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간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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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이 대부분 그렇다. 호불호가 분명해서 중간이란 있을 수 없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51:49로 호에 가깝지만, 매대에서 신간을 발견해도 손을 뻤지는 않는 그런 위치쯤이다. 굳이 말하자면, 기준으로 삼는 사람이 읽어서 괜찮다는 평이 나오면 '음, 한번 읽어볼만 하겠군' 정도에 가깝다. 그래서 한창 그의 책을 읽지 못하다가 소위 그 기준에게 괜찮은 평이 나와서 책을 손에 들었다. 사실 요즘 제대로 책을 읽지 못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장르소설을 물 흐르듯 읽어 나가면 책을 읽는 흐름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반이었다.

배경은 에도시대 - 그렇다 막부와 무사가 있던 그 에도시대 - 설렁거리며 적당히를 모토로 살아가는 하급무사가 주인공이다. 이 주인공이 관리하는 지역에서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하나씩 보면 별일 아닌 사건들인데 하나씩 모아보니 큰 그림이 그려지는 연관된 일이더라. 책도 스무 페이지 안 팍의 각 사건이 단편처럼 나누어져 있어서 약간 착각을 일으킨다. 하지만 모든 조각을 모아서 멀리서 보면 그림이 나오는 이야기다 하나 같이.  

이 소설의 재미는 이야기 결말보다는 흘러가는 과정이다. 이 하급무사가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 하급무사는 헤이시로 - 만나는 다양한 당시의 사람들이 특징적으로 그려진다. 예를 들면 하급 무사의 정보통 역할을 하는 오캇피키나 그 당시 에도에서 살아가던 일반 평민, 그리고 꽤 성공한 상인등 하나같이 특징적인 등장인물들이 각자 적당한 역할을 이야기에서 담당하는데, 크게 한쪽으로 기울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 특히 주인공인 하급무사에게는 브레인 조수가 있는데, 자신의 양자로 들일 예정인 조카이다. 곱상한 외모인데, 비상한 머리와 측량을 취미로 해서 범상치 않은 조합인데 이게 재미나다. 요컨데 설렁거리지만 적당히 아래사람을 부릴 줄 아는 무사와 그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어린 조수. 식상할 것 같은 탐정과 조수의 조합이 무사와 그의 조카로 이어진 셈인데, 조금은 콤비라고 보기 어렵겠지만 의외로 잘 굴러가는 콤비라 지켜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얼간이>는 추리가 특별히 독특하다거나, 트릭이 별나다거나 하지는 않다. 그냥 에도시대 어느 곳에서 벌어진 사건을 쭉쭉 추리하고 따라가는 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만, 미야베 미유키 월드 속 '그들이 사는 세상'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솔솔하고 읽을 맛이 난다 랄까? 두 콤비가 이어가는 이야기가 다음 책으로 이어지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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