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에 귀신이 붙었다고 야단 - 옛 선비들이 밤낮으로 즐긴 재미난 이야기들, 패설집 겨레고전문학선집 18
성현.어숙권 외 지음, 홍기문.김찬순 옮김 / 보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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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무척이나 유쾌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한번 보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제목 때문에 이 책을 함부로 대하진 마라. 그러면 금새 후회할 거니깐. 이 책은 제목처럼 유쾌한 유머집은 아니다. 고전 전적에서 패설들만 뽑아서 엮어논 패설 모음집이니까.

  패설이라고 하니깐 이익재의 역옹패설이 생각난다. 그는 稗를 이렇게 풀이 했었다. "벼(禾) 중에서도 가장 쓸모 없는 것(卑)을 말한다."라고 하며 가장 쓸모 없고 가장 하찮은 이야기들만 모아서 엮어논 책이 역옹패설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논리로 만들어진 책이니까 글 속에 오묘한 이치들을 담지 않았다 하여 비판하거나 쓸모없다고 폄하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를 테면 이미 방어막을 구축해 놓고서 자유롭게 붓을 휘갈긴 것이다.

  바로 이 책에 담겨진 내용들이 이익재가 말한 그것과 같은 글들이다. 지금 읽으면 단순한 야담들이지만 그 당시엔 이런 것들을 글에 담는 다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글에는 도가 실려야 한다고 믿었던 시기이니 말이다. 짧게 짧게 끊어지는 이야기들이니 시간이 적은 사람들이 보기에 딱이다. 여러 문집들에서 좋은 글들만 초록되어 있으니 여러 문집을 보는 덤까지 얻을 수 있다. 우리 나라 야담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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