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은 집에선 말하지 않는다. 아니, 않으려고 한다. 통상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의 많은 부분은 가족에게 이야기해봐야 걱정만 늘어나는 일이 많은지라 가능하면 회사 일과 회사에서 벌어진 일은 집까지 끌고 오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게 불만이시다. 당신 자식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하는지 고민은 없는지 이런저런 걱정이 드시는가보다. 회사에서 일어난 일을 이리저리 말해봐야 당신 걱정만 늘어나고, 그 걱정이 늘어봐야 좋을 일도 없으니 - 고민은 혼자하자는 주의다. 나는 - 이야기하지 않는건데, 당신은 그렇지 않으신가보다.

얘기해봐야 걱정만 생기실테니 말하지 않겠다는 자식과 그래도 얘기해보라는 부모님의 실랑이는 결국 한 쪽을 - 보통은 부모님이다 - 삐지게 하고, 그 때문에 자식은 또 마음이 편치 않다. 자식내미가 회사에서 잘 지내는지 어떤지 요즘 고민이 있는 듯 하면 궁금한 부모님이 옆에 있다는건 감사한 일이기도 하지만 버거운 일이기도 하다.

내가 아주 가끔씩 자의반 타의 반으로 지방에 사는 부모님과 떨어져서 사는 자식들을 부러워 하는 이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프레지던트>가 끝났다. 어떤 날 주말 재방송에는 무려 광고가 하나도 붙지 않았던 그 문제의 드라마 말이다.  실제 본방송에서도 그리 많은 광고가 붙지 않아서 꽤 좋아하는 드라마이기도 했다. 시청률은 결국 2자리를 넘지 못했다. 내가 이 드라마를 본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 드라마를 보는 사람 처음 봐요"  동시에 방송하는 <마프>는 보는데, 이 드라마는 보지 않는 것이다. <대물>은 그렇게 재미나다며 - 물론 막판에는 저건 뭐냐는 표정을 지어 보이곤 했지만 - 보던 주변 이들이 말이다. 그래서 드라마 시청률이란 참 내게는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튼 난 아직까지 이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고 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만나지 못했다. 아쉽다.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해 겹쳤던 <대물>과 비교를 안할 수가 없는데, <프레지던트>는 고스란히 - 사실 적당히겠지만 - 현실을 보여주려는 드라마이다. 그 누구보다 선한 의지로 모든 것을 바쳐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인이 어떻게 그 대통령까지 올라가는지를 보여준다, 가 한마디로 이 드라마의 내용이다. 그 과정에 다양한 인물군상이 펼쳐지는데, 깨끗하고 강직했던 인물은 정치판에 넌더리를 내고 정치를 떠나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정치를 위해 펼쳐지는 온갓 권모술수에 넌더리를 내며 정치를 떠나는 인물도 나온다. 물론 그 권모술수가 정치라며 끝까지 살아남는 인물도 등장하는데 재미난 점은  그들은 절대 좌절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고,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하는 전쟁판임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대통령과 영부인 마저도 임기 이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최수종이 맡은 장일준이라는 캐릭터는 이 모든 요소가 섞여 있는 인물이다. 그는 선의지 - 누군가 이런 표현을 섰다 - 를 가지고 그의 형이 꿈꾸던 나라를 만들고자 준비해 여기까지 온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서 조금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지키지 못하는 약속도 있다. 그는 정치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반칙을 써야 하는 순간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는 정치가 순수성을 지키지 못한다는 사실때문에 인간과 정치에 넌더리를 내지 않는다. 그는 그것도 정치이며 안고 가야 하고,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그는 재벌을 처가로 두고 있으며, 자신의 아내에게 당신과 함께라면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동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100% 선한 주인공도 아니며 100% 악한 주인공도 아니다 .그때 그때 말바꾸기를 하는 정치인들처럼 그도 말바꾸기를 한다. 요컨데 장일준이라는 인물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지금까지 정치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그런 인물이었다. 난 이 장일준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입체적인 면을 매회 보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있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한회한회 편하게 본 적이 없다. 매회 장일준에게는 위기가 닥쳤고, 그는 그 위기를 절대 넘서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때로 그는 반칙으로 벗어나기도 하고, 정면돌파를 하기도 했다. 그의 말따라 그는 소중한 사람들을 희생시켜 가며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 과연 그는 대통령 자리에 올라서도 본래 가지고 있던 '선의지'를 지켜 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자신이 만들고자 했던 꿈 앞에 죄절할지 난 그게 참 많이 궁금했다. 제발 시즌 2를 만들어 주기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GMA 2012-03-29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프레지던트 재미나게 봤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더군요. 동료들은 떠나고 숙적들은 그에게 칼을 갈고. 저도 시즌2 만들어졌음 좋겠습니다.

하루 2012-03-30 09:38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렇죠? :)
시즌 2가 정말 나왔으면 좋겠어요.
 
얼간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르 소설이 대부분 그렇다. 호불호가 분명해서 중간이란 있을 수 없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51:49로 호에 가깝지만, 매대에서 신간을 발견해도 손을 뻤지는 않는 그런 위치쯤이다. 굳이 말하자면, 기준으로 삼는 사람이 읽어서 괜찮다는 평이 나오면 '음, 한번 읽어볼만 하겠군' 정도에 가깝다. 그래서 한창 그의 책을 읽지 못하다가 소위 그 기준에게 괜찮은 평이 나와서 책을 손에 들었다. 사실 요즘 제대로 책을 읽지 못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장르소설을 물 흐르듯 읽어 나가면 책을 읽는 흐름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반이었다.

배경은 에도시대 - 그렇다 막부와 무사가 있던 그 에도시대 - 설렁거리며 적당히를 모토로 살아가는 하급무사가 주인공이다. 이 주인공이 관리하는 지역에서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하나씩 보면 별일 아닌 사건들인데 하나씩 모아보니 큰 그림이 그려지는 연관된 일이더라. 책도 스무 페이지 안 팍의 각 사건이 단편처럼 나누어져 있어서 약간 착각을 일으킨다. 하지만 모든 조각을 모아서 멀리서 보면 그림이 나오는 이야기다 하나 같이.  

이 소설의 재미는 이야기 결말보다는 흘러가는 과정이다. 이 하급무사가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 하급무사는 헤이시로 - 만나는 다양한 당시의 사람들이 특징적으로 그려진다. 예를 들면 하급 무사의 정보통 역할을 하는 오캇피키나 그 당시 에도에서 살아가던 일반 평민, 그리고 꽤 성공한 상인등 하나같이 특징적인 등장인물들이 각자 적당한 역할을 이야기에서 담당하는데, 크게 한쪽으로 기울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 특히 주인공인 하급무사에게는 브레인 조수가 있는데, 자신의 양자로 들일 예정인 조카이다. 곱상한 외모인데, 비상한 머리와 측량을 취미로 해서 범상치 않은 조합인데 이게 재미나다. 요컨데 설렁거리지만 적당히 아래사람을 부릴 줄 아는 무사와 그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어린 조수. 식상할 것 같은 탐정과 조수의 조합이 무사와 그의 조카로 이어진 셈인데, 조금은 콤비라고 보기 어렵겠지만 의외로 잘 굴러가는 콤비라 지켜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얼간이>는 추리가 특별히 독특하다거나, 트릭이 별나다거나 하지는 않다. 그냥 에도시대 어느 곳에서 벌어진 사건을 쭉쭉 추리하고 따라가는 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만, 미야베 미유키 월드 속 '그들이 사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솔솔하고 읽을 맛이 난다 랄까? 두 콤비가 이어가는 이야기가 다음 책으로 이어지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회사에 동기로 입사했던 그녀가 지난 주까지 회사를 나왔다.
그렇다, 그녀를 더 이상 회사에서 볼 수가 없다.

이번 주, 그녀의 자리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그녀의 옆자리서 하얀 김을 내뿜던 가습기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지난 주까지 한 회사에 출근하던 이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건 좋든 싫든 애매한 기분을 연출한다. 이 기분의 정체가 뭔지 잘 모르는 상태로, 오늘 또 한 친구가 - 이번에는 후배 - 회사를 그만 둘 계획이라는 말을 들었다. 청천벽력이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난 그말을 듣고도 잘도 집에 와서 책을 읽고 내 할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또 번민의 저편에서 난 허우적 거리고 있다.

과연 같은 회사에 출근하던 동료나 후배, 선배가 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행위의 의미는 무엇일까. 항간에는 결국 회사는 양화는 더 좋은 근무환경을 찾아 떠나게 되는지라, 남는건 악화 뿐이고, 회사는 결국 그 악순환의 연속이라는 글을 읽었는데, 이렇게 한명씩 회사를 그만 둔다고 할 때마다 그 말을 생각하곤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 말이 정말 진리인지. 아니면 이 말 조차 떠나는 사람들의 자기 위안인지, 혹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자기 혐오인지.

난 오늘도 내가 이 회사에 맞는 사람인지, 정말 이 일을 나이 들어서 계속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 일을 나이 40이 되어서도 할 수 있을까, 그 나이까지 일을 할만큼 내가 이 일을 잘 하고 있는지, 좋아하는지를 끊임없이 되새김질하고 있다.


결론은, 그냥 마음이 스산하며, 내가 이 회사에서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난 지금 내 앞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BC 드라마 Sherlock!  

얼마전에 우연히 알게 된 드라마인데, 이거야 말로 얼마만에 감격하면서 한번에 한 시즌을 끝낸 드라마인지 모르겠다. 한 편에 1시간 30분 정도로 3편이 한 시즌이니, 미드로 따지면 6편 정도이니 사실 굉장히 짧은 편은 아니다.

기본 셜록 홈즈의 이야기를 현대로 끌고 와서 이야기를 만들어서 이야기는 꽤 탄탄한 편이다. 당연하지만 셜록 홈즈는 기막히게 그리고 원작을 넘어서는 인물을 만들어 냈는데, 스마트폰으로 검색도 척척, 블로그도 운영하는 멋진 탐정님. 거기에 원작의 성격보다 약간 더 극단적인 면이 있어서 솔솔한 재미가 있다. 왓슨 박사는 원작보다 조금 ( 한 2%쯤) 부드러운 면을 강조해서 셜록과 대조되는 면이 많지만 조언자이자 관찰자로서의 그의 역할이 꽤나 재미나다.  

셜록을 연기한 배우의 영국식 악센트가 듣고 있으면 꽤 리듬있게 느껴져서 즐겁다. 휴 그랜트와 콜린 퍼스의 대사를 듣고 있는 기분이랄까. 시즌 1은 작년에 방영이 되었고, 올해 여름 시즌 2촬영이 들어가서 가을 즈음에 방영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기다리란 말이냐! 아참, OCN에서 방영을 한다는데, 세상에 OCN 예고편 보고 마시던 커피를 엎지를 뻔했다. 완전 순도 100% 대놓고 낚시를 하겠다는....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눈에 보이는게 없군 OCN...) 하지만 임펙트는 100%인듯.  

사실 셜록 홈즈의 소설은 그의 죽음까지 빼놓지 않고 읽고, 심지어 죽음 뒤의 부활(훗 ㅡㅡ) 이야기까지도 빼놓지 않고 충실하게 읽은 독자라서 새로울게 뭔가 싶었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고전을 다시 읽는다는 건, 요컨데 이런 거라는 모범적인 해답이라고나 할까. BBC 드라마는 제인 오스틴으로 대표되는 고전 시리즈를 보곤 했는데, 그런 드라마 외에도 이런 드라마를 만들 수도 있구나 싶다랄까. BBC 드라마에 아주 조.금. 흥미가 더 생겼다.


+ 아 전 정말로 진심으로 당신 홈페이지 대문이 이 분이라는걸 몰랐어요. 세상에. OTL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1-02-25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하
이거 예고 보셨어요? 전 이 드라마 보지를 않아가지고 예고랑 어느정도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예고 편집이 예술이에요. 예고만 보면 동성애 드라마더라구요. 핫 ;;
그리고 저도 대문이 이 사람이란거 대문 편집해준 친구가 말해줘서 알았어요. 그리고 그걸 알고 있지만 저는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별 감흥이 없기도 해요. 하핫 ;;
그런데 이게 그렇게나 재미있군요!
흐음..

밑에 제가 본 예고편 올려드릴게요. 흐흣. (혹시 보셨을지도 모르지만!)


하루 2011-02-27 13:27   좋아요 0 | URL
크하하하하하...
아 다시 봐도 쓰러질것 같아요. 누..눈물이....
(이렇게 순도 100% 낚시를... )

다락방 2011-02-25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www.youtube.com/watch?v=uI1hyHs9Mcc

http://www.youtube.com/watch?v=hJXhwjJMkFk

다락방 2011-02-25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예고편을 본 해외반응이래요.

http://hgc.bestiz.net/zboard/view.php?id=gworld0707&page=1&sn1=&divpage=57&sn=off&ss=on&sc=off&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9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