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악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유의 악보 - 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1
최정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왠만한 음악적인 기초 지식이나 전문 소양을 갖추지 못한 이들에게 악보를 읽는 다는 것은 어찌보면 고역으로 다가 올 수 있다. 장조니 단조니 내림이니 올림이니 기타 등등 악보를 쳐다 보면서 이해할 수 있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여기에다 이러한 악보를 보면서 악기를 연주할 경우 느리게 빠르게 및 특정부분에 대한 강약의 조절등 보통 사람들이 흔히 귀로만 듣는 감미로운 음악속에는 이처럼 수많은 난재들이 산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적용된 악보에 따라 흘러 나오는 음률만큼은 듣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감흥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바로 그것이 음악이라는 예술을 탄생시키는 악보의 비밀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유도 악보의 복잡성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떠한 명제나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에서의 복잡다난한 사유의 흐름은 마치 악보속에 기보하듯이 우리의 뇌리를 자극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뇌의 산물을 음률이라는 감미로움을 표출되듯이 인간이라는 아이덴티티의 다양성을 존재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사유의 집합일 것이다. 

<사유의 악보>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난해한 책이다. (나같이 기초적인 철학이나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서평가에게는 더욱더 가독성에 장애을 주고 좌절감을 맛보게 한다.) 좋은말로 표현하자면 인문학의 해체과정속에서 한번쯤 집고 넘어갈 수 있는 모든 것의 사유성을 도서관의 배열방식이라는 특유의 상징성을 배제하여 마치 무의미한 언어들의 나열이라는 느낌마저 줄 정도로 무원칙성을 가장한 사유의 노마디즘의 향연을 보여주듯이 자유분방한 필체와 그에 대한 백과사전적인 지식의 총 출동을 보는듯 하다. 이와 상반된 느낌으론 정말 이 책은 난해하고 어렵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문학에서 철학, 정치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의 일정한 기초적인(이런 표현조차도 의문시 되지만)지식의 밑 바탕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그야말로 검정색은 활자이고 바탕은 종이라는 식의 자괴감과 고통을 독자들로 하여금 강요하게 한다. 그야말로 아포리아의 끝없는 향연을 맞보게 된다. 물론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 끝없는 제시와 반향을 통해서 마치 릴레이 경주를 하듯이 사유의 끈을 여러가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종착점에 이르는 담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읽어나가는 독자들은 자칫 잘못하면 개미무덤이라는 또 하나의 아포리아로 인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을 수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전체적인 구성이 마치 대형 교향곡의 진행을 따르듯이 주제별로 별도의 악장이라는 컨셉을 두어 매 악장을 별도의 확정된 담론으로 제시하여 종국에 모든 악장속에 담겨져 있는 담론들에 대한 방대한 사유의 정리를 유추하고 있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상 책을 읽다보면 그 경계선이 모호해진다. 그나마 중간 중간의 변주라는 형식의 챕터의 담론들이 위안을 던져주고 있다. 사실 이 리뷰를 적으면서도 머리속이 정리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오랫만에 고통을 감내하고 읽었던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또 다른 이면엔 개인적으로 무지의 거대한 강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나온 느낌이다. 일반 독자들(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을 상대로 하기엔 왠지 너무나 어렵고 정리하기 힘든 악보를 보는듯한 잔상이 강하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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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11-05-03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게 말씀해주신 표현, 곧 "인문학의 해체 과정 속에서 한 번쯤 짚고 넘어갈 수 있는 모든 것의 사유성을 (...) 보여주듯이 자유분방한 필체와 그에 대한 백과사전적인 지식의 총출동을 보는 듯"이라는 표현에서 저는 제 책에 대한 소중한 요약의 문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난해함'이 단순한 장벽이 되지 않고 다른 종류의 소통이 지닌 입구와 출구가 되기 위해, 저 역시 계속 함께 이야기 나누고 또한 홀로 글을 쓰겠습니다. 소중한 관심과 예리한 비판에 깊이 감사드립니다.