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에서 4시 사이 20분의 잠이 ‘피로회복제’
낮잠의 기술
커튼으로 방안 어둡게
소파보다 침대에서
식후 1시간내 피해야
조선일보 김신영기자 sky@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기자 canyou@chosun.com
입력시간 : 2007.02.21 16:05
- 주중에 야간 활동이 많아 ‘잠의 빚(sleep debt)’을 졌다면 몸은 이를 갚기 위해 잠이 허용되는 주말에 ‘회복수면’을 요구한다. 월화수목금 내내 시달렸으니 주말에 잠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졸린 대로 마구 잤다간 오히려 수면·각성리듬을 망쳐 버릴 수 있다. 한두시간 늦잠을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그마저 쉽지 않을때는 낮잠이 도움이 된다.다음은 몸도 마음도 개운해 지는 ‘주말’ 낮잠의 기술.
밤에 자는 것과 비슷한 모습으로
잠이 쏟아져서 한두 시간 낮잠을 잤는데 머리가 지끈거리고 멍해질 때가 있다. 몸이 평소 잠 자던 밤의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어 급한 ‘수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다. TV를 보다가 소파에서 그대로 잠이 들거나 청바지나 몸에 꽉 끼는 니트 같이 불편한 복장 그대로 자면 오히려 몸이 찌뿌드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파는 앉아있는 자세를 위해 설계된 가구라서 오래 누워있을 경우 허리나 목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되도록 침대로 가자. 일상복보다는 잠옷이나 트레이닝복 등 편안한 옷이 개운한 낮잠을 돕는다.
환경은 어둡고 고요하게
방에는 커튼을 쳐서 어둡고 고요한 분위기를 만든다. 안대와 귀마개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음악도 낮잠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조용한 소리에도 청각(聽覺)은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라벤더 아로마 오일을 베개에 한두 방울 떨어뜨리는 것은 긴장을 풀리게 하고 잠을 돕는 방법 중 하나다.
어느 경우에라도 억지로 잠을 자려고 스스로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다. 잠은 쫓아갈수록 달아난다. ‘주말에 기어코 자고 말겠다’며 정신이 또렷한데 스스로에게 잠을 강요하는 것은 금물. 배고프면 밥을 먹고 싶은 것처럼 잠이 부족하다면 자고 싶은 욕구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오후 4시 이후의 낮잠은 피하자
낮잠을 2시간 이상 자면 밤잠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낮잠 시간이 밤잠 시간과 가까워질수록 밤에 잠을 설칠 확률은 높아진다. 특히 오후 4시 이후에 낮잠을 자면 밤에 잘 자지 못해 다음날 낮에 다시 졸음이 쏟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커진다.
낮잠 자기 가장 좋은 시간은 오후 2시쯤이다. 몸에 본능적으로 각인된 ‘수면 주기’에 따르면 오후 9~11시대에 이어 오후 2시쯤 ‘제 2의 수면 욕구’가 밀려온다.
낮잠 시간은 20분 혹은 90분
잠에도 단계가 있다. 1, 2, 3, 4단계를 거쳐 REM(Rapid Eye Movement) 단계로 접어들기를 반복한다. 이 중 1·2단계는 ‘얕은 수면’, 3·4단계는 ‘깊은 수면’이며, 안구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꿈을 꾸는 단계가 ‘REM 수면’이다. 깨어나기 가장 불편한 단계는 3·4단계다. ‘잠에 취했다’고 할 만큼 잠에 푹 잠겨 있어 그만큼 빠져 나오기가 힘든 탓이다.
낮잠을 잔 후 ‘개운하다’는 기분이 들려면 잠든 지 20분 정도 지난 얕은 수면 단계에서 깨는 것이 최선이다. 20분이 부족하면 차라리 활발하게 꿈을 꾸는 REM 단계에서 깨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1시간30분~2시간 사이에 REM 수면에 돌입하므로 자명종 시계를 맞춰두자.
먹고 1시간 내에 자는 것은 위험하다
느긋한 주말에는 침대에서 기어 나왔다가 먹고 나서 바로 잠들기 십상이다. 먹고 1시간이 지나지 않아 누워버리면 위산이 식도로 넘어와 ‘역류성 식도염’에 걸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우리 몸은 소화할 때 중력의 도움을 받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중력이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면 위산이 거꾸로 올라온다. 기름진 음식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식사를 한 후 최소 30분, 되도록이면 1시간이 지난 다음에 낮잠을 자자. 또한 카페인은 숙면을 방해하므로 주말에 낮잠 잘 작정이라면 ‘모닝 커피’는 생략하는 것이 좋다.
침대는 ‘잠’만을 위한 곳으로 만들어라
누운 지 15분 내에 잠들지 못했다면 침대에서 일어나라. 침대는 잠을 자기 위한 곳이지 잠들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아니다. 침대에서 책을 보거나 TV를 시청하다 잠들겠다는 생각도 위험하다. 몸에 ‘침대는 활동을 위한 곳’이라는 정보가 무의식 중에 입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낮잠의 유혹이 느껴진다면 하던 일을 멈추고 침대로 가서 편안한 자세로 눕자. ‘누워서 책을 읽다가 자야지’보다는 ‘앉아서 책을 읽다가 잠이 오면 침대로 가야지’가 좋은 낮잠을 위해 적합한 자세다.
잠드는 것만큼 깨는 것이 중요하다
밤에 잠을 자면 생체 리듬과 아침 햇살 덕분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지만, 낮잠은 의도적인 ‘깨기 과정’이 필요하다. 잠든 후 약 1시간 반쯤 후로 자명종 시계를 맞춰놓자. 밤잠은 해가 지면 찾아왔다가 해가 뜨면 자연스럽게 달아난다. 낮에 잠들어 낮에 일어나려면 밤잠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호주 플린더스대 심리학과 앰버 브룩스 교수가 지난해 수면 학술지 ‘슬리프(Sleep)’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분간 낮잠을 잘 경우 35분이 지나서야 정신이 또렷해지고 작업 효율이 향상됐다. 깨자마자 벌떡 일어나거나 과격한 운동을 하는 것은 몸에 무리를 줘 피로감을 더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낮잠에서 깨면 침대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 후 신문 읽기나 독서처럼 가벼운 활동부터 시작, 몸을 정상 궤도에 올리자. 20분 이상 잤다면, 일어난 지 30분 정도 지나서 중요한 결정이나 운전 등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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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낮잠 자기 전에…
밤에 충분히(개인차가 있으나 평균 6시간 반 이상) 잤는데도 낮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잠이 올 경우 수면의 양(量)은 충분하나 질(質)은 형편없다는 증거일 가능성이 크다. 가장 대표적인 수면 장애는 수면무호흡증이다.
전체 인구의 4~20%가 앓고 있다고 추산되는 수면무호흡증은 보통 혀 뿌리가 목의 숨구멍을 막아 ‘좋은 잠’을 방해해 일어난다. 비만 인구가 늘면서 목 안쪽까지 살이 많이 붙은 경우도 많아져 이 병의 발생 빈도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잠들기 전에 술을 먹어도 목 근육이 이완돼 긴장도가 떨어져 숨구멍이 막힐 가능성이 커진다.
코를 심하게 골고, 자면서 ‘컥컥’ 소리를 내며 숨을 제대로 못 쉬니 푹 잘 리가 없는데도,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도움말=고대안암병원 정신과 수면장애클리닉 이헌정 교수,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임세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