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트>가 끝났다. 어떤 날 주말 재방송에는 무려 광고가 하나도 붙지 않았던 그 문제의 드라마 말이다.  실제 본방송에서도 그리 많은 광고가 붙지 않아서 꽤 좋아하는 드라마이기도 했다. 시청률은 결국 2자리를 넘지 못했다. 내가 이 드라마를 본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 드라마를 보는 사람 처음 봐요"  동시에 방송하는 <마프>는 보는데, 이 드라마는 보지 않는 것이다. <대물>은 그렇게 재미나다며 - 물론 막판에는 저건 뭐냐는 표정을 지어 보이곤 했지만 - 보던 주변 이들이 말이다. 그래서 드라마 시청률이란 참 내게는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튼 난 아직까지 이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고 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만나지 못했다. 아쉽다.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해 겹쳤던 <대물>과 비교를 안할 수가 없는데, <프레지던트>는 고스란히 - 사실 적당히겠지만 - 현실을 보여주려는 드라마이다. 그 누구보다 선한 의지로 모든 것을 바쳐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인이 어떻게 그 대통령까지 올라가는지를 보여준다, 가 한마디로 이 드라마의 내용이다. 그 과정에 다양한 인물군상이 펼쳐지는데, 깨끗하고 강직했던 인물은 정치판에 넌더리를 내고 정치를 떠나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정치를 위해 펼쳐지는 온갓 권모술수에 넌더리를 내며 정치를 떠나는 인물도 나온다. 물론 그 권모술수가 정치라며 끝까지 살아남는 인물도 등장하는데 재미난 점은  그들은 절대 좌절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고,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하는 전쟁판임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대통령과 영부인 마저도 임기 이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최수종이 맡은 장일준이라는 캐릭터는 이 모든 요소가 섞여 있는 인물이다. 그는 선의지 - 누군가 이런 표현을 섰다 - 를 가지고 그의 형이 꿈꾸던 나라를 만들고자 준비해 여기까지 온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서 조금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지키지 못하는 약속도 있다. 그는 정치를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반칙을 써야 하는 순간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는 정치가 순수성을 지키지 못한다는 사실때문에 인간과 정치에 넌더리를 내지 않는다. 그는 그것도 정치이며 안고 가야 하고,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그는 재벌을 처가로 두고 있으며, 자신의 아내에게 당신과 함께라면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동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100% 선한 주인공도 아니며 100% 악한 주인공도 아니다 .그때 그때 말바꾸기를 하는 정치인들처럼 그도 말바꾸기를 한다. 요컨데 장일준이라는 인물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지금까지 정치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그런 인물이었다. 난 이 장일준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입체적인 면을 매회 보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있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한회한회 편하게 본 적이 없다. 매회 장일준에게는 위기가 닥쳤고, 그는 그 위기를 절대 넘서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때로 그는 반칙으로 벗어나기도 하고, 정면돌파를 하기도 했다. 그의 말따라 그는 소중한 사람들을 희생시켜 가며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 과연 그는 대통령 자리에 올라서도 본래 가지고 있던 '선의지'를 지켜 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자신이 만들고자 했던 꿈 앞에 죄절할지 난 그게 참 많이 궁금했다. 제발 시즌 2를 만들어 주기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GMA 2012-03-29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프레지던트 재미나게 봤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더군요. 동료들은 떠나고 숙적들은 그에게 칼을 갈고. 저도 시즌2 만들어졌음 좋겠습니다.

하루 2012-03-30 09:38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렇죠? :)
시즌 2가 정말 나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