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금요일
시어머님을 추석 연휴때 병원에 계시게 하기가 그래서 시아버님도 우리집에 모셔갔으면 하고 아들인 울 신랑도 시어머님을 퇴원시켜서 이곳 원주까지 모시고 왔다.
드시는 것이라곤 전혀 못 드시고 뭘 해드려도 그저 한수저 드시는둥 마는둥..
멀미한다고 한번을 안 오시던 분이 승용차를 타고 어찌 오셨을까나..싶으니 안스럽기도 하다.
9월 22일 토요일
그럭 저럭 지나간다. 소라아빠랑 함께 큰상두개를 사오고 미리 사두어도 될만한 것들을 몇가지 사왔다. 사온 상두개를 베란다에 두었는데도 새것이라 그런지 옷칠 냄새가 베란다를 열때마다 진동한다. 여러 시간을 공들여 식혜를 만들어 김치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밤에는 도련님이 왔다.
9월23일 일요일
부산에 사는 시누이내외가 왔다..난 그동안 시누이들에게 서운했던 맘을 털어놓고
시누이도 내 맘을 알았던지 미안하단다. 그렇다고 내가 이해를 못한건 아니였는데 서운 한 맘을 가슴속에 응어리처럼 두고 있으려니 내 성격에 안 맞아 확 털어버렸더니 후련하다..그러면서도 조금 찝찝하다.
밤 늦게 다시 내려갔다.
시어머님은 여전히 앓는 소리만 하시고 드시는것은 드시는둥 마는중..
모든게 귀찮기만 하다고 얼굴 가득이다.
9월 24일 월요일
작은 시누가 와서 추석준비를 함께 해주었다.
도련님과 함께 추석장을 마트에서 몽땅 사들고 있는데 부대에 일이 생겨 서울로 다시간 아이들 아빠가 다시 오고 추석준비는 후다닥..
늘상 시어머님이 준비를 하셔서 난 시댁에 가도 하는게 별로 없는것 같았는데 당장 울 집에서 이 일을 치룬다고 생각하니 머리부터 아팠는데 일이 정말 끝도 없이 많았다..그러나 시누이가 부지런히 도와주고 해서 준비는 어찌 되었다.
전도 여러가지를 지지고 나니 허리가 뻐근이다.
앓아 누운 시어머님이 집에 계시니 이것 저것 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최소한 간단하게 준비한다고 했다. 오늘 보니 우리 작은 시누이가 일을 참 잘 도와준다. 고맙다.저녁늦게 까지 준비해야 할줄 알았는데 시누이 덕분에 일찍 끝이났다.
함께 해놓고도 뿌듯했다..대견스럽게도 잘도 해냈다.
9월 25일 화요일
추석날 아침이다.
일찍부터 일어나 밥을 하고 빠진것 없나 확인하며 일찍이 차례를 지내고 모두 다리 뻗고 거실에 벌러덩 누웠다.
시어머님이 건강하게 우리집에 오셔서 이렇게 추석을 보냈더라면 참 좋았을걸..싶어 아쉽고 속이 상하다..하지만 곧 건강해 지시리라..
저녁무렵에는 아이들과 도련님과 시누이랑 우리 가족모두랑 윷놀이를 했다.
세편으로 나누어 하는데 시누이 딸아이가 제법 윷을 잘 던져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9월 26일 수요일
아침부터 가겠다던 시누이와 도련님을 더 있다 가게 했더니 어머님 목욕을 도련님과 시누이가 시켜 드리겠단다. 난 그 사이 청소를 하고 이불을 다시 바꾸어 깔아드리고 세탁기를 돌렸다.
환자가 있는 곳은 늘 청결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이틀에 한번씩 목욕을 시켜 드리고 이불을 바꾸어 세탁하는 일이 보통은 아닌것 같다..하지만 시누이들이 함께 여서 불편하지 않았는데 오늘 모두 가고 나면 혼자서 해야겠네..
오후에는 전주에 사는 후배네 가족이 추석이라고 놀러를 왔다.오랫만에 만나니 반갑기만 하다..그러나 우리집 사정을 전혀 몰랐던 후배네 가족은 당황했던지 저녁도 안 먹고 내려갔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친정엔 늘 미안한 딸이다..이번 추석엔 내 사정을 이야기도 안 하고 안 내려가니 궁금한가 보다.
이상하게 친정에다 시어머님 편찮으셔서 우리집에 모셨단 소릴 하기 싫다.
도련님과 시누이가 밤 기차로 서울로 갔다..그리고 소라 애비도 한 밤중에 서울로 떠났다..병든 시어머님과 내아이들과 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집안은 썰렁하고 휑하다..
고단하면서도 생각이 참으로 많았던 긴 추석이다..이렇게 갑작스럽게 내게 닥친 일들이 이렇게 또 지나가고 있었다,,그렇다 ...시어머님도 곧 회복하실 것이고 또 마음에 평안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