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야기는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하여. 아니지 묵묵히 걷는 것에 대하여

요즘 퇴근하고 혹은 출근하기 전에 집 근처 공원을 1시간 정도 걷고 있다. 걷고 있다고 하지만 다리는 걷고 있고, 귀는 먼가 듣고 있고, 그야말로 묵묵히 걷고만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은. 꽤 넓은 공원을 뱅글뱅글 돌기도 하고, 때로는 크게 집을 시작으로 공원 근처를 돌아 시장을 거쳐 집까지 돌아오는 코스를 걷기도 한다. 시장을 거져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는 심심하지는 않으나 - 일단 주변 풍광이 변하니까 - 시끌벅쩍한 코스를 통과해야 하는 관계로 몇일 다녀본 결과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하다. 아무튼 요즘 비가 오지 않으면 꼭 걸을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은 8시 반부터 시작해서 8시 45분쯤 공원에 도착해서 걷기 시작했다. 9시 뉴스가 시작을 안해서 어쩔 수가 없다. 참참히 녹음해놓은 음악 파일을 - 라디오 DMB 들으면서 녹음을 해놓은 음악이다 - 들으면서 슬슬 걷기 시작한다. 걸으면서 들으니 음악에 집중이 잘된다. 그리고보니 레드 핫 칠리 페퍼 노래가 이렇게 좋다니, 롤링 스톤 노래도 완전히 다르게 들린다.

9시가 되니 DMB를 TV로 해놓고 또 들으면서 걷는다. 내일부터는 덥다니 더 힘들겠구나 싶다. KBS블랙리스트 방송을 듣고 있으면 말 장난도 아니고 지역 방송에 내려보내는 모니터링 이었다니. 복권 기금을 부처간 경쟁으로 분배하겠다고 하는데, 부처간에 돌아가면서 받아내기를 하는 쪽으로 흐를 것 같다. 이렇게 걸으니 벌써 9시 40분이다. 묵묵히 걸어서 그런가 힘들다기 보다는 걸을 수록 몸이 가벼워 지는 그런 기분이다. 몸에 스트레칭을 쭉쭉 해주니 하루 동안 쌓인 피로가 쭉쭉 펴지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산책 겸 시작한 일이었는데, 한번 재미를 붙이니 걷기가 꽤 재미나다. 특히 누군가와 대화하지 않고 혼자서 묵묵히 걷는 일이 특히 즐겁다. 누군가의 페이스에 신경 쓸 일도 없고,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에 혼자 묵묵히 빠져도 되고, 더 걸으면 그 생각마저도 사라져서 지금 내가 걷고 있다는 사실만을 생각하게 되고. 그리고보니 혼자서 걷는 사람들이 꽤 된다. 묵묵히 걸으면서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집에서 책을 읽는 일도 물론 즐겁지만 이렇게 해가 진 저녁 집 밖을 묵묵히 걷는 일도 꽤 즐겁다. 하루 종일 안고 있던 오만가지 상념들을 날려버리지는 못하지만 그 생각들에서 한 걸음 멀어진건 분명하다. 더군다나 적당히 땀을 흘리니 몸도 가볍고 잠도 잘 자는 것 같고, 무엇보다 새로운 것에 몰두하는 즐거움이 생겼다. 몰두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은 찾는건 살아가면서 분명 중요한 일이니 말이다. 앞으로 얼마나 걷기를 이어서 할지는 모르겠지만 꽤 오래도록 몰두하고 싶은 일이다. 묵묵히 걷는다는건 말이다. 달리는 것과는 다른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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