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집에서 회사까지 출근을 버스로 한다. 지하철도 있으나 환승에 대한 압박감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일단 타면 회사앞까지 날 모셔다 주는 버스 애용객이다. 이 버스가 참 애매해서 내가 타는 이버스는 주 이용 고객이 두 가지구 부류이다. 하나는 회사가는 중간에 있는 학교 에서 내리는 학생들이고, 다른 하나는 회사들이 몰려있는 여의도까지 가는 직장인들이다. 다른 부류도 있으시겠으나, 적어도 버스 타는 사람들을 보면 대학 90%정도는 이 둘 중에 하나에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늘 버스를 탔는데 다행히 자리가 앉아서 쾌적(?) 하게 앉아서 회사까지 갈 수 있었다. 어제는 월요일인데도 버스 안에 서있는 사람이 없이 회사 앞에 도착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특이하게 교복을 입은 아이들도 보이지 않아서, 아이들은 방학이고 직장인은 여름휴가 시작인가, 라고 생각하고 혼자 좋아했다. 난 여름에는 휴가를 가지 않고 - 자고도 습하고 더운 여름에는 회사 에어컨 아래 있는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1인 - 회사에 착실하게 다니는데 버스에 승객수를 보면 '아 중학생들이 방학인가보다' 내지는 '아 사람들 여름 휴가가 시작됐구나' 라던지, '아 정말 내일은 추석이 맞는가보다' 라고 시간이 흐르는걸 느끼곤 한다.

아무튼 오늘 버스 내 옆자리에 서있는 여자분이 책을 한권 들고 있더라. 참 재미난게 - 난 아직도 잘 이해가 안되는데 - 가방에는 지갑 정도 들어갈 만한걸 들고 다니면서 책을 손에 들고 있다. 그녀가 버스를 탄 위치를 보면 언감생심이라도 앉을 확률은 제로에 가까운 곳인데 분명 버스에서 읽으려고 한 책은 아닌 듯 하고, 회사까지 들고 가야 하는 책인가보다. 아무튼 그녀가 들고 있는 책이 알랭 드 보통의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다.
앗, 저 책 정말 그때는 재미나게 읽었는데! 라는 감탄이랄까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음 저 여인은 왜 저 책을 들고 있는걸까에서 시작해서 저 여인은 저 책을 읽으면서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까.. 로 촘촘히 이어지는 이야기들. 사실 그녀의 표정은 저 책을 들고 있는 사람치고는 너무 무미건조했지만 그녀 덕택에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손에 꼽았다.
그리고보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얼마전에 책장 정리를 할 때 동생이 제목을 보며서 마구 웃어서 비난해줬다. 동생녀석이 특이하게 [일의 기쁨과 슬픔]은 알고 있던데, 아직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는 들어 - 혹은 읽어- 보지 못한 모양이다. 오랜만에 비난해줬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덕분에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좀 찾아봤는데, [행복의 건축과 [일의 기쁨과 슬픔] 판권이 다른 출판사로 그세 넘어간 모양이다. 처음 출간은 이레 출판에서 했던 듯 한데, 2012년 출간된 책은 은행나무로 그세 출판사가 바뀌었다. 덕분에 표지도 바뀐거 같은데,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이레에서 나왔던 책 표지가 아예 알라딘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조만간 책장에 있는 책을 찍어 올려드리겠다. 일단 [행복의 건축]은 내용이 추가가 되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저거도 표지만큼은 기존 이레께 절대 승리인듯. 오랜만에 오늘 밤에는 뒹굴거리면서 [행복의 건축]이나 읽어야겠다. 처음 읽었을 때는 저릿저릿했는데 이번에는 어떠려나...
+ 마이클 샌덜의 새 책이 나왔는데 고민되네...
예전같은 실패를 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마이클 샌덜은 직접 오프라인에서 '읽어'보고 사는게 좋겠다. 근데 도대체 마이클 샌덜 책은 왜 나오는 책마다 출판사가 제각각일까? 출판사가 판권을 책 단위로 경쟁이 붙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