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의 이율배반적 ‘부동산 선동’ |
공급 확대론, 규제 완화론, 세금 폭탄론…종부세 이의신청 촉구·납세거부·부추기기 뜯어보면 부동산 투기적 수요에 눈감고 상위1% 대변을 마치 국민여론인 양 호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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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들이 꿈도 꿀 수 없는 초고가 아파트 타워팰리스가 바라다 보이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가난한 구룡마을. 민언련과 토지정의연대는 지난 9일 이른바 유력지 조·중·동의 사설과 칼럼들이 소수의 투기이익을 위해 절대다수 국민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모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그들이 “시장 근본주의자의 이론이 옳다고 믿는 ‘확신범’이거나”, “건설사에서 부동산 광고를 받으면서 담대하게 정론직필을 하고 있다고 믿는 ‘자기최면’의 상황”에 빠져 있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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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과 밖 /
“내 집 꿈 더 멀어졌다.” 9월 4일자, <조선일보> 기사 제목이다. 이 신문은 주택보급률이 105%가 넘는데도 무주택자가 전체 40%에 이른다며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보유세와 양도세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이 신문뿐만 아니라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서도 숱하게 발견된다. 이른바 공급확대론이다.
이 신문들은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는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주택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을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주택공급이 늘어나면 건설경기가 살아나고 고용이 늘어나고 경제도 살아난다는 주장을 곁들인다. 공급확대론과 경기부양론의 기묘한 결합이다. 더 많은 집을 짓고 더 많은 대출을 받아 더 많이 사고 팔게 하자는 이야기다. 그러면 내 집 마련도 쉬워지고 경제도 살아난다고 한다.
9월14일자 <동아일보> 칼럼은 부동산을 사과에 비교한다. 사과 값이 지나치게 높으면 사과 수입을 늘리거나 사과의 대체재인 감이나 배의 공급을 늘려서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처럼 부동산도 공급확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신문은 사과는 안 먹어도 되지만 부동산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부동산에 대체재가 없다는 상식적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부동산 시장의 투기적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토지정의시민연대가 올해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이른바 ‘조·중·동’의 부동산 관련 사설과 칼럼을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신문들은 줄기차게 공급확대와 규제완화를 외치면서 ‘세금폭탄’을 비판해왔다. 천문학적인 불로소득과 투기적 수요를 방치하면서 공급을 확대할 경우 어떤 끔찍한 재앙이 닥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중앙일보>는 9월26일자 칼럼에서 정부의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정책이 부동산 가격을 올렸다는 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공급이 탄력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함으로써 주거선호 지역의 주택가격을 더욱 치솟게 할 뿐”이라는 이야기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칼럼에서 “결국 해답은 시장”이라면서 “부동산 정책을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보지 말고 거시경제를 이루는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토지연대 등 모니터 결과 발표 |
조중동은 투기적 수요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으면서 규제완화와 공급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신도시 건설을 확대하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서 공급을 늘리면 당장은 집값이 올라 고통스럽겠지만 언젠가는 시장이 안정된다는 논리에서다. 특히 부유세 등 불로소득 환수정책이 주거선호지역의 공급을 제한해서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중앙일보>는 7월19일자 시론에서 국내 부동자금이 해외로 빠져 나가 미국 맨해턴 등에서 부동산 투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와 관련된 자본유출은 부분적으로 노무현 정부가 가진 자들을 향해 쏘아올린 ‘세금폭탄’이 가져온 결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낮추고 해외로 빠져 나간 불로소득을 국내로 불러들여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다. 해외투기 대신에 국내투기를 장려하라는 이야기일까.
<동아일보>는 종합부동산세를 노골적으로 반대해왔다. 이 신문은 11월27일 사설에서 “종부세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며 그럴 경우를 대비해 지금 이의신청을 내놓으면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종부세 납부 거부를 선동하기도 했다. 이의 신청이 확산되고 있으며 2만여 가구가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종부세 대상 주택의 92.3%가 1가구 다주택자 소유분이라는 사실을 이 신문은 지적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앙일보>는 3주택 이상 보유자가 40.1%라며 “투기억제를 위해 도입된 세금인데 투기혐의자는 납세대상자의 절반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머지않아 평균적인 서울 아파트가 종부세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종부세 탓에 민간소비가 위축된다는 주장도 어처구니가 없다. 종부세가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지출액의 1.5배에 이른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정작 종부세 대상이 전체가구의 1.3%라는 사실은 빠뜨렸다.
<동아일보>는 한나라당이 종부세 대상을 축소하는 안건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부자 비호당’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두려워 문제를 덮은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종부세 과세가 서민층에게 부작용을 파급시킨다”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늘어놓았다. 우리나라 주택보유세 실효세율이 평균 0.2%, 종부세 대상자의 경우도 최대 0.6%, 미국의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는 사실도 지적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또 31평 아파트에 12년째 살고 있는 안 아무개씨의 재산세가 50%나 늘어났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구체적으로 세액이 얼마나 늘어났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안씨의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6억4600만원에 시세는 8억원, 이 경우 보유세는 200만원이 넘지 않는다. 동아일보의 9월12일자 사설 제목은 “한국엔 ‘6억 넘는 죄’ 있다”였다. 보유세 실효세율이 2017년에 가서야 0.61%,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 된다는 사실도 빠뜨렸다.
일부 기사에서는 자가당착적인 주장도 눈에 띤다. <동아일보>는 10월3일자 사설에서 지방 건설경기가 위축돼 올해 7월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7년 만에 가장 많은 7만여채가 됐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투기적 수요가 무분별한 공급확대로 이어지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공급확대를 주장하면서 공급확대가 가져온 폐해는 정부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9월28일 기사에서는 “주택을 사려던 사람들이 높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구입을 미루고 있다”며 “높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구입을 미뤄 전월세 수요가 늘어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역시 종부세 과세 대상 주택이 1.2%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상위 1.2%에게 부과되는 종부세가 전월세 수요를 늘리고 전세금을 올렸다는 이야기다. 이 신문은 “서민과 중산층이 울고 있는데도 정부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9월28일 사설에서 “서민형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큰소리치다가 강남 중대형 아파트 가격만 올려놓은 판교의 실패에서 값비싼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훈계를 늘어놓았다. 수요가 큰 중대형 규모를 줄이고 서민을 위한 중소형 주택을 짓겠다고 하는 바람에 서울 강남의 40평형대 이상 주택가격이 치솟았다는 이야기다. <조선일보>는 심지어 “임대주택이 주거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정부정책 뒤흔들어
이번 조사 결과 조중동의 부동산 관련 사설과 칼럼은 크게 9가지로 분류됐다. 신도시 건설을 늘리고 건설 공급을 확대하자는 공급확대론, 재건축 규제 등을 완화하자는 규제완화론, 보유세 강화 정책을 비판하는 세금폭탄론,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청와대의 코드 맞추기라는 코드론, 좌파정책으로 몰아붙이는 색깔론, 그리고 포퓰리즘론, 그리고 금융정책을 비판하거나 정부의 무능력을 비판하거나 기타 외국 사례를 비교하는 경우 등이 있었다.
특히 세금폭탄론이 전체 부동산 관련 사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9%에 이를만큼 압도적으로 많았다. 칼럼에서는 50.8%로 나타났다. 이들 신문은 5·31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을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몰아붙였고 정부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1%로 높이겠다는 정책을 철회하기도 했다. 상위 1.2%를 대변하는 논리가 전체 국민들의 여론으로 호도되고 정부의 정책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토지정의연대는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투기적 수요를 잡는 것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남기업 사무처장은 “시장이 완전경쟁 상황이라면 공급을 늘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대책이 될 수도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거의 독과점에 가깝게 왜곡된 시장”이라며 “투기적 가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민언련과 토지정의연대는 논평에서 “부동산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언론사와 건설사의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상식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이 시장 근본주의자의 이론이 옳다고 믿는 ‘확신범’이거나 최악의 경우는 건설사에서 부동산 광고를 받으면서 담대하게 정론직필을 하고 있다고 믿는 ‘자기최면’의 상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이코노미21> 기자 cool@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