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또 신경숙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신경숙이라는 생각을 했다. 항상 그녀는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반추해서 성실하게 후일담을 써내는 작가이지만, 그래서 그렇기 떄문에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작가이다.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들 처럼 , 난 이렇게 항상 생각한다, 작가 신경숙의 글은 항상 딱 그만큼이다. 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그리고 그 시대의 경험을 이토록 적확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기억될만큼 글을 쓰기도 어렵다는걸 생각하면 작가로서 신경숙의 역량은 결코 적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느낀 점이지만, 난 내가 신경숙이라는 작가를 경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의 세대라고 생각한다. 신경숙이 내 어머니와 나 사이에 끼어있는 세대의 작가라는 점에서 그녀의 경험은 내 어머니의 경험과 비슷하고 나의 경험과는 조금 멀다. 어머니의 경험을 구전으로 전해들은 세대가 나인만큼, 작가 신경숙이 경험한 근대 대한민국의 마지막 증언자는 내 세대가 될 것이다. 신경숙의 글이 아직까지 나에게 '그래도 신경숙'인 이유는 그래서이다. 그녀의 글은 그리고 주인공은 항상 그 자리를 맴돌지만, 그녀들을 결코 난 버릴 수 없다. 왜냐하면, 그 한 걸음도 떠 때지 못할 것 같은 그녀들이 바로 내 어머니였을지도 모르고, 이모였을지도 모르고 고모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할머니였을지도 모르기 떄문이다. 그래서 그렇다 신경숙의 글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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