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미스터리 북스 6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지음, 오형태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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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번째 부분은 런던의 해운회사 부두로 배달된 '통'안에 여인의 사체가 발견되어 신고가 되고 이후 사라진 '통'의 행방을 쫓는 내용이다.

두번째 부분은 '통'이 프랑스 파리에서 왔다는 사실을 기초로 수사가 파리까지 확대되고 파리의 경찰관이 통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면서 수사망을 좁혀가고 런던에서도 범행의 단서를 잡게 되는 내용이고

세번째 부분은 용의자의 변호사가 변호를 하기 위해 또다른 잠재적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깨기 위해 조사를 하는 내용이다. 조사 결과는? 책을 읽고 확인하자.

'통'은 일반 추리소설과는 구조면에서 차이가 있고 범인이 누구인지에 모든 초점이 모아지는 그런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리얼리즘 미스터리의 최고봉'이라는 역자의 말처럼 '통'은 추리소설의 색다른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독자는 '통'을 읽으면서 마치 자신이 경찰관의 관점을 통해 실제로 수사를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 정도로 작가는 독자가 의문점을 가질 수 있는 사소한 부분까지 목격자의 진술이나 다른 정황증거을 제시하여 빈틈이 거의 없는 추리구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통'에서는 추리소설에서 흔히 접하는 논리 비약적인 사고의 건너뛰기 - 이 부분에서 어떻게 주인공이 그것을 알아냈지?라는 반응이 나오게 되는 것 - 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추리의 핵심적 구조 중의 하나인 통의 이동경로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지역 명칭의 생소함이 더해져 일정 시점 이후에는 이해를 포기하게 만든다는 점이 좀 아쉽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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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2 - 초회한정판
강우석 감독, 설경구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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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아버지와 함께 공공의 적2를 보았다. 공공의 적 1도 아버지와 함께 보았었는데 당시 아버지께서 너무 잔인하다고 싫어하셨었는데 어쩐 일인지 아버지께서 먼저 보자고 하셔서 인터넷을 통해서 예매하여 일산에 있는 롯데 씨네마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에 관해 쓰기 전에 극장에 대한 한마디. 내가 일산, 그것도 롯데 백화점에서 무척 가까운 곳에 1년 넘게 살았지만 나도 극장이 몇관에서 몇관까지는 롯데백화점 본관에 있고 나머지는 라페스타 근처의 롯데 씨네마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 예매번호와 영화관의 관수만 적어간 아버지와 나는 롯데 씨네마에 가서 주차를 해 놓았다가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롯데백화점까지 걸어가야 했다. 그런 구조로 되어 있다면 적어도 인터넷에서 예매할 때라도 설명을 해주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나마 내가 그 주변 지리를 잘 알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영화시작 시간을 놓칠 뻔 했다. (지금 기억으로 7관까지는 롯데백화점에 있고 8관부터는 별관격인 롯데 씨네마에 있는 것 같다.)

공공의 적 2의 줄거리는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정말 빤하다. 공공의 적으로 대표되는 아주 나쁜 놈과 그에 맞서는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우리의 주인공 강철중 검사. 주인공 강철중 검사의 캐릭터는 사실 공공의 적 1의 주인공 강철중 형사의 이미지와 판에 박은 듯이 똑같다. 정말로 형사에서 직업을 검사로만 바꾸었을 뿐, 모든 면에서 강철중 검사는 1탄의 강철중 형사와 똑같고 심지어는 실제로 잠복근무를 하여 형사질(?)을 하는 검사답지 못한 검사로 그려진다. 하긴, 일반적인 판에 박힌 검사라면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어렵겠지만...

그리고 우리의 기대대로 강철중 검사는 공공의 적인 한상우(정준호 분)를 패주고, 법의 심판대에 세운다. 모든 관객들이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는 것은 감독이 숨기지 않고 드러내듯이 이 사회에서 부와 권력을 갖추고 온갖 악을 행하는 안티 히어로가 철저히 짓밟히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욕구를 이 영화를 통해서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틀에 박힌 류의 스토리와 대리만족을 위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그러한 카타르시스는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어느정도 성공한 것 같다. 그리고 1탄에서 공공의 적이 특별한 목적도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유영철과 비슷한 류의(다만 더 상류층이고 지적이긴 하지만) 살인마라면 공공의 적 2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응징해야 하지만 응징하기 어려운, 응징되지 않고 잘 사는 타락한 가식적인 사회 지도층(?)을 공공의 적으로 선택해서 카타르시스를 더 높였다.(물론 한상우의 캐릭터에서도 1탄에서의 살인마적인 캐릭터가 드러나기도 한다.) 물론 강철중 역을 위해 태어나기라도 한 듯한 설경구의 연기는 여전히 감칠맛난다. 정준호도 크게 어색하지 않게 상류층 악역의 역을 잘 소화해 냈고 1탄에서도 직속 상관으로 나오는 강신일은 외풍을 막아주는 인간적인 부장검사의 캐릭터를 멋지게 구현해냈다.(사실 영화를 통틀어 가장 맘에 드는 캐릭터는 강신일이 맡은 부장검사역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판에 박힌 스토리, 특히 현실적인 사회에서 있기 힘든 무식하게 원칙대로 정의만 추구하는 강철중의 캐릭터와 공공의 적의 비리에 대한 증거를 잡기 전에 이미 대본을 통해서 알고 있기라도 하듯이 상대방의 비리와 머릿속을 훤히 알고 있다는 투의 강철중의 대사는 좀 거부감이 든다. 마지막에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에 앞서 공공의 적과 맞짱을 떠서 비록 주인공이 많이 맞기는 하지만 공공의 적을 멋지게 패주어 카타르시스의 극대화를 노리는 것도 너무 눈에 보이는 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영화가 꽤 마음에 들었다. 일단 1탄에 비해 불필요하게 잔인한 장면은 거의 없어졌고, 거부감이 들도록 이유없이 상대방을 해하는 비논리적인 스토리는 대폭 줄어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 이것은 내가 법조인이라서 그런 영향이 크겠지만 - 주인공 강철중의 직업인 검사를 멋지게 그려서, 지나치게 이상화하지도 않고 검사들의 실생활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특히 부장검사가 기러기생활을 하면서 혼자 라면을 끓여먹고, 경제적인 사정으로 변호사 개업을 고민하는 장면과 계층적인 검사조직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는 멋진 검사상을 구현해 내서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비록 내가 검사는 아니지만 내가 속해있는 직역도 저렇게 보니 멋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사실 강철중 검사라는 캐릭터는 좀 과장된 면이 많이 있지만 단순화시켜 본다면 영화에서 그려지는, 아니 진정으로 멋진 검사는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검사가 해야할 본분에 충실한 검사가 아닐는지. 물론 그것이 쉬운 것처럼 보이면서도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강철중 검사와 같은 캐릭터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나도 그렇게 멋진 법조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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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셜록 홈즈 추리 걸작선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지현 옮김 / 꿈과희망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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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홈즈 추리소설 몇 개를 모아 놓은 단편집이다.

전에 홈즈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을 몇 편 읽어 보았는데 이 단편집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소재나 상황, 의뢰내용 등에서 무척 다양하고 흥미도도 높았다. 스파이잡기, 사기결혼 저지하기, 실종자 수색 등등...

뭐 '걸작선'이니 당연히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읽으면서 이런 내용으로도 추리의 소재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선했다.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코넌 도일의 소설이 옛날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홈즈의 추리 전개 부분에 있어서는 좀 아쉬운 점이 많았다. 단편의 한계 때문이기는 하겠으나 홈즈가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단서나 그로 인한 추론에 독자가 공감할 만한 연결고리가 부족하다고나 할까?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독자에게 거의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홈즈가 서건을 해결하고 추리과정을 설명할 때 비로서 단서가 되는 조사 결과들이 제시되는 식이니 나만 그랬을 지는 모르겠으나

 '아, 그래서 그 넘이 범인이구나..'라는 느낌보다는 '그런 단서를 내가 어떻게 아냐? 그래, 너 잘났다!'라는 느낌을 받은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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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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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인간의 역사에서 50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50여년전 세상은 지금과 참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적어도 이 소설의 주인공과 나의 어린 시절을 비교하면 - 물론 작가의 어린시절의 형상화라고 볼 수 있는 주인공이 찢어지게 가난했다는 점과 내가 비교적 유복한 집에서 자라났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 정말로 어린 시절에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참 다르고 그로 인해 어른이 되어 갖는 생각도 참 많이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옛 이야기라면 옛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그리 오래전도 아닌 그 시절, 아버지 없이 품앗이로 생계를 꾸려가는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소년은 항상 굶주리다. 소년은 때묻지 않았지만, 눈치로 어른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동생을 챙길 줄도 안다.  그러나 그도 조금씩 세월이 지나면서, 또한 삶을 구성하던 주위 사람들과 하나씩 이별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간다...는 것이 이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내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작가는 헐벗고 굶주리며 순박하지만 자기나름대로 삶의 지혜(?)를 터득해가고 있는 소년의 눈을 통해 그 시대의 모습을 맛깔난 우리말로 그려냈다. 또한 지독한 배고픔, 가난한 집의 어린 장남으로서의 자존심과 수치심, 그런 상황에서의 어머니와의 미묘한 감정 대립 등에 대한 묘사는 책을 읽으면서 '아, 정말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 이런 감정이 느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쳤다. 나와는 정말로 다른 어린 시절을 경험한 주인공 - 또는 작가자신 -  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 것이 정말로 간접경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 덕분에 부모님 세대의 가난함을 안고 자라난 소년의 어린시절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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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사박물관 7 - 고려생활관 1 한국생활사박물관 7
한국생활사박물관 편찬위원회(7권) 지음 / 사계절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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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옛 사람들이 살았던 발자취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 시대에 직접 가볼 수 없기에 과거의 자료를 근거로 과거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막연히 추측해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껏 우리가 알고 배워왔던 역사는 **년에 아무개(영웅이나 위인)이 어떤 정책을 시행했다든지 **년에 어떤 나라와 전쟁을 해서 **명이 전사했다든지 등의 딱딱한 숫자와 과거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짧막한 의미지움밖에 없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자체도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사건의 역사적 평가는 후세에 의해 내려지는 것일 뿐이다. 예컨대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쟁의 현장에 있던 병사에게는 당장 어떤 군복을 입고 어떤 무기를 들었으며 전쟁이 끝난 뒤에 어떤 생활을 꿈꿀 수 있느냐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그 전쟁의 승패가 갖는 역사적 의미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우리와 같은 대다수 범인들의 삶은 후세 사람들이 보면 별 의미없는 일상생활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실제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무수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이 실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놀이를 하며 살았는지, 즉 과거 사람들의 실생활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사건 중심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과는 또다른 면에서 무척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탄생한 책이다. 책의 각 부분을 박물관의 각 전시실로 구분한 발상도 무척 참신하고 풍부한 사진자료와 삽화(그리고 삽화에 곁들여진 설명)를 통해 실제 눈으로 옛 사람들의 생활상을 경험할 수 있다. 과거 인물의 글을 통해 그 인물의 시점에서 그 시대를 재구성한 것도 무척 생동감이 있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머릿속에 그 장면이 그려지는 듯하다. 처음에 책 표지만 보고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른들을 위해서도 훌륭한 역사서로서 손색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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