. 이를 착용하지 않거나, 갈아 끼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점입니다. 미러와 파일을 소독없이 재활용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하지만 저희 세대의 치과의사들이라면 학부 과정을 통해 충분히 교육을 받고 있고, 제가 선배들의 치과를 찾아 다녀도, 대다수가 이 원칙을 충분히 지키고 계셨구요. 따라서 대다수의 치과가 그렇다는 말은 성급한 일반화입니다.
댓글을 보면, 내가 간 치과는 전부 그렇더라라고 말씀하신 분들이 많은데, 과연 몇 군데의 치과를 다니셨는지 궁금하네요. 특히 미러, 파일을 씻지도 않고 그대로 다시 쓰는 치과는 과연 몇 군데나 있을까요? PD 수첩은 한 곳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며, 대한민국 대표 치과로 간주하던데 과연 PD수첩이 전국을 순회하면서 조사했다는 치과의 대다수에서 그러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왜 제시하지 않고, 거의 대부분의 치과가 그렇다는 논지를 폈는지 알 수 없네요.
분명 청결한 치과도 있었을텐데(-저 역시 감탄할 위생수준의 치과를 부러워하며 많이 봐왔습니다), 담당 PD의 기획의도에 맞지 않아 그대로 편집 되었겠지요. 전 현재 군의관인데, 군에서도 전반적인 기구는 낙후되었을지언정 기구를 반복해서 쓰는 그런 수준의 진료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소수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다수의 치과가 어느 정도 위생스럽지 못한 처치(예를 들면 맨손 처치)를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방송에서 나왔던 것처럼의 극단적으로 비위생적이고, 불결한 처치를 하는 치과는 극소수라는 겁니다. 사실 치과는 소문에 민감해서 비위생적이라는 소문나면 금방 망하고 맙니다. 요즘 환자분들이 어떤 분이신데요들.
참고로, 1환자당 1회용품 비용이 700원 정도다, 이것도 거짓말입니다. 시술용 멸균 장갑 1켤레만 1000원 넘습니다. 어제 이건 빼고 대신 인터뷰 장면에서 김장할 때 쓰는 비닐 장갑 보여주더군요.
2. 치위생사의 말 ‘자기가 다니는 치과에서는 소독하는 걸 못봤다’
- 소독은 치과의사가 하는 일이 아닙니다. 치과의사는 진료를 하고, 위생사는 진료보조를 맞죠. 그 소독 작업이란게 별로 돈드는 일도 아니고, 쓴 기구를 설거지 하듯 세척을 하고 ‘증기가압멸균기’에 넣어 무균 상태로 만드는 일이죠(넣기만 하면 기계가 다 알아서 합니다). 진료 시간에 꼭 해야 되는 일도 아니고, 쓴 것을 모아두었다가 점심시간이나 저녁 진료 끝난 후에 보통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소독, 멸균을 치과에서 안한다는 건 다음 4가지 밖에 없죠.
1. 치과 의사가 소독 절대 하지 말라고 시켰다.
2. 치과에 미러나 기구 등이 몇 개 밖에 없어서 소독 들어가면 진료를 못본다
3. 치과 의사가 귀찮아서 소독하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4. 빨리 빨리 환자보려고 소독과정 생략하고, 썼던 것 그대로 진료함.
방송보니, 파일(신경치료기구) 1200원이라고 나오고, 제가 알기로 미러(구강거울)도 1만원 내외인 걸로 압니다. 요즘 시골에서 작게 개원해도 3억 이상 드는데, 절대 미러같은 값싼 기구 등이 부족하진 않았겠죠. 소독, 멸균은 위생사들이 진료외 시간이나 아님 진료중이라도 시간 남는 사람이 해도 충분한 과정입니다. 실제 그렇게 치과에서 행해지고 있구요.
그런데 소독하는 걸 못봤다는 건 그 치위생사가 누워서 침뱉는 겪이죠. 치과의사 뿐 아니라 성실히 일하는 다른 위생사들 까지도 도매급으로 욕먹인 겁니다. 1번의 치과는 없을거구요, 4번의 치과의사는 진짜 나쁜 사람이죠. 이런 사람은 욕먹어도 싼 겁니다.
3. 치과에 다녀서 감염성 심내막염에 걸렸다. 미국에선 에이즈도 걸렸고, 남 얘기가 아니다.
- 이 부분이 가장 많은 불안과 분노를 낳는 대목입니다. 한창때의 나이에 치과 치료로 돌아가신 분의 얘기가 나왔는데,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아마 치과치료 때문이 맞을 겁니다. 고인에겐 의료인으로서 죄송할 뿐입니다.
근데 방송에선 미국 심장학회의 논문을 보여주며 ‘몇몇 치과 치료가 감염성 심내막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명백히 PD의 구미에 맞는 부분만 발췌한 것으로, 원문에서‘몇몇 질병을 가진 환자에게서’라는 앞부분을 생략한 것입니다.
PD 수첩 말이 맞다면, 치과 시술 받는 모든 환자에 항생제 처방하는게 맞겠죠. 그들이 부러워하는 미국에서 만든 기준이니깐요.
저두 치과쪽에서 수술 파트를 전공해서 잘 알고 있는데, 건강한 일반인 모두에게 감염성 심내막염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미국 심장학회는 치과 진료를 받을 경우 치명적인 질병(severe risk), 주의해야 할 질병(moderate), 위험도가 낮은 질병(mild) 이렇게 분류를 해 놓았습니다.
예를 들면 심장판막 질환이 있거나 수술 받은 기왕력이 있는 경우 몇몇 치과치료가 심내막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치료전 예방적 항생제의 사용이 추천되고 있습니다. 그런 질병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대개 치과 문진시 말씀을 하시기 때문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 진료하고 있습니다만, 혹 자신의 질병을 모르고(-환자분이 말씀해 주시지 않으면 치과의사도 모릅니다) 아무 예방 없이 진료를 받았다가 감염이 되는 분들도 계시죠.
결코 방송에서 말한 것 처럼 건강한 사람이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위생 수준의 치과 진료를 받고 감염성 심내막염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치과에서 감염된 에이즈라든지, B형 간염 등은 명확히 기구 소독이 확실히 되어야 하는 문제이고, 그 방법도 다 교육을 받기 때문에 반드시 올바른 소독 절차가 행해져야 합니다. 소독 문제에 대해서는 치과계에서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일이고, 위에서도 말씀 드렸습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나온 에이즈, 간염 환자분 들이 스스로 질병을 밝히지 않고, 치과 진료를 받으시는 것도 자제하셔야 할 듯 하네요. 대개 감염성 질환 환자분들이 개인 치과에서 진료를 기피하기 때문에 자신의 병력을 숨기는데, 그건 감염성 혈액을 알고서 수혈하는 것과 같은 행위입니다. 감염성 질환자를 치료하고서도, 기구 소독을 안하는 치과의사는 없고, 있다면 진짜 나쁜 사람이죠.
(-이 대목을 볼때는 그 속이는 환자들은 안나쁘고, 치과의사만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4. 핸드피스가 역류해서 혈액을 빨아 들이고, 다시 내뿜는다
- 구형 핸드피스로 실험을 하셨더군요. 요즘 나오는 핸드피스는 그런 현상이 드묾니다. 핸드피스가 치과에서 소리나는 드릴인데, 이게 소모품 치고는 상당히 고가입니다. 어제 30만원에서 130만원이라 했는데, 30만원짜린 학생들도 안씁니다. 보통 치과엔 100만원 상당의 제품을 쓰는데, 원래 고장도 잦아서 자주 교체하는데다가, 이게 증기가압멸균 소독을 하면, 내부 부품이 부식되어 수명이 많이 줄어듭니다(어제 방송에선 30%라고 하더군요).
치과 재료 중 고가의 장비이고, 다른 기구들처럼 수십개 씩 구비할 수 없는 물품이라 멸균소독을 못하는 치과가 대부분일 겁니다. 어제 멸균 소독할 때 마다 비용이 만원씩 든다는게 어떤 근거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이런 고가 장비들의 수명 단축과 소독 시간 동안 장비를 사용 못하니, 그 기회 비용을 고려한 것일 듯 합니다.
그래서 보통 진료후 알콜 소독을 하죠. 미국 치과에서 환자 한명 마다 계속 소독을 하던데, 아셔야 되는 사실은 미국의 치과는 하루 환자를 5-10명 정도 봅니다. 핸드피스 3개 정도만 있으면, 계속 소독 돌리면서 다른 환자 볼 수가 있죠. 그리고 치과 환자들이 개인용 핸드피스를 직접 사서 그걸로 계속 치료 받는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번 쓴 핸드피스를 바로 멸균소독 돌린다면, 환자 대기 시간이 길어지겠죠. 성질 급하신 분들은 아마 기다리다 지쳐서 대기 시간 짧고, 금방 치료해주는 옆 치과(-아마 알콜로 핸드피스 소독 할)로 갈 겁니다.
미러, 파일등은 철저히 멸균 소독해야 하고, 할 수도 있지만, 핸드피스 문제는 아마 국내 현실하고는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한 의원만 예로 들었는데, 제가 알기로 미국 내에서도 특히 위생이 철저한 치과 한 곳만 조사한 것 같습니다. 선배중에 미국에 개원하신분이 계시거든요. 미국의 치과 위생을 대표하는 치과는 아니었습니다.
5. 미국과 중국의 비교.
- 미국은 확실히 의료 분야의 선진국입니다. 첨단 의료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고액의 의료수가이구요. 한국 치과는 돈이 없어서 멸균/소독을 하지 못한다는 논리에는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과의 일방적인 비교는 무리가 있네요.
많은 분들이 미국 정도의 치료를 하라하면서도, 수가에 대해서는 철저히 언금을 피하시는데...
굳이 미국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소득대비 의료수가는 세계에서 하위 수준입니다. 자꾸 우리나라 의료수가가 다른 나라 대비 높다고 하시는데, 이는 잘못된 주장이구요. 미국은 하루에 환자 5명씩만 봐도 우리나라 치과의사가 20-30명씩 보는 것과 같은 수익을 얻습니다. 소득 대비로 말이죠.
당연히 한 환자당 투자하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수준 자체도 높아질 수 밖에 없겠죠. 환자는 환자 나름대로 고비용을 냈으니, 만족스러운 치료를 요구할 것이구 이것이 오늘날의 미국의 첨단 의료를 만들어 낸거죠. 치과의사나 포괄적으로 의사라는 직업이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고소득 직종입니다만, 선진국과 비교되어 이익은 적게, 서비스는 선진국 수준으로 강요받고 있습니다.
의료 개방되면 선진국에서 그다지 많은 분야가 들어오진 않을 것이고, 보험이 안되는 고수가의 분야나 사보험을 들어서라도 진료 수요가 충분히 예상되는 분야만 들어올 겁니다. 돈 가진 사람들은 외국 병원으로 갈 것이고, 결국 의료 서비스도 빈익빈 부익부가 되겠져. 사보험이 활성화 될 거구요, 고비용의 외국 병원에 맞추어 아마 국내 의료비도 동반 상승하게 될 겁니다.
아, 그리고 중국의 경우인데요. 저희 대학이랑 중국의 한 치과 대학이랑 교류하고 있어서, 교환교수님들 얘기 들어봤는데, 위생이든 의료 수준이든 우리나라의 발밑에도 못 미친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공중목욕탕에서 목욕관리사들이 스케일링을 한다고 하더군요. 어제 방송된 예는 중국 전체가 아니라 지극히 PD의 구미에 맞는 한 예입니다.
6. 치과의 항생제 처방률이 높다.
- 소독을 게을리 해서 항생제로 해결하려고 한다는게 어제 방송의 주장이었습니다. 항생제 처방률이 20% 정도 나오던데, 만약 전반적인 위생 문제로 항생제를 처방한다면, 치과에 내원하는 모든 환자에 처방해야 하는게 옳지 않을까요?
아마 치과에서 항생제를 처방 받은 분들 대부분이 발치나, 염증치료, 잇몸 치료 등이고, 보철치료나 충치치료를 할 경우는 약을 드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앞의 치료는 피를 보는 술식(관혈적 술식)이고, 그렇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이 높아(-구강내 정상 세균에 의해서도 감염 가능)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이를 뽑고도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아 감염이 되고, 곪는다면 그땐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았다고 지적을 받았겠죠(할아버지 한분이 방송에 나오신 걸로 압니다).
결국 항생제 문제는 치과 위생 문제에 억지로 논리를 맞춘 것에 불과하고, 술식별 항생제 처방률이나 외국과의 비교 통계를 파악해서 제시하는게 더 올바르지 않았을까요? 단지 치과 위생에 자신없어 항생제 처방했다는 의사의 말은 진짜 개념없는 소리져.. 저 같으면 그런 이유로 항생제 처방할 시간에 위생사들한테 기구 소독 지시할 겁니다.
아, 그리고 치과 갔다와서 편도선이 붓는다는지 볼이 부었다는 분들. 관혈적 술식 후엔 아무리 소독이 잘된 기구로 시술받아도 환자 자신의 건강상태나 컨디션 따라서 일시적인 감염증은 올 수도 있습니다. 구강내 세균총도 있고, 병원 수술방 같은 철저한 멸균 환경은 아니니깐요. 특히 사랑니 발치 후에는 조금 많이 붓는 편이져.
7. 치과 의사는 폭리를 취한다
- 치과의사의 수익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방송에서 나올 정도의 폭리는 아닙니다. 한 예로 임플란트의 시술가가 200-250만원. 재료비가 외제로 쓸 경우 40만원이라고 나왔는데, 이는 명백히 방송의 왜곡 의도가 깔려있는 겁니다.
첫째 사용되는 재료 중에서도 가장 싼 값의 재료만을 기준으로 삼았고,
둘째 월 수백-천만원을 넘는 임대료, 직원 임금, 보철 재료 외에도 소모성 기구 값. 치과의사의 시술료 등은 고스란히 배제되었더군요.
셋째 진료의 난이도, 시술 시간등도 고려되지 않았구요.
위에서 제시한 40만원의 재료는 기공료, 시술료도 포함안되고, 임플란트 시술에 필요한 재료 중 단 한 개의 가격입니다. 집으로 치자면, 건축비, 인건비, 다른 자재비 다 빼고, 기초 골조 값만 상정한 셈이죠. 한 개 1200원 짜리 파일 5-10개씩 써서, 보험다해서 만원도 못받는 신경치료는 왜 예로 안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치과는 재료를 전시해놓고 그대로 파는 상점이 아닙니다.
댓글에 10배씩 폭리 취한다고 하는데, 그건 진짜 거짓입니다. 모든 원가 다 상정했을 때 수익 별로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돈 많이 버냐구요? 과거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경쟁이 심해 몇천씩 버는 그런 치과 잘 없습니다. 망하는 치과도 여럿 봤구요.
두서없이 쓴 글이 긴 장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전에도 간혹 치과 얘기가 올라오면, 무수한 댓글이 달리며, 치과 의사들이 이렇게 불신을 받고 있구나하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몇몇은 사실이며, 분명히 치과계가 반성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여러 글에서 잘못된 오해나 거짓으로 진실이 왜곡되고 호도됨을 느끼고 있던 차에 어제 방송을 보고 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20세에 치과대학에 들어오면 대학을 8년(2002학번까진 6년) 다니고, 전문의 과정 4년, 군복무 38개월을 모두 마치고 한 사람의 치과의사로 사회에 나오면 35세입니다. 재수, 휴학 이런 것들 한번도 안하고 말이죠. 의사 직종 중에 간염 보균율이 최고이고, 암 사망률 1위이며, 평균 수명은 -정확한 나이는 잊었지만 -50대 후반입니다.
항상 좁은 입속을 처다보기 때문에 노안이 빨리 찾아오고, 기계 소음 때문에 이명이 들리거나, 척추/디스크 질환을 가진 분이 대다수입니다. 나쁜 원장들도 많지만, 같은 업계 사람을 보면 존경할 만한 사람을 정말 많이 만나게 됩니다.
노인 무료 보철을 해주시는 분, 주말 봉사 진료 다니시는 분, 철저하게 양심 진료 하시는 분, 소신 진료 하시는 분, 후학들을 위해 아는 바를 열심히 교육하시는 분 등. 그런 분들이 어제 방송으로 전부 나쁜 치과의사 집단으로 매도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옷을 살 때도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것처럼 치과 가실 땐 여러 군데 알아보시고, 친절하고 위생적이고, 양심 진료하는 치과를 찾아가세요. 분명히 그런 치과가 주위에 있을 겁니다.
* 치과의사는 영어로 dentist 혹은 DDS( doctor of dental surgeon)입니다.
- 단지 치과 의사냐 치과 전문의냐 하는 뉘앙스의 차이져.
* 친척이나, 친구들 치료도 같은 평균적인 위생수준의 기구로 치료합니다.
제가 친구한테 치료 받을 때도 마찬가지구요. 글로브에 새 미러에 알콜로 소독된 핸드피스, 스케일러 등요.
* PD 수첩 담당자님께 전언
- 황우석 교수님 사건 이후 MBC 시청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근데 어젠 업계의 일이라 pd수첩 보고, 상처만 입고 말았네요.
-서울대 구강 미생물학과 교수님께서 비위생적인 치과 소독을 범죄라로 했는데, 그게 모든 치과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말씀일까요? 그분도 치과의사이십니다. 그분은 몇몇 개념없는 치과를 대상으로 말씀하셨음이 분명한데 편집상으로는 양심적인 교수님이 치과 의사 전체를 탓하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인터뷰 앞뒤 다 생략하시고, 원하는 말만 편집하셨겠지요.
한술 더떠 치협 간부님의 인터뷰 앞뒤 전후 다 생략하시고 특정 부분만 편집해서 개인 의견을 치과계의 공론으로 보도해 주셨더군요.
담당 PD 의도에 오염되어 멸균/소독되지 않은 관점을
그대로 방송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산지석이 되었고, 제 나름대로 언론관을 재정리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하나 안타까운 건 세균 검사 위해서 비싼 여행비 쓰면서 미국까지 안가셔도 국내에서도 잘 할 수 있구요, 이왕 가신 김에 치과 1군데만 가지말고 여러 군데 다녀오셨으면 좋았을뻔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