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대폭발의 비밀 - 한국 고대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서
소원주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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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 첫 소절에 나오는 말이다. 백두산이 우리 한민족에게 있어 그 차지하는 위상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백두산이라는 존재가 갖고 있는  의미는 한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대외적으로 포장되어 있는 현학적 의미 이상의 그 무엇이 존재하고 있다. 靈山으로서 민족의 정체성을 내포하고 있는 메타포로서의 위상은 그 높이 만큼이나 한민족의 정신속에 각인되어 있다. 여기서 한민족이라하면 지협적인 한민족개념이 아닌 고대사를 거슬러 올라가 예,맥,숙신,말갈등이라 통칭 되었던 광범위한 개념으로까지 확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백두산을 바라보고 느끼는 일종의 애착이 이들 지협적인 갈래의 민족정서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민족의 영산이라 숭배하고 있는 백두산에 대해서 정작 알려진 바는 그리 많지 않다. 고작 해발 2750m이니 휴화산으로 정상에 화산의 흔적인 칼데라호인 천지가 있고 구한말 국경분쟁에서 그 한복판에 놓여 있다는 것외에 일반대중에게 그 실체가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극히 과학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더라도 최근래에 화산활동이 있었던 시기는 1702년으로 간헐적인 활동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 뿐이다. 이러한 백두산에 대한 무지는 지금에 와서 휴화산에서 사화산쪽으로 그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있고 재해영화에서 보는 화산폭발과 같은 화산활동과는 그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그럼 과연 백두산은 화산으로서 그 맥을 다한 것일까?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은 실로 충격적인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저자는 백두산이 과거 10세기경에 화산활동을 했다고 한다. 폼베이의 비극으로 알려진 베수비오화산 폭발과 세인트헬렌스의 화산폭발등 인류가 기록 문화라는 형식을 가지면서 기록되기 시작한 화산폭발중에 엄청한 폭발력과 그이후 재앙과도 같은 피해에 대해서 우리는 많은 부분들을 알고 있고 그로 인한 문명의 후퇴를 목격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그저 남의 나라, 문명의 이야기일 뿐이지 우리에게 그다지 와닿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진이나 화산하면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나 보편화 되어 있지 한반도는 안전지대로 생각했고 그러한 자연재앙이 실제로 없었기(정확히 표현하면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았기에)에 더욱 더 관심밖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바라보고 매일같이 부르는 애국가 속의 백두산은 그저 영묘하고 신령이 깃든 우린 한민족의 메타포일 뿐 다른 어떠한 의미가 부여되질 못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일류역사상 가장 강력한 화산폭발 저자는 대폭발(화산폭발의 강도를 일컫는 지표인 VEI 7급)이라고 지칭한다. 이 규모는 폼베이를 역사에서 지워버렸던 배수비오 화산의 50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폭발로 놀라운 것은 이러한 대규모의 폭발이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짧은 주기를 두고 10세기 초반에 벌어졌다는 것이다. 갑자기 이 무슨소리인가? 그러한 대폭발이 있었다면 분명하게 역사기록에 남아있어야 하지 않는가? 역사책을 이리저리 뒤집어 보면 이러한 기록은 현존하는 한국사와 중국사,일본사를 통틀어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 저자는 그저 시쳇말로 한번쯤 뜨기 위해서 말도 안돼는 논거를 들고 나온 것일까?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한다. <통섭>의 저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인류가 좀더 합리적인 판단과 문명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학을 비롯한 인문학의 통합적인 교류가 있어야 하고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새로운 통합적인 지식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역설했고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에는 통섭에 대한 학자들의 진지한 자세가 엿보이고 있다. 이러한 통섭의 사고가 그동안 밝혀지지 않거나 그저 매장되어버린 중대한 역사의 한장을 찾을 수 있다면 그 가치만으로 의미있는 것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10세기에 발생했던 백두산의 화산폭발과 한국고대사중에 가장 그 근거와 기록이 전무한 <발해>의 연관고리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발해를 정복한 거란의 <요사>에는 926년에 상경을 함락하면서 발해라는 대제국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고 명시되어 있고 이를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요사를 상세히 살펴보면 왠지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 등장한다. 역사학자들은 대게 이럴 경우 동양적인 시각에서 상세한 표현보다는 대의명분적인 표현을 사서의 기록으로 채택하는 경향으로 인해 그 의미가 포괄적으로 기록되어져 있기 마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왠지 이러한 시각은 자가당착적인 느낌을 지울수 없게 한다. 그럼 반대적인 해석으로 백두산의 화산폭발로 인해 국가라는 기능을 상실한 상태에서 거란이 발해를 침공해서 죽어가는 맹수의 숨통을 끊어놓았다라는 명제는 참일까? 이 역시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못하고 있는 것 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과연 무엇을 책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오랜세월동안 땅속에 묻혔있었던 과학적인 자료들과 사실들이 말해주는 백두산 대폭발과 풀리지 않는 숙제를 않고 있는 발해의 운명에 대해서 과학과 역사가 손을 잡고 새로운 시도를 해봐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실증사학이라는 개념이 결국 역사적인 문헌적 자료와 고고학적 유물자료를 토대로 당시의 역사를 재구성한다는 의미에서 역사학과 과학이 서로의 영역을 허물고 새로운 시각으로 사실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다양한 기법과 역사학의 추론이 만나게 되면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는 길이 좀더 빨리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논거를 계기로 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이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 이번 책이 출간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추상화의 대상이었던 백두산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좀더 사실적이고 객관화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더불어 영역을 넘나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대에 아직도 현실적으로 그 벽이 크게 느껴지는 대목들이 앞으로 후학들과 독자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뿐인 통섭이 아닌 실천적인 통섭을 통해서 좀더 발전적인 학문적 성취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매번 이러한 논거를 접하게 되면 과연 우리는 뭘하고 있는가에 대해 자책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면서 과연 우리는 백두산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해왔는지 일본학자들의 노력을 보면서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민족이나 국가의 정체성문제에 그토록을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우리는 그 실천방안에 대해선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는 사실이 이번에도 여실하게 드러났다. 지나간 역사는 그저 과거라는 시간적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항상 되풀이 되고 그러한 역사를 기반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역사는 중요한 것이다. 역사의 진위를 논쟁하기전에 먼저 그 진위에 접근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때인것 같다. 

▣ 또한 그동안 화산활동은 먼나라 이야기쯤으로 인식되어왔던 독자들에게 새로운 접근의 기회를 마련해 주는 저서이다. 특히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백두산의 존재가 향후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 이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그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고 싶어진다. 메타포적인 백두산이나 관광코스 일환의 백두산이 아닌 실존하고 있는 백두산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휴화산은 언제가는 또 다시 화산활동을 할 수 있는 화산을 말한다. 그 시점은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그동안의 활동 형식을 미루어 봤을때 분명한 것은 다음 폭발 역시 10세기의 폭발만큼 어마어마한 재앙이 올 수 있음을 잊지 말고 이에 대한 학문적 실용적 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책을 통해서 화산학과 지질학에 대한 개략적이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접근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저서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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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참모실록 - 시대의 표준을 제시한 8인의 킹메이커
박기현 지음, 권태균 사진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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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시대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원한다. 예를 들어 여말선초의 혁명의 시기와 왕권과 신권이 대립했던 조선초 상황이나 외침으로 인해 국가존립자체가 위협받던 시기에는 군주를 비롯하여 이를 보좌하면서 이끌어 갈 수 있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면서 개혁적인 인사가 필요한 법이다. 정도전, 하륜, 유성룡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것이다. 속칭 난세라 일컫는 시기에 영웅이 나오듯이 바로 이러한 인물들이 난세를 헤쳐나가는 방식은 후대인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고 대체로 이러한 인물들에 대한 관심과 평가에 후대인들의 관심이 쏠리게 마련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난세가 아닌 지극히 평탄한 시절의 인물들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를 상고해 보면 한왕조나 시대를 개혁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수성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참모실록>는 바로 난세의 개혁적인 참모들이 아닌 조선왕조의 수성에 이바지한 참모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업으로 비교한다면 초기 설립의 시대를 넘어 시장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단계의 전략과 전술등을 창조해 나가는 역활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골육상잔의 권력암투를 벗어나 조선의 주춧돌을 놓는 단계였던 세종조의 맹사성, 훈구와 사림의 피할 수 없는 대결로 인한 반목의 시대의 이준경, 임진왜란이라는 국가붕괴 시대의 이원익과 이항복, 17세기 새로운 시대의 길목에서 새로운 정치를 역설한 김육과 최석정 등 후대에 잘알려진 인물도 있지만 그 역활에 비해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한 참모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체적으로 이러한 시대의 인물들의 공통점은 융화력과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넓은 포용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난세나 개혁의 시대의 참모들은 정해진 한방향을 위해서 그 어떠한 타협도 불사하는 도전적인 성향이 강했다면 수성의 시대 참모들은 그 어떠한 반대의견도 수렴하면서 다양성과 민의를 융합하는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선조 이후 본격화 되는 당쟁의 갈림길에서도 이들에겐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의견제시에 지나지 않았기에 견제와 핍박속에서도 자신의 정치철학을 견지해 나갔던 것이다.  

이러한 성향으로 인해 군주의 태도만을 쫒아가는 권력지향적이라던가 이도 저도 분명하지 않는 우유부단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보신주의로 일괄했다는 비판마저도 받았지만 오히려 이들은 이런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상생의 원칙을 져버리지 않고 추진해 나갔던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상고해 보면 이들의 행위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기도 하다. 

대체적으로 수성의 시대를 대변하는 인물들에게는 역사적 평가가 후하지 못하다.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성의 시대는 난세보다 쉽게 보이지만 오히려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군주를 보좌하는 참모의 역활은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인물보다는 융화와 포용력이 강한 인물이 적격임에는 역사적 사례를 비견해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킹메이커가 있으면 이를 유지보수하는 참모가 있어야 왕조의 기반이 반석위에 놓이기 되는 것이다. 이번 저서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8인의 인물들은 바로 이러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해서 시의적절하게 수성한 참모들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참도들이 존재하였기에 조선이라는 국가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장수를 누리게 되었고 바로 이들이 그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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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정도전 2 - 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하다 정도전 2
이수광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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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덕수출서물(君德首出庶物)  임금의 덕은 만물 위에 뛰어나야 한다.""
"" 인군지성임현이성기공(人君至誠任賢以成基功) 임금은 정성을 다하여 어진 인물을 발탁해야 공을 이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왕조국가는 군주 일인이 무소불위의 권력과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군주를 중심으로 군주을 위하여 모든 정책이 결정되고 시행되는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세계사의 대부분의 왕조국가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견지했기 때문에 민주주의, 민본주의라는 패러다임 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속의 국가들 대부분이 그 수명이 길지 못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나, 수나라등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단명한 왕조를 수도 없이 보아왔다. 그런데 이에 비해 조선이라는 왕조국가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장수를 누렸다. 그럼 왜 조선은 왕조국가인데도 장수할 수 있었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이러한 생각을 가져봤을 것이다.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철저한 신분사회를 유지했다? 집권층을 제외한 나머지 민중들의 역사적소명 내지 의식이 철저히 사장되었다? 글쎄 절로 갸우뚱해지지 않는가. 한마디로 미스테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시리즈>로 독자들에게 익숙한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 바로 그 해답을 던져주고 있다. 바로 <정도전>이름 석자에 조선의 장수의 비결이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삼봉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모 방송국의 대하드리마 방영과 때를 맞추어 대한민국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내각책임제가 이슈화되면서 세인들의 관심에 들어 왔다. 그동안 역사는 정도전을 어린 세자를 옹립하여 자신의 권력유지에 집착하다가 분연히 일어난 이방원에게 제거된 간사한 소인배 정도로 기억되어 왔다. 또한 조선시대 정조와 고종대 이전까지도 정도전이라는 이름 석자는 역모에 준하는 금기사항 그 자체였던 것이 사실이다. 왜 조선은 정도전에 대해서 500여년 동안 금기시해 왔던 것인가? 그가 그렇게 죽을 죄를 범했던 것일까? 끝까지 고려의 충심을 위해 죽은 정몽주는 향후 조선의 문묘에 배향이 되었는데 오히려 조선개국의 1등 공신인 정도전은 역적의 수괴로 남아 있어야 하는 걸까? 

아마도 그 해답은 왕조국가라는 조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사상의 소유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도전, 남은, 심효생, 방석등을 제거한 사건을 역사에서 우리는 정변이라고 부르지 않고 1차 왕자의 난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는 난이라는 개념을 反이 正에 대해 도전할 때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난으로 규정한다. 이런 측면에서 조선은 이율배반적인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사가들의 정확한 역사적 기술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만큼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역사적 비중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분명 타이틀은 역사소설이 맞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보다는 역사에세이 혹은 정도전 평전을 접하는 느낌을 지울수 없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 역시 팩트에다 약간의 픽션을 가미한 소설이라고 밝혔지만 왠지 픽션의 부분마져도 팩트로 받아 들여지게 하는 작가의 필력이 놀라울 정도이다. 특히 신권정치를 표방했던 정도전의 사상을 반영하듯이 이 작품의 무게중심은 이성계나 정도전의 반대측에 있었던 이방원에게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도전을 비롯하여 정몽주, 이숭인, 하륜등의 신권에 가까이 있는 인물들의 내면과 사상을 부각시켜 자칫하면 누구나 아는 뻔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기존의 작품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방향을 흘러갈 수 도 있었던 구도를 새롭게 정립했다는 것이다. 마치 정도전이 살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처럼 역사적으로 기억되는 굵직한 사건들 보다는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토록 빛을 발하는 달빛처럼 은은하고 무덤덤하게 내러티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그래서 더욱 더 소설 같지 않는 소설인 것이다. 여말선초와 정도전에 대해서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섬세하게, 꼼꼼하게 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아마도 조선건국에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없었다라면 조선은 그 수명이 길지 못했을 것이다. 이성계나 그 후임인 이방원의 능력이나 성격을 보더라도 답은 뻔하게 도출된다. 정도전은 비단 자신은 역적의 누명을 쓰고 사라졌지만 정도전이라는 이름 석자가 조선왕조를 장수의 길로 접어들게 한 밑거름이 된 것이다. 왕권과 신권의 적절한 줄다리기를 통해서 왕조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중에 하나가 바로 정도전의 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삼봉은 살아서 60년를 채 살지 못하고 갔지만 죽어서 500년을 조선과 함께 살았다. 그가 당초 설계했던 조선의 밑그림은 요동정벌 하나만 제외 하고는 거의 다 반영되어 조선의 뼈대를 이루었고 이러한 정책들을 바탕으로 장수를 누리게 된 것이다. 역사에 가정이란 의미가 없지만 간혹 이러한 책을 접하게 되면 한번쯤은 해보기 마련이다. 삼봉이 살아서 요동을 정벌했으면.... 

모처럼 픽션과 팩트를 넘아들면서 재미있게 읽어 나간 소설이다. 또한 한편으로 지금 이나라의 위정자들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으로 보여진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고, 군주는 가장 가볍다"  라는 삼봉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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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정도전 1 - 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하다 정도전 1
이수광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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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군덕수출서물(君德首出庶物)  임금의 덕은 만물 위에 뛰어나야 한다.""
"" 인군지성임현이성기공(人君至誠任賢以成基功) 임금은 정성을 다하여 어진 인물을 발탁해야 공을 이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왕조국가는 군주 일인이 무소불위의 권력과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군주를 중심으로 군주을 위하여 모든 정책이 결정되고 시행되는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세계사의 대부분의 왕조국가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견지했기 때문에 민주주의, 민본주의라는 패러다임 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속의 국가들 대부분이 그 수명이 길지 못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나, 수나라등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단명한 왕조를 수도 없이 보아왔다. 그런데 이에 비해 조선이라는 왕조국가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장수를 누렸다. 그럼 왜 조선은 왕조국가인데도 장수할 수 있었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이러한 생각을 가져봤을 것이다.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철저한 신분사회를 유지했다? 집권층을 제외한 나머지 민중들의 역사적소명 내지 의식이 철저히 사장되었다? 글쎄 절로 갸우뚱해지지 않는가. 한마디로 미스테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시리즈>로 독자들에게 익숙한 작가가 이번 작품에서 바로 그 해답을 던져주고 있다. 바로 <정도전>이름 석자에 조선의 장수의 비결이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삼봉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모 방송국의 대하드리마 방영과 때를 맞추어 대한민국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내각책임제가 이슈화되면서 세인들의 관심에 들어 왔다. 그동안 역사는 정도전을 어린 세자를 옹립하여 자신의 권력유지에 집착하다가 분연히 일어난 이방원에게 제거된 간사한 소인배 정도로 기억되어 왔다. 또한 조선시대 정조와 고종대 이전까지도 정도전이라는 이름 석자는 역모에 준하는 금기사항 그 자체였던 것이 사실이다. 왜 조선은 정도전에 대해서 500여년 동안 금기시해 왔던 것인가? 그가 그렇게 죽을 죄를 범했던 것일까? 끝까지 고려의 충심을 위해 죽은 정몽주는 향후 조선의 문묘에 배향이 되었는데 오히려 조선개국의 1등 공신인 정도전은 역적의 수괴로 남아 있어야 하는 걸까? 

아마도 그 해답은 왕조국가라는 조선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사상의 소유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도전, 남은, 심효생, 방석등을 제거한 사건을 역사에서 우리는 정변이라고 부르지 않고 1차 왕자의 난이라고 한다. 또한 우리는 난이라는 개념을 反이 正에 대해 도전할 때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난으로 규정한다. 이런 측면에서 조선은 이율배반적인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사가들의 정확한 역사적 기술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만큼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가지는 역사적 비중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분명 타이틀은 역사소설이 맞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보다는 역사에세이 혹은 정도전 평전을 접하는 느낌을 지울수 없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 역시 팩트에다 약간의 픽션을 가미한 소설이라고 밝혔지만 왠지 픽션의 부분마져도 팩트로 받아 들여지게 하는 작가의 필력이 놀라울 정도이다. 특히 신권정치를 표방했던 정도전의 사상을 반영하듯이 이 작품의 무게중심은 이성계나 정도전의 반대측에 있었던 이방원에게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도전을 비롯하여 정몽주, 이숭인, 하륜등의 신권에 가까이 있는 인물들의 내면과 사상을 부각시켜 자칫하면 누구나 아는 뻔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기존의 작품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방향을 흘러갈 수 도 있었던 구도를 새롭게 정립했다는 것이다. 마치 정도전이 살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처럼 역사적으로 기억되는 굵직한 사건들 보다는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토록 빛을 발하는 달빛처럼 은은하고 무덤덤하게 내러티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그래서 더욱 더 소설 같지 않는 소설인 것이다. 여말선초와 정도전에 대해서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섬세하게, 꼼꼼하게 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아마도 조선건국에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없었다라면 조선은 그 수명이 길지 못했을 것이다. 이성계나 그 후임인 이방원의 능력이나 성격을 보더라도 답은 뻔하게 도출된다. 정도전은 비단 자신은 역적의 누명을 쓰고 사라졌지만 정도전이라는 이름 석자가 조선왕조를 장수의 길로 접어들게 한 밑거름이 된 것이다. 왕권과 신권의 적절한 줄다리기를 통해서 왕조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중에 하나가 바로 정도전의 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삼봉은 살아서 60년를 채 살지 못하고 갔지만 죽어서 500년을 조선과 함께 살았다. 그가 당초 설계했던 조선의 밑그림은 요동정벌 하나만 제외 하고는 거의 다 반영되어 조선의 뼈대를 이루었고 이러한 정책들을 바탕으로 장수를 누리게 된 것이다. 역사에 가정이란 의미가 없지만 간혹 이러한 책을 접하게 되면 한번쯤은 해보기 마련이다. 삼봉이 살아서 요동을 정벌했으면.... 

모처럼 픽션과 팩트를 넘아들면서 재미있게 읽어 나간 소설이다. 또한 한편으로 지금 이나라의 위정자들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으로 보여진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고, 군주는 가장 가볍다"  라는 삼봉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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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 진시황과 이사 - 고독한 권력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1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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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라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여간 곤란하지 않다. 그저 흘러간 과거지사로 치부할 수 도 있지만 분명 우리는 역사에서 또 다른 현재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한편으로 미래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된다. 역사는 지엽적으로 고찰하더라도 특정 민족공동체의 공통된 사유가 담겨져 있을 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류사의 발자취를 엿 볼 수 있는 비록 흘러간 강물이지만 그 면면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살아있음이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만큼 고리타분하고 현대와 동떨어진 개념의 분야도 드문것이 현실이다. 특히 고대사의 경우 신화적인 요소와 메타포들로 인해 역사와 신화사이를 넘나 들어야 하는 고역을 감내해야 하고 시간적으로 후대에 기록된 사서를 통해 당시를 상고함에 따라 다소의 왜곡이 첨가되는등 여러모로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역사 그중에서도 고대사이다. 하지만 이런 수고를 감내하고 역사를 접하게 되면 분명하게 그에 대한 댓가를 얻을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고대사일 수 도 있다.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가 바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만화로 서술된 역사서라고 해서 기존의 딱딱하고 주가 본문의 반정도를 차지하는 고상한 역사서에 비견해서 그 질적인 면이 결코 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시각적인 효과로 인해 독자들의 기억속에 오래토록 남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세세한 깊이 까지는 아니더라도 역사적인 흐름을 개략적으로 정립하는 데 실로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권두에서 밝혔듯이 많은 부분중에서도 왜 하필 <한나라 이야기>인가라는 의문점이 생긴다. 진시황을 기점으로 유방과 항우로 대변되는 역사의 흐름은 익히 독자들로 하여금 줄줄 외울정도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아니겠는가? 물론 이렇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시기를 선택해서 한층 흥미를 자극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무엇보다 진나라에서 출발하는 중국 나아가 동양사는 서양의 로마제국과 일견 비교될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아니 좀 더 냉정하게 고주알 미주알 따진다면 제국이라는 성립시기가 200년이상 앞서기 때문에 더욱더 이 시기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만큼 진나라의 성립은 서양사에서 로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듯이 동양사적인 입장에서도 커다란 획을 긋는 대사건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의미는 춘추전국시대라는 난세를 통합했다는 단순한 의미보다 진의 출현으로 <제국>이라는 프로파간다의 시대로 접어들어기에 제국, 황제가 갖는 의미가 큰 것이다. 봉건제에서 군현제라는 중앙집권체제로의 전환, 법가사상의 도입으로 효율적인 인적네트워크의 창출, 전문적 관료제의 도입으로 경영과 소유를 분리한 혁신적인 기법등 그동안 보여주었던 체제와는 한 차원 다른 면을 진시황은 세상에 보여주었다. 비단 미완의 성공이었지만 이후 한나라를 필두로 탄생하는 모든 국가체계가 진시황의 정책을 거의 100%수용하여 국가통치기반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진시황을 창조적 파괴자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대게 역사를 보게 되면 처음 시행하는 자는 알게모르게 욕을 먹게 되는 법이다. 이러면에서 진시황의 역사적 재평가는 중국내부에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고 다시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편에서 주목되는 점은 그동안 진시황과 이사 그리고 법가사상에 대한 편향된 사고들을 새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 졌다는 점에서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흔히들 분서갱유라는 희대의 사건은 후대에 두고 두고 진시황을 폭정과 잔인함의 화신으로 몰아가고 고착화 시켜 버렸다. 책을 불싸르고 유생들을 생매장했으니 그 얼마나 안하무인한 행동이겠는가? 하지만 정말 진시황이 이런 행동을 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러하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후대에 평하는 분서갱유는 유가적인 입장에서 진시황과 법가사상을 폄하했던 내용들이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분서갱제생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유가학자들을 처형했다는 것이 아니라 당시 민중을 현혹시켰던 방술사들과 체제번복을 바랬던 불순분자들을 칭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또한 분서에서도 현실생활에 실용적인 의학,과학등의 서적을 제외한 국가이념에 반하는 책들을 사장시켰던 것이 마치 모든 서적을 잿더미로 만들었다는 표현은 과장되어도 그 도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진시황의 입장에서는 좌시할 수 없는 국가반역행위였고 이에 대한 처분은 어떠한 형태로 있어야했던 것이다. 오히려 후대에 가혹한 행위에 비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뿐이다. 단지 중국사의 최초의 황제이자 제국이었던 진의 프로파간다가 한나라이후 제국들과 대척점에 놓였던 관계로 본의아니게 왜곡과 폄하가 따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하나 진시황과 법가사상에 대한 오해는 역사서를 비롯한 다양한 문헌에 소개되는 진시황의 초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탐욕스럽게 비쳐진다는 것이다. 로마제국의 경우 황제들의 흉상과 비교해보면 왠지 초라할 정도로 까지 표현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사상으로 알려진 법가라는 사상에도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진시황의 초상부터 새로 정립했다. 그 기본적인 메타포는 알렉산드로스대왕의 카리스마와 분위기를 접목시켜 진정한 최초의 황제에 부합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이런 이미지가 진시황의 실제적인 이미지에 더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젊은 시절 제국을 창설한 진시황은 법가사상을 필두로 제국경영에 온힘을 바쳤다. 비단 다음자리에 대한 적절한 대비책이 없었고 제국,황제라는 새로운 제도에 대한 운영의 미가 떨어졌지만 분명한 것은 진시황의 진을 시작으로 제국,황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대두되었고 2000년을 걸쳐 도도하게 중국땅을 흐르게 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평가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작가는 황제의 관이나 의복 그리고 제사, 가옥의 형태등 고대 유적터에서 발굴된 유물들의 기초로 역사적으로 재구성하여 현장감 있는 장면을 연출해주고 있어 역사서라는 딱딱한 고정관념을 불식 시켰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게만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와 차트의 끝부분에 사기의 열전이나 금석문의 내용들을 첨부하여 역사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삼국시대 조조와 유비까지 편찬 될 작가의 이번 시리즈는 중국고대사를 보다 쉽게 그러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하는 훌륭한 기획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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