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수능 시험 날이 되면 발 동동거리게 추웠던 기억인데.. 

이번엔 푸근했다.  

이번에 수능본 학생들은 복이 많은 아이들인가 보다.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주고 꼭 꼭 씹어 점심 잘 챙겨먹으라고 몇번 당부를 하며  

 아이를 위해 어젯밤 퇴근하자 마자 내려온 아빠랑 데려다 주고 왔었다. 

 딸아이 위해 오전에 쉰다나??( 아...참;;;아이들 아빠는 큰아이일이라면 열일 제쳐 두고 오는 스타일이다..유난히 딸아이에게만;; )

아침에 데려다 주고 올 땐 가슴 뭉클하기까지 했다.. 

엊그제 고등학교 들어간다고 한것 같더니만 벌써 삼년을 보내고 수능을 보는구나..싶으니 대견하기도 하고 긴 고삼을 잘 견뎌준 딸아이가 너무 이쁘고 고마웠다. 

특별하게 공부를 잘해주어서가 아니라 그 힘들다는 삼년을 잘 견뎌준게 너무너무 고맙고 감사해서...이 고등 삼년만 잘 견뎌내 준다면 울 딸 뭐든 잘 이겨낼것만 같았으니까... 

하루종일 두근 거리며 실수만 하지 않고 아는것 만이라도 잘 풀고 나오길 바라다가 끝나기 삼십분전에 차를 몰고 혼자서 데리러 갔다. 

그런데 아침과는 다르게 기다리는데 얼마나 떨리던지..다른 부모들도 모두 오신듯 교문 앞은 차와 사람들로 북적 거렸지만 모두들 조용하게 기다리는게 아..이런게 부모맘이구나..싶어 괜스레 가슴이 또 한번 찡해졌었다. 

예상시간보다 늦은 다섯시 이십분쯤이 되자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우르르 밀려나온다. 

'아..모두들 수고했다... '

환하게 웃으며 교문을 나서는 아이를 찾아 안아주고 수고했다고 토닥이는데 또 주책 없이 눈물이 핑 돈다. 

차를 태워 운전하는데 아침과는 다르게 또 바들 바들 떨렸다. 

아이의 쫑알 거림이 고맙고 감사해서...그리고 엄마인 내가 너무 기특해서..ㅋㅋㅋ 

내년이면 난 또 고등생 엄마노릇을 해야한다.. 

그 엄마노릇을 잘하든지 못하든지..고등생엄마여야 하고, 우리집 둘째녀석은 고등생이 된다. 

우리집 큰아이가 오늘 수능을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날씨도 포근하니 넘 좋았고   남들 수능 끝나면 맛난 것도 먹으러 가고 그런다는데 우리집 아이는 교회로 쪼르르 달려가 (내가 차로 끌고간 것이지) 감사기도 드리고 집으로 와서 밥먹고 푹 쉬는 중이다. 

좋다.. 또 한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이렇게 감사할수 있다는게 너무 좋다.  

'희망을 갖고 그 꿈을 향해 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희망찬 꿈을 꿀수 있는 날들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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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1-12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능 무사히 마쳤다니 다행이에요.(앗, 전 배꽃님께 이렇게 큰 자제분이 계신줄 몰랐어요.)
배꽃님 기다리며 떠셨다는 얘기, 또 부모마음 같단 얘기 정말 그럴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우리 아이들도 곧 자라서 이런 상황이 오겠지요. 그때 저도 배꽃님처럼 덜덜 떨고 있을 것 같아요.^^ 배꽃님도 오늘은 푹 주무셔요.^^ 건강하세요.

치유 2009-11-13 00:01   좋아요 0 | URL
섬님..감사해요..남들이 이야기할땐 잘 모르다가 내가 닥치면 그 상황을 절실하게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네..아마 부모들은 모두 그럴 거에요..
한 엄마가 옆에서 그러는데 시험장 들여보내놓고 엉엉 울었다더라구요..(안스러워서)...
부모들은 다 똑같죠..

고마워요..

한샘 2009-11-13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소라가 참 기특해요.
모두모두 곤히 쉬세요~

치유 2009-11-13 10:00   좋아요 0 | URL
네,,감사합니다.잘지내고 계시지요??

2009-11-13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9-11-13 10:02   좋아요 0 | URL
아..반가운님..
넘 오랫만이에요..
감사해요..꼭 전할께요..
잘 지내고 계시지요??
언제인가 님의 김장 풍경.. 배추 나란히 나란히 절이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단란하게 올해도 가족들과 김장하시겠지요??
건강조심하시고 몸 사려가면서 맛나게...^^_

같은하늘 2009-11-1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 방명록에 남기신 글보고 어린 아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큰 따님이 계신줄 몰랐네요.^^
무사히 시험을 마친 따님과 그동안 뒷바라지에 신경 쓰셨을 배꽃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너무나 고생 많이 하셨어요. 이젠 좀 푸~~욱 쉬시길~~~

치유 2009-11-14 10:15   좋아요 0 | URL
^^_고맙습니다.하늘님..
맘 편하게 주말보내려구요.

울보 2009-11-13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배꽃님 따님이 수능을 보았군요,,
다른 해보다 따뜻하긴 햇어요,,
류가 아직 어리지만 그 기분 조금은 알것같아요 ㅎㅎ 아이가 그동안 고생많이 햇는데 가족끼리 맛난것 많이 해주세요,,ㅎㅎ

치유 2009-11-14 10:10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네..초등학교만 끝나면 금새다가오는것 같더라구요.

섬사이 2009-11-13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스프레를 한 따님(이름이 소라였죠?)의 사진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능을 봤군요.
따님도 배꽃님도 수능이라는 큰 짐을 내려놓으셨으니 한가한 시간을 맘껏 누리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집 큰딸이 이제 고2가 돼요. 그래서인지 배꽃님 글 읽다가 제가 뭉클해지네요.
수고 많으셨어요.

치유 2009-11-14 10:13   좋아요 0 | URL
둘째녀석 기말도 끝나고 젤 한가롭고 맘 편한 주말 보내는것 같아요.이른 아침 복지관 풍선 봉사다녀오니 아이는 피아노에 빠져있네요.
이렇게 맘 편하게 주말을 보내면 이렇게나 좋은데..그죠..
고마워요.

소나무집 2009-11-19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능 보던 날 주변에 수능 보는 아이가 있나 생각해보다가 없네, 하며 말았는데
소라가 시험을 쳤군요.
이 글을 왜 못 본 거야?
따님 성격이 느긋해서 시험도 잘 보았을 것 같아요.
잘 지내시죠?

치유 2009-11-20 00:00   좋아요 0 | URL
오늘 기말고사까지 끝나고 나니 후련한지 엄마가 써야할 리뷰도 대충 써주고 그러네요..
네..잘 지내고 있답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