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의 천국 대한민국 - 론스타와 그 파트너들의 국부 약탈작전 전모
이정환 지음 / 중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외국계 펀드인 론스타의 매각관련 논란으로 우리나라가 시끄러웠던 것도 벌써 2달여가 된 것 같다. 당시 외국계 투기자본이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두고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을 것이라는 기사에 다소 국수주의적인 시각으로 론스타와 외환은행의 매각과 관련된 여러 쟁점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신문기사를 읽으면 읽을수록 ‘어떻게 이런 일이 버젓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하여 우리나라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것인지 또는 할 수 없는 것인지’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러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은 채 더욱 증폭된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건의 핵심은 이렇다. 은행법 규정상 외국인이 국내 금융기관의 주식을 10%이상 확보하려면 기본적으로 금융회사이거나 금융지주회사여야 하는데, 예외적으로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금융회사 또는 금융지주회사가 아니더라도 국내 금융기관의 주식을 10%이상 취득할 수 있다. 론스타는 금융회사 또는 금융지주회사가 아니고 외환은행도 론스타에게 매각당할 당시 또는 그 이전에도 부실금융기관이 아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론스타는 위 예외규정을 적용받아 외환은행을 인수하였고 론스타가 위 예외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처구니 없게도 금감위에 도착한 발신처가 불분명한, 외환은행이 부실금융기관이 될 위험이 있다는 내용의 팩스 5장 때문에 외환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었다.


세상사에 가정법은 없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않았다면 실제로 외환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더 큰 손실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금융위기가 닥쳐서 외국자본을 유치할 땐 언제고 사정이 좋아지자 외국자본이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한 데 따른 이익에 대하여 왈가왈부한다는 일부의 주장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위와 같은 단순 논리로 넘어가기에는 석연치 않은 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실금융기관이 아닌 외환은행이 의문의 팩스 5장을 기초로 한 금감위의 보고서에 따라 부실금융기관으로 판정되었다는 점, 재경부나 금감위 나아가 외환은행의 경영진까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다는 것을 전제로 론스타와의 유기적 협조하에 모든 일을 진행시켰다는 점, 김앤장을 중심으로 한 론스타와 재경부 및 금감위, 외환은행 경영진 간에 복잡한 인적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3년여 만에 투자금을 회수하여 떠나갈, 금융회사도 아닌 정체도 불분명한 투기성 펀드에 위와 같이 수많은 논란의 여지를 남기면서까지 국가의 중요 은행을 매각할 필요가 있었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매각을 강행했는지 라는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이다.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모른 채 정부당국이 외환은행을 매각했다면 국가의 미래가 걱정될 정도로 한심한 일이고, 알고도 매각했다면 더욱 분노하고 두려운 일이다. 우리가 안심할 만한 유일한 결론은 외환은행이 당시 실제로 부실금융기관으로 판정될 만했고 론스타가 가장 적절한 인수대상자였기 때문에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였다는 것인데,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저자가 지적하듯이 의문점이 너무나도 많다.


론스타의 사례는 사실 투기성 외국자본의 부작용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지금까지도 론스타의 사례와 비슷한 경우가 여럿 있었고 앞으로도 제2, 제3의 론스타는 계속하여 우리시장을 노릴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본의 흐름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고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금융자유화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이윤극대화를 추구하고 자본은 가장 큰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쪽으로 몰리는 것이다. 외국자본이 우리시장에서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금융자유화가 진척되면서 발생하고 있는 은행의 기업대출의 감소, 기업의 공격적 투자성향의 감소 및 배당증가 등의 추세, 그리고 무엇보다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사건 자체에서 볼 수 있듯이 자본의 속성을 극대화하는 금융자유화가 반드시 국민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외국자본을 유치함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그 폐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고, 저자는 그 대책의 일환으로서 미국과 일본의 금융관련법과 장하준 교수의 국민경제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전자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는 시스템에 관한 것이고 우리에게 실용적인 많은 시사점을 제시해 준다. 후자는 지면 관계상 아주 살짝만 소개되기는 했지만, 현재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성장을 위한 것이 아닌 금융자본을 위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담고 있는 듯하다. 평소에 자본주의가 극단화되고 금융자본이 득세하는 현 상황이 무언가 크게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서 장하준 교수의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책을 읽고 나서 세상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두운 빛깔을 띠고 있음에 우울해질 것이 조금 두렵기는 하지만 말이다.


책을 읽고 나서 론스타, 또는 외국투기자본에 대한 폐해 그 자체보다는 그보다 훨씬 더 큰 세계경제의 구조적 측면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재정적자에 기반한 거대소비시장의 힘으로 굴러가는 세계경제, IMF 구제금융으로 대표되는 금융자유화의 압력과 그로 인한 서구 자본의 침투, 그리고 전세계적 부의 양극화...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들은 자본주의가 계속하여 지배적인 경제 이데올로기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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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은김삼순 2006-06-09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바닥님~마이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치유 2006-06-09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로운 발바닥님!! 리뷰 당선 축하드림니다..

외로운 발바닥 2006-06-09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순님, 배꽃님 너무 감사드려요. 살다보니 이런일도 다 있네요^^;;
개인적으로 책을 읽고 머릿속에 쓸 말은 많았는데 제대로 정리가 안되어서 써놓고도 상당히 민망했던 리뷰였는데 부끄럽습니다. *^0^* 그래도 기분은 좋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