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또 신경숙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신경숙이라는 생각을 했다. 항상 그녀는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반추해서 성실하게 후일담을 써내는 작가이지만, 그래서 그렇기 떄문에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작가이다.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들 처럼 , 난 이렇게 항상 생각한다, 작가 신경숙의 글은 항상 딱 그만큼이다. 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그리고 그 시대의 경험을 이토록 적확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될만큼 글을 쓰기도 어렵다는걸 생각하면 작가로서 신경숙의 역량은 결코 적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느낀 점이지만, 난 내가 신경숙이라는 작가를 경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의 세대라고 생각한다. 신경숙이 내 어머니와 나 사이에 끼어있는 세대의 작가라는 점에서 그녀의 경험은 내 어머니의 경험과 비슷하고 나의 경험과는 조금 멀다. 어머니의 경험을 구전으로 전해들은 세대가 나인만큼, 작가 신경숙이 경험한 근대 대한민국의 마지막 증언자는 내 세대가 될 것이다. 신경숙의 글이 아직까지 나에게 '그래도 신경숙'인 이유는 그래서이다. 그녀의 글은 그리고 주인공은 항상 그 자리를 맴돌지만, 그녀들을 결코 난 버릴 수 없다. 왜냐하면, 그 한 걸음도 떠 때지 못할 것 같은 그녀들이 바로 내 어머니였을지도 모르고, 이모였을지도 모르고 고모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할머니였을지도 모르기 떄문이다. 그래서 그렇다 신경숙의 글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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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있는데 친구가 메신저에 접속했다.
근무지를 홍콩으로 옮긴 친구인데, 메신저를 주고 받으면서 조금은 기묘한 기분에 사로 잡혔다.
친구는 어서 스마트폰을 사라며 - 언제든 연락할 수 있지 않느냐는 가장 설득력있는 이유를 들었다 - 서로 트위터 아이디를 교환했다. 

 
아, 정말 세상에 좋아졌다고 해야하는게 맞는가보다.
기술의 진보가 사람 사이에 연락 수단을 진보시킨건 분명히 맞는 듯. 

 
아... 스마트 폰이라... (가장 진지하게 고민중) 

 
******


주말에는 온다 리쿠의 <유지니아>를 다시 읽었다.
사실 집 거실에서 둥굴둥굴 하다가 눈에 들어왔는데,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읽어봤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고, 이 책에 대한 감상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에 또 놀랐다.
즉, 이 책은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책이다. 아,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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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자키 준이치로의 책을 찾았는데 별로 없구만.
이럴 때 번역하지 않으면 읽을 수 없는 한계를 느낀다. 쩝.

어디 <세설> 같은 작품 또 없나. 

 
******

 
다나자키 준이치로의 책을 찾다가 모 사이트에서 문학전집 할인행사를 하더라.
혹시 추가로 번역된 제인 오스틴 작품이 있을지를 찾아서 현대문학센터의 책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 번역의 질(quality)는 보장할 수 없지만 가장 많은 제인 오스틴의 책을 출판한건 맞다 -
그런데 갑자기 이디스 워튼의 책이 눈에 들어온거다. 그렇다 <순수의 시대>의 그 이디스 워튼이 맞다.
거의 50%할인율에 육박하는 책 가격과 이디스 워튼 이라는 이름에 홀려 장바구리로 풍덩.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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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맥큐언을 드디어 읽기 시작하다.
그의 숨막히는 글을 읽기가 버거웠었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한권을 읽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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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근황이라 했는데, 책 이야기 뿐이군.
다음 주는 역경의 한주가 예상되는데 .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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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2-20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이 선택하신 이언 맥큐언의 작품은 뭔가요? 저는 이언 맥큐언의 책을 두권 읽었는데-[속죄]와, [첫사랑 마지막 의식]이였죠-, 제 경우엔 [속죄]가 참 좋았거든요.

스마트폰은, 요즘의 저도 고민중인 물건입니다. 하핫

하루 2010-12-29 00:14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 <속죄>를 읽고 있는데 말입니다. 애매~합니다.

올 중슨 즈음에 한번 읽었는데, 50페이지도 못 읽고 던져놓고.
올해 말이 되서, 뭔가 겨울에 어울릴 것 같은 거죠, 읽기 시작했는데 꽤 이번에는 잘 읽히는 것 같아요. 아 이번에는 제대로 읽고 싶은데 말입니다.

+아, 스마트폰. ^^;
 

 

트위터 아이디를 변경했다. 잘 쓰고 있는 아이디 , 왜 변경하냐 싶지만 그래도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사실 바꾼 아이디로 마음에 들지 않는데, 지금 아이디만은 절대 싫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아이디를 못 찾았다. 기존 아이디를 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더 강했던 이유로 일단 변경. 아이디를 바꾸고 처음으로 날린 트윗은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이 정말 싫다는 내용.

회사에 책을 구입한 사람이 있어 얹어 읽었는데, 빌려준 그의 말대로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파악이 안된다고나 할까. 항상 베르베르 책을 읽을 때는 기대를 하지 않지만 이번 책은 정말 지금까지 그의 책 중에서 단연 최악이다. 베르베르는 <개미>만 내고 작가를 하지 말았어야 했어. <개미>를 내고 계속 작가 생활을 하는게 그의 불운이고, 독자인 내 입장에서는 불행이다. 아 <개미>나 다시 읽으면서 이 기분을 정화해야지.

책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나는건, 의외로 신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더라. 영화 <트로이>는 봤어도 카산드라가 누구인지는 모르는걸 보면 한가지 사물 혹은 이야기에서 파생되는 궁금증을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하긴, 나도 내가 관심없는 분야는 잘 파고들지 않겠지만. 그리고보니 또 그렇군. 흠. 카산드라에 관한 다른 책이나 좀 찾아봐야겠다. 

주말 내내 한 카페에 들락거리면서 커피를 마셨다. 예전에 친구가 한 동네에 살았을 적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들락달락 하던 곳이었는데, 친구가 이사를 가고 가니 이제는 갈일이 많이 줄었다. 그리고보니 예전에는 10잔을 찍으면 1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쿠폰을 거의 일주일 간격으로 다 찍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 친구가 이사를 가버려 이젠 강남에서나 볼 수 있어서 콩다방 스탬프를 찍고 있는데, 그 시절이 조금은 그립구나.

역시 카페는 창가 자리가 조금 추워도 좋다. 

+ 여행을 떠나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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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을 하나 구입했다. 

라미 사파리 색상은 블루.
잉크가 사은품으로 따라와서 함께 온 카트리지는 저 멀리멀리 던져버리고 (사실은 케이스 안에 다소곳하게 있다) 냉큼 잉크를 채워 쓱쓱 써나갔다. 지난 주 금요일에 배송이 됐는데, 한번 채웠던 잉크가 슬슬 바닥이 보인다. 다시 채울 시점이 된걸 보면 꽤 잘 쓰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쓸 수 있는 곳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잉크가 배어나오기 때문에 종이와 궁합이 적당히 맞아야 하는 관계로 A4용지와 일기장 정도에 써내려 가고 있는데, 참 써내려 갈 때 기분은 황홀 그 자체. 이 만년필로 써내려 가는 글은 소중한 그런 느낌이랄까. (오버쟁이)

만년필로 일기를 쓴다는건 지금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황홀함을 안겨준다.

 


눈이 뻑뻑해서 안과에 출동. 집 근처에 안과가 있어서 다녀왔다.

선생님 왈, 눈에 어떤 이상이 있는건 아니고 잠을 적게 자고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잠도 좀 자고 피곤하지 않게 하시고 스트레스도 좀 받지 않도록 하세요. 경과를 봅시다.

인공눈물과 다른 약만 처방받아 왔는데, 저 말을 듣는 순간 허탈.
음, 저..저도 알..알기는 아는데 말입니다. 선생님... (-_-a <- 대략 이런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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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12-09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빡빡.. 안구 건조증.. 눈물이 마르는.. 왠지 멋있어 보일 때가 있었어요.
알고보니 그냥 노화의 한 과정일뿐 ㅡㅜ
전 카트리지 보라색을 사두고 주구장창 카트리지 쓰고 있어요. 라미 옥색잉크 사 두어서 그거 빨리 쓰고 싶긴 한데 말이죠. ^^

하루 2010-12-09 23:45   좋아요 0 | URL
악! 옥색잉크..
전 흑색이 사은품으로 와서 쓰고 있는데 마구마구 쓰고 있어요. 후후후
전 무슨 잉크를 살지 매일매일 고르고 있다는. (쿨럭)
 
어제의 세계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온다 리쿠의 이야기는 언제쯤 끝이 날까. 마르지 않는 이야기 샘처럼 끊임없이 솟아나는 그의 글은 때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사실 온다 리쿠의 이야기는 틀이 확실하다. 여러명의 물고 물린 등장인물, 그들의 엇갈리는 기억, 그 기억을 따라가면 아귀가 맞는 부분과 어긋나는 부분이 등장하고, 그 아귀를 맞춰나가는 과정이 결국 소설의 끝이다. 이런 틀이 정해져 있고, 이 틀 속에 살인 사건, 행방불명 등등 소재가 하나씩 추가로 들어간다. 약간 예외적이라고 생각하고픈 도코노 이야기를 제외하면, 몇권만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는지. 이렇게 쉽게 간파할 수 있는데 이 점은 그의 소설에는 다소 치명적일 수 있다. 사실 온다 리쿠의 이야기는 지극히 유희적이어서, 읽는 즐거움이 그를 읽는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틀이 있고 그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오늘도 온다 리쿠를 읽는다. 쉽게 간파할 수 있고, 뻔함에도 불구하고, 난 그의 신간을 놓치지 않고 과거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찾는다. 온다 리쿠에 질리느냐 되새김질하느냐의 경계는 무엇이란 말인가.



<어제의 세계>는 온다 리쿠의 노스텔지어와 도코노 이야기를 잘 섞어 놓은 이야기이다. 읽어서 이미지화 한 내용은 잊지 못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남자가 1년 전 증발하고, 그는 어느 조용한 마을의 살인사건 피해자로 다시 세상에 등장한다. 이 남자는 착실하게 다니고 있던 회사와 일상을 두고 왜 증발했으며, 어째서 아무 연고도 없는 마을에서 가명으로 살았으며,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었단 말인가. 그의 죽음을 궁금하게 여기는 이가 그의 마지막 생활을 추적하며 듣는 마을 사람들의 증언과 그들의 생활이 책의 전부이다. 끝까지 읽어보면 알게 되겠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의 죽음이 결말로서의 의미가 적다. 그의 마지막 삶을 추적하는 이야기답게, 그의 살아있었을 때의 모습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내가 온다 리쿠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읽는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의 독특함이 반이 넘는다. 이야기 속에 궁금증을 만들어서 여기저기 뿌려놓고, 나는 잘도 그 궁금증을 냉큼 받아든다. 생각해보며 별것도 아닌 이야기인데, 이야기를 잘 직조해서 어느 순간 보면 테피스트리가 되어 있는거다. 그 솜씨가 기묘하다고 할만큼 놀라워서 보고 있으면 절로 입이 벌어진다. <어제의 세계>에서도 남자의 죽음을 추적하기 위해 등장하는 마을이, 어느 순간에는 주인공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남자를 추적하기 위해 작가가 직접 밀어 넣는 '당신'에 홀려서 이 '당신'을 독자는 추적해야 하고, 이 기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남자의 마지막 삶을 추적해야 한다. 거기에 마을 사람들이 숨기고 있는 마을의 비밀까지 풀어야 한다. 퍼즐을 모아놓고 보면 간단한 이야기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에는 홀려서 읽게 된다. 결말이 다소 황당하다는 이야기가 이 책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인지도 모르겠지만, 결말이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온다 리쿠의 모든 소설이 결말이 독특하다거나 기막히다거나 논리적이거나 납득이 쉽게 된다거나 그렇지는 않지 않은가


온다 리쿠의 이야기는 항상 반복된다. 이야기했지만 특별한 구조도 없고 소재도 없다. 심지어 주인공이 이어지는 이야기도 꽤 된다. 항상 같은 이야기에 구조까지 비슷하니 쉽게 질리거나 매니아가 되거나 둘 중에 하나가 되기 쉽다. 노스텔지어의 이야기를 직조하는 작가라고 하지만, 어떤 노스텔지어라는 단어가 아닌 이야기를 끊임없이 직조하는 어느 그리스 신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아닐까 싶다. 한 단어로 축약해서 말할 수 없는 독자를 '홀리는' 그런 작가 말이다. 다음에 다가오는 연휴에는 겨울이니 이불 속에서 잔뜩 귤을 마련해놓고 온다 리쿠의 책을 다시 한권씩 읽어나가야겠다. 한 겨울 밤을 이 만큼 만족스럽게 채워주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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