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의 <목요조곡>을 읽다가 깜짝 놀랄만큼 공감할만한 구절이 나왔다. 

난 제일 잘하는 요리가 뭐냐는 질문이 가장 난감한데.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꽤 대단해보인다는 생각이 반이었다.
아마도 나머지 반은 이런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정말 열렬하게, 최근에 이렇게 공감한 이야기가 없다, 공감했다.  

   
  "정말 모르네~  카레나 야끼소바 정도는 귀여운 축에 속하지. 상대의 레벨의 운동부 합숙저도구나, 하고 금방 상상이 가니까. 하지만 토마토 가지 스파케티라고 하면 딱 속기 좋다. 어쩐지 요리를 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 하지만 그래봤자 스파게티라고. 확실히 파스타를 잘 삶기가 어렵긴 하지만, 이탈리아에선 누구나 만들어 먹는 음식이야. 면 삶아서 소스 붓고 섞기만 하면 되는거잖아. 그걸 가지고 잘난 척하는 놈은 사실은 그것 밖에 할 줄 아는게 없는 놈일 확률이 돞다는 말씀이야. 거기다 토마토와 가지하면 색상도 곱겠다, 완성하면 만족감도 높겠다 하니까 무슨 대단한 요리를 한 것 같은 착각이 들지. 자고로 진짜 요리를 잘 한다면 절대 그런 메뉴를 자랑삼아 내놓진 않을 거라고, 안 그래? 매일 식단을 짜서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거다하는 메뉴눈 말하기 힘들지. 나는 여자라도, 잘하는 요리는 비프 스트로가노프예요! 라고 딱 잘라 말하는 여자한텐 '너 그거밖에 할 줄 모르지?'라고 묻고 싶어져. 그러니까 토마토 가지 운운하는 놈은 그것 밖에 할 줄 모르면서 자기는 요리를 잘한다는 환상에 빠지기 쉽지. 내 말인 즉슨, 잘하는 요리로 이것을 꼽는 사람은 자기를 과대평가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는 많다는 말씀!"
츠카사의 열변에 모두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시트코아 입을 열었다.

"그거 왠지 비가 오면 우산장수가 돈 번다, 뭐 그런 법칙 아냐?"

에리코가 팔짱을 끼며 중얼거였다.

"어쩜 일리가 있을지도..."

츠카사가 기세를 더해 이야기를 계속했다.

"생각해봐, 싫지 않겠어? 난 집안일도 합니다, 요리도 잘 하니다, 해놓고 아침에 쓰레기 버리고 가끔 욕실청소 하고, 아주 가끔 토마토 가지 스파게티를 만들어주는 것 뿐, 그러면서 나는 아내와 집안일을 분담하고 있습니다!하고 생색낸다면 말이야.
 
   



사람들은 사적으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친해진다는 계기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과정이라고 해야하나
여러가지를 서로에게 묻게 되는데, 난 그런 질문들에 보통 딱 떨어지는 대답을 가지고 있지 않아
난감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를 테면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제일 잘하는 요리는?'
'제일 좋아하는 책은?'(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질문)
'제일 슬펐을 때는, 혹은 좋았을때는?(왜 궁금하냐? 난 이런 질문이 더 신기하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개인의 기호와 취향을 단편적으로 정리하려고 하는 그런 질문들이 싫다.
물론 이런 소소한 질문과 답변들이 대화의 물고를 트는 윤활유 같은 것들이지만 이런 질문은
항상 날 정말 진정으로 (아 이런 너저분한 문장이라니) 난감하게 한다. 

사회생활을 한다는건,
나의 기호와 취향을 한 마디로 정의한 문장을 준비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 글의 앞과 뒤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 같지만 이해를.
원체 두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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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나무늘보처럼 누워서 잠을 몰아자고, 착실하게 책을 읽자고 다짐했다.

일단 읽은 책은 금요일에 급하게 주문한 온다 리쿠의 책이 2권이다.
원래 주말에 비가 온다고 해서 비오는 날 느긋하게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구입했는네
날이 잔뜩 흐리기만 할 뿐 기다리던 비는 오지 않아서 조금 실망했다.

 
한 작가의 죽음과 그 작가의 기일 즈음에 모이는 네명의 여자들 이야기 <목요조곡>
내일이면 헤어질 남자와 여자의 하루 밤 이야기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이 정도 읽었으니 정말 온다 리쿠의 왠만한 책은 다 읽었군.
온다 리쿠의 판타지는 영 취향이 아니라 읽지 않은 것만 제외하면 대부분 읽었다.
왜 온다 리쿠의 이야기에서는 헤어나올 수 없는걸까. 

이야기를 잘 분석해보면 뼈대는 항상 같고, 살만 조금씩 바뀌는 것일 뿐인데. 

*****

다른 책은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 중 <소유> 상권이다.

빅토리아 시대 한 시인에 대한 연구를 하던 주인공이 그동안 시인에 대한 연구를
엎을 수 있는 새로운 연인을 알게 되고, 그 연인과 시인과의 관계를 더듬어 간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빅토리아 시대의 이야기라면 껌뻑 죽는 나로서는 '빅토리아'와 '편지'라는 단어에
홀딱 넘어가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약간 낚였다고 느끼고 있는 점은 시인과 시인의 연인 간의 이야기보다는
주인공의 연구 속에 시인과 시인의 연인의 학문적인 내용 자체가 많다는 점이다.
덕분에 읽기가 버거운 부분도 조금씩 나와서 처음 읽는데 애를 좀 먹었다.
상권을 다 읽은 지금은 시인과 연인이 주고 받은 편지가 등장했고,
시인의 부인이 적은 일기가 막 등장하기 시작하는 즈음에서 끝났다. 

일요일 하루 정도 더 읽으면 하권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난 편지를 쓰는 사람이 좋다. 

잘 몰랐는데 편지를 쓰는 사람이 좋은 것 같다.
편지지에 사각거리며 글자를 써내려가는 그런 착실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좋다. 

음, 그런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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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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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 시오노 나나미 | 김석희 | 한길사

 

드디어 카이사르다. 다른 말은 필요없다.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그 역사의 정점에 있던 드디어 그다. <로마인 이야기> 4권은 더 이상 다른 말이 필요없다. 카이사르에 의한 카이사르를 위한 역사이니 말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나름 객관적으로 글을 쓰려고 한 것 같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시오노 나나미는 빈말이라도 객관적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작가이다. 일단 본인이 역사가는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문제이구나 싶지만 그녀의 모든 작품들을 탈탈 털어서 보면 역시 그녀는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흘러가는건 어쩔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었고, 카이사르는 그 시대의 정점에 서있던 천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로마인 이야기>4권은 필요때문에 어쩔 수 없이 3권과 상당 부분 초반에는 겹친다. 적어도 카이사르의 청년기까지는 3권 후반의 마리우스와 술라의 이야기가 겹칠 수 밖에 없다. 3권의 후반을 읽고 4권의 초반을 읽고 있으면 내가 왜 이 문장을 다시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지 의문이 드는게, 그건 지극히 정상적이다. 얼마전에 그 문장을 읽었으니까 당연하다. 새로운 술을 담아야 하는데 새로운 부대를 사용할 것이냐, 기존에 부대를 좀 수선해서 사용해야 하느냐가 결국 공화정과 제정의 차이인 셈인데, 마리우스와 술라로 대변되는 이들 사이의 극단적인 로마 사회의 갈등은 결국 국가의 위기시에도 발생하지 않았던 내전의 상황까지 벌어지게 만들었다. 술라의 집권으로 민중파가 모두 제거되고 더 이상 민중파는 제거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이야기가 4권이다.

 

4권은 카이사르의 일대기를 따라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의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로 크게 구분되며 중반까지는 책에 특이점은 없다. 갈리아 전쟁에 이르러서야 카이사르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로마의 북쪽 국경을 갈리아 지역까지 넓히고, 영국에까지 발을 내밀었던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기를 읽고 있으면 지도자란 이러해야 하는가를 느낄 수 있다. 그는 정보의 중요성을 어느 누구보다 알고 있었고, 사람을 마음을 잡는 법을 알고 있었으며, 가장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한 전쟁에서 가장 전략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었다. 또한 믿을 수 있는 부하를 가진, 인복이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결국 4권의 후반부는 크라수스의 죽음으로 삼두정치가 몰락되고, 폼페이우스가 원로원으로 기울게 되면서 카이사르가 선택을 하게 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이 시점까지 오면 시오노 나나미가 그려내는 카이사르의 모습은 매혹 그 자체이다. 요즘 말로 자체발광 그 자체여서 흠이라고는 없는 그야말로 로마가 낳은 유일한 천재적인 창조가이니 말이다.

 

난 카이사르는 로마라는 제국이 기존의 정치체제로는 유지되지 못할 것임을 일찍 간파한 인물이지만 한가지 의문점이 있다, 시대가 인물을 만드는가 인물이 역사를 만드는가라는 케케묵은 생각이다. 과연 카이사르가 다른 시대에 - 제정이 이미 이루어진 직후이거나 혹은 좀 더 이른 공화정의 정점이었던 카르타고 전쟁기 - 살았더라면 그의 인생이 어떠했을지를 곰곰히 생각 중이다. 카이사르는 자신이 그토록 의문을 제기했던 원로원이 선언하는 국가의 적으로 간주 되어 결국 내전을 벌여야 하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가  5권으로 달려가야겠다. 그의 찬란한 시기와 그의 죽음이 그려진 그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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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상반기 책 정리에 이어 다시 이어지면 역시 소설을 가장 많이 읽었다. 영국 풍 소설이 많았던 것으로 보아 영국 소설을 국가별로 따지면 일본 다음쯤으로 좋아하지는 지도.

제인 오스틴의 <엠마>는 읽으면서 주인공이 엠마라는 사실에 참을 수 없었으나 책이 결말로 달려가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 완성형 주인공이 아닌 성장형 주인공인 엠마를 보는 즐거움이 솔솔하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올해 영화화 라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아직 감감 무소식인듯. 작품 자체로 보면 역시라는 말을 하게 말만큼 매혹적인 소설이다. 이야기자체가 워낙에 매혹적이지만. <어느 도시아가씨의 아주 우아한 시골 생활>은 굳이 따지면 영국풍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시골 생활을 동경하는 도시 아가씨의 시골 적응기라고 하지만 특별히 따라갈 수 있는 스토리가 명확하지 않고 결말이 제대로 없는 이야기여서 읽기에는 조금 막막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올해 꽤 인기있었던 서간체 소설. 2차 대전 기간 동안 건지 섬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 작가 아가씨와 그 섬 사람들 이야기라고 요약해야 하려나.  

미국소설로는 건축이라는 소재로 삶에 대한 철학을 보여준 <마천루> 어렵게 구한데다가 1권은 파본이었는데 교환을 한 책마저도 파본이어서 나를 완전히 좌절하게 만든 슬픈 책이다. 책 자체만 놓고 보자면 그런 것쯤은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정말 멋진 책이다. 이런 철학을 가진 이런 소설은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만큼 정말 멋진 책이다. 별 6개쯤 줄 수 있는 책이다. 정말 멋지고, 정말 아쉽다. 이 책을 원작으로 개봉한 영화도 있다는데 꼭 찾아서 봐야지. 에벌린 워의 <한 줌의 먼지> 는 영국작가의 소설이나 마치 <위대한 게츠비>를 읽고 있는 기분이 물씬 든다. 위선적인 사람과 관계, 그런 시대. 무엇 하나 진실한 것이 없는 것 같은 그런 시대의 우울한 초상이라 해야할까. 2번 써진 결말이 인상적이다. <휴먼 스테인>은 읽고 있노라면 한없이 우울해지는 그런, 조금은 인간에 대한 환멸이 느껴지는 소설이랄까나.




 















인문서는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기분 좋게 읽고 있는 중이다. 올해 역시 다시 읽기 프로젝트를 가동해서 다시 읽고 있는 중인데 한번 속도가 붙으니 2주에 3권 정도 읽는 속도감을 즐기고 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역사적인 사실에 마냥 취해서 멋지다만 연발하면서 읽었던 것 같은데 다시 읽고 있노라니 작가의 고민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이 들리고, 나도 고민을 많이 하면서 읽는 듯. 하지만 역시 전쟁 장면에서는 흥분되고, 카이사르가 나오는 4권은 흠뻑 그에게 취해서 읽고 있다. 아참, 지금 현재 카이사르는 루미콘 강을 넘었다.

하워드 진이 올초 타계해서 그런지 그의 책도 한권 보인다. <권력을 이긴 사람들>인데, 그의 책은 항상 비슷한 이야기인듯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 계속 끊임없이 같은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시대가 우울하다. <한나라 이야기>는 만화로 그려진 이야기인데, 수엄수엄 휙휙 책장을 넘겨가면서 훑어내리는 맛이 있다. 최근 히트작 두 권을 나도 읽었는데 <다시 민주주의를 말하다>와 <정의란 무엇인가> 세상에 이렇게 멋질 수가. <다시 민주주의를 말하다>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권해주고 싶을 정도로 많은 고민이 담겨있고 그에 비례해서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정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화두로 던지면서 내가 알고 있는 철학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하는 생각 중에 이런게 있다. '버스를 뒷문으로 타는 사람을 우리가 비난하는 이유는 멀까' 이 책은 이런 성격이다. (이건 나만의 생각인지도)

















얼추 정리한 상반기 책읽기 Part 2 되시겠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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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0-07-21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천루>를 여기서 또 만나네요. 이번에는 꼭 읽어봐야 겠어요. 별이 총총 뜨겠는걸요 :D

하루 2010-07-24 23:29   좋아요 0 | URL
<마천루> 1권을 사시면서 페이지가 하~얀 몇 페이지는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책을 교환했는데도 그런걸 보면 아마 애초에 출판사에서 나올 때부터 그렇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 그 몇 페이지가 정말 중요한데 말이죠!!!
 



오늘 이야기는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하여. 아니지 묵묵히 걷는 것에 대하여

요즘 퇴근하고 혹은 출근하기 전에 집 근처 공원을 1시간 정도 걷고 있다. 걷고 있다고 하지만 다리는 걷고 있고, 귀는 먼가 듣고 있고, 그야말로 묵묵히 걷고만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은. 꽤 넓은 공원을 뱅글뱅글 돌기도 하고, 때로는 크게 집을 시작으로 공원 근처를 돌아 시장을 거쳐 집까지 돌아오는 코스를 걷기도 한다. 시장을 거져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는 심심하지는 않으나 - 일단 주변 풍광이 변하니까 - 시끌벅쩍한 코스를 통과해야 하는 관계로 몇일 다녀본 결과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하다. 아무튼 요즘 비가 오지 않으면 꼭 걸을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은 8시 반부터 시작해서 8시 45분쯤 공원에 도착해서 걷기 시작했다. 9시 뉴스가 시작을 안해서 어쩔 수가 없다. 참참히 녹음해놓은 음악 파일을 - 라디오 DMB 들으면서 녹음을 해놓은 음악이다 - 들으면서 슬슬 걷기 시작한다. 걸으면서 들으니 음악에 집중이 잘된다. 그리고보니 레드 핫 칠리 페퍼 노래가 이렇게 좋다니, 롤링 스톤 노래도 완전히 다르게 들린다.

9시가 되니 DMB를 TV로 해놓고 또 들으면서 걷는다. 내일부터는 덥다니 더 힘들겠구나 싶다. KBS블랙리스트 방송을 듣고 있으면 말 장난도 아니고 지역 방송에 내려보내는 모니터링 이었다니. 복권 기금을 부처간 경쟁으로 분배하겠다고 하는데, 부처간에 돌아가면서 받아내기를 하는 쪽으로 흐를 것 같다. 이렇게 걸으니 벌써 9시 40분이다. 묵묵히 걸어서 그런가 힘들다기 보다는 걸을 수록 몸이 가벼워 지는 그런 기분이다. 몸에 스트레칭을 쭉쭉 해주니 하루 동안 쌓인 피로가 쭉쭉 펴지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산책 겸 시작한 일이었는데, 한번 재미를 붙이니 걷기가 꽤 재미나다. 특히 누군가와 대화하지 않고 혼자서 묵묵히 걷는 일이 특히 즐겁다. 누군가의 페이스에 신경 쓸 일도 없고,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에 혼자 묵묵히 빠져도 되고, 더 걸으면 그 생각마저도 사라져서 지금 내가 걷고 있다는 사실만을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보니 혼자서 걷는 사람들이 꽤 된다. 묵묵히 걸으면서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집에서 책을 읽는 일도 물론 즐겁지만 이렇게 해가 진 저녁 집 밖을 묵묵히 걷는 일도 꽤 즐겁다. 하루 종일 안고 있던 오만가지 상념들을 날려버리지는 못하지만 그 생각들에서 한 걸음 멀어진건 분명하다. 더군다나 적당히 땀을 흘리니 몸도 가볍고 잠도 잘 자는 것 같고, 무엇보다 새로운 것에 몰두하는 즐거움이 생겼다. 몰두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은 찾는건 살아가면서 분명 중요한 일이니 말이다. 앞으로 얼마나 걷기를 이어서 할지는 모르겠지만 꽤 오래도록 몰두하고 싶은 일이다. 묵묵히 걷는다는건 말이다. 달리는 것과는 다른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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