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인간의 역사에서 50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50여년전 세상은 지금과 참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적어도 이 소설의 주인공과 나의 어린 시절을 비교하면 - 물론 작가의 어린시절의 형상화라고 볼 수 있는 주인공이 찢어지게 가난했다는 점과 내가 비교적 유복한 집에서 자라났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 정말로 어린 시절에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참 다르고 그로 인해 어른이 되어 갖는 생각도 참 많이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옛 이야기라면 옛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우리 부모님 세대의 어린 시절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그리 오래전도 아닌 그 시절, 아버지 없이 품앗이로 생계를 꾸려가는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소년은 항상 굶주리다. 소년은 때묻지 않았지만, 눈치로 어른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동생을 챙길 줄도 안다.  그러나 그도 조금씩 세월이 지나면서, 또한 삶을 구성하던 주위 사람들과 하나씩 이별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간다...는 것이 이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이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내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작가는 헐벗고 굶주리며 순박하지만 자기나름대로 삶의 지혜(?)를 터득해가고 있는 소년의 눈을 통해 그 시대의 모습을 맛깔난 우리말로 그려냈다. 또한 지독한 배고픔, 가난한 집의 어린 장남으로서의 자존심과 수치심, 그런 상황에서의 어머니와의 미묘한 감정 대립 등에 대한 묘사는 책을 읽으면서 '아, 정말 그러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 이런 감정이 느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쳤다. 나와는 정말로 다른 어린 시절을 경험한 주인공 - 또는 작가자신 -  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 것이 정말로 간접경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 덕분에 부모님 세대의 가난함을 안고 자라난 소년의 어린시절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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