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장관급회담] 요구사항 숫자, 美가 한국의 2배


주고받기보다 방어적 ‘딜’ 될 가능성
정부 “농업은 다른 분야와 연계 안해”

미국은 전방위로 공격하고, 한국은 막는 데 급급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최종 담판장이 될 양국 통상장관급 회담 테이블에 올려질 협상의 대차대조표는 미국의 일방적인 공세를 반영하고 있다.

10여 개 분야에서 미국은 15가지 이상의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 9가지 안팎에 불과해 양적으로만 보더라도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한국이 공세적인 분야는 자동차, 섬유, 존스 액트(Jones Actㆍ미 연안의 승객ㆍ화물 수송을 미국 국적 선박에만 허용하는 제도) 정도다. 나머지는 주로 예외 인정과 같은 방어적인 성격의 요구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미국은 농산물과 쇠고기, 방송ㆍ통신, 지적재산권, 의약품 분야 등 굵직한 사안에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본격적인 주고받기가 이뤄질 최종 회담에서 한국이 얼마나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지 우려되는 이유다.

우리 정부는 이미 민감한 농업부문은 다른 분야와 연계 없이 농업 내부에서‘빅딜’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쇠고기 문제의 경우, 40% 관세철폐와 뼈있는 쇠고기의 수입재개와 같은 검역문제를 주고받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광우병 위험 등으로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는 뼈 수입을 보류하는 대신, 쇠고기 관세를 낮춰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훈 한미FTA 수석대표는 “미 쇠고기는 40% 관세가 부과되어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며 “쇠고기 관세는 큰 문제가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 쇠고기는 어차피 싸기 때문에 관세를 더 철폐해 좀더 싸지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쇠고기 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뼈가 포함된 LA갈비 등의 수출을 위해 검역문제에 더 집착하고 있어, 양국의 입장차가 얼마나 좁혀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돼지고기, 오렌지(감귤), 닭고기, 낙농품, 고추, 마늘, 양파, 인삼, 사과, 포도, 배, 견과류, 보리, 옥수수 등 한국이 골라놓은 개방 제외 품목들의 운명도 낙관하기 어렵다.

미국의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이들 민감 품목 중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통스러운 절충을 시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입장과 달리 미국이 농업 품목과 다른 분야를 연계하는 ‘빅딜’을 제안, 농업의 희생을 압박할 가능성도 크다.

미국이 막판에 들고나온 쌀 개방 문제는 다분히 전략적인 측면이 있어 농업의 다른 품목과 연계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쌀은 존스 액트와 같은 미국의 아킬레스 건과 연계해 양쪽 모두 개방을 유보하는 선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와 섬유도 여러 쟁점들이 남아 있어 다른 사안과 연계되기보다는 내부 ‘딜’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적재산권, 의약품, 방송ㆍ통신, 무역구제 등은 서로 연계 처리돼 ‘빅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요구할 것이 많지 않은 한국으로선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즉, 미국에게 A를 받는 조건으로 B를 내주는 식의 ‘빅딜’이 아니라, A는 내주는 대신 B는 내줄 수 없다는 방어적인 ‘딜’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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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불신, 왜?③]'권력의 시녀' 오명 씻으려면…
  2007-03-13 오후 5:47:00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s_menu=사회&article_num=60070308164252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말이 사법부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라면,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은 사법부 성장과정의 한계로 꼽힌다. 특히 사법부가 '인권보장의 최후 보루'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입법·행정 권력에서 독립돼야만 하는 사법부가 과거 독재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사법불신의 뿌리깊은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 이후 사회 곳곳에서 과거사 청산 작업이 벌어지고 있으나 사법부는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사법부가 최근 형식적으로는 삼권분립 체제의 독립 권력으로 되살아났다 할지라도, 과거의 오명으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이상, 그 권력의 정당성과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2005년 9월 취임 당시 '사법부의 반성'을 언급했으나, 이후 구체적인 과거사 청산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사로 부푼 기대, 1년 6개월 지났는데…

  
  그래서 지난 2005년 이용훈 대법원장의 취임사는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다. 이 대법원장은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사법부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인권보장의 최후 보루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한 불행한 과거를 갖고 있다"고 반성했다.
  
  이 대법원장은 특히 "그동안 사법부가 행한 법의 선언에 오류가 없었는지, 외부의 영향으로 정의가 왜곡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봐야 하며 권위주의 시대에 국민 위에 군림하던 그릇된 유산을 청산하고,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취임사를 듣고 느꼈던 '기대'는 취임 이후 1년 6개월이 지나는 동안 '실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취임사는 거창했지만, 이후 과거사 청산 방식에 대한 논란만 있을 뿐 눈에 띄는 후속작업이 없기 때문이다.
  
  '멀고도 험난한' 재심 통한 과거사 청산
  
  현재 제기되고 있는 과거사 청산 방식에 대한 논의는 크게 '사법부 내 과거사 청산위원회를 설치'(위원회), '과거 판결을 무효화하는 특별법 제정'(입법), '재심강화를 통한 판결 정정 및 판례 재정립'(재심) 등 크게 세 가지다.
  
  과거사 청산위원회를 설치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에 대해 사법부는 "법률적 판단을 정치적 방식으로 해소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문제 등을 이유로 현실성이 없다면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사법부는 재심을 통한 과거사 청산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으며, 그간 재심사건이 대법원에 상고되면 대법원 판결문에서 과거에 대한 반성 및 판례 변경을 통해 과거사 청산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 '인혁당 재건위'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오열하는 유족들. ⓒ연합뉴스

  하지만 재심을 통한 과거사 청산은 '멀고도 험난한 길'이다.
  
  지난 1월 재심 판결을 통해 '무죄'가 선고돼 큰 화제를 모았던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경우, 재심 신청(2002. 12)에서 재심 결정(2005.12), 1심 무죄판결(2007.1)이 내려질 때까지 무려 4년 2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러다보니 1심 무죄 판결 이후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 유가족을 더 이상 고통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법원 판결을 통한 과거사 청산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재심 사유가 까다로워 무혐의를 입증하거나 수사 과정에서 불법감금과 고문과 같은 불법행위를 받았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일반인들로서는 이를 찾아내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실제로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경우 재심이 이뤄지는 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나 국정원 진실위와 같은 공신력을 지닌 기관에서 밝혀낸 자료가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인혁당 판결에 앞서 간첩혐의로 불법연행·감금돼 고문을 당한 뒤 15년형을 받아 15년을 꼬박 옥살이한 신귀영(71) 씨의 경우 2번이나 법원에 재심 청구를 했지만, 모두 상급심에서 좌절당한 것만 봐도 재심을 통한 과거사 청산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사법부가 '재심을 신청하면 그 때 보겠다'는 현 자세를 유지하는 한 "과거사 청산의 의지가 없다"는 비난을 들어 마땅하다.
  
  사법부는 '재심 특별재판부' 설치하고, 검찰도 진상규명 나서야
  
  따라서 사법부가 지난 과오를 진정 반성하고 있다면 '재심 특별부'를 설치해 재심 사건에 대한 집중 심리를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판사 1명이 1년에 3500여 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현실에서 재심 사건을 집중 심리하는 '특별부'를 설치해 신속한 재판과 재심 사건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 특히 재심 대상으로 분류되는 사건이 대부분 20~40년이 지난 사건으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많은 '재심 대상' 사건 피해자들이 사망했고, 또 많은 피해자들이 고령이어서 시간이 많지 않다.
  
▲ 간첩사건에 연루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두 번이나 거부당한 신귀영 씨. 최근 진실화해위에서 "신 씨에 대한 재심이 필요하다"고 법원에 권고했다. ⓒ프레시안

  또 재심의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검찰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재심이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법률적 판단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증거조사가 필요한데, 법원의 직권조사 명령만으로는 강제성이 없어 조사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검찰이 나서야 한다.
  
  과거 '메모 재판'의 주범은 판사 뿐만 아니라 검사도 책임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검찰 역시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준사법기관'을 주창하고 있지만, 과거 검찰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공안기관원에게서 모진 고문을 받다 검사 앞에 불려가 '나를 보호해주겠지'라는 피해자들의 바램을 무참히 짓밟은 당사자들이 검사들이었다. '사법부 과거사 청산'이 담장넘어 법원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진실화해위 김갑배 상임위원(변호사)은 "피해 당사자들이 재심청구를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형사소송법상 재심청구의 자격이 있는 검찰이 사법부의 암울했던 과거에 책임이 있는 만큼, 재판에서의 승소에 집착하지 말고 공익의 대변자로서 재심 청구와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의 시녀' 된 구조 밝히는 것도 과거사 청산이다"
  
  결국 사법부는 "대법원에 올라오면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소극적 자세가 아니라 "대법원에 사건이 올라오도록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검찰의 협조가 필수적이긴 하지만 특별법을 만들거나 현행 법률을 개정하지 않아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의지만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재심'이라는 법률적 행위로만 청산할 수 없는 과거사가 있다. 바로 과거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듣게 했던 권력 종속의 구조를 밝히는 일이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선 '과거사 청산위원회' 설치 등이 검토돼야 한다.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건국대 법학과 교수)은 "진실을 밝혀내고 이 진실의 이면에 존재할 수 있었던 권력과 이익의 문제들을 규명해 이를 척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과거사 청산의 또 다른 목표"라면서 "과거사를 생산해 낼 수 있었던 사법의 구조와 체계 혹은 이를 둘러싼 정치구조 그 자체의 왜곡지점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 사법의 정치성은 청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법부의 과거사 청산과 신뢰의 회복은 민주화 과정에서 '무혈 입성'한 법원의 최소한의 역사에 대한 책무이고, 앞으로 사법부가 진정한 '국민을 위한' 법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미래적 의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실현 가능한 방법마저 외면한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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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3-25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단락이 정말 사법부의 현 상황에 대한 핵심적인 진단같다...
 

  [사법불신, 왜?②]"판사도 '비판' 감내할 맷집 키워야"
 

2007-03-09 오후 5:25:25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s_menu=사회&article_num=60070307164747

사법부를 비난하는 주 레파토리 중 하나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말이다. 혹자는 "거리에서 수많은 피를 흘리며 정치적 민주화를 이뤘지만, '권력의 시녀'였던 사법부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민주화의 과실을 따먹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나라 사법부의 역사적 맥락을 보면 현재 급격히 커진 사법부의 역할과 위상이나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와 영향력에 비해 그 형성 과정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신뢰할 만한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이런 '태생적 한계'가 사법불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첫번째 기사(☞사법부, 한국사회의 중심에 서다)에서 언급했던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역사적 화두를 던진 사건이었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헌법에 명시된 것이지만, 과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심판해도 되는 것이냐'는 질문이 헌법이나 정치학 강의실이 아니라 현실에서 제기된 것이다.
  
  "민주주의 vs 법치주의"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는 <헌법다시보기>(함께하는시민행동 엮음)라는 책에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행정수도이전 위헌소송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은 자신들이 뽑지 않았으며, 그 이름이나 경력도 생소한 인물들이 단지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법원이나 검찰에 오래 근무했다는 이유로 대통령 직선과 국가 선거의 절차를 밟은 국가정책을 일순간에 뒤집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한 해에 두 번이나 체험해야 했다"며 사법부 구성의 한계를 지적했다. 사법부의 판단이 과연 민주적 정당성을 갖느냐는 문제제기였다.
  
  

▲ 홍윤기, 박명림 교수 등 학자들과 사회운동가들이 펴낸 책 '헌법다시보기.' 이 책에는 "현재 헌법이 87년 정치 엘리트들의 합의의 결과일 뿐 현재의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이제 헌법의 전면적인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같은 책에서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법적 판결이란 본질적으로 승리와 패배, 정의와 불의, 옳음과 그름을 가름해 법률적 승자와 패자를 판정해내는 속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원칙인 균형과 타협, 공존(의 영역)을 축소시킨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헌법)재판관들이 시민·인민의 집합의사에 우선할 수 있는가, 법치는 민주주의를 보장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대안이 '선거'는 아니다
  
  그러나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비판이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을 '선거'로 선출해야 한다는 명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관 등을 선거로 선출하면 민주주의의 원리를 구현할 수 있으나, 입법(국회) 행정(대통령)부에 이어 사법부까지 '다수파 지배' 하에 놓인다는 치명적 한계에 봉착한다. 특히 사법부가 '인권 최후의 보루'라는 사명을 가진 권력기관으로 소수자 보호의 임무가 있음을 감안하면 선거의 의한 선출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
  
  실제로 최고사법기관의 법관이 일반적인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국회의 동의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하고, 독일의 헌법재판소는 연방의회와 연방참의원이 절반씩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하며, 프랑스의 헌법원은 대통령과 국민회의 의장, 상원의장이 각 3명씩 임명을 한다.
  
  우리나라도 대법원장 및 대법관은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헌법재판관은 유럽과 같이 국회와 대통령, 대법원장이 각 3명씩 선출하는 등 민주적 견제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독재정권 시절 사법부가 '권력의 시녀'라고 조롱당할 만큼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했고, 현재도 대통령과 의회 권력이 일치(여대야소)하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이 거의 대통령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대법관의 성향이 보수 획일화 돼 있어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또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는 제도 등은 시민사회의 대법관 추천을 가로막고, 대법원장과 대법관 사이에 계급적 관계를 불러와 사법부 내 민주화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다수 지배'라는 민주주의 구성원리에서 사법부가 제외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크지 않다. 그렇다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보완하는 방법이 '선거' 외에 무엇이 있겠는가라는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나라들이 배심제나 참심제와 같은 국민의 사법참여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사법 민주화'의 과제로 '배심·참심제', '법조 일원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완전무결하다는 아집 버려야"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개혁은 이미 많은 논의를 거쳤으나 사법부나 판사 개인의 의식 개혁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우리 사법부는 '판결 무결점주의' 등 권위주의·엘리트주의적 관점을 고수하며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데 게을렀던 것이 사실이다. 사법부에서는 "사법부의 판결이 사회 갈등의 '종점'이 돼야 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이는 충분한 심리를 통해 설득력 있는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자기 다짐'이 담긴 말이지만,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것 자체가 신기루일 수 있다.
  
  박명림 교수는 "최고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헌법적 판결이 '최고'(supreme)이자 '최종'(final)이며 '무오류'(infallible) 결정이라는 오랜 관념은 오류"라며 "특정 시점의 판결이 항상 보편타당한 최종 판결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어 "실제로 헌법적 가치들은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사법적 행위자들과 의회, 시민단체, 행정부 등 비사법적 행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의 결과이지 사법 행위자들에 의해 배타적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호주제,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판결 등의 변화가 그 증거인 셈이다. 또 한편으로 우리 사법부는 구조적 한계에 의해 '시민사회'와의 상호작용이 충분치 않았다.
  
  특히 최근 사실관계 판단에 그치지 않고 이념적 사건이나 정책판단에 관한 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사법부와 시민사회의 소통은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한 방식으로 여겨지며 더욱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참여연대는 2005년부터 '사법감시' 활동의 일환으로 '판결비평'을 해오고 있다.

  사법부, 광장으로 나와야…"판결은 국민에게 '수용'돼야 하는 것"

  
  이런 측면에서 의미있는 시도가 2005년부터 실시돼 온 참여연대의 '판결비평'이다.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건국대 법학과 교수)은 '판결비평'에 대해 "판결문은 국민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승인을 받아야 되는 것"이라며 "법적으로는 끝이 났을지 몰라도 민주적인 측면에서는 국민들에게 수용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보기)
  
  이를 의식한 듯 최근 법원에서도 과거에 비해 판결문 공개에 적극적인 편이다. 불과 2~3년 전 만해도 '요청을 해야' 판결문을 제공했으나, 헌법재판소는 결정문 전체를 공개하고 있고 일반 각급 법원도 사회적 의미가 있는 '주요 판결'을 공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의 '판결 공개'가 갖는 사회적 파급력이 얼마나 크고, 판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 김명호 전 교수의 '석궁사건'이었다.
  
  지난 1월15일 '석궁사건'이 발생한 후 이틀 뒤인 17일, 김 전 교수 사건 항소심의 주심 판사였던 이정렬 판사는 법원 내부게시판에 "김 전 교수가 판결문 내용도 보지 않고 재판 결과만으로 테러를 감행한 것을 보고 당사자 설득을 위한 판결서 작성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관해 깊은 회의에 빠져 든다"고 말했다. 이 때까지만해도 판결문은 공개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인 18일 법원 홈페이지에는 김 전 교수에 대한 항소심 판결문 전문이 공개됐고, 전문이 언론을 통해 그대로 소개(☞관련기사 보기)되면서 인터넷에서 이 판결문에 대한 시민들의 갑론을박이 뜨겁게 펼쳐졌다. 판결문이 확산되고 논쟁이 일어나며 시민사회에서 '수용'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 김명호 전 교수의 '해직 사건' 항소심 판결문 전문을 소개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

  판사들도 '비판' 수용하고 맷집 키워야
  
  물론 이런 '판결 공개'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확정 판결 전에 판결문이 공개돼 논란이 일어나면 항소심, 상고심 등에 영향을 미쳐 법관의 독립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결 공개가 가져오는 '순기능'이 더 크다. 이미 언급했던 '판결 무결점 주의', '사법부와 국민과의 괴리' 등을 극복하기 위해 판결 공개 확대와 판결 비평 활성화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
  
  한 법조계 인사는 "언론을 통해 소개되는 판결은 극히 제한적이고 전달 방식도 지면 제한 등에 의해 판결의 핵심이나 진의가 와전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며 "판결문 공개는 국민들이 사법부를 직접,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신뢰형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석궁 사건은) 법관이 자신 있게 쓴 판결문이더라도, 법관의 관점과 일반인들의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사건 아니겠느냐"며 "이제 법관들도 자신의 '판단'이 최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법관들도 이런 논란을 감내할 수 있는 맷집과 판결에 대한 책임감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도 "현재 법원이 추구하고 있는 재판 결과의 공개는 사법권력에 대한 불신과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배심제 모의 재판에 참여해 선서하고 있는 일반 시민들. ⓒ연합뉴스

  배심·참심제,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제도적 '사법 민주화'의 방안들 가운데 현재 가장 진전된 것은 배심·참심제를 통한 '국민의 사법참여'다. 배심제는 '배심원단'을 이룬 일반 시민들이 유ㆍ무죄 등의 판단을 내리는 것이고, 참심제는 일반 국민이 법관과 동등한 위치에서 재판에 참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물론 배심제, 참심제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연 한국적 풍토에서 국민들이 배심이나 참심으로 활발하게 재판에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고,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외국에서도 과도한 비용, 배심·참심원의 전문성과 신뢰성 등이 문제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배심·참심제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배심·참심제를 통해 국민들이 사법부에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사법부가 국민들과 괴리돼 있어 사법부는 국민들 눈 높이를 모르며, 결국 국민들은 사법부를 불신하고 무관심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이 재판에 참여할 때 이러한 괴리가 사라지고 재판이 투명해지며, '법의 시민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민 참여 재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나라는 네덜란드, 일본,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등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도 2009년부터 참심제가 실시된다. 우리나라도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배심·참심제 도입을 위한 법률안이 2005년 국회에 제출됐지만, 지금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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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3-2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무결하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사법불신, 왜?①]"인정 못해? 법원에 묻자"
  2007-03-07 오후 7:15:48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s_menu=사회&article_num=60070307153859

 "이 정도면 굿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최근 사법부를 둘러싼 '잡음'을 두고 법원에 출입했던 한 기자는 "밖에서 보니 지난 1년 동안 사법부가 '뭇매'를 맞더라"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직 부장판사가 사법부의 수장인 이용훈 대법원장을 '사법불신의 축'으로 지목하는가 하면, 진실화해위원회의 긴급조치 판결 분석 공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석궁사건' 등을 통해 사법불신이 주요 사회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현직 판사는 "석궁사건 자체보다, 석궁사건 이후 보여진 국민들의 반응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원래 인터넷 댓글이 곧 여론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같은 판사로서 법원을 비난하는 댓글이 압도적인 것을 보고 사법불신의 실체가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착잡했다"고 말했다.
  
  이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석궁사건' 직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760명 중 77.3%가 '김 전 교수에 대한 판결문에 동의 못 한다'고 답했고, 59.5%는 '법원의 판결이 공정하지 않아 신뢰 못 한다'고 답했다. '석궁사건' 직후라는 시기적 특성이 개입된 조사결과이지만, '사법불신' 수준이 50%를 넘는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불신은 원래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에 가면 승자와 패자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절반의 패자는 감정적인 '불신'을 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1년에 소송 사건이 100만 건이면, 법원은 항상 50만 명의 적을 만들고 있다는 것. 그는 다만 "패자에게는 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데, 우리 법원이 그 부분에서 좀 미숙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 원인으로 '관료주의·권위주의적 법원 문화', '문서중심 재판진행의 관행' 등을 꼽았다.
  
  이런 설명으로도 최근 도드라지는 '사법불신' 풍조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프레시안>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사법불신'의 원인을 다각도로 조명해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논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 사법부의 상징 대법원. ⓒ프레시안

  
'법조비리',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온정주의', '미온적인 과거사 청산' 등 사법불신을 초래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사법 중심화' 혹은, '사법 정치화', '사회의 사법화'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법부가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거의 모든 분야의 주요 갈등이 대립하는 전쟁터가 됐고, 그러다보니 개인적 소송 당사자가 아닌, 일반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높아진 관심만큼 '사법불신'의 절대적 외연이 확장됐다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사법 중심화가 시작된 시점은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과 일치한다.
  
  은근슬쩍 사법부에 넘어간 정치권력…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권력 완성'
  
  우선 노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실시된 '대북송금 특검.' 피고인은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실무자'에 불과했지만, 사실상 대북송금 특검의 피고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이 행한 국가적인 고도의 통치행위라도 '사법적 정당성'을 얻지 않으면 당연히 사법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사법 정치화'의 신호탄을 올렸다.
  
  이어 터진 '대선자금' 사건. 과거 사회적 관행으로 받아들여져 온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공공연한 비밀이 검찰의 수사를 통해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됐다. '차떼기'라는 말이 등장하며 정치권력이 희화화됐고 정치권 세대교체라는 결과를 낳았다. 십수 명의 국회의원들이 법원에 금배지를 반납한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법부가 정치인의 수명을 좌우하게 된 상징적 사건 중의 하나이다.
  
  사법 권력화의 정점은 '헌법재판소'에서 완성됐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을 역시 국민의 투표로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탄핵을 하였으나,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헌재 재판관들이 재판을 통해 대통령을 복귀시켰다. 2004년 총선 뒤 내려진 판결은 '정답을 보고 사후에 쓴 답안지'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헌재 판단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우리나라 법체계가 대통령 직(職)마저도 법원이 결정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을 현실로 보여준 셈이고, 처음으로 그 위력을 발휘한 사건이다.
  
  이어 헌재에서 또 다시 '대박'을 날렸다. 노 대통령의 최대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이전'을 좌초시킨 것. 헌재는 '관습헌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서는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에도 헌재 판단에 대한 근거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주요 '정치적', 혹은 '정책적' 사안이더라도 "일단 헌재에 묻고 본다"는 풍토가 생겨났다. 이는 정치권력이 스스로 권력을 사법부에 갖다 바친 꼴이 됐다.
  
  
▲ 지난 2004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심판이 벌어진 헌법재판소에 몰려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연합뉴스

  대통령 권력도 무력화할 수 있는 헌재의 힘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는 최근 발간된 책 <헌법 다시 보기>(함께하는시민행동 엮음)에서 "2004년은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헌법이 전례 없이 국가 활동의 중심에서 권력정치와 민생을 좌우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체험한 해"라고 규정했다.
  
  홍 교수는 "헌법을 근거로 한 그 무대의 주역들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었다"며 "그들은 당시 16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통과한 대통령 탄핵안을 최종적으로 심판하는 위치에 서서 국민이 뽑은 현직 대통령의 명운을 장악했으며, 대통령선거의 공약으로 제시돼 유권자의 지지를 받았고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의 법적 효력을 무효화할 수 있는 권력을 넘겨받았다"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국가보안법 개폐,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파병, 주한미군기지 이전, 양심적 병역거부 등 진보진영의 이슈는 물론, 개정 사학법 등 보수진영의 이슈까지 모두 헌재로 모여드는 현상이 가속화됐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같은 책에서 "정치·사회·인권·대외관계 핵심 의제들은 거의 전부 헌법적 결정의 문제로 귀결됐다"며 이를 두고 "'정치의 사법화' 내지는 '사회의 법률화' 경향의 심화"라고 표현했다.
  
  
▲ 새만금사업에 대한 공개심리를 벌이고 있는 대법원 대법정 모습. ⓒ연합뉴스


  국책사업 결정자는 사법부…이젠 4000만 국민이 재판 당사자

  
  사법부가 내린 '중차대한 결정'은 정치 갈등뿐만이 아니었다.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사업이'라는 새만금 간척사업의 진행 여부가 법원에서 판가름 났고, 지율스님의 100일 단식으로 사회적 이슈가 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구간 공사 여부도 법원에서 결정됐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논란과 같은 과학적 이슈도 결국 검찰에서 진위가 가려졌다. 사실 줄기세포 사건에서 검찰의 본래 역할은 '업무방해', '횡령'과 같은 법률적 판단이었지만, 과학적 이슈의 심판자로 나섰고, 국민들이 이를 원했다.
  
  또 민감한 내용이 담긴 영화나 출판물이 상영되거나 발간될 때는 당사자들이 사법부에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것이 관례화될 정도로 '사법'은 문화ㆍ언론의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일반 국민들의 관심을 끌 만한 굵직한 경제사건도 많았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계승을 좌우할 '에버랜드 사건'이 수년 째 진행 중이고, SK그룹, 두산그룹, 현대차그룹은 비자금 사건으로 사법부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재벌들에 대한 법원의 온정주의 판결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국민들의 전통적 '사법불신 코드'를 확대 재생산했다. '대선자금 수사'로 기소된 경제인들이 모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두산그룹 비리 사건도 집행유예 처벌로 끝나는 등 국민들의 눈높이를 벗어난 판결이 많았다.
  
  이처럼 사법부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주요 이슈에 대한 최종 판단자 역할을 하게 되면서 법원의 재판 당사자가 100만 명의 소송 관계인들을 넘어서 4000만 국민 대부분이 '당사자'가 된 셈이다.
  
  이전 시대와 근본적으로 다른 '사법불신'의 차원
  
  결국 사법부가 개개인 국민들의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자 국민들의 관심도는 정치 영역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정치에 대한 관심을 능가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호주제', '양심적 병역거부', '동성애자 호적 성별전환', '국가보안법 사건' 등 사회 소수자에 대한 판단이나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이슈에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됨에 따라 국민적 관심이 '무력해진 정치의 영역'에서 국민들 삶에 즉각적 효력을 나타내는 사법부의 영역으로 전이되는 현상을 낳았다.
  
  권력 전이 현상과 함께 전통적인 정치적 갈등이었던 국민들의 이념·세대·계층적 갈등의 무대가 사법부로 옮겨진 셈이다.
  
  게다가 '합의'가 통하는 정치영역과는 달리 사법부는 법적 승자와 패자를 가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사법부에 대한 적극적 찬성 혹은 적극적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층이 늘어난 것이다.

김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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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3-24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법을 믿지 못하는 거야 당연한 것 아닐런지요. 부패의 온상이자 대통령 눈치만 살피뿐 본래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거라 생각이 듭니다. 입법 사법 행정 이라는 삼권분립이라 말을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마 일권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통령과 여당에 의해 정치가 이끌어져 가니 어찌 이들이 제대로 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있다고 보겠습니까? 사법부의 본래의 역할과 국민을 대표하는 나라의 한 기관으로 제대로 된 기능이 발휘되었으면 하네요.

외로운 발바닥 2007-03-25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법조인의 한사람으로서 부끄럽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법불신의 원인은 사법부가 대통령이나 행정부로부터 독립하지 못해서라기보다는 사법적 판단을 법관 개인의 양심에만 맡기게 되어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또 사법부 내부의 독립 문제도 있고요. 아무튼 산타님 말씀처럼 사법부가 본래의 역할과 제대로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요즘 쇠고기값 왜이래?
[조선일보 2007-03-17 14:51]    

산지 한우값은 제자리… 고기 한점=설렁탕 값 ‘미친 가격’ ● 한우 소비자값 왜 비쌀까… 정육중 10%인 등심·갈비만 선호 탓 ‘특등심·스페셜’ 이름붙여 값만 올려… 봉사료·부가세 20% 고기 값에 얹어

15일 서울 무교동의 한 고깃집. 20대 손님 두 사람이 메뉴판을 본 순간 얼어붙는다. “이것(쇠고기)밖에 없어요?” “예, 손님.” 둘은 주섬주섬 겉옷을 챙겨 일어난다. “등심 1인분(150g)에 3만9000원? 미쳤나봐.”같은 시각 서울 역삼동의 고급 한우식당. 노모와 부인, 초등학생 아들과 등심 4인분에 된장찌개 2인분을 시켜먹은 회사원 최모(45)씨는 계산서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등심 1인분(150g)에 4만원인 건 알았지만 음식값에 봉사료 10%, 부가가치세 10%가 추가돼 총 20만8100원이 나왔다. “가격 때문에 고기를 양껏 먹지도 못했어요. 이래서야 1년에 한 번이나 고기 구경하겠어요?”

◆식당에 왔다 빈 속으로 가는 서민들

한우 고깃집, 이제 웬만한 배짱과 지갑 없이는 갈 수 없는 곳이 됐다. 종업원이 잘라주는 5만~5만5000원 1인분 고기는 한 입 크기로 딱 9조각. 1조각에 5500~6000원, 설렁탕 한 그릇 값이다. 식당에서 파는 등심을 한 근(600g)으로 따지면 20만~22만원. 전문가들은 이 고기를 “식품매장에서 한 근에 6만원 이상인 상등품 고기”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식당 가격도, 정육점 가격도 너무 ‘고가’라는 점.


 

왜 이렇게 비쌀까? 축산 관계자들은 일단 ‘한우의 희소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농림부 박홍식 축산사무관은 “산지에서 소 한 마리를 잡으면 보통 35%만이 정육으로 나오고, 한국인이 선호하는 등심은 5~7%, 갈비까지 포함해도 10% 안팎”이라고 설명한다. 나머지 65% 중 뼈는 ㎏당 1만5000~2만원, 내장·머리는 4000원, 가죽은 1000원 내외에 팔린다.

최근 청담동에 한우식당을 연 안도일씨는 “등심 20㎏을 사도 꽃등심은 5㎏가량만 나와 이것만 구이용으로 팔고, 나머지 15㎏은 국거리나 찌개로 쓴다”며 “손실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광우병 파동으로 ‘신토불이’ 개념이 확고해지고 등심과 갈비만 극단적으로 선호하는 한국인 입맛도 비싼 고기값의 이유다.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배한철 조리부장은 “육류 조리법이 다양한 미국·유럽은 엉덩잇살·다리살 등 근육이 많은 부위도 다양한 조리법으로 먹지만 우리는 무조건 등심만 먹는다”고 말한다. 이위형 미트 비즈니스 컨설팅 소장은 “한우와 유사하게 옥수수 배합사료를 먹고 자란 미국산 쇠고기에 입맛이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2003년 12월 미국산 쇠고기 파동 이후 다른 수입산 대신 한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소값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소비자·식당 고기 값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당 한우 값은 ‘너무’ 비싸고, 오르는 속도도 무섭다. 업주들은 “한우 값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산지 소 값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농협의 ‘2006년 축산물 가격 및 수급자료’에 의하면 산지 한우 값은 한 마리(수소 600㎏)에 2006년 현재 475만원. 2003년 469만원, 2002년 471만원과 비슷한 수준. 오히려 한우 공급량은 2003년 14만2000t, 2004년 14만4000t, 2005년 15만2000t으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며, 1등급 이상 한우의 비율도 2000년 24.8%, 2003년 33.3%, 2005년 47.9%로 증가세다.



 

그러나 쇠고기 소비자 가격은 계속 오르기만 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등급 등심 500g 가격이 2003년 2만8043원에서 2006년 3만6070원으로 28%가 상승했다. 한우가 소비자에게 오는 동안 유통 마진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다.

식당 고기 값은 고공 행진. 2003년 3만원(180g)이던 고급 식당 등심값은 올해 5만5000원(150g)으로 120%나 수직 상승했다. 소비 행태가 양극화되면서 고급 한우를 내세운 업주들이 새로 식당을 열며 비용 10억~30억원(강남 기준)을 고깃값에서 뽑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고급화 전략으로 ‘최고 수준의 고기’를 내세우는 집이 늘면서 조폭들이 개입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 유명 농장에서 소를 공급받기 위해 일부 업주들의 부탁을 받고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직접 고깃집을 운영하다가 수입 고기를 한우로 속여 판 게 들통난 적도 있다. 결국 “‘최상급’ 한우 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싸다”는 말도 100% 믿기는 어렵다.


 


식당에서 파는 등심 가격은 최고급 스테이크 식당을 압도한다. 특급 호텔의 최상급 호주산 와규 스테이크는 280g에 5만6400원, 최고급 레스토랑의 한우 스테이크는 180g에 5만1700원. 문제는 스테이크는 1인당 1접시로 끝나지만 등심의 경우 1.5~2인분을 먹어야 양이 찬다는 것. 유명 식당에서 등심을 먹으려면 1인당 7만~10만원은 잡아야 한다.

◆등급 표시 대신 애매한 ‘특품·상품 등심’ 표시

‘등심’을 세분화해서 가격을 다단계로 하는 것도 고깃값 인상을 부추긴다. 주요 백화점이나 식당에서는 꽃·특·스페셜·눈꽃 등심 등 각종 이름을 갖다 붙여 가격을 일반 등심보다 많게는 1만원까지 더 받는다. ‘1인분 200g’이라는 고정관념은 예전에 깨져 1인분에 140~160g씩 내거나 봉사료·부가가치세 등으로 10~20%를 더 받는 식으로 실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그러나 농림부는 “가격은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입장. 농림부 관계자는 대신 “1월 1일부터 일부 식당에서 시범적으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원산지는 물론 부위, 등급까지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김성윤 기자 gourme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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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발바닥 2007-03-17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음식점 소고기 값은 말 그대로 '미친' 수준이다. 1인분에 4-5만원인데 1인분이 1인분이 아니니...그 값에 배도 못 채우고 마음만 상하느니 차라리 최고급 양식당에 가서 코스로 먹는 것이 100배 나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